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35화 (235/267)

235화 구멍가게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다.

[@elonmusk]

-비트코인을 지지한다. 8년 전에 샀어야 했다.

[@elonmusk]

-진정한 전투는 법정 통화와 암호화폐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

[@elonmusk]

-작은 X를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

…머스크는 사실 내게 화가 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알고 보면 그와 정반대인 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최근 대폭 늘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지금처럼 행동하는 게 아닐까?

[1BTC = 52,170$]

몇 주 전까지만 해도 3만 6천 달러 근처를 배회하던 비트코인의 가격.

지금은 5만 2천 달러로 약 45%의 상승을 이뤄 냈다.

“우선 포지션의 3분의 1 정도는 모두 청산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나는 지금의 상승세를 기회로 삼아 갖고 있는 코인을 상당량 정리할 수 있었다.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확대하라 지시했던 게 몇 주 전.

너무 빠르게 말을 바꾸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올라도 너무 빨리 올랐으니까.’

미래 정보가 없다 보니 수익 실현에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흘 전과 비교하면 45%의 상승이지만, 네 달 전과 비교하면 450%의 상승.

현재 포지션 중 일부는 작년 중순부터 투자를 지시했던 것인 만큼 지금까지의 암호화폐 수익률은 거의 200%에 가까웠다.

지금 시점에서 일부는 수익 실현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일부보다 많기는 하지만.’

최소 절반 이상은 정리할 생각.

지금의 시장이 너무 광기에 물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머스크의 트윗 몇 번에 전체 시총의 수십 퍼센트가 왔다 갔다 하는 건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광기와 탐욕이 지배하는 시장.

아무리 주식시장을 거쳐 부동산과 코인으로 유동성이 흐르고 있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한 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 같은 상승세가 아니면 쉽게 정리할 수 있을 물량도 아니고.’

게다가 갖고 있는 코인의 물량이 너무 많다는 이유도 있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들에 투자한 금액이 2,000억 달러가 훌쩍 넘는다.

이번의 상승으로 전체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살짝 넘겼는데.

그중 10%를 내가 들고 있는 거다.

최고점에서 팔려다가는 자칫 전체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드는 걸 넘어 지금까지의 상승세를 모조리 반납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여하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FO의 명칭을 ‘마스터 오브 코인’으로 바꿔]

[머스크 효과? 도지코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다음인 시가총액 3위 코인 등극?!]

[머스크 “도지코인을 달에 가져다 놓겠다”는 발언까지]

알아서 가격도 올려 주고, 어그로까지 본인이 다 가져가다니…….

따봉 머스크야, 고마워!

* * *

그간 한국 정부의 나에 대한 태도는 꽤나 명확했다.

거리 두기.

예전에 나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 하거나 했던 적은 있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모두 멈췄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한 4년 전만 해도 나는 그저 기타 슈퍼리치에 뒤지지 않는 정도의 부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그때와 내 위상은 천양지차였다.

현 미 대통령과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사내.

그걸 떠나서 겉으로 드러난 내 개인 자산만 따져 한국의 GDP와 거의 맞먹는다.

지난해 한국 GDP가 약 1.8조 달러.

거기서 내 지분만큼을 빼면 언론에 드러난 내 개인 재산이 한국 GDP를 추월할 지경이었다.

‘내 모국을 두고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한국이 날 건들 수 있을 만한 체급은 아니지.’

내게 그럴 수 있는 건 딱 두 나라다.

미국과 중국.

두 국가는 파워도 파워지만, 내 사업체들이 의존하는 부분이 큰 만큼 두 나라의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괜히 요즘 핫한 스테이블 코인 같은 거 안 만드는 거기도 했다.

바이비트에서 발행한 바이비트 코인이 있기는 하지만, 그저 거래소에서 쓰이는 자체 화폐일 뿐.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하는 식으로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손을 안 대고 있다.

‘괜히 그러다 미국하고 정면으로 맞붙게 될 수도 있으니까.’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몇 가지를 꼽자면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달러 패권이라 볼 수 있었다.

그 두 개에 있어서는 일체의 타협도 없는 게 바로 미국이란 나라.

‘내 이름으로 달러나 유로화 같은 특정 통화의 가치를 고정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그런 코인을 스웜과 틱톡, 트위치, 스웜 게이밍, 스웜 북스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장담하건대 단번에 이더리움 정도는 제치고 시총 2위 코인에 등극할 거다.

어쩌면 비트코인의 아성까지 넘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일단 발행 주체인 내가 웬만한 국가가 주는 신용 이상을 코인에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드는 스테이블 코인의 시총이 비트코인의 현 시총인 1조 달러를 뛰어넘게 되더라도 그만한 돈을 내가 갖고 있으니 신용이 절로 창출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기만 하면 나는 비트코인의 현 시총만큼의 돈을 앉은 자리에서 생성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걸 미국이 허용할 리가 없지.’

일종의 디지털 달러를 만들어 내는 행위.

미국이 그걸 가만 보고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트럼프가 내 편이라고는 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트럼프를 컨트롤할 수 있는 건 그의 내각에도 나와 연관된 이들이 몇 속해 있음은 물론, 내 돈을 받고 일하는 로비스트들이 워싱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 패권에 손대는 순간 그 모든 건 다 끝이 나 버린다.

트럼프는 물론 그가 속한 공화당, 반대편인 민주당, 연준을 비롯한 각종 금융기관들이 합심해서 나를 공격할 거다.

당장 페이스북의 예시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이 몇 년 전 시도했던 스테이블 코인 - 리브라 프로젝트, 그로 인해 그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수도 없이 많은 규제를 적용받았었다.

…아무튼.

“한국 정부가 무슨 생각일까요?”

며칠 전, 청와대의 연락이 있었다.

