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13화 (213/267)

213화 다음 대통령

지난 몇 주간의 폭락은 충격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29,000을 넘어 30,000을 바라보던 다우지수가 한 달도 되지 않아 1만이 넘게 빠졌었으니, 전 세계 경제에 끼친 충격이 어느 정도였겠는가.

[미국, 83억 달러의 긴급 예산안 승인… 급여세 면세를 포함한 7,000억 달러의 경기 부양책 추진까지.]

[코로나로 인한 경기 급랭 방어에 나선 나라들… 이탈리아와 영국 각각 250억 유로와 120억 파운드의 재정 투입 계획 발표.]

[미 연준, 이례적으로 2주 동안 두 차례 기준 금리 인하! 5년 만에 제로 금리 조치 단행.]

그러니 세계 각국이 모두 여러 대책을 긴급하게 추진한 것도 당연지사.

지금의 경제 위기가 대공황급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모두가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 전 세계적인 흐름에 나 또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었는데.

“일주일 사이에 뉴욕 증시가 10% 넘게 회복했습니다.”

“금 선물 포지션을 빠르게 정리해 투입한 덕에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었고요.”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소식들.

매일마다 미국 뉴욕 시간으로 오후 8시가 되면 정리된 보고서를 받아 보고 있는데.

마지막 장에 적힌 하루치 수익을 볼 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돈 버는 게… 이렇게 쉬워도 되나?’

그런 생각을 회귀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해 봤었지만, 지금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2020/ March / 27: +16.1억 달러]

[2020/ March / 28: +21.4억 달러]

[2020/ March / 29: -9.7억 달러]

[2020/ March / 30: +21.5억 달러]

가끔은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수익을 본 날이 더욱 많았다.

일평균을 대충 내 보면 하루 수익이 10억 달러가 넘었다.

‘세상 돈이란 돈은 내가 다 쓸어담는 거 같네.’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거의 그랬다.

물론, 나 혼자만 돈을 버는 건 아니었다.

나처럼 이번 경기 침체 이후 세계 각국 증시에 훈풍이 불 거라 예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애초에 누가 봐도 각국 정부들이 돈을 풀 게 명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들보다 몇 배나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는데.

다른 이들은 나와는 달리 아무리 여러 경기 부양책이 쏟아지더라도 그 영향이 이번 경기 침체로 인한 폭락을 모두 회복하지 못할 거라 봤기 때문이었다.

혹은 회복하더라도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보든가.

[코로나 리스크 속 증시 소폭 회복… 하지만 공포 지수는 여전…….]

[여전히 급등하고 있는 달러 가치, 증시 공포에 현금 확보 나서는 분위기.]

그런 생각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게 지금의 증시 상황은 ‘널뛰기’라 볼 수 있었다.

낙폭이 컸던 만큼 가파른 반등을 보이다가도, 다음 날 다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여러 경기 부양책으로 기대감이 돌아 투자 심리가 개선되다가도, 이런 반등이 반짝 반등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다시 하락세, 그러다가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었다.

시장에는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공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증시 움직임 속에서 나처럼 모조리 상승장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지.’

언제 코로나의 확산세가 다시 전 세계를 덮칠지 모르는 상황.

적극적으로 상승장에 투자하더라도 현금 비중을 예전보다 크게 가져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과는 달리 나는 가용 가능한 금액을 모조리 투자했으니, 벌어들이는 게 더욱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게다가 오래 지나지 않아 전 세계 증시가 회복할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도 했고 말이다.

‘심지어 원래보다 빠르게 회복되겠지.’

[마이크 - 최종 개발까지 기간이 꽤 단축될 거 같아.]

[마이크 - 미국에서 사전 임상 없이 바로 임상 1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됐거든.]

[마이크 – 임상 시험 결과가 도출되면 그걸 기반으로 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거야.]

SW 바이오의 백신 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원역사에서 첫 백신 사용 승인이 언제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최소 몇 개월은 더 일찍 이뤄질 거라 보고 있었다.

‘물론 그런 만큼 내가 기억하는 미래 정보가 대부분 달라지겠지만.’

회귀 이후 나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겪은 나비효과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나비효과 수준을 넘어서, 아예 역사의 큰 흐름 자체가 바뀌게 생길 지경.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손해를 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어차피 이제 내가 의존할 수 있는 정보가 몇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대략적인 흐름은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 활용 여지가 아예 사라진 게 아니기도 했고.

‘각국 정부가 엄청난 돈을 풀어 시장에 돈이 넘쳐 나게 될 테니… 조만간 전 세계 증시에 엄청난 투자 붐이 불 거야. 그리고 그런 투자 붐은 가상 화폐 쪽으로도 번질 테고.’

이 정도의 흐름만 알아도 앞으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예전처럼 미래 정보에 의지하는 거 없이 스스로의 역량으로 헤쳐 나가야겠지만 걱정이 크지는 않았다.

여러 사업 영역에 투자하면서 그 이후를 위한 많은 대비를 해 오기도 했고.

내가 회귀했을 때의 시점이 되면 내 수중에는 지금의 몇 배는 되는 자산이 있을 터.

그 정도가 되면 전 세계 경제 흐름에 편승하는 걸 넘어 아예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까지처럼 매번 정답에 가까운 투자만 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소 손해는 보지 않을 거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돈이 아니라 사업을 가지는 게 중요한 거지.’

몇 년이 지나면 지금처럼 최대한 레버리지를 당겨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방식을 쓸 수 없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그럴 수 있었던 건 미래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인데, 앞으로 그럴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남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나를 매번 변동성 심한 주식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금융의 신으로 여기고 있지만… 애초에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나에게도 오하마의 현인 워렌 버핏의 조언처럼 변덕스러운 시장의 여파로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주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번 코로나 경제 침체로 애플이나 구글, MS 등의 빅테크들의 주가가 대폭 하락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본질적인 가치가 손상되지는 않은 것처럼, 나도 그런 기업들을 더욱 가질 필요가 커지고 있었다.

