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99화 (199/267)

199화 투자의 신

[선우진, 트위치와 함께 방송 수익 40만 달러 기부, “앞으로 방송을 통해 얻는 돈은 모두 기부하겠다. 내역 또한 SW 재단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될 것.”]

당연하게도 며칠 내내 내 스트리밍 방송과 그 이후 기부 활동 등에 대한 뉴스가 나왔는데.

트위치에는 트위딧이라는 이름의 자체 커뮤니티가 있었다.

원래라면 자체적인 내부 커뮤니티가 없어 시청자 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레딧의 트위치 관련 서브 레딧이나 한국의 트게더처럼 별도의 외부 커뮤니티를 이용해야 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내 지시로 일정 팔로워 수 이상을 달성한 스트리머들에게 배정되는 자체 커뮤니티가 생긴 트위치였다.

덕분에 트위치는 단순 스트리밍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해당 스트리머에 대한 소통은 물론 여러 하위 커뮤니티를 자체적으로 생성하며 일종의 커뮤니티 사이트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트위치의 가입자 수 상승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 방문자만 5천만 명이 넘는 글로벌 초대형 커뮤니티인 레딧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1/10 정도는 되는 대형 글로벌 커뮤니티로 성장한 것.

‘그런데 거기에 내가 발목을 잡힐 줄이야…….’

-방장 어디 감?

-아니, 빨리 문 열라고. 문 열 때까지 숨 참음.

-신입이 빠져 가지고 방송 1시간 하고 튀더니 다음 방송 안 킴?

-(번역) 젠장! 당신의 말대로 이번 분기 쏟아진 스웜의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환상적이었습니다! 내 여가 시간을 모조리 가져갔어요.

-(번역) 아노… 선 사마는 일본에 방문할 계획이 없습니까? 일본의 많은 팬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시간 만에 40만 달러 벌어 놓고도 방송을 안 킴? 너 그렇게 돈 많냐?

-ㅅㅂㅋㅋㅋㅋ 선우진 스트리밍 다시보기 조회 수 지리네. 뭔데 벌써 1억임?

-팔로워 느는 속도 봐라; 그새 1만 명이 늘었네. 모두 20달러짜리 1티어 구독권이고;;

-이분이 국내 스트리밍계 GOAT라는 선우진 씨 맞죠?

잠깐 훑어본 몇 초 사이에 내 전용 트위딧 채널에 새롭게 작성된 글들이다.

이것 외에도 지난 방송 이후 겨우 사흘 동안 작성된 게시글이 몇만 개가 넘었고.

물론 대부분 다음 방송을 켜라는 독촉이었다.

탁, 타닥-

결국 한동안 방송은 없다는 공지를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요즘 여유 시간에는 대부분 글 집필에 전념하는 관계로 당분간 방송은 없을 예정입니다.]

-아;

-무적 핑계 대네.

-선우진 글이면 한 장에 얼마냐? 시급으로 따져도 40만 달러 걍 팰 거 같은데.

-한 페이지로 40만 달러 벌고도 남을 듯 ㅋㅋㅋ

-님들 ㅈ됨; <마지막 마법사> 서브 레딧서 선우진 귀찮게 하면 한국 찾아간다고 사진 올렸는데, 개무서움;;

-?? 뭔데 저 사람들 샷건 들고 있음?

-아니 샷건이야 미국이니 그렇다 쳐도… 할버드랑 모닝스타가 왜 집에 있지?

-엌ㅋ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내 변명이 잘 먹힌 것 같았다.

빨리 다음 방송 켜라는 글들이 십 분의 일 수준으로 줄어든 것.

대신 원래의 반 만큼 다음 작품 내놓으라는 게시글들이 새로 생겼지만… 그래도 새 글 올라오는 속도가 줄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기로 했다.

타닥, 타다닥-

물론 글을 쓰느라 시간이 없다는 건 당연 핑계가 아니었다.

실제로 시간이 날 때마다 집필에 집중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쓰고 있는 건 <건곤무쌍>의 최종장이었다.

사실 이번 선협물을 쓰면서 내 손가락과 손목을 무척이나 혹사시키고 있었는데.

타다다닥! 타닥, 타다닥-!

‘글 나오는 속도가 엄청 빠르단 말이지.’

