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설명이 어려움
[국내 유일 12나인 불화수소 생산 가능한 소울브레인, 이번에도 역시 선우진?]
[초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 그 뒤엔 선우진이…….]
[“한국 대단해!” “선우진 대단해!” 잔뜩 놀란 일본!]
‘뭐야 이 국뽕 기사는……?’
국뽕 유튜브 썸네일에 적혀 있을 법한 기사 제목.
그런데 또 저게 사실이기도 해서 뭐라 할 말이 없다.
실제로 일본 대형 커뮤니티인 2ch 반응이 딱 저 제목 그대로였는데.
-선우진 너무 쩔잖아…….
-이것이 바로 한국 형님www
-진짜 난놈이야.
-자민당은 병신인가? 왜 일본 기업의 수출을 나서서 막은 거야?
-그렇게 하면 한국이 엄청난 피해를 볼 줄 알았겠지… 아베 이 병신아, 한국에는 선 사마가 있다고.
-어떻게 하면 선우진을 일본인으로 만들 수 있을까?
-각키를 바칠 테니 귀화하는 건 어때?ww
-멍청아 선우진과 각키는 6살 차이야, 쟤한텐 아줌마라고wwww
-그렇게 어렸다고?
-선우진과 일본 연예인의 열애설이 몇 번 있지 않았나? 각키는 아니어도 2세를 일본인으로 만들 가능성이 없진 않을 거야.
-그거 다 신빙성 없는 찌라시야. 할리우드에서 나온 걸 보면 저 자식 취향은 탈아시아라고.
-wwwww 취향만큼은 나하고 비슷하네.
-너는 쟤와 달리 방구석에서 상상하는 거라는 것만 빼면.
뭐, 커뮤니티 반응은 수출 제재와 딱히 상관없는 내 얘기로만 도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번 일을 놓고 일본 내에서 여러 의견이 오가는 모양.
한쪽에서는 수출 제재 품목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이라도 제재를 해제하고 어떻게든 거래처를 유지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글쎄, 어느 걸 택해도 지금 시점에서는 별 효과가 없지 않을까.
‘수출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도…….’
괜히 일본 경제산업성이 1차 제재 품목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플루오린화수소와 디스플레이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을 택한 게 아니다.
저 3개 품목이 가장 주효한 수단이었기 때문.
하지만 그중 고순도 플루오린화수소는 소울브레인에서 벌써 국산화에 성공했고, 양산화 과정만을 앞두고 있었다.
물론 일본 제품의 품질이 좋고 값이 타국의 제품 대비 저렴한 게 사실이었지만, 소울브레인이 국산 기업인 만큼 가격 면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상대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게 사실.
내가 미리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불화수소가 없어서 곤욕을 겪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모두 해결된 일인 거다.
그리고 EUV 포토레지스트 또한 듀폰사의 공장을 짓는 거로 온전히 탈일본화에 성공할 수 있을 터였고.
‘그러면 남은 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하나인 건데…….’
이것 또한 듀폰과 같은 해외 업체에서도 제조하고 있다.
사실, 내가 1차 품목 세 가지를 다 기억하는 건 아니었던 탓에 이번 듀폰과 합작해 신설하는 공장에서는 빼먹었지만.
옆 부지에 추가적으로 양산 설비를 들여놓으면 되는 거니 오래지 않아 해결될 터였다.
뭐, 내가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다른 국내 기업에서 알아서 해결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지금 와서 제재를 해제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지.’
그럴 확률도 낮겠지만,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별로 실효성이 없었다.
[수출 제재 걸었다 선우진에게 큰 코 다친 일본!]
[일본 경제산업성에 대한 국내 여론 최악, 어쩌면 불매 운동까지 이어질 수도?]
이미 한국 내에서 일본에 대한 여론은 최악을 달리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몇몇 수출 제재 품목에 대해 국산화에 성공했는데, 굳이 여론의 뭇매질을 맞을 걸 각오하고 기존 공급처를 유지할 기업은 많지 않을 거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을 이용해 내가 비정상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애초에 벌어 봤자 얼마나 번다고.’
사실 소울브레인의 회사 가치가 10배 뛰어 봤자 나한테는 그게 그거다.
지분 100%를 취득하는 데에 1조 5천억 원 정도가 들었으니, 10배 오르면 15조 원.
내게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금액이다.
게다가 10배는 조금 과장한 거고 올라봤자 4~5배 정도일 테고 말이다.
