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96화 (196/267)

196화 산타가 됨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었으니 몇몇 사람에게 인사를 보냈는데.

톡, 토독-

-나: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우우웅-

-Mr. 프레지던트: 메리 크리스마스일세. 비록 주위에 멍청이들만 가득한 탓에 나한테는 그저 그런 크리스마스지만.

트럼프도 빼먹을 수 없었다.

혹시 몰라 예전 ‘이상한 놈’에서 저장명을 바꿔 놓은 트럼프. 요즘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건지 답장에 담긴 의미가 심상찮았다.

원래 이럴 때일수록 생색내는 게 가장 중요한 법.

-나: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은 조금 늦게 도착할 겁니다.

-Mr. 프레지던트: 선물? 하하. 깜짝 선물 받을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고맙네. 나도 답례를 해야겠어.

아직은 내 선물이 뭔지 모를 트럼프.

하지만 머지않아 알게 될 수밖에 없을 거다.

[산타 랠리는 없었다… 하락세로 출발한 26일 증시.]

[뉴욕 증시, 트럼프 리스크 커지며 초반부터 마이너스로 출발.]

그렇게 별다를 것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다음 날.

뉴욕 증시는 전과 같이 하락세로 출발했는데.

그 탓에 시장의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보통 성탄절 부근이 되면 이듬해 초반까지 주가가 상승세를 타게 된다.

연말이 되면서 많은 사람이 보너스를 타는 것도 있고, 소비가 늘어나며 기업의 이윤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런 일이 발생할 거라 생각하며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 심리 때문이겠지만.

하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파월 연준 의장과 트럼프 사이의 갈등이 불러온 파월 해임설, 계속된 무역 전쟁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 등으로 인해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한 것.

“아, 아. 들리시나요?”

그런 상황에서 가진 제이슨과 윌리엄과의 화상 회의.

최근 줌을 통한 원격 근무 제도를 내가 가진 미국 기업들 위주로 시험 중인데.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총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였다.

예전, 시그마 캐피탈을 인수하고 줌의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 650만 달러에 8.5%를 사 왔었고, 그 이후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수했었다.

처음 투자했던 시리즈 B 이후로 줌의 가치가 매우 올라 25%를 가져오는 데에 1억 달러 상당이 들었지만, 최소 수십 배의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다.

조만간 언택트 시대가 오면 줌의 기업 가치는 떡상 of 떡상을 반복하게 되니까.

‘그 시점이 오면 최고점에서 정리해야겠지.’

통째로 인수하는 방법도 생각했었지만, 창업자인 에릭 유안의 지분 방어 의지가 너무 확고했다.

내가 가진 25%도 그중 10%는 의결권을 에릭 유안에 위임하는 조건으로 취득할 수 있던 거였다.

뭐, 에릭 유안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좋은 가격에 지분을 넘길 수 있을 테니 큰 불만은 없었지만.

여하튼.

[보스, 모두 준비됐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여섯 살 때였나, 일곱 살 때였나.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 내 머리맡에 선물을 놓고 나가시는 아버지를 본 이후로, 나는 남들보다 빠르게 산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산타가 없단 걸 알게 됐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지는 않았다.

왠지 그걸 말하면 다음 크리스마스부터는 선물을 못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산타가 주는 것이든, 아버지가 주는 것이든 결국 선물만 받으면 장땡 아니겠나?

뭐, 지금도 그것과 비슷한 거다.

산타 랠리가 없다고? 이것저것 기타 등등의 이유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서?

그러면 뭐…….

‘내가 산타하면 되지.’

“좋아요. 바로 시작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잠깐만… 몇 달 전에 방미 경제인단이 들고 온 선물 보따리가 40조 원이었던가?’

달러로 400억 달러가 조금 안 되는 금액.

흠… 생각보다 소박한 사람들이었네?

* * *

계속된 하락세 속에 전반적으로 매우 굳어져 있는 월스트리트의 분위기.

하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모두 전투적인 태세로 모니터 앞에 자리한 곳이 있었다.

“모두 준비됐나?”

“예!”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 그리고 퓨쳐 인베스트먼트까지.

선우진의 지시를 받은 제이슨과 윌리엄이 직접 직원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럼 시작하게.”

“지금부터 바로 말입니까?”

“그래. 산타가 안 찾아오면 직접 데리고 와야지.”

‘그러면 작전명은 가짜 산타인 건가?’

제이슨이 실없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지시에 따라 빠르게 주문을 쏟아 내기 시작하는 직원들을 바라봤다.

탁, 타다닥-!

타닥!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 퓨쳐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반년 동안 갖고 있는 자산 중 상당수를 현금화해 왔다.

중국 시장에 베팅하기 위함이 첫째요, 그 이후로 계속된 하락세 속에 시장의 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렇게 몇 달 전부터 여러 자산을 매각해 왔던 세 회사.

거기에 선우진의 예상대로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었으니.

덕분에 비슷한 규모의 다른 헤지펀드들 보다 몇 배는 많은 실탄을 쌓아 놓은 상태였다.

무려 600억 달러.

빠르게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성 자산까지 합치면 1,1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1,100억 달러가 전부 시장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타닥-!

“주문 완료했습니다!”

“여기도요!”

세계 증시가 전부 하락세인 상황.

하지만 세 회사의 포지션은 정반대였다.

안전 자산인 달러와 금은 매도하고, 그 돈을 더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모조리 롱 포지션에 투입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세 회사의 움직임이 시작된지 오래 지나지 않아 월스트리트의 여러 금융사가 이상함을 파악했다.

갑자기 엄청난 자금이 뉴욕 증시에 유입되기 시작된 거였으니 당연한 것.

“100억, 200억… 250억… 아니, 10분 만에 250억 달러어치의 주문이 쏟아진다고?”

