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호구가 넝쿨째 들어옴
가상 화폐 시즌 2의 시작을 이끈 건 코로나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각국의 경기 부양책들.
디지털 골드, 일종의 금 취급을 받기 시작한 비트코인의 가격 또한 그 여파로 엄청난 상승을 보인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요인이 더 덧붙여졌는데.
[59번째 대선… 트럼프 재선 가능성 up?]
[여론조사 결과에 조 바이든 울상… 코로나 백신으로 뒤집힌 여론조사.]
[SW 바이오 백신, 이번 대선의 Key 될 것]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나날이 오르고 있는 상황.
그게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이끄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
[트럼프, 제조업뿐만 아니라 IT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비트코인 전문가 대거 참여할 거로 보이는 트럼프 선거 캠프.]
[트럼프 대통령, “가상 화폐의 실물경제 편입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
본대 트럼프 정부는 IT 기업과는 그리 친하지 않고 전통적인 제조업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재선한다면 그런 기조가 바뀔 것이라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었는데.
지난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나와 트럼프가 꽤나 가까운 관계라는 게 여러모로 드러난 상황.
거기에 이번 SW 바이오 백신 건이 겹치면서, 내가 친 트럼프 인사라는 걸 이제 대부분 다 알게 됐다.
‘흠… 내가 친 트럼프인 건지, 트럼프가 친 선우진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건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상 화페 전문가였다.
지난 시즌 1 시절에 가상 화폐의 가능성에 대해 언론에 대고 강조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고, 그 예측이 결국 들어맞는 모습 또한 보여 줬다.
게다가 현 가상 화폐 거래소 1위인 바이비트가 나의 소유였다.
그 바이비트를 홍보하기 위해 슈퍼볼, 월드컵, nba 파이널 등 내가 쓴 홍보비만 수억 달러가 넘는다는 것도 기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었다.
즉, ‘선우진’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 중에는 가상 화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런 탓에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음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 화폐에 대해 여러 긍정적인 정책을 펼칠 거라 예상하는 것이다.
[헤지펀트 투자사 스카이브리지 캐피탈, 30억 달러 규모 비트코인 투자 펀드 출시.]
[전 백악관 공보국장 앤서니 스카라무치, 그가 스카이브리지 캐피탈을 설립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이유는?]
[한때 리틀 트럼프라 불렸던 트럼프 측근 앤서니가 설립한 헤지펀드, 3,100억 달러어치 비트코인 보유 중?]
거기에 최근 들어 가상 화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기관 투자자 중 트럼프의 측근 중 한 명이 있기까지 했으니.
[1BTC = 22,323$]
오늘자 비트코인의 가격.
지난 시즌 1 불장 시절 최고가였던 2만 1천 달러를 벌써 넘겨 버린 것이다.
* * *
비트코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트코인 폭등세, 일주일 사이 25,000달러 노크.]
[비트코인 사상 최고가 경신 이후 끝도 없는 상승세 보이는 가상 화폐 시장.]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상승세가 거세고 더 빨랐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나라는 변수로 인해 생긴 나비효과가 가장 크게 적용된 시장 중 하나가 가상 화폐 시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내년 초쯤 3만 달러까지 찍었었지.’
그 이후는 모른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
10만 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아니면 다시 1만 달러로 내리꽂을 수도 있다.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5만 달러까지 가는 건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단순한 감은 아니었다.
일단 내가 갖고 있는 바이비트를 통해 들어오는 여러 관련 지표.
매일 시장에 풀리는 신규 비트코인 공급량의 대부분이 바이비트를 통해 어딘가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지갑 주소를 통해 추적해 보니 페이팔과 스퀘어와 같은 핀테크 대기업들과 몇몇 금융사도 껴 있었다.
‘거기에 트럼프의 바뀐 스탠스도 영향이 있을 거고.’
사실, 트럼프는 원래 철저한 반 비트코인 인사였다.
