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짝꿍이 반장 됨
올해 초, 엔비디아에서 GeForce NOW라는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을 출시했다.
거기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참전하며 각각 Stadia와 xCloud라는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있는 상황.
심지어 아마존 또한 Amazon Luna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에 도전하려 한다는 소식이 돌고 있었다.
‘음… 지금이라도 프로젝트를 폐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만약 저 회사들에 나와 친한 이들이 있었다면 그런 조언을 해 줬을 거다.
AMD Swarm Gaming.
이번에 출시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스웜 게이밍의 정식 명칭인데.
벌써부터 확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지만, 난 스웜 게이밍이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을 말 그대로 점령할 것이라 꽤나 확신하고 있었다.
‘그만큼 제대로 준비했으니까.’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진출한 사업 분야들에서 나는 대부분의 경우 후발 주자였다.
스웜도 넷플릭스라는 거대 기업이 이미 존재했고, 영화 제작 시장, 클라우드 서비스, 소셜 미디어, 연예 기획 및 음악 사업 등등.
내가 진출한 시기 훨씬 이전부터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강자들이 존재했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업에서 후발 주자가 시장을 주도하던 선발 업체를 따라잡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그런 사례가 있으면 대학교 경영학 시간에 종종 소개되면서 핵심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그러는 거다.
나도 기존의 시장 주도 업체들과 경쟁하고 따라가기까지 그리고 일부 사업에서는 넘어서기까지 막대한 노력과 시간, 자금들을 들였다.
정말로 돈을 물 쓰듯이 써야 했다.
매년 수백억 달러에서 천억 달러 사이, 렉시트와 미중 무역 전쟁 등의 사태에서 엄청난 이득을 보지 못했더라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런데 클라우드 게이밍 쪽은 그런 선발 주자들이 없단 말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여물지 못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지포스 나우나 xCloud, Stadia 모두 초기 단계에 불과했다.
사용자들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플랫폼의 매출 또한 투자 규모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했다.
즉, 이제 막 론칭하는 스웜 게이밍이 치고 나갈 부분이 충분한 것은 물론, 아직은 스웜 게이밍도 시장의 선발 주자에 해당한다는 거다.
‘내가 시장을 통째로 먹는 것도, 후발 주자가 감히 따라올 엄두를 못 내게 한참은 앞서가는 것도 상대적으로 무척 쉽다는 뜻이지.’
그간 내가 해 온 일들에 비하면야, 땅 짚고 헤엄치는 수준이었다.
물론 다른 사업들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지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물론 구글과 MS까지 뛰어든 산업.
처음부터 팍!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몇 년 전부터 준비했음에도, 지포스 나우와 Stadia, Xcloud가 론칭되는 동안에도 스웜 게이밍이 출시하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다.
[2K, 락스타 게임즈, 스웜 게이밍과 함께한다!]
[스퀘어 에닉스도 스웜 게이밍으로?]
[지포스 나우 정식 론칭과 동시에 이탈했던 게임사들… 그들이 스웜 게이밍을 택한 이유는?]
스웜 게이밍의 출범과 동시에 합류를 밝힌 몇몇 게임사.
캡콤, 세가, 코에이 테크모 등의 일본 게임사들도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저들이 지포스 나우에서는 이탈해 놓고, 스웜 게이밍에 합류한 이유는 간단했다.
[게임 업계 투자 큰손, ‘선우진’과 ‘텐센트’.]
[선우진, 전 세계 게임사에 전방위 투자… ‘스웜 게이밍’을 위한 포석이었나.]
게임 업계에는 현재 두 명의 큰손이 있다.
온라인 게임 위주로 매해 수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텐센트.
그리고 그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온라인과 패키지 게임 양쪽에 모두 투자한 나.
게임 매출만 놓고 보면 진짜 돈이 되는 건 압도적인 차이로 온라인 게임이지만, 텐센트와 달리 내가 온라인과 패키지를 가리지 않고 투자해 온 이유가 바로 스웜 게이밍 때문이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지분을 다수 확보해 놓은 게임사들.
그들의 IP가 스웜 게이밍을 통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게임 업계 공룡 텐센트, 스웜 게이밍 택하다. 자사 보유 IP 스웜 게이밍에 전격 제공.]
거기에 텐센트 또한 내게 힘을 보탰다.
나와 협력하는 사업이 많은 텐센트인 만큼, 당연한 선택.
