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고민이 많음
며칠 후, 백악관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 관련 발표가 있었다.
[반드시 10월 내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완료될 것.]
[재선 위한 허세? NO, 1차 임상 통과 유력한 백신 벌써 개발 완료되었다 밝힌 미 보건복지부.]
여러 글로벌 제약사 사이의 치열한 백신 개발 경쟁 속 갑작스러운 발표.
화이자와 노바티카 등의 제약사들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어디야? 노바티카 놈들이야?”
“화이자의 백신 개발까진 최소 수개월은 남았다며!”
아직 백악관에서는 어떤 제약사의 백신인지 밝히지 않은 상황.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론을 통해 SW 바이오의 소식이 알려졌는데.
[혜성처럼 등장한 SW 바이오? 코로나 백신 1차 임상 진행 중… 통과 유력.]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SW 바이오였다.
다만, 그 앞에 붙은 SW라는 사명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는데.
“선우진이라고? 선우진이 제약사도 갖고 있었어?”
“저번에 무슨 탈모약 개발에 수억 달러를 넘게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오, 뭐야? 생각보다 요 몇 년간 신약 개발 실적이 탄탄한데? 이런 게 왜 잘 안 알려졌지?”
“다른 제약사나 바이오 회사와 달리 IPO에 관심이 없으니까. 굳이 실적 홍보를 할 이유가 없던 거겠지.”
선우진의 바이오 회사.
신생 회사에 대한 불신을 선우진이라는 이름이 어느 정도 상쇄시켰다.
심지어 또 다른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코로나 개발까지 최소 몇 년은 걸린다 하지 않음?
-나도 그렇게 들은 거 같은데… 여하튼 선우진이면 허튼소리 하는 건 아닐 듯.
-듣기로는 AI를 신약 개발에 적극 활용하는 곳이라던데; 저기 직원인 박사 중 1/3 이상이 컴퓨터 사이언스 쪽이래.
-아무튼 그래서 SW 바이오 기술이 개쩐다는 거지? 그러면 탈모약 드디어 나오는 거냐?
-지금도 있지 않음?
-그거 부작용 무서움… 그리고 더 빠지는 것만 막는 거지 다시 자라는 건 아니라…….
-우진이 형! 탈모 치료제 개발 좀!
그래서 SW 바이오의 주력 사업이 뭔가 봤더니, 자회사인 멘즈호프의 목표가 바로 탈모 치료제 개발이었던 게 아닌가?
그것도 그냥 시도해 보는 수준이 아니라 연간 최소 수억 달러, 지금까지 십수억 달러를 썼을 정도였다.
인터넷서 돌았던 우스갯소리인 ‘빌 게이츠가 탈모였으면 진작에 탈모 치료제 나왔음 ㅇㅇ’가 말 그대로 실현된 수준.
동시에 한 가지 추측이 인터넷에서 돌았었는데.
-우진아… 너도 혹시 우리 동지니?
-(사진)
-아버지 사진 보면 선우진은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 나이가 꽤 되시는데도 머리숱 짱짱하시네 ㄷㄷ 부럽…….
-(사진)
-???
-심으신 거였구나…….
-아… 그럼 우진이도…….
멘즈호프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탈모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이유가 뭔지 다들 알게 된 것이었다.
* * *
“1차 임상 결과가 엄청 긍정적이라고?”
[응. 200명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모두 항체가 생성된 걸 확인할 수 있었어.]
“다행이네. 부작용도 없었고?”
[가벼운 두통을 호소한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겨우 두 명뿐이야. 기존 방식을 이용한 만큼 안정성이 확실히 높아. 적어도 mRNA 방식을 이용한 것보다는 훨씬 덜할 거고.]
“고생 많았어. 미안한 말이지만 조금만 더 고생해 주고.”
[흐흐. 고생은 무슨. 우리처럼 빵빵하게 자금 지원 받으면서 일하는 곳이 어디 있다고.]
물론, SW 바이오의 백신이 완벽한 백신은 아니었다.
운과 그간의 기술이 합쳐져 빠르게 개발이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부작용 없는 백신을 만들어 낸 건 아니었다.
1차 임상에서 발견된 두통 등의 가벼운 증상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심근염과 심낭염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 있었다.
듣기로는 모더나 팀에서 개발 후 비슷한 시기에 1차 임상에 들어간 mRNA 방식도 같은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아마 화이자나 다른 제약사들 것도 마찬가지겠지.’
의학적 지식이 없어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애초에 코로나19로 인한 이상 반응 중 하나가 심근염 발생 위험이 무척이나 높아지는 거라고 한다.
MRNA 백신은 물론, SW 바이오의 단백질 재조합 백신도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를 몸속에서 제조하게 해 면역을 유발하는 것인 만큼, 그런 위험성을 아예 없앨 수는 없는 모양.
어쩔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접종자들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하게 해야지.’
회귀하기 이전,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막대한 돈을 들여 최대한 안정성이 높은 백신을 개발하고자 한 것이었고.
완벽히는 아니어도 그런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당시 기사를 보다 보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있는데, 코로나 백신으로 인한 인과관계가 뚜렷함에도 그런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개입해 최대한 그런 경우가 없도록 할 것.
‘물론 보상 비용은 각국 정부들이 부담하게 할 거지만.’
이미 트럼프와 얘기를 다 끝내 놨다.
개발에 들어간 비용만큼을 제외하면 백신 판매로 일체 수익을 거두지 않기로.
배포 및 접종 등에 따른 비용은 미국 정부가 부담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
‘수익을 볼 생각이었으면 거의 1년 매출이 1,000억 달러는 됐겠지만…….’
지금의 내게 있어서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정도의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에 미국 증시 3대 지수 모두 10% 이상 상승!]
