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역시 중국은 중국
“이제야 클라우드 사업부 매출이 좀 나오네요.”
“예.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엄청난 수준입니다. 기존 AWS의 독주를 완전히 저지했을 정도니까요.”
사업을 시작해 오고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한국이 과연 IT 강국이 맞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분명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기사나 기타 등등을 보면 그런 소리를 빼놓지 않지만.
정작 내가 바로 그 IT 사업을 하면서 느낀 건 오히려 한국이 그런 IT 강국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인터넷 보급이나 광케이블의 수, 파운드리 방향에서의 반도체 기술과 스마트폰 점유율 등에서는 미국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는 게 맞았다.
하지만 그런 하드웨어적 역량을 제외하고 소프트웨어 쪽을 보면 한숨만 나오는 수준이었는데.
‘보스… 대체 이 액티브 X라는 게 뭡니까?’
‘이거 혹시 경쟁사의 스파이웨어 아닙니까? 대체 뭘 이렇게 설치하라는 거야?’
‘인터넷은 빠른데… 인터넷만 빠르네요.’
‘아니! 웹 표준을 대체 왜 안 지키는 거야, 이 나라는?!’
가끔 실리콘밸리의 인력들을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킬 때가 있는데.
그들이 한국에 처음 올 때마다 하던 말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IT 강국 코리아’라는 말이 참 무색하다고 느꼈었다.
‘그래도 마냥 헛소리는 아니었다는 거지.’
하지만 이게 클라우드 산업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SCP가 처음 출범할 때만 해도 1조 원이 될까 말까 했던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
그랬던 게 1년도 되지 않아 약 3조 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다.
무려 300%나 되는 놀라운 성장률.
이대로라면 1, 2년 내로 10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급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그동안 안 해서 허접했던 거였지, 막상 하면 잘한다고 해야 하나?
‘뭐… 조금 반칙을 쓴 것 때문도 있지만.’
물론 한국의 클라우드 산업이 그럴 수 있던 데에는 나의 역할이 정말 주효했다 볼 수 있는데.
내 자랑하는 건 아니고 실제로 그랬다.
[오성그룹, 미래차그룹, CM그룹에 이어 GL그룹까지?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는 한국 주요 그룹들… 그 중심에는 선우진의 SCP가 있어.]
[선우진이 이끈 국내 클라우드 혁명! 주요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까지 속속들이 클라우드 통해 디지털 전환 추진 중!]
사실 이건 자랑이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내 악명(?) 때문에 생긴 효과인데.
나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오성그룹이나 CM그룹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미래차그룹, 미래중공업그룹, GL그룹 등 그간 여러 관계를 맺어 온 이들이 모두 기존의 IT 시스템을 SCP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시작하다 보니…….
내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른 대기업들까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너도나도 SCP를 통한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게 아닌가?
심지어 대기업 대부분이 그러는 걸 보고 중소·중견기업들도 ‘아, 선우진한테 밉보이지 않으려면 저래야 하는 거구나’ 싶어서 그걸 따라하고 있다고 한다.
‘아니… 생각해 보니 억울하네?’
뭘 했다고 나를 그런 쪼잔한 놈으로 보는 거지?
어? 내가 무슨 남의 그룹 핵심 계열사들에 공매도 엄청 쳐서 주가 떨구고 사 모으기를 했어.
아니면 바로 경쟁 기업을 차린 다음에 엄청나게 투자해서 시장 파이를 뺏어 오기를 했어?
‘…어라?’
흠흠.
과거를 반추해 보니 내가 그런 짓들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만…….
먼저 선빵 맞아서 나도 갚아 준 거니, 무죄 아닐까?
음, 역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무죄 맞다.
즉, 나는 지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
물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알아서 내 회사 매출 올려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행정안전부, 공공 부문 클라우드 기본 계획 마련. SCP와 함께 클라우드 시대 선도할 것.]
[KTF와 시리즈, 야심차게 준비했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시작도 전에 좌절?]
[정부 3.0을 위한 공공 클라우드 사업에 SCP가 최적인 이유 7가지!]
