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85화 (185/267)

185화 우리 편

계속해서 회의가 이어졌는데.

“저… 사실 AAA 게임을 개발한다는 게 말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개발 주기도 최소 3년 이상, 개발 비용도 8천만에서 1억 5천만 달러까지도 드는 일입니다.”

“…그런데요?”

게임사 경영진들과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괴리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제가 개발 비용 아끼지 말고 팍팍 쓰라고 했으니, 크게 1억 5천만 달러로 잡으면 될 거고… 지금 돈 많이 든다는 얘길 하시는 건 설마 아니시죠? 최근 써밋-MGM이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비로 쓴 게 얼마였더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2억 5천만 달러, <마지막 마법사> 2부가 3억 4천만 달러입니다, 보스. 3부 예산은 2억 9천만 달러 정도로 잡아 놨고요.”

옆에서 날 수행하는 비서가 답해 줬다.

그 말을 듣고 입이 떡 벌어지는 유비소프트의 경영진들.

그래, 블록버스터급 영화 제작비로 2~3억 달러는 가볍게 쓰는 게 써밋-MGM인데.

어디서 1.5억 달러 가지고 징징인가, 징징은.

‘SCP라고 진짜 돈 먹는 하마는 따로 있지만…….’

매년 투자액이 최소 300억 달러.

그래서 1.5억 달러 얘기는 우습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마케팅 비용도 더 아낄 수 있겠죠. 요즘 AAA 게임의 홍보는 영상 플랫폼이나 소셜 미디어 등이 중요하지 않나요? 스웜과 틱톡, 트위치 등에서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맞… 맞습니다.”

물론, 게임 산업에도 적지 않은 돈을 쓸 생각이었다.

아직은 그저 구상 단계에 불과했지만 내 다른 사업들과 연계될 여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내 기존 IP나 게임 IP를 서로 크로스해서 OSMU로 활용하는 것 말고도…….’

구독형 게임 서비스.

OTT를 통해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구독하면 여러 영상 콘텐츠를 푸는 것처럼, 게임 또한 그런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비소프트뿐만이 아니라 여러 게임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었고.

뭐… 이런 생각을 내가 혼자 머릿속에서 떠올린 건 아니었고.

‘이미 MS가 하고 있는 방식이지.’

작년에 출시된 엑스박스 게임패스.

나도 한때는 그 이용자였기에 그 확장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런 움직임을 보이게 될 곳이 MS 혼자인 것도 아니다.

MS뿐만 아니라 애플도 애플 아케이드로, 아마존도 아마존 프라임 게이밍으로.

자신들의 시간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간 사업을 해 오면서 느낀 건데.

결국 앞으로의 싸움은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얼마나 점유하냐의 싸움이 될 거라 느꼈다.

영상 콘텐츠에서는 스웜과 트위치로, SNS에서는 틱톡으로.

거기에 게임까지 추가해 이용자들이 하루 종일 내 플랫폼에 시간을 쓰게 만드는 게 내 계획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PC와 콘솔 시장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모바일 쪽도 신경 써야 하는 건 당연했고.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른 빅테크 기업의 목표들도 비슷할 거다.

하루를 자신들로 시작해 자신들로 끝내길 원하는 것.

‘중국이 흔들릴 때가 기회야.’

조만간 있을 미중 무역 전쟁.

위안화 환율 또한 영향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타 중국의 여러 게임사를 사들일 생각.

다른 거라면 몰라도 모바일 게임 쪽에서는 앞으로 엄청난 대세가 되는 중국이다.

원신과 명일방주, AFK 아레나 등 서브컬쳐 게임들이 PC / 콘솔 게임들의 몇 배나 되는 매출을 기록하게 되는 것.

결국, 씹덕은 돈이 된다는 거다.

‘클라우드 컴퓨팅 쪽을 발전시키다 보면 게임에도 활용이 가능하겠지.’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로 불가능하겠지만,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다 보면 클라우드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될 거다.

