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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12화 (212/267)

212화 쟤 혼자만 돈을 벎

사실 SW 바이오 자체의 신약 개발 성적만 놓고 보면 다른 제약 회사들과 비교할 거리가 되지 못했다.

설립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고, 애초에 회사의 주목적 자체가 연구 쪽에 쏠려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SW 바이오의 내부 저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는데.

[우리가 처음 주목한 건 mRNA 방식이야.]

“mRNA?”

[응. 저번에 말했던 애슐리의 은사분 기억나?]

“애슐리? 음…….”

애슐리는 마이크와 작년에 결혼한 와이프다.

SW 바이오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하버드 의대를 나온 연구원인 거로 알고 있었다.

[왜, 프로페서 데릭 로시라고 mRNA 구조 연구에 한평생을 바치신 분. 그분의 연구를 상용화하려는 벤처기업이 있는데, 내가 꼭 투자해야 한다고 설득했었잖아. 모드 RNA.]

“아아. 이제 기억이 나네. 그런데 거긴 왜?”

모드 RNA라.

그간 사들인 기업이 하도 많은 탓에 사명이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렴풋이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이름으로 봐서는 그 모드 RNA가 지금 마이크가 말하는 mRNA와 관련된 곳이었던 거 같은데…….

‘잠깐만?’

Mode RNA, 이걸 붙여서 읽으면?

“모더나?”

[응, 맞아. 모더나 팀. 너 내 보고서 제대로 읽었구나? 그럼 설명이 쉽겠네.]

“…….”

거기가 거기였어?

게다가 그게 SW 바이오가 사들인 여러 벤처회사 중 하나라고?

‘어쩐지 상장이 안 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모더나 주식도 조금 사 놓을까 싶어서 주식시장을 뒤져 봤는데.

비슷한 이름도 찾을 수가 없던 터라 아직 비상장 회사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된 거였다니.

뭘 알고 저 벤처회사를 산 건 아니었다.

애초에 바이오 쪽은 문외한인 만큼, 몇 가지 방향만 제시했을 뿐 나머지는 마이크 등에게 모두 위임한 상태.

심지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드 RNA가 모더나였던 줄도 몰랐다.

물론,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는데…….

[mRNA는 화학적으로 암호화된 단백질을 생상하는 데 있어 설계도 역할을 하는 RNA야. 전령 RNA라고도 하는데, 모더나는 그런 mRNA 전용 백신을 연구하고 있어. 거기서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의 스파이크에 해당하는 mRNA를 가지고 백신을 연구 중인데… 뭐 RNA를 쓰는 만큼 백신을 디자인하기가 쉬운 편이지.]

“오. 그래서 이렇게 빨리 백신이 나온 건가?”

[응? 아니?]

“……?”

[아, 물론 mRNA 방식으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비슷한 단계에 놓여 있는 것도 맞아. 하지만 mRNA 방식 백신에는 단점이 몇 가지 있거든. 항원을 인체 자체에서 만들어 내는 만큼 가벼운 알러지, 염증부터 시작해 자가면역 반응이나 심근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거든.]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예전에 봤던 뉴스들이 기억났다.

60대 노인이 백신을 맞고 나서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다거나, 멀쩡한 20대 청년이 백신 접종 이후 사망했다거나, 사람이 죽었음에도 국과수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뉴스를 몇 주에 한 번 꼴로, 최소 한 번씩 보게 됐던 거로 기억한다.

‘내 주위에서는 그런 케이스가 다행히 없었지.’

그렇지만 심각하지 않은 오한, 발열, 피로감과 두통 등의 가벼운 부작용을 호소했던 케이스는 여럿 있었다.

그래서 SW 바이오에서 개발하게 될 백신은 최대한 부작용을 줄일 수 없으려나, 하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주목한 게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야. 단백질을 일부 변형해서 제조하는 전통적인 방식이지. 네 자금 지원 덕분에 SW 바이오가 화이자보다 백신 개발 자금은 몇 배나 더 많잖아? 그래서 모더나 팀에 mRNA 방식으로도 개발할 걸 지시하는 한편, 단백질 재조합으로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능할지 시도해 봤어. 아, 이 외에도 바이러스 벡터나 DNA 백신도 시도하긴 했는데… 그쪽에서는 성과가 없었으니 넘어 가자고. 하하!]

음… 그러니까 지금 마이크의 말을 정리해 보자면 대충 이런 건가?

‘우리는 돈 많으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했어. 물론 그 돈은 다 네 지갑에서 나오는 거고.’

코로나가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백신 개발을 위한 지원금을 내놓고 있다.

빌 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알리바바의 마윈과 같은 유명 부자들도 자금 지원을 하고 있고.

어떤 데이터 분석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에서는 약 60억 파운드, 비영리 단체에서는 약 15억 파운드를 지원했다고 한다.

SW 바이오는 그런 외부 자금 지원을 하나도 받지 않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였다.

외부 자금 지원을 받을 시 생기는 수익 쉐어 문제도 있었고.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상황에서 큰돈을 벌어들인 만큼, 누군가한테 지원금을 받는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비칠 것 같았고.

‘안 그래도 나 돈 많고, 돈 많이 번 거 세상에 소문 다 났는데… 지원금까지 챙기면 좀 그렇지.’

“아무튼 그래서 SW 바이오에서는 그 단백질 재조합 방식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거지?”

[응. 네가 지원해 준 슈퍼컴퓨터가 단백질 구조 분석에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도 큰 도움이 됐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IBM의 써밋이다.