원래도 그렇게 느린 편이 아니었고, 회귀 이후로는 그 속도가 몇 배는 된 덕에 엘레나가 나만큼 글 빨리 쓰는 작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지만.

그랬던 그간의 내 집필 속도도 선협물인 <건곤무쌍>을 쓰는 것만큼은 아니었다.

<마지막 마법사>나 <찬탈자>를 썼을 때와 비교하자면 거의 1.5배에서 2배는 되는 것 같은 속도.

타자가 꽤 빠른 편인데도 타자 치는 속도가 생각을 못 따라올 정도였다.

‘세계관이랑 설정도 정립이 모두 끝났고, 스토리가 궤도에 오른 이후로는 조금 반복적으로 진행되니까.’

사실 이번 작품 <건곤무쌍>은 그간의 내 작품들과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 있었다.

바로 별 대단한 주제가 없다는 것.

글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 대신 집중한 것은 내가 여러 선협물을 보고 느꼈던 그 원초적인 재미.

수행자와 신선이란 말로 포장되지만 결국 제 초월적인 능력을 믿고 제멋대로 날뛰는 이들을 깨부수고, 역관광시키고, 전리품을 빼앗고, 이용해 먹는 둥 극단적인 사이다패스+이득충의 모습에서 오는 재미에만 온전히 집중한 것이었다.

나쁘면서 센 놈이 나타나 주인공을 건드리고,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 그 나쁜 놈을 때려죽이고, 그다음에는 더 나쁘고 더 센 놈이 등장하는 반복적인 구조.

-음… 우진의 이번 글은 조금 실망이었어

-나는 재밌던데? Lol 오히려 예전 것들보다 내 취향이야.

-가볍게 쭉쭉 읽기는 좋았지. 나도 첫 권을 붙잡았다가 그날 밤을 완전히 새워 버렸으니까. 하지만 <마지막 마법사>와 <찬탈자> 같은 작품들에 비교한다면? 글쎄, 수준 차이가 너무 확연해.

-나도 비슷한 의견이야.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뿐이었지.

그 탓에 이번 <건곤무쌍>에서는 예전에는 받아 보지 못했던 혹평들도 간혹 있었다.

뭐, 저런 의견들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내가 쓰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이전의 글들에 못 미치는 부분들이 있다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런 혹평들을 내 스스로가 딱히 신경 안 쓰고 있기도 했는데.

‘뭐… 애초에 그러려고 쓴 거니까.’

뚜렷한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보다는 그저 내 재미를 위해 쓴 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거나 그럴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생각없이 쭉 원초적인 재미를 자극하는 글을 쓰고 싶었고, 쓰고 싶은 글이 생겼기에 망설이지 않고 쓰기 시작했던 거일 뿐.

‘이런 소설도 가끔 필요하단 말이지.’

누군가는 <건곤무쌍>을 흔한 주인공 킹왕짱 선협물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지던 집필 작업이었다.

그간 이런저런 일로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느낌이기도 했다.

물론 돈을 버는 건, 그것도 미래 지식과 내 위치에서 오는 여러 정보를 활용해 손쉽게 돈을 버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매일같이 사업 확장이나 투자에 집중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주인공을 중심으로 시원하고 사이다 일변도의 글을 쓰다 보니, 그런 감정들이 모조리 해소되는 기분.

‘요즘 너무 달리기만 하긴 했어.’

저번 방송을 무척이나 재밌게 느꼈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아무 말이나 뱉어도 시청자들이 날 좋아해(?) 주다 보니 피로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던 것.

타다닥-!

“후우-”

그렇게 쭉쭉 쓰다 보니 어느새 <건곤무쌍>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엘레나, 여기요.”

요 며칠 글에 집중할 거라 했더니 원고를 실시간으로 받아 보겠다는 명목으로 감시하러 온 엘레나에게 원고를 건넸다.

이곳 저택에 방이 꽤 많은 터라 엘레나는 오늘 하루는 여기에 묵으며 완성된 원고를 살필 예정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작가님. <언디피티드>는 이렇게 완결인가요?”

“음. 다음 시리즈가 나올 수 있다는 떡밥을 마지막에 살짝 흘리기는 했는데… 아직 결정은 안 했어요.”

“알겠습니다.”

<언디피티드>는 <건곤무쌍>의 영문명.

저 이름으로 스웜에서 드라마는 물론 영화도 나올 예정이었다.