지금껏 수차례나 비트코인은 사기에 가깝다며 규제가 필요하다 말해 왔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가 달러를 넘어서 전 세계 1위 기축통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트럼프도 그렇고, 공화당의 여러 친 트럼프 인사들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에 대해 몇몇 긍정적인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나 때문이지 않을까.’
십중팔구 내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세계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의 주인이라는 건 나도 알고, 쟤도 알고, 트럼프도 아는 사실.
재선을 위해 내 눈치를 봐야 하는 트럼프로서는 예전처럼 대놓고 비트코인을 디스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다 보니 아예 스탠스를 확 바꿔 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아마 재선이 확정되고도 그런 모습은 변하지 않을 거고.
대선 끝났다고 트럼프가 입 싹 닫고 모르쇠로 나올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리 높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내가 트럼프를 잘 아는 만큼 그 또한 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트럼프가 자신 이후로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게 아닌 이상 괜히 날 자극하려 들지는 않을 거였다.
그나저나-
[SW 바이오 백신 생산 절차 들어가.]
[임상 3차 결과 나오기 이전 백신 생산 들어간 SW 바이오, 임상 통과되는 대로 배포 나설 것.]
[SW 바이오 임상 승인 가능성은? 95% 이상 자신하는 전문가들.]
전 세계 여러 업체와 체결한 코로나 백신 위탁 생산 절차가 막 시작됐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각국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일단은 이미 백신 계약을 체결한 미국과 유럽의 지수들이 대폭 상승했고, 그 뒤를 한중일의 증시가 뒤따랐다.
그리고 그중 한 가지 유독 눈에 띄는 주식이 하나 있었는데.
[제2의 테슬라 탄생? 수소·전기 트럭 개발업체 니콜라 우회 상장 통해 나스닥 상장.]
[상장 5일 만에 시가총액 300억 달러 돌파한 니콜라, 테슬라 대항마 되나?]
[포드의 시가총액 추월한 수소차 회사 니콜라! 연료전지, 배터리, 수소 생산 등의 분야에서 핵심적인 독자 기술 보유가 그 이유.]
바로 니콜라였다.
일전 비밀리에 니콜라 주식을 매집하라 지시한 적이 있었는데.
비상장 주식이었던 만큼 많은 수량을 사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 덕에 3억 달러가량의 주식을 사들인 게 지금 가격으로는 25억 달러.
물론 내 기준에서는 25억 달러면 그리 별거 아닌 액수였지만…….
[트래버 밀턴 니콜라 창업주, 미래차에 적극 러브 콜 “우리와 함께 수소차 만들자.”]
[세계 최초 수소 전기 트럭 양산했던 미래차… 니콜라와 손잡나?]
[미래차와 니콜라의 협력을 통해 테슬라의 대항마가 탄생할 수도… 투자사들 관심도 집중.]
상황이 꽤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실 난 회귀하기 이전 니콜라를 통해 적잖은 이득을 취한 적이 있었다.
지금 기준에서는 내가 1분이면 버는 돈이겠지만 당시 이틀 만에 니콜라로 3천만 원을 벌고 빠지며 성공적인 투자를 자축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만큼 니콜라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지식도 상당한 편.
하지만 그런 내 기억 속에서 니콜라와 미래차의 협업은 이뤄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미래차가 니콜라의 기술이 자신의 것들보다 못하다고 판단해 협력을 거절했다는 기사만 있었지.
‘그냥 니콜라에서 언플을 하는 건가? 자기네들 주가 펌핑 하려고?’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추측.
하지만 저 기사가 뜨고 바로 며칠 뒤.
[니콜라, 결국 미래차 시가총액까지 추월! 상장 일주일 만에 이룩한 성과.]
아직 차 한 대 판매하지 못한 니콜라의 시총이 연간 수백만 대를 파는 미래차의 시총을 넘어섰을 즈음.
제이슨을 통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저희가 갖고 있는 지분을 원하는 곳이 있다고요?”