개인의 컴퓨터에서는 영상 및 음성 신호만 받아서 출력하고, 게임의 실행과 플레이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뤄지는 거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가상화 컴퓨터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 그걸 대체하는 것.

그렇게 되면 고사양의 스마트폰이나 PC, 콘솔을 굳이 살 필요가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거다.

필요한 하드웨어라고는 해 봐야 컨트롤러나 주변 부품 정도.

그리고 그 말인즉슨…….

‘굳이 다른 기업들처럼 제조업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지는 거지.’

스마트폰이야 지금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해 뛰어들건 애플과 삼성을 이길 수 없고.

콘솔 또한 플스나 닌텐도, XBOX를 이기기 힘들다.

PC 제조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제조업에서 굳이 그들을 이기려 애쓸 필요 없이, 오로지 소프트웨어적 역량만으로도 파이를 빼앗아 올 수 있었다.

경쟁 테크 기업들의 매출은 줄이고, 내 건 늘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상황이 되는 것.

‘굳이 내 손해를 찾자면 AMD의 CPU나 GPU 매출이 하락하는 거겠지만…….’

그만큼 서버용 칩에 대한 수요는 더욱 올라갈 거다.

그리고 모든 곳에서 이득만 볼 수는 없는 법.

더 큰 이익을 위해서는 감수할 수 있는 출혈이었다.

뭐, 아무튼.

그건 앞으로 몇 년을 들여서 진행해야 할 목표였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지금은 먼저 당면한 과제부터 착수하는 것이 옳았다.

“아, 그리고 유비소프트에서 해 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요. <마지막 마법사>의 게임화. 그걸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개발 비용은… 어디 보자. 첫 게임화인 만큼 제대로 해야 할 테니, 넉넉잡아 2억 달러면 되겠네요.”

“…….”

그사이 나한테 적응한 건지.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 유비소프트 경영진들이었다.

* * *

돈을 썼으면 이제 벌어야 할 시간이다.

다행히 그동안 기다려 왔던 뉴스가 때마침 터져 줬는데.

[트럼프 정부, 600억 달러(약 64조 원)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 품목에 관세 부과 및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 예정.]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시작되나……? 도날드 트럼프,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해 왔다. 이제는 철퇴가 필요할 때.” 강경한 발언 화제.]

-역시 트황상;

-도람프 성님 패기 지리네.

-좋아할 게 아님… 이러면 우리도 피해 볼 수밖에 없음.

-ㅇㅇ… 관세 조치에서 한국은 예외더라도 우리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타격 클 거임.

톡, 토독-

댓글창을 보다가 나도 하나 적었다.

-상해 종합 지수 폭락! 트황상 발언 덕에 벌써 5% 떨굼! 곱버스로 달달하게 땡겼다.

그것도 그냥 곱버스가 아니라 3배짜리 종목.

지수는 겨우 5% 떨어졌지만 내가 번 수익률은 15%다.

게다가 이번 투자는 단순히 지수에만 투자한 게 아니었는데.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철강, 알루미늄 등.

다양한 상품에 분할해서 투자를 했다.

모두 이번에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관세를 때리겠다 언급한 것들.

거기에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 등의 직원들이 지금도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실시간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을 터였다.

큰돈을 들여 월스트리트의 다른 회사에서 빼 온 유능한 직원들.

결국 투자의 방향은 내가 정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저들이 내 수익률을 극대화해 준다.

‘하루 사이에 총수익률이 17%라…….’

300억 달러를 때려 박았으니 벌써 약 50억 달러.

하지만 요 몇 주간 손해를 본 게 있으니 그것까지 치면 30억 달러 정도다.

“괜찮네.”

역시 적은 노력 대비 큰돈을 벌기에는 금융이 최고다.

물론 이것도 미래의 큰 줄기를 알고 있으니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는 내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중국 상무부, 성명을 통해 “양국의 경제협력이 올바른 해결책. 미국 정부는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밝혀.]

그리고 다음 날 나온 뉴스 하나.

이것만 보면 선빵 맞은 중국이 움찔하며 뒤로 후퇴하는 것 같았는데.