* * *
잉글랜드, 런던 크로이던구(Croydon) 사우스 노우드(South Norwood).
크리스탈 팰리스 스타디움.
몇 년 전에 공사를 마친 팰리스의 신구장이었다.
10억 파운드의 금액을 들인 만큼 이제는 어느 구단도 부럽지 않은 초호화 시설을 자랑했는데.
“자, 한번 보세요. 이게 이중 구조라 이렇게 하면 축구용 잔디가 빠지고, NFL용 잔디가 나오는데…. 이게 바로 2중 개폐식 잔디 구장이라고 엄청 혁신적인 공법이거든요?”
나는 찾아온 손님에게 크리스탈 팰리스 스타디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총수용 인원 8만 2천 명에다가, 여기 보시면 3개 섹션에 최첨단 잔디를 옮길 수 있는 장치가 있거든요. 작동시키면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데에 겨우 48시간밖에 안 걸리죠.”
마치 집에 찾아온 친구한테 게임기 자랑하는 기분.
이런 얘기할 기회가 도통 없던 탓에 사실 누군가한테 처음 자랑하는 거기도 했다.
“그리고 또, 여기가 개폐식 돔구장이거든요. EPL에 돔구장이 하나도 없는 거 아시죠? 크팰 스타디움이 EPL 최초 돔구장이라는 거죠.”
“…그렇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대가 축알못이었던 탓에 크리스탈 팰리스의 스타디움이 지닌 위대함을 아무리 설명해도 그리 감흥이 없어 보이더라.
나름 답사 오기 전에 공부는 한 건지 내 분위기 맞춰 주겠다고 열심히 호응은 해 주긴 하는데.
원래 전문가 눈에는 이게 겉핥기로만 아는 건지 아닌지가 딱 한눈에 보이는 법이다.
여하튼.
“하하. 지루하신 거 같으니 부회장님 잘 아시는 숫자 얘기로 넘어갈게요.”
“아, 전혀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하시는 얘기들이 다 흥미로워서 열심히 듣고 있었는데요.”
오늘 크리스탈 팰리스 스타디움을 찾아온 손님이라 함은 바로 오성의 박재용 부회장.
이번 일본 수출 제재로 인해 가장 큰 직격타를 맞은 오성전자였는데.
이후로도 수출 제재 품목이 늘어날 거라 예상한 그는 유럽을 직접 찾아와 독일, 프랑스 등 여러 기업을 돌며 반도체 소재 등에 있어서 탈일본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참에 아직도 런던에서 지내고 있던 나를 찾아온 것.
물론, 박 부회장 정도 되는 사람이 내 얼굴 한번 보자고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 나와 같이 크리스탈 팰리스 스타디움 구경을 나온 건 아니었다.
“올해부터 NFL 인터내셔널 시리즈도 여기서 개최될 겁니다. 물론 당연히 8만 2천 개의 좌석 모두 매진될 거라 보고 있고요. 그리고 NFL뿐만 아니라 영국 내에서 인기가 높은 럭비, 복싱 등 다른 종목 경기들도 종종 개최될 거고요. 여기 또 EPL 경기가 있을 때 평소 관중 수를 보시면…….”
크리스탈 팰리스 스타디움이 단순히 크리스탈 팰리스 스타디움인 이유가 뭐겠는가.
바로 아직 명명권이 안 팔렸기 때문.
이걸 두고 현재 오성과 협상 중이었다.
구글에서도 10억 파운드의 금액에 제안이 왔었지만, 오성을 우선 협상자로 고려하고 있었다.
그런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우선, 크리스탈 팰리스 스타디움의 구장 명칭을 바꾸는 데에 오성에서 제안한 금액이 12억 파운드.
한화로 1조 9,000억 원이었기 때문.
거기에 크리스탈 팰리스와 오성이 이미 유니폼을 통해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던 사이였기 때문도 있었다.
2016년, 내가 크팰을 인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맺었던 계약으로.
5년 동안 총액 2억 파운드, 연간 4천만 파운드짜리 계약이었다.
‘저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오성과 지금의 관계가 시작됐었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스폰서십 계약이었지만, 현재 오성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후로도 추가 계약이 있을 게 자명한 상황.
‘오성 스타디움… 이름이 좀 구리긴 한데.’
그걸 감수할 가치가 있긴 했다.
아니면 갤럭시 돔이나 갤럭시 스타디움도 괜찮고.