지금도 엔터 쪽에서는 디즈니나 넷플릭스 등의 경쟁자들을 여러 면에서 압도하는 상황이고, SCP나 게임 쪽 등 투자한 분야가 적지 않지만 이번 빅 세일 기회를 통해 더욱 다각화하고 싶은 것.

‘그나저나 버핏 아저씨는 코로나로 돈 좀 버셨으려나?’

문득 든 궁금증.

바로 구글을 켜서 찾아봤는데.

[버크셔 해서웨이 코로나19 위기 속 1분기 497억 4600만 달러 순 손실.]

[‘위기는 기회’라던 워런 버핏도… 美 4대 항공사 주식 전량 처분.]

으음.

그만 알아보기로 하자.

* * *

“SCP 매출이 이전 분기 대비 400% 성장했습니다.”

SCP의 무서운 성장.

이번 코로나19 유행이 큰 기회가 됐다.

그간 연간 수백억 달러 수준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매년 해 왔던 게 드디어 덕을 보게 된 것.

게다가 돈을 아끼지 않고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그 덕에 SCP가 아마존 다음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MS의 애저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죠. 올해 SCP 예산을 두 배 확대하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돈을 더 주겠다는 소식에 반색하는 셀립스키.

그래도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 참 다행이었다.

‘몇 년 동안은 계속 클라우드 쪽에 이 정도의 투자를 해야겠지.’

기존 수백억 달러 수준에서 두 배를 늘린 거니 거의 천억 달러가 되는 거겠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다른 빅 테크들이 휘청이고 있는 상황.

지금을 기회 삼아 점유율을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투자로 수천억 달러를 벌었고, 앞으로 1년간은 그 배를 넘는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자신하기에 내릴 수 있는 선택.

클라우드 시장이 언제까지나 성장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향후 몇 년간은 엄청난 성장세를 반복할 것임을 알기에 이럴 수 있는 거기도 했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기 이전에 최소 AWS와 엇비슷한 점유율을 얻어 내야지.’

그렇게만 된다면 이후 몇십 년 동안 쏠쏠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익원이 될 터.

물론 기존 사업의 성장세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 다각화도 잊지 않았다.

“허… 어떻게 이런 일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 석유의 벤치마크인 WTI가 마이너스가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

원유 선물을 통해 이득을 보는 한편, 일전 지시한 적이 있던 엑손 모빌을 가지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썼다.

[역대급 저유가 속 엑손 모빌 투자 발표한 SW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자산 운용사 퓨쳐 인베스트먼트, 엑손 모빌 투자에 나서…….]

[선우진의 엑손 모빌 투자, 주주들은 적극 환영?]

[계속되는 실적 급감에 새 이사회 의장으로 금융 전문가를 선임하기 원하던 엑손 모빌 이사회, 선우진이 그 대안 되나?]

코로나 여파에 이어 이번 유가 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엑손 모빌의 주가.

그 덕에 꽤나 손쉽게 지분을 모을 수 있었는데.

거기에 엑손 모빌의 지분을 5.8%나 보유하고 있던 자산 운용사인 SSGA의 지분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이번 코로나 여파로 큰 손해를 본 SSGA가 현금 보유량을 더욱 늘리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

그 지분만 해도 단번에 3번째 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이것저것 합쳐 모은 지분이 12.4%.

300억 달러라는 나름 저렴한(?) 금액으로 달성한 성과였다.

여기에 다른 대주주들인 뱅가드와 블랙록 등의 자산 운용사들이 갖고 있는 12%를 더하면 이사회를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 수준.

그걸 위해 제이슨에게 두 회사의 대표와 만나 상의할 것을 추가 지시했다.

다만, 이에 대해 몇 가지 우려도 뒤따랐는데.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엑손 모빌… 선우진의 손에 넘어가나?]

[코리안 한 명에게 휘둘리고 있는 미국. 예전 일본을 떠올리게 해.]

-WHAT? 선우진이 아메리칸이 아니었어?

-lol 그는 한국인이야 그걸 몰랐다고?

-이상한 일도 아니지… 나는 저번 달까지만 해도 중국인인 줄 알았다고.

-그런데 한국인인 게 뭐 어때서 저러는 거야?

-회사도 아니고… 한 개인이 이렇게까지 큰 힘을 가진 적이 그간 있던가? 심지어 그게 백인이 아닌 동양인이라니…….

-병신 같은 소리를 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떼거지로 있네.

-그가 한 해에 미국 자선사업에만 몇십억 달러를 쓰는 줄은 알고 떠드냐? 우리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 군인인데 그 덕분에 연금보다 많은 보상을 받고 있다고!

-자본주의가 원래 저런 거 아냐?

‘음… 어느 정도 예상한 거긴 한데…….’

내가 이번 기회로 엄청난 돈을 번 게 모두에게 알려진 상황.

그에 따른 약간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거기에 엑손 모빌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은 회사의 인수까지 겹치니 여러 말이 나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 또한 하고 있었다.

‘약간 손해를 보긴 하겠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

뚜우- 뚜-

그렇게 바로 스마트폰을 열어 통화를 걸었다.

잠깐의 통화음 끝에 연결됐는데.

바로 트럼프와의 통화였다.

[우진, 어쩐 일인가?]

“헤이, 미스터 프레지던트. 오늘은 친구 사이 말고 대통령과 얘기할 게 있어서요. 당신의 재선에 큰 도움이 될 얘기가 있거든요. 코로나 백신 전면 무료화.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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