대통령이 날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었는데.

별 고민 없이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일이 바빠서요.’

‘…예?’

‘중요한 얘기인가요? 그러면 사람을 보낼 테니 전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트럼프를 만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모국의 정치와는 더욱 연관되기 싫기 때문.

괜히 사진이라도 찍혀 봐라.

선거철마다 그 사진이 언론과 인터넷에 떠돌게 될 거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내가 미국 대통령과 별장에서 독대하며 밀회하는 건 좋아해도, 한국 대통령과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밥 먹는 건 싫어할 게 분명하다.

어쨌거나.

한국 정부의 용건은 별거 없었다.

“K-콘텐츠 지원이라… 조만간 대선이 다가오니 숟가락 하나 얹어 보겠단 걸까요?”

스웜과 SW 프로덕션을 중심으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K-콘텐츠.

케이팝은 물론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들이 스웜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제는 할리우드 다음가는 콘텐츠 제작 지역을 꼽으면 모두가 한국을 말하게 된 상황.

그런데 한국 정부가 그런 K-콘텐츠를 나서서 지원하겠단다.

1조 4,900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

그것도 세부 지원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누가 봐도 ‘SW 프로덕션 지원법’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우리에게 편의를 주겠다는 것.

‘갑자기 왜 이런대?’

지원안을 보고 든 생각.

정부 돈으로 지원을 해 줄 테니 우리 사람 한두 명 꽂아서 거들먹거리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아무런 간섭 없이 K-콘텐츠 수출 확대를 위해 정책금융을 지원하겠다는 것.

그간 나와는 거리 두기처럼 일절 연관되지 않았던 한국 정부가 이러는 거인 만큼, 꽤 당황스러웠다.

“음. 아마 보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제이슨은 이런 한국 정부의 모습을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제 눈치를요?”

“예. 이번 코로나 백신 분배에서 한국이 많은 혜택을 봤지 않습니까.”

SW 바이오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분배.

작년 10월경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 개발까지 가장 먼저 완료하면서 한동안 코로나19 백신의 배분을 두고 각국 정부의 눈치 싸움이 있었다.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은 전처럼 무료로 공급하지 않고, 적절한 가격을 받았다.

저소득 국가는 제외하고 부유한 국가들에게는 합당한 대가를 받은 것.

물론 그렇다고 돈을 낸 국가에게만 백신을 분배한 게 아니라 최대한 균형적으로 배분하고자 애썼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빠르게 충분한 백신 공급이 완료된 국가 중 하나였다.

당연히 나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계시니까. 한국인 직원들도 많고.’

어쨌거나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고.

심적으로 한국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나도 한국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고.

“빠른 백신 확보와 그에 따른 분배로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꽤나 상승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보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었겠죠.”

“음. 그래요? 무슨 그런 거 가지고 눈치를 본대요? 제가 뭐 속 좁아서 그런 거 담아 뒀다 나중에 갚아 주는 사람도 아니고.”

“…….”

갑자기 아무 말도 없는 제이슨.

그의 표정을 보니 무슨 할 말이 있지만 애써 참는 모양인데.

“왜요?”

“…아닙니다. 그냥 미래차와 MK측 오너 일가가 방금 보스의 말을 들으면 무슨 반응을 보였을지 잠깐 고민해 봤습니다.”

…아.

그건 내가 할 말이 없네.

* * *

게임사들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데다, 스웜 게이밍을 운영하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중국 게임의 수준이 심상찮은데.’

내가 지분 일부를 갖고 있기도 한 미호요의 원신은 물론, 중국의 국민 게임이라 불리는 왕자영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히는 수준 높은 게임들이 많았다.

특히 원신은 젤다 야숨 카피 소리를 듣고 있긴 하지만, 자체적인 완성도만 따져 보면 국산 모바일 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왜 요즘 한국에서는 괜찮은 게임이 안 나오는 걸까.’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기술력과 완성도 측면 모두에 있어서 이제는 중국 게임에 밀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전부 모바일 mmorpg뿐이고.’

나오는 대작 게임이라고는 모바일 게임에 월 수백, 수천만 원을 지르는 아저씨들을 대상으로 한 mmorpg뿐.

특히 필드 전쟁, 공성전 등을 중심으로 과금을 유도하는 모델의 게임들뿐이다.

일명 리니지라이크 게임.

물론 그것 또한 나름의 판매 전략인 만큼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이왕 그런 리니지라이크 게임에 집중할 거면 좀 제대로 된 걸 만들었으면 했다.

“…이게 현재 국내 게임 유통사 매출과 영업이익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조사해 본 국내 게임 유통사들의 상황들.

1위. 겐슨 / 2조 6천억 원 / 1조 2천억 원

2위. 엔마블게임즈 / 2조 1,700억 원 / 2천억 원

3위. 넷씨소프트 / 1조 7천억 원 / 4,800억 원

매출 1위인 겐슨의 영업이익은 1조 2천억 원으로 나름 양호한 편이지만, 그 아래에 있는 게임 회사들의 영업이익은 모두 5천억 원을 넘지 못했다.

…음.

갑자기 조금 전 국산 게임 회사들을 뭐라 했던 게 조금 미안해졌다.

왜 한국에서 요즘 들어 괜찮은 게임들이 잘 나오지 않던 건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

이러니까 제대로 돈도 안 되는 요상한 리니지라이크만 만들고 있지.

“국내에 게임사 하나 차리죠. 아니면 괜찮은 곳 하나 인수해서 키우거나.”

이미 몇 개의 게임사를 갖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중점 사업 분야는 모두 패키지 게임.

모바일 RPG에 대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K-게임이 나름 잘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순 구멍가게들뿐이잖아?

한 명의 게이머로서 이런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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