보통의 EPL 타 구단 구장의 명명권은 해 봐야 4~5억 파운드 정도였는데.
크리스탈 팰리스의 것은 세 배나 되는 이유도 존재했다.
우선, 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NFL을 포함한 여러 종목의 스포츠 그리고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도 구장에서 개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크팰의 아시아 내 인기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
특히 중국 내에서 맨유를 뛰어넘고 최고 인기 구단에 등극했을 정도였다.
구단 웨이보 계정이 유럽 축구 클럽 가운데 가장 먼저 천만 팔로워를 달성한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심지어 동팡저우 영입 없이 이뤄낸 결과이니…….’
이건 진짜 나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 * *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스웜과 써밋-MGM은 이제 디즈니를 턱끝까지 추격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폭스가 더해져 SMF(써밋-MGM-폭스)가 된다면, 추격을 넘어 추월할 수 있을 거였고.
그런 만큼 최근의 내가 집중하고 있는 건 클라우드 시장이었는데.
“새로운 칩을 개발하셨다고요?”
[네, 우진. 으음. 리사가 하도 뭐라고 해서요.]
그것과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는 짐 켈러의 전화를 받았다.
“AI용 칩셋에 집중하고 계시던 거 아니었어요?”
[결국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만큼 서버나 데이터 센터용 CPU에 집중해 봤는데… 성능이 꽤 상당합니다.]
자신감 넘치는 짐 켈러의 말투.
현재 AMD의 서버용 프로세서 제품군은 EPYC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는데.
재작년에 1세대가 나와 아직도 1세대가 팔리고 있었다.
2세대부터는 7나노 공정을 도입해야 하기에 개발이 느려지고 있던 것.
‘그런데 그게 벌써 나왔다고?’
게다가 짐 켈러가 자기 입으로 성능이 상당하다고 할 정도였으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2세대 EPYC 시리즈 출시 예정일이 몇 달 후인 거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바쁘셨겠네요.”
[아, 2세대가 아닙니다. 제가 설명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하하.]
“……?”
2세대가 아니라고?
이게 대체 뭔 말인가 싶었는데.
[엄밀히 따지면 2.5세대… 아니, 3세대라 말해도 무방하겠네요. 기존 AMD에서 개발하고 있던 2세대인 롬 시리즈보다 여러 면에서 개선됐거든요. 하하, 덕분에 개발해 놓고 리사한테 욕 많이 얻어 먹었습니다. 이럴 거면 진작에 하지 그랬냐고요.]
“…….”
‘음.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 건가?’
[아! 짧게 설명드리면 롬과 달리 두 개의 16MB L3 캐시 대신 하나의 32MB L3 캐시가 있는 겁니다. 32코어 칩에서 더 빠른 이유는 코어 수가 적은 프로세서에 대해 더 높은 클럭 속도를 달성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물론 같은 7나노 제조 공정인 만큼 엄청난 상승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쭉 이어진 짐 켈러의 말.
솔직히 뭐라고 하는지 대부분 못 알아들었다.
며칠 전, 박재용 부회장이 느꼈을 감정이 이거였으려나?
‘후우. 그래도 내가 그동안 나름 공부는 좀 하긴 했지.’
반도체 회사 주인으로 살아온 짬밥도 몇 년 됐다고.
며칠 전의 박 부회장과는 달리 어느 정도 아는 척하는 데에 성공했다.
“음. 그럼 지미의 말대로면 단일 스레드 성능은 32코어 기준 기존 프로세서보다 20%는 족히 증가하겠네요? 64코어에서도 10~15% 정도는 상승할 테고요.”
[예! 정확하십니다. 역시 우진이에요. 아, 제가 그런데 또 얘기를 빼먹은 게 있는데… 제 친구들이 새로운 칩을 활용해 가상 머신 서비스를 개발 중이거든요. 완성된다면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겁니다. 기본적인 기능들을 대규모로 저렴하게 처리하는 데에 최적화하는 게 목적인 가상 머신인데… 쿠버네티스 클러스터처럼 스케일 아웃 워크로드들에…….]
이건 이제는 포기.
나중에 설명이 잔뜩 달린 보고서를 통해 이해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결국 저번의 박재용 부회장처럼 숫자로 설명을 해 달라고 했는데.
[음… 단순하게 설명하면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50% 빠른데, 40% 저렴한 기능을 갖출 수 있는 겁니다.]
“…….”
…뭐라고요?
왜 숫자로 들으니 더 비현실적인 거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