美 에너지부(DOE)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의 슈퍼컴퓨터로, 이론상 최대 연산 능력이 200petaflops라던데.

프로세서는 IBM의 것이, 그래픽 칩에는 NVIDIA의 것이 사용된 슈퍼컴퓨터다.

재작년, 그 기사를 보고 AMD에 바로 지시를 내렸었다.

써밋을 뛰어넘는 슈퍼컴퓨터를 스웜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하라고 말이다.

‘써밋이라…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들잖아.’

의도한 건 당연 아니겠지만 IBM이라는 경쟁사의 슈퍼컴퓨터가 저 이름으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작년 12월에 탄생한 AMD의 슈퍼컴퓨터 스웜.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가 매년 6월과 11월에 두 차례 집계되는 만큼, 몇 달 후면 현 IBM의 자리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SW 바이오에서 슈퍼컴퓨터 사용 요청이 있었다.

효과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선 바이러스가 다른 외부 화학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를 위해서 엄청난 연산 능력이 요구됐던 것.

‘문어발로 이것저것 했더니 뭘 해도 뭔가 도움되는 게 있네.’

“그러면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 부작용도 훨씬 덜한 거란 거지?”

[응. 화이자 같은 다른 제약 회사도 그렇고, 모더나 팀에서도 mRNA 백신의 부작용을 제대로 못 잡을 거야. 시간이 더 있으면 꽤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그게 완전히는 아닐 거고. 하지만 우리 방식대로라면… 부작용 면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잡을 수 있을 거야. 시뮬레이션 결과니 확신은 못 하겠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없을 거고.]

“좋아. 바로 임상에 들어가 줘.”

[옛 썰!]

아무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정말 무지막지한,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그만큼 불편한 감정도 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믿을까.

백신을 무사히 개발하고 예전보다 훨씬 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런 게 조금 나아질 것 같았다.

* * *

각국의 재정 부양책이 나오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기준 금리 인하였는데.

연준에서 며칠 전 기준 금리를 긴급 인하하는 선택을 내렸다.

그런 만큼 다른 금융 기관들의 대출 금리도 따라 내려갔고.

“JP모건과 스탠다드차타드… 저희와 기존 거래하던 곳들 말고도 다른 은행들에도 문의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낮은 금리로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찬스.

가능한 많은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다.

내 개인 명의로는 물론, 투자사들과 내가 갖고 있는 기업 차원들에서도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것.

[여러 투자 은행으로부터 1,000억 달러 이상의 대출을 받은 거로 알려진 선우진.]

[스웜, 회사채 80억 달러어치 발행… 10년물 금리는 1.7%.]

[이제는 다시 사야 할 때? 선우진의 투자 전략을 알아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

그런 탓에 대부분의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펀더멘탈과 사업성이 튼튼한 몇몇 기업은 예외였는데.

내 사업체들도 그런 곳에 속했다.

덕분에 순조롭게 끝이 난 자금 조달.

-ㄷㄷㄷㄷㄷ 싸인 왔다.

-풀 베팅 때린다!

-믿습니다!

-앞으로는 무조건 오른다는 뜻이네 ㅇㅇ

그런 내 소식이 언론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 초기에만 해도 내가 이번에야 말로 실패했다는 기사가 여럿 나왔었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또 지난 지금 내가 정말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금융을 지배했던 로스차일드, 석유를 지배했던 록펠러, 강철을 지배했던 카네기.

그리고 21세기에는 선우진.

세계경제 역사에 있어서 전설적인 존재인 저들과 나를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

저들의 당시 재산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대강 3~4천억 달러라던데.

내 재산은 그걸 진작에 넘었으니 말이다.

지금 나를 뺴고 세계 최고 부자 소리를 듣는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등과는 아예 비교할 거리도 안 되고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을 100% 전량 소유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로스차일드나 록펠러 등은 저 많은 돈을 여러 곳에 펼쳐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했을 거다.

‘나도 이제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번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비해 2,40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걸 통해 3,000억 달러 넘게 벌었고.

처음 경제적 영향이 크지 않았을 때 500억 달러 정도를 날렸으니, 합치면 약 5,000억 달러.

나머지 회사들의 가치를 모두 합치면 5,000억 달러만큼은 되겠지.

물론, 코로나의 여파로 대부분의 주식이 떨어졌으니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1조 달러를 버는 게 머나먼 목표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달성할 것 같은 느낌.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 나아가 그 이상까지도.

이제는 바로 앞에 놓인 것 같았다.

‘몇 달이면 지금 떨어진 주식들은 다 회복이지. 올해 연말이면 아예 대호황 수준일 거고.’

[합이 약 3천억 달러입니다.]

금융권에서의 대출과 회사채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3,000억 달러.

그러면 내가 지금 휘두를 수 있는 돈이 8,000억 달러인 건가?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보스?]

조심스럽게 묻는 제이슨.

잠시 동안 대답을 골랐다.

사실 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세상을 지배해 보려고요.’

이건 너무 중2병 같으니 패스.

“조만간 역사상 다시 없을 랠리가 올 겁니다.”

[음… 물론 지금도 조짐이 있긴 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경기 부양책을 서두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2차 폭락 전 잠깐 상승하는 데드 캣 바운스나, 장기적인 더블딥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이슨의 의견은 사실 지금 대부분의 사람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거였다.

워렌 버핏은 물론 여러 전설적인 투자자가 현금을 쥐고 저런 우려와 함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달리 말하면…….

‘나 혼자만 돈을 벎.’

어쩌면 내 일대기를 두고 저런 웹 소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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