“이거 뭐야? 어디서 이러는 거야?”

시장 정보에 누구보다 민감한 월가의 매니저들.

하지만 그런 그들로서도 미처 예상치 못한 엄청난 자금 유입이었다.

그것도 그 규모가 10분 만에 250억 달러를 넘어, 500억, 700억, 끝내 1,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니.

특히 금융사에서 파생 상품 쪽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자신의 모니터 속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었다.

“누가 롱 포지션 상품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어떤 미친놈이야? 이런 상황에 들어온다고?”

시장의 예상과 정반대의 행보.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과감한 베팅.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았다.

더욱이 할 수 있더라도 실제로 하는 곳은 더욱 적었고.

몇몇 직원은 순간 기시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미친 짓을 한 차례도 아니라 수 차례, 그것도 매번 성공을 이뤄 내며 몇 년 사이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게 된 투자자가 한 명 있지 않은가.

그렇게 이리저리 연락을 돌린 그들이었는데.

“어디서 온 자금인지 파악했어?”

“SW 인베스트먼트 쪽인 것 같습니다!”

“퓨쳐 인베스트먼트에서도 300억 달러 이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머지않아 주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자신들이 누구인지 숨기지도 않으려는 듯, 거침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그 근원지를 파악했을 때쯤에는 벌써 1,000억 달러가 넘는 주문이 완료된 상태였다.

심지어 거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추가 주문이 들어오고 있었으니.

“선우진, 선우진이잖아?!”

“갑자기 선우진이 증시 상승에 배팅한다고?”

“속임수일까요?”

“이런 과감한 포트폴리오로? 설마! 자칫 삐끗하면 다 잃게 될 텐데?”

소식이 빠르든 늦든, 월스트리트의 모두가 선우진의 움직임을 알게 됐다.

그간 매번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듭해 온 선우진.

그의 명성은 지금까지 월스트리트를 수 차례나 진동시켜 왔었는데.

그런 만큼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 중 하나였다.

워렌 버핏과 조지 소로스 등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온 명성을 5년도 되지 않아 뛰어넘은 투자자.

일각에서는 그를 그저 도박에 맛들여 도박을 일삼는 미친 투자자로 평하는 곳도 있었지만.

사실 그런 혹평을 하는 이들마저도 잘 알고 있었다.

한두 번에 끝나면 그게 그저 운에 의존해 도박을 하는 미친 짓이겠지만, 서너 번, 그 이상으로 이어지면 더 이상 도박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대부분의 월스트리트 투자사가 보기에 선우진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존재였다.

“선우진이 괜히 이러는 게 아닐 텐데…….”

“일단은 우리도 매수로 돌려!”

“우선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고. 현재 포지션 유지해.”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선우진을 따라 매수세로 돌리는 이들.

아무리 선우진이라 해도 지금의 시장은 위험하다며 원래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이들.

다만 그들 모두 공통적으로 선우진의 행보 하나하나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700억 달러 이상을 뉴욕 증시에 베팅한 선우진!]

[이번에도 새로운 역사 쓰나?! 선우진, 시장 흐름과 정반대로 증시 상승에 투자하고 있어…….]

그때, 폭스 뉴스를 중심으로 선우진의 투자 소식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다른 언론들 또한 빠르게 소식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모두 팔 때, 홀로 사들이는 선우진… 브렉시트 때 재현되나?]

[다가오는 새해를 대비해 미국 증시의 상승에 투자하는 선우진.]

2000년대에는 빌 게이츠, 2010년대 초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요즘 대중적인 유명세가 가장 많은 기업인은 바로 선우진.

애초에 대중과 무척이나 가까운 엔터 사업의 거물인 만큼, 선우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게다가 선우진의 유명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그가 지금까지 손댄 투자 중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는데.

-700억 달러라고?

-저것도 업데이트 안 된 소식임… 월가에 도는 소문으로는 예상 투자액이 1,000억 달러가 넘는다던데?

-콜 옵션은 물론이고 레버리지 낀 인덱스 펀드도 엄청 사들이고 있대.

-이거 미친 호재 아님?

-파생 상품 시장 지금 미쳐 날뛰는 중… 나도 일단 따라갔음.

평소 투자 활동을 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투자를 해 본 적 없던 이들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게다가 이런 움직임은 미국에만 한정된 게 아니었다.

-ㄷㄷㄷㄷ 선우진 또 미친 패기 보여 주네.

-요즘 주식 투자 하지 말라고 다들 그러던데…….

-걔네 말을 믿음? 난 선우진 믿고 미국에 풀베팅 때렸다

-ㅅㅅㅅㅅㅅㅅ 드디어 상승장 오냐.

-내가 우리 엄빠는 안 믿어도 선우진은 믿음 ㅇㅇ 국내 주식 다 팔고 미국 투자함.

-ㄷㄷ 뜨거운 효자;;

-근데 선우진 ㄹㅇ 개부자네… 클라우드에 수백억 달러씩 투자한다고 며칠 전에 기사 본 거 같은데, 1,000억 달러 또 어디서 남?

-금이나 석유 같은 안전 자산 투자했던 거 다 팔고 풀베팅 때렸다는데? 이 정도면 ㄹㅇ 시그널 아니냐?

-일단 난 따라간다.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 퓨쳐 인베스트먼트의 세 회사가 투입한 1,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

선우진의 움직임에 발맞춰 빠르게 포지션을 바꾼 이들의 규모도 수천억 달러에 달했다.

거기에 미국과 한국, 심지어 중국에서까지 퍼진 선우진의 유명세에 따라 투자하기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까지.

그것들이 모두 합쳐지니 조금씩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미국의 여러 증권 지수.

비록 크리스마스에는 맞추지 못했지만, 며칠 늦은 산타 랠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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