[콜옵션 대박 터졌다! 대폭락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엄청난 수익률 기록 중.]
1년 매출을 따질 것도 없이 그만한 금액을 지금 일주일 정도면 벌어들이는 중이라…….
게다가 남아 있는 2차, 3차 임상 통과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비슷한 상승장이 오게 될 터였다.
‘음…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사실 이게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엄청난 충격이 왔던 경제가 모두 회복되고, 오히려 더 큰 상승이 오고 난 이후.
즉, 내가 모르는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지금으로서 추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하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돈이 풀리고 있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각국 정부가 시장에 돈을 풀고 있었다.
위축된 소비 심리, 투자 심리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거기에 최근 백신 개발 소식까지 겹치며 채권시장, 주식시장, 부동산 등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상승장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심지어 한동안 바닥을 기던 비트코인도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주식으로 시작해 그다음은 부동산, 그다음은 코인.
그렇다면 그다음은?
‘돈이 언제까지나 넘쳐 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시장에 언제까지나 유동성이 공급될 수는 없는 법이다.
어쩌면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시장들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팡! 하고 터지는 거지.
‘…음, 모르겠네.’
물론 지금 이건 하나의 추측에 불과했다.
그것도 최소 1~2년은 지난 미래를 추측하는 거니, 진짜 저렇게 될 확률은 무척이나 낮았고.
실제로 SW 인베스트먼트나 WS 매니지먼트 등, 산하 금융 기관들에게 예측 보고서를 작성하라 지시해 읽어 봤는데.
인플레이션이 닥칠 거라 예상하는 비율은 무척이나 적었다.
‘일단은 깊게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앞으로 최소 1년간은 시장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랠리가 올 것만큼은 분명했으니.
일단은 지금 닥친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회귀 시점 이후의 미래는 나중 가서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을 테니 말이다.
* * *
[대OTT 전성기, 스웜 구독자 수 1분기 동안 30% 증가!]
[언택트 시대로 인한 OTT 열풍… 하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는 울상?]
[신규 OTT 사용자들, “주위에 물어봤는데 다들 스웜만 추천해 주더라.”]
요 몇 달간 콘텐츠 사업의 성장세도 무척이나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간 예상했던 대로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개막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OTT 사업이었는데.
그렇게 새롭게 OTT에 유입되는 사용자들을 스웜이 쓸어 담고 있었다.
쓸어 담고 있다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던 게, 신규 사용자의 80% 이상이 모두 스웜을 구독하기 때문.
기존 OTT 시장에서 스웜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보다 1.5배 높은 비율이었다.
‘이래서 시장을 주도하는 게 중요한 거지.’
예전에는 이런 OTT의 대명사가 바로 넷플릭스였다.
한국의 라면 먹고 갈래처럼 미국에 괜히 ‘netflix and chill’이라는 관용구가 있는 게 아닐 정도로 말이다.
여전히 저런 관용구가 널리 쓰인다고는 한다.
대신 넷플릭스가 아니라 스웜이라는 단어로.
탁, 타다닥-!
이런저런 일을 진행하면서도 글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 만날 일이 줄어들어, 집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사업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반도체 쪽 진출은 잘 결정한 거 같아.’
설계와 제조 양쪽 분야에서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것.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적지 않았다.
[잘 지내셨습니까, 선 대표님.]
그러다 전화 한 통을 받게 됐는데.
GL의 구 회장으로부터의 전화였다.
[혹시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하시겠다는 제안은 여전히 유효한 겁니까?]
일전 내가 노린 적 있던 GL전자의 모바일 사업부.
물론 GL의 핸드폰 제조 기술은 쓰레기… 까지는 아니어도 딱히 써먹을 구석이 없지만.
직원들에게 관련해서 검토를 맡겨 본 결과, GL전자의 모바일 사업부가 갖고 있는 특허권 등의 지적재산권은 꽤 큰 가치가 있었다.
애플과 맺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도 있었고, 회피 설계가 불가능해 여러 회사가 반드시 써야 하는 표준 특허 등의 특허 기술도 갖고 있었다.
“물론이죠.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가격은 잘 쳐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손쉽게 GL전자의 기존 MC사업본부를 통째로 인수.
나중에 알고 보니 이번 코로나로 인해 큰 손해를 봐 급하게 자금이 필요했었던 모양이었다.
[‘GL폰’… 선우진의 손으로? GL전자에게서 MC사업본부 인수한 선우진!]
[선우진, 모바일 사업 진출하나? 아니면 스마트폰 특허를 통한 특허 전문 기업 전환 가능성도.]
[기존 GL전자와 특허 교차 사용 계약 맺었던 애플… 선우진의 인수에 대한 우려 표현해 화제.]
-ㄷㄷㄷ 선우진 이제 스마트폰까지 만들려고 하나?
-오성전자랑 보통 사이가 아니라… 그러지 않지 않을까?
-근데 또 모름. 비즈니스에 영원한 친구는 없는 거니까
-애플 ㅈㄴ 긴장하겠네ㅋㅋㅋㅋ 오성이면 몰라도 선우진이면… 아이폰 ㄹㅇ 뛰어넘을 수도.
-들어가는 돈이 보통이 아닐 텐데; 아무리 GL 특허들 가져왔다 해도 써먹을 게 많지도 않을 거고.
-예? 들어가는 돈이요? 지금 누구 지갑 걱정하심?
‘음… 스마트폰은 진출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 별 생각 없이 사들인 GL전자의 모바일 사업부.
그런데 생각보다 큰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다.
어떤 언론에서는 나의 스마트폰 산업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문득 든 생각.
‘이렇게 된 거…….’
진짜 해 볼까?
왠지 정말로 애플이랑 비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