여하튼.
여러 공공 기관에서도 클라우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사기업들이 모두 클라우드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니 그 흐름에 맞춰 가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그만큼의 파이도 SCP 코리아가 추가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고.
공공 클라우드 사업인 만큼, AWS나 MS의 애저 등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를 제치고 자신들이 선정될 거라 생각했던 KTF와 시리즈 등은 닭 쫓던 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MS, 2018년도 1분기 실적 발표. Azure 매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93% 매출 증가.]
[호실적 발표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 상승 이어 나가… 시가 총액 7,400억 돌파.]
[Azure와 오피스 365의 무서운 성장세… 답은 클라우드였다?]
뭐,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했다.
전 세계 시장 규모에서 1% 남짓에 불과한 국내 클라우드 산업 규모.
SCP가 국내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긴 했어도 현재로서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2%가 조금 넘을 뿐이다.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AWS의 시장 점유율은 약 30%.
그 바로 다음인 MS의 점유율은 13%, 구글이 7% 정도.
SCP의 점유율은 이제 막 시작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들과 비교하자면 너무나도 초라한 수치.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중국 내 데이터 센터 완공이 올해면 모두 끝난다 했죠?”
“네. 새로 공사에 들어간 9곳을 제외하면, 모두 올해 10월까지는 완공이 됩니다.”
“좋네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
이곳은 사실 내 입장에서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다른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힘을 못 쓰는 걸 넘어 진출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분리된 서버와 데이터 센터를 갖추고 운영도 현지 기업 등에 맡겨야 하는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서는 당연히 고민될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이미 중국에 특화된 서버나 데이터 센터가 있었지. 덕분에 고민 없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강화할 수 있었고.’
틱톡의 중국판 버전인 더우인.
틱톡이 미국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 이상으로 중국의 소셜 미디어 시장을 평정해 버린 SNS가 바로 더우인이었는데.
일간 사용자가 무려 3억 명에 달했다.
기존 중국 SNS의 강자였던 웨이보의 2억 명을 초월해 버린 수치.
물론, 더우인이 잘나가는 만큼 발생시키는 트래픽과 데이터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그렇다고 그 데이터들을 해외 데이터 센터로 보냈다가는 중국 당국이 그걸 빌미로 어떤 시비를 걸어올지 몰랐으니.
나로서는 애초에 클라우드 산업에 뛰어들지 않았더라도 중국에 특화된 서버와 데이터 센터를 대거 증설했어야 한다는 소리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끼어들지 않으니, 남은 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인데.’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중국 시장에서는 아마존, 구글, MS만큼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IT 기업들.
솔직히 말해서 그들과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세 기업이 함께 덤벼도 나 혼자 중국 클라우드 시장을 평정할 자신이 있었지만…….
그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을 때의 얘기고.
이곳은 중국이었다.
역시 중국은 중국이라고 해야 하나.
마냥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최근 그걸 제대로 느낀 일이 있었지.’
문득 떠오르는 며칠 전의 통화.
오랜만에 가진 광둥성 당서기, 후싱루이와의 통화였는데.
용건은 내가 이전 바이트댄스 CEO인 장이밍과 바이트댄스의 자회사이자 더우인 운영사인 베이징웨이보스제커지를 상대로 냈던 소송에 대한 것이었다.
“예? 제가 오히려 패소할 거라고요?”
[아무래도 중국인이 아니시다 보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법에 따라 판결이 나와야 할 법원에서 제가 중국인인지 아닌지가 중요합니까? 무슨! 중국이라는 나라는 법치주의도 모른답… 아.”
[…….]
이건 내 실수.
말하다가 깨달았다.
모르는 게 맞다는걸.
문화대혁명 때 그런 것쯤은 깡그리 태워 버렸겠지.
‘사실 말도 안 되는 건데.’
바이트댄스는 내가 40%, 온전히 내 소유인 틱톡 worldwide가 20%, 창립자이자 CEO인 장이밍이 40%를 들고 있는 회사다.