-Damn! 모두들 스웜 게이밍에서 제공하는 라이센스작들 목록 확인했어? 미친 수준이라고!
-소울 시리즈와 아이언 피스트, Red dead redemption과 GTA도 포함되어 있던데?
-선우진이 소유하고 있는 유비소프트 전 시리즈야 말할 것도 없고.
-게임 쪽에서도 제2의 스웜을 만들려는 건가? 이 정도면 엑박이나 플스 같은 콘솔을 살 이유가 없겠는데?
-나는 엑박 유저인데 PC 게임 패스는 해지하고 스웜 게이밍으로 옮기려고, 콘솔 게임 패스야 유지해야겠지만 PC는 스웜 게이밍이 타이틀 수에서 압도하는데?
-엑박은 콘솔용과는 달리 PC용의 타이틀들은 빈약하지… 구성이 형편없다고.
아직 지포스 나우와 Xcloud는 초기 단계인 만큼 이용 가능한 타이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
덕분에 스웜 게이밍에서 이용 가능한 타이틀들을 확인한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타이틀 수뿐만 아니라, 성능 또한 신경을 썼다.
“현재 유저 반응은 어떤가요?”
“XCloud나 지포스 나우와 같은 타 서비스 대비 낮은 지연 시간을 유지할 수 있는 덕에, 여러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FPS나 실시간 대전 격투 게임 같은 경우에는 조금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요.”
“음… 그 점은 어쩔 수 없겠죠. 아무래도 0.1초 단위를 다투는 게임들이니까요.”
“그래도 스타링크 이용자들의 경우에는 FPS나 대전 격투의 경우에도 괜찮은 반응속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SCP의 데이터 센터나 서버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상황.
거기에 AMD에서 개발한 전용 칩셋을 통해 최적화 과정을 가져간 만큼, 지연 시간에서 장점이 있었다.
현재 통신 기술에 따른 물리적인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걸 최소화한 느낌.
타이틀 수를 늘리는 것 이외에 가장 집중한 게 바로 이 지연율 쪽이었다.
단순히 싼 가격에 여러 게임을 할 수 있는 거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그러면서도 편안한 게임 환경을 요구하는 게이머들의 깐깐함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흠. 클라우드 게이밍과 스타링크가 서로 시너지를 줄 수도 있겠네.’
연초 사전 신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링크.
아직 가입자는 많지 않지만, 일반적인 지상의 초고속 인터넷보다 빠른 속도에 따른 호평 속에서 북미 내의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려 가고 있었다.
언젠가 스타링크가 북미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북미 전역, 나아가 유럽까지 확장된다면 스웜 게이밍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낳을 수 있을 터.
‘스타링크를 아예 내 걸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만큼, 스타링크를 아예 내 소유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머스크와 5 대 5로 지분을 나누고 있는 상황.
예전이었다면 스타링크의 핵심 기술의 기반이 머스크의 스페이스 X였던 만큼 그런 상황에 만족했겠지만, 머스크와의 사이가 과거와 달리 틀어진 탓에 내가 지배 지분을 보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겠지.’
머스크 또한 스타링크의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할 여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 전용 전기차 충전소인 슈퍼차저에 스타링크를 활용해 인터넷망을 구축한다거나, 자율 주행차의 안정적 데이터 송수신에 사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쥐고 있는 스타링크의 지분을 쉽게 내주지는 않을 거란 뜻이었다.
[테슬라 주가 상승세 지속! 5배 뛴 테슬라, 더 간다!]
[머스크, 저커버그 제치고 세계 4위 부자 등극. 전기차 수요 급증 전망 속에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테슬라.]
게다가 테슬라의 괴물 같은 주가 상승 행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터라, 자금에 대한 리스크도 현재로서는 없는 머스크였다.
‘갑자기 테슬라 주가가 주저앉는다면 모를까.’
내가 아는 한,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지금의 상승세가 지속될 거다.
현재 주가의 최소 2배 가까이 뛰게 되는 것.
즉, 한동안은 머스크가 자금 리스크를 겪을 일이 없다는 거다.
특히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며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하게 되는 머스크였다.
‘요즘은 행보가 조금 이상하긴 해도, 팔로워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
나 정도는 아니어도 나 다음가는, 빌 게이츠급의 영향력을 가지게 된 머스크.