그걸 본 제이슨이 내게 말했다.

“보스, 중국 정부에서는 지금 이 상황을 더 크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하. 글쎄요. 그들이 원한다고 과연 그렇게 될까요?”

“예?”

미래를 알고 있으니 지금의 탐색전이 그저 탐색전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 말하는 거기도 했지만.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이게 더욱 번질 거라 생각했을 거다.

왜냐. 중국도 나름의 쫀심이 있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중국, 미국에 보복 관세로 맞불… 미중 무역 전쟁 정말로 벌어지나?]

[3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하기로 결정한 중국 정부.]

한 대 맞은 중국도 다시 한 대 갚아 주는 모습.

그런데 이걸 잘 보면 제이슨의 말처럼 중국은 지금의 사태를 더욱 키울 의지까지는 없어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600억 달러의 관세 조치에 30억 달러로 대응하는 거니까.

아직은 형식상의 대응 조치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자기는 스트레이트를 맞았지만 되갚아 줄 때 가벼운 잽이나 날리는 거다.

학창 시절의 비유를 갖다 쓰자면 반 1짱이 팍! 친 거를 ‘아, 왜 때려.’ 하면서 다시 툭 치는 정도에 불과했다.

[주광야오(朱光耀) 재무부 부부장은 “무역 마찰은 상호 존중의 원칙을 기본으로 소통과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해.]

[아직 미국과의 전면전까지는 두려운 중국 정부? 화해의 여지 남겨 둬.]

실제로 살짝 쫀 모습의 중국이지만…….

트황상이 왜 트황상이겠는가.

여기서 멈추지 않아서 트황상인 거다.

“제이슨, 혹시 학창 시절 때 그런 거 본 적 있나요? 친구들끼리 서로 한 대씩 툭툭 치다가 자존심 때문에 큰 싸움으로 번지고 그런 거?”

“미국과 중국 또한 그렇게 될 거라 말씀하시는 거군요.”

“예. 아마 조만간 죽어라 싸우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시죠? 그중 우리 편이 누구인지.”

“하하. 그럼요.”

그리고 바로 일주일 후.

[미중 무역 전쟁 확산 조짐… 미 정부, “중국의 전략 사업 중심으로 500억 달러 상당의 1,300개 관세 부과 품목 추가 발표”.]

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 발표가 있었다.

세게 때린 거에 가만히 있기는 뭐해서 툭 쳤더니, 그것마저 마음에 안 들어 다시 몇 배의 세기로 갚아 주는 미국.

이제 여기까지 오면 중국도 어쩔 수 없다.

원래라면 자기가 그래도 더 약한 걸 알고 있는 2짱이 굽히는 게 맞겠지만…….

지금처럼 남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인데.

그래도 나름 2짱이라고 지금까지 뻗대 온 게 있는 중국인데 말이다.

[맞고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곧바로 “동등한 강도와 규모로 조치하겠다”라며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로 맞대응한 중국 정부.]

[미·중 무역 갈등이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확대 조짐… 세계경제 1, 2위 국가(G2) 간의 ‘치킨 게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

잽으로만 때리던 중국도 이제는 스트레이트와 훅을 날리기 시작했다.

보복과 맞보복 그리고 또 맞보복.

원래 또라이들의 싸움은 가볍게 시작해도 결국 의자 던지고 책상 던지는 거로 끝나는 법이다.

나야 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상황.

싸워라! 싸워!

이기는 편 우리 편!

톡, 토도독-

물론… 나는 이기는 편이 어디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뚜루루루-

잠시간의 전화 연결음.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곧바로 연결이 됐는데.

“접니다, 마이 프렌드.”

[하하! 그렇지 않아도 자네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네. 아니, 워싱턴은 대체 언제 오는 건가? 저번처럼 함께 저녁 식사나 하자고.]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미국에 가려고요. 그때 함께하시죠.”

[좋지. 아주 좋아.]

바로 이기게 될 편이자 우리 편인 도람푸 씨와의 통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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