마블에는 상치가 있다면 써밋-MGM에는 <언디피티드>가 있는 거다.

뭐, 아직 상치는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 전에 양조위 배우를 먼저 섭외해 볼까?’

아니면 그 대신 유덕화 배우를 섭외해 상치와 일종의 라이벌 관계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라이벌 기믹은 대중의 관심도에 있어서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는 하니까.

탁, 타다닥-!

“신작 바로 시작하시려고요?”

신작이라 함은 일전 계획했던 적이 있는 <마지막 마법사>와 <찬탈자>에 이어 루덴 대륙의 최종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

아직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지 정하지 않은 탓에 제목도 나오지 않았다.

“네. 일단은 얼개만 좀 잡아 보려고요.”

그렇게 말하자 웬일이냐는 듯한 얼굴을 하는 엘레나.

그러고는 조용히 방을 나간다.

아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친 성실 작가 취급을 받았었는데 언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네.

으음. 저런 엘레나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그간 내가 글을 너무 띄엄띄엄 쓰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방금 모건스탠리에서 전화가 왔어요. 더 이상의 콜 옵션 발행은 힘들 것 같다는데요?”

“RBC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우진이 한동안 소설 집필에 집중하는 사이.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 퓨쳐 인베스트먼트의 전 직원도 모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1,000억 달러 이상을 상승장에 투자한 이후, 뉴욕 증시가 활활 타오르면서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세 회사들.

하지만 벌어들이는 금액이 커질수록 직원들은 더욱 바빠지는 법이었다.

물론, 엄청난 인센티브가 그에 대한 대가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흐흐. 다들 우리한테 그간 많이 털리긴 했지. 일본이나 중국 쪽은?”

“일본 쪽도 비슷해요. 대부분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래도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받아 주겠다는 곳은 몇 군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들이 벌어들인 수익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됐다는 뜻이었다.

2019년이 되며 순항하기 시작한 뉴욕 증시 덕에 대부분의 월스트리트 사람은 웃고 있었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이들이 몇몇 있었으니.

“빌어먹을! 겨우 외국인 투자자 한 놈이 떠들었다고 이렇게 분위기가 뒤바뀌는 게 말이 돼?”

작년부터 올해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리포트를 연일 쏟아 냈던 모건스탠리와 RBC 캐피탈 마켓 등.

하락장을 예상하고 선우진에게 엄청난 규모의 파생 상품을 발행해 줬던 곳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뒤늦게나마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부랴부랴 포지션을 전환해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그렇다고 자기네들의 자금이 고작 서류 몇 장에 고스란히 선우진에게 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배 안쪽이 뒤틀릴 지경이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 “내년 연준이 재차 금리 인상할 가능성 높아… 선우진의 예상처럼 장밋빛 미래는 펼쳐지지 않을 것.” -2018.12.29]

-lol

-이게 바로 내가 월가 놈들이 싸그리 멍청이라 떠드는 이유지.

-한국에서는 보통 이런 걸 두고 웃음 벨이라 부르더라.

-심지어 모건스탠리는 비트코인 폭등 때도 비슷한 소리를 했다 망신당한 전적이 있어. Lol 결국에는 제임스 고먼의 말대로 폭락이 오긴 했지만 한참은 지난 후였지.

-그러면 선우진한테 벌써 2번이나 털린 거네?

-브렉시트까지 포함하면… hmm.

특히 이번에도 공개적으로 하락장이 올 거라는 발언을 했던 모건스탠리의 CEO 제임스 모건은 망신살을 피할 수 없었는데.

‘하! 모두 비전문가들의 헛소리야.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얼마나 대단한 전문가이건 틀릴 때가 있는 법이라고.’

물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던 그는 쏟아지는 말들을 모조리 무시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시장 상황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흐르는 건 금융 전문가라면 모두가 겪게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연스레 들게 되는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잠깐만. 그러면 대체 선우진 이놈은 뭐지?’

모건 스탠리의 CEO가 될 정도로 능력 있는 금융가인 자신도, 이번처럼 간혹 크게 틀릴 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다면… 브렉시트, 미국 대선, 중국과 미국이라는 감히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증시의 향방까지 예상해 내고 매번 맞춰 버리는 선우진은 대체 뭐란 말인가?

‘진짜 투자의 신이기라도 한 건가……?’

월가의 거물 중 하나인 그에게마저 그런 비합리적인 생각이 들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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