그럴 일은 없겠지만, 머스크가 앞으로 트위터에서 계속 똥 같은 포스트만 올린다면 모를까.
한동안은 스타링크를 내 것으로 가져오지 못할 것 같았다.
* * *
몇 달이 더 흘러 12월이 됐다.
그사이, SW 텔레콤은 꽤 많은 신규 가입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MKT 점유율 결국 30% 깨졌다… SW 텔레콤 점유율 21.4%로 껑충.]
1위 업체인 MKT의 점유율이 29.9%.
KTF와 GL U+가 차례대로 17.9%, 15.8%, 알뜰폰이 15% 정도.
제대로 된 5G 서비스 출범 몇 달 만에 2위 사업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직도 통신 3사 쓰는 흑우 업제?
-ㅋㅋㅋㅋㅋ바꾸고 보니까 ㄹㅇ 어이가 없더라 5G 존나 잘 터지고 막 써도 100기가 한 달 동안 채울까 말까인데 요즘이 2만 5천 원ㅋㅋㅋㅋㅋㅋ
-스웜 게이밍이 개꿀임 ㅇㅇ 걍 따로 나왔어도 구독했을 텐데 SW 텔레콤으로 바꾸고 6개월 무료 ㅅㅂ섹스~
-근데 SWT로 바꾸고 보니까 기존 통신사 새끼들 ㄹㅇ 개새끼였던 거 실감 ㅈㄴ 됨.
-SW 텔레콤 요금제 나오고 발등에 불똥 떨어져서 부랴부랴 요금제 할인 ㅈㄴ하던데 응~ 그래도 안 써~
사실 나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저만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줄 몰랐다.
신규 기기를 구매하는 게 아닌 이상 통신사를 바꾸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 2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 최소 1년은 넘게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SW 텔레콤의 5G 요금제가 정식 출범되기 6개월가량 전부터, SW 텔레콤의 5G 요금제 출범을 존버하고 있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더라.
그만큼 기존 통신사들에 대한 반발 심리도 컸고, 나라는 사람과 내 기업에 대한 기대 심리도 컸던 것.
[SW 텔레콤 임영웅 광고, 시청률도 효과도 전부 ‘대박’!]
특히 트로트 스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광고가 엄청난 효과를 거뒀는데.
-ㅋㅋ이번에 울엄빠 SW 텔레콤으로 바꿔 드림, 임영웅 브로마이드 증정받아서 왔더니 엄청 좋아하시더라.
-님들 그거 앎? 임영웅 팬 카페 가 보면 SW 텔레콤으로 변경한 거 인증 릴레이 게시글 ㅈㄴ 많음ㅋㅋ
-그거 때문에 울 엄빠도 작년에 알뜰폰 바꿔 드렸는데, 이번에 SW 텔레콤으로 갈아타신다고 나보고 시키심;
-알뜰폰? 아아, SW 텔레콤보다 1.5배 비싼 거기?
-십ㅋㅋㅋ 알뜰폰이 왜 알뜰하지 않냐고 이제
몇 달 사이에 생긴 큰 변화.
그런 건 국내의 통신 사업 말고도 미국에서도 하나 있었는데.
[결국 트럼프 당선, 51.3% VS 46.9%]
[선거인단 306명 확보하며 큰 차이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따돌린 도날드 트럼프.]
[도날드 트럼프 당선인, “이건 공화당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의 승리다.”]
바로 트럼프의 재선 성공.
흠, 그런데 미국의 승리라…….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반장 선거 당선되면 반에 불고기버거 돌리는 게 국룰이었다.
그리고 선거를 도와준 핵심 친구들한테는 그 이후에도 비싼 식당 데려가 한턱 돌려야 했고.
예전, 내 짝꿍이 반장이 되고 나서 당시로서는 엄청난 고급 레스토랑이던 TGIF를 얻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도 그러려나?
사실 안 그래야 좋긴 하다. 선거 도와줬다고 한턱이라니.
지양되어야 할 안 좋은 문화다.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도와줬는데 뭐 안 돌아오면 섭섭한 건 어쩔 수 없긴 하겠지.
[하하! 모두 Mr. 선 덕분입니다.]
여하튼.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는데.
‘에이,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라는 한국식의 겸양은 하지 않았다.
“예. 뭐, 제 덕이 크긴 하죠. 하하. 축하드립니다, Mr. 프레지던트.”
그냥 사실 전달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