비밀리에 모은 니콜라의 주식.
당연히 그 실소유주가 나라는 건 철저히 감춰져 있는데.
니콜라가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틈을 타 티 안 나게 조금씩 매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전부 사고 싶다는 이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심지어 그 매수 희망자가 내가 잘 알고 있는 이들 중 하나였는데.
[예, 그렇습니다. 조사 결과 미래차에서 나온 사람들이었고요.]
바로 미래차그룹.
음… 이게 이렇게 된다고?
* * *
올해 초 회장직을 물려받은 장의선 회장.
미래 자동차에서는 그가 주재하는 회의가 한창이었는데.
그룹 내 핵심 측근들만 모여 비밀리에 진행되는 회의였다.
요 몇 년 사이, 위상이 예전과 비할 수 없이 추락한 장 회장의 일가였다.
물론 그 이유는 하나였다.
선우진.
SW 인베스트먼트 출신의 사외이사를 미래차 이사회에 포함시킨 것은 물론, 매년 미래 자동차 순익의 20~30%가량을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하게 하고 있었으니.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것도 당연했다.
‘미래가 어떤 회사인데!’
한국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 국가다.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중국과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랭킹 5위를 차지하는 한국.
그런 지금의 한국 자동차 산업을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바로 미래 자동차였고, 그걸 설립한 범미래가였다.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던 한국에서 자동차 회사를 설립해 지금의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장씨 일가의 피와 땀이 서린 회사가 바로 미래 자동차였다.
하지만 그런 미래 자동차가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회장직은 여전히 장씨 일가의 것이지만, 과거와 같은 절대 권력은 더 이상 없었다.
미래 자동차는 물론 미래모비스에도 SW 인베스트먼트의 사람이 이사회에 들어앉아 있다.
그들이 경영에 크게 간섭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한 가지 절대 양보를 안 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적극적인 배당 정책.
미래차그룹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다른 재벌그룹보다 적은 만큼, 지금껏 배당 확대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SW 인베스트먼트, 정확히는 선우진의 압박 탓에 주주환원이란 이유로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선우진이 들고 있는 미래 자동차와 미래 모비스의 주식이 장씨 일가의 바로 다음인 만큼 그가 한 해 가져가는 배당금 액수만 해도 어마어마했고.
즉, 미래 자동차가 열심히 일하면 선우진은 나중에 찾아와 과실만 취해 가는 거나 다름없었다.
“회장님, GM에서도 니콜라 지분에 투자하기 위해 나섰다고 합니다.”
“쯧, 그치들에게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돈을 더 들여서라도 지분을 확보하세요.”
그래서 니콜라를 택한 거였다.
사재를 들여 비밀리에 니콜라의 지분을 매입하고, 차후 미래차와 니콜라의 협력을 추진하는 거다.
우선 니콜라의 주식을 최대한 사들인 후 공식적으로 미래차와 니콜라의 기술 교환과 생산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
그렇게 되면 이득은 이득대로 보면서 선우진의 영향력을 희석시킬 수 있을 터였다.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미래차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니 니콜라와 협력하는 거라 선우진과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면 되는 거였고.
“니콜라의 수소 트럭 기술을 분석한 결과는 어떻습니까?”
“음… 자세한 건 니콜라의 협조가 있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니콜라에서 발표한 수소 연료 전지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을 보면 기술 능력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3년 전 영상을 통해 수소 트럭을 공개하기도 했었고요.”
“시총이 300억 달러가 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우선은 GM이 더 달려들기 이전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우진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미래 자동차 차원에서 나서는 게 아니라 장 회장의 개인 재산으로 니콜라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
그런 만큼 더욱 철저한 조사가 바탕이 되어야겠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상장 전에는 니콜라의 주식을 모으기가 무척이나 어려웠고, 상장 이후에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폭등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GM까지 뛰어들고 있었으니.
일단은 빠르게 최대한 니콜라의 지분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는 장 회장이었다.
돌아가기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