즉, 사실상 내가 60%를 들고 있는 내 회사인 건데.
그런 바이트댄스에서 나 몰래 장이밍이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 어딘가로 전송한 정황이 발견됐다.
분명 정상적인 국가라면 내가 승소하는 게 당연한 상황.
“중국 정부에서는 아무래도 제가 외국인인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거겠죠?”
[으음. 조금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당국이 함부로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이라 보는 게 옳습니다.]
그러고 보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체포설이 돌고 있다던데.
내가 알기로는 이러다 몇 달 후에 나타나 그 이후로는 예전과는 정반대로 친정부 모습을 보여 주게 되는 마윈 회장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곳이 중국이란 거지.’
하지만 중국과 정상이라는 단어는 함께 쓰이기가 매우 어려운 두 단어.
애초에 아직 재판이 있지도 않았는데 그 결과가 어떨지를 당서기가 알고 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않나.
재판이 있기 전부터 결과가 확정되어 있다는 뜻일 텐데.
그것도 비정상적인 쪽으로 말이다.
‘트럼프만 또라이가 아니라 이거지.’
거기는 대통령이 상또라이라면,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니어도 위에부터 아래까지 전부 또라이인 곳이라 봐야 한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저를 위해 노력해 주셨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아무튼.
그렇게 후싱루이와의 통화를 끝내고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결국, 나 또한 한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헤이. Mr. 마.”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내가 소설로 중국에 텐센트를 통해 진출한 이후, 미디어나 엔터 사업 쪽에서 여러 협력을 지속해 온 덕에 나와는 사이가 꽤 괜찮은 양반이었는데.
“그 뭐냐… 요즘 더우인 잘나가는 거 아시죠?”
[하하. 자랑하시려고 전화하신 겁니까?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위챗의 사용자 수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어 저희도 긴장해야겠다고 회의에서 강조한 참입니다.]
“에이, 채팅 어플인 위챗과 더우인은 영역이 다르죠.”
모름지기 중국은 무협의 나라.
그런 만큼 나도 무협의 유구한 전통을 따르기로 했다.
물론 이건 중국 정통 무협 말고 K-식으로 변화된 방식이긴 하지만… 여하튼.
‘뭐, 중국 입장에서는 내가 무슨 무협의 천마 같은 게 아닐까?’
중원에 근본을 두지 않은 새외 무림의 절대 강자, 천마.
그런 놈이 와 가지고 중원 정복을 하겠다고 그러고 있는데.
이게 또 정복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같으니, 기존 중원인들 입장에서는 보기 싫은 거지.
그러니까 지금처럼 관무불가침이라는 국룰을 깨고 민과 관이 협동해서 나를 괴롭히는 거 아니겠나?
그런 거라면…….
“…그래서 말입니다, Mr. 마.”
나도 그런 무협식으로 나가 주는 게 맞겠지.
원래 마교가 중원 침공할 때는 중원의 거대 세력 중 하나와 내통하는 게 국룰이거든.
* * *
[바이트댄스, 전 CEO 장이밍 베이징 인터넷법원서 결국 패소. 보유 바이트댄스 지분 전량 내려놔야 할 것으로 보여…….]
[선우진, “바이트댄스가 내 소유이긴 해도 중국의 기업인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중국의 전통을 존중할 것.”이라 밝혀.]
[새로운 파트너로 텐센트를 낙점한 선우진?! 장이밍의 지분 텐센트가 인수해 파트너십 강화할 것!]
[위챗과 바이트댄스의 지분 교환한 선우진과 텐센트, 교환 비율은 알려지지 않아.]
* * *
[텐센트 클라우드, SCP와의 협력 발표. 3개월에 걸쳐 자사 클라우드 SCP에 편입시킬 것.]
[선우진과 텐센트의 관계 더욱 강화? 긴장하기 시작하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중국 내 파트너로 텐센트를 택한 선우진. 무려 5년이 넘는 인연?!]
[텐센트는 왜 클라우드 산업을 전부 선우진에게 넘겼는가? 그 속사정을 살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