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83화 (183/267)

183화 제 겁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래퍼티 애셋 매니지먼트.

주로 레버리지 ETF를 발행하는 곳이었는데.

그곳의 한 직원이 당황한 얼굴로 제 상사를 찾았다.

“잠깐만… 헤이! 마이크! 이리 좀 와 봐요, 빨리!”

그가 래퍼티 에셋에서 담당하고 있는 쪽은 중국 증시.

상해 종합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인버스 ETF를 맡고 있었다.

부하 직원의 부름에 마이크인 그가 그를 찾아 모니터를 살폈는데.

“왓 더 퍽?! 이거 뭐야?”

화면을 보자마자 그런 소리를 내뱉는 마이크였다.

“내 눈이 잘못된 거야? 아니면 여기 5 billion이라 써 있는 게 진짜인 거야?”

50억 달러.

무려 50억 달러의 거금이 한 ETF에 전부 투자됐다.

그것도 FTSE 차이나 50 인버스 3X에.

FTSE 차이나 50이라 함은 상해 증권거래소 및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A주(내국인 전용) 가운데 시가총액 50위까지의 기업으로 구성된 상품.

뒤에 붙은 인버스 3X는 주가지수가 오르면 3배로 떨어지고, 주가지수가 내리면 3배로 오르는 파생 상품임을 뜻했다.

투자 손실을 보건 이익을 보건 3배가 된다는 것.

그런데 그런 위험성 높은 상품에 5,000만 달러도, 5억 달러도 아니라 50억 달러를 퍼붓는다고?

“어떤 병신이 또 팻 핑거 짓을 한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지금이 2000년대도 아니고, 50억 달러를 흔드는 놈들이 그 정도 시스템도 못 갖추지는 않았겠죠.”

팻 핑거, 직역하자면 두꺼운 손가락이라는 뜻의 그 단어는 사람이 저지르는 조작 실수 등으로 인해 생기는 잘못된 주문을 일컫는 금융계의 용어였는데.

즉, 마이크는 이렇게 말한 거였다.

어떤 미친놈이 50억 달러를 이렇게 갖다 박아?

클릭 실수라도 한 거 아냐?

물론 그럴 확률은 0에 수렴하겠지만, 그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엄청난 금액.

‘중국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중국 증시와 연계된 ETF를 다루는 만큼, 래퍼티 애셋 매니지먼트 또한 중국의 동향 및 정세에 대해 여러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관련해서 들어온 특별한 보고 같은 건 없었는데.

혹시나 싶어서 다시 살펴봤지만 여전히 뚜렷한 무언가는 찾을 수 없었다.

굳이 꼽아 보자면…….

“워싱턴 움직임은 어때? 트럼프가 지금까지 줄곧 보호무역을 주장해 왔었잖아.”

“뭐, 항상 그렇듯 시끄럽긴 합니다만… 글쎄요. 아무리 트럼프가 막 나간다고는 해도 지금까지처럼 말뿐이지 않겠습니까?”

트럼프의 돌발 행동 정도?

실제로 며칠 전 현 미 대통령 트럼프의 트윗이 있었다.

[Donald J. Trump (@realDonaldTrump)]

-한 나라가 거의 모든 나라와의 교역에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을 때,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며 이기기 쉽습니다.

마치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듯한 트윗.

하지만 무척이나 가능성이 낮았다.

마이크의 생각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말만 저렇게 하지 실제로 제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우선 첫째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미국에게도 이득이 아니라 보기 때문.

중국산 철강이나 알루미늄 등을 비싸게 만든다고 해도, 그게 결국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 내 비용을 증가시키고 동맹국에게 피해만 줄 뿐.

심지어 미국의 IT, 자동차, 농업업계가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지금, 미중 무역 전쟁의 발발이 미국의 여러 기업에게도 해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트럼프의 지지층이어야 할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 백악관 보좌진들까지 무역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상황.

즉, 그런 이유들을 모두 고려해 보면…….

‘설마 그런 미친 짓을 하겠어?’

미친놈에 노빠꾸 소리를 듣는 트럼프여도 정도가 있을 것이다.

무역 적자 나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미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자 그래도 미국 다음가는 경제 대국인 중국에게 ‘야, 너희 짜증나니까 다이다이 함 깨자’식의 무역 전쟁을 선포할 수는 없을 거라는 거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지만…….

‘아무리 트럼프여도 그렇지.’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거다.

*

“예, 레버리지 인버스 ETF에 풋 옵션… 고루고루 잘 섞어서 포트폴리오 구성해 주세요.”

프랑스 파리 공항에 도착한 이후 가진 제이슨과의 통화.

중국 하락장에 대한 투자 보고를 들었다.

“하하. 예, 그럼 이번에도 수고 부탁드립니다.”

통화를 끝내고 조금 전 제이슨의 물음을 떠올렸다.

‘어떻게 그렇게 하락장을 확신하냐고?’

물론 미래에서 봤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이유이지만.

사실 지금의 내가 회귀자가 아니었더라도 나는 하락장에 투자했을 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가 괜히 트럼프가 아니지.’

트럼프에 대한 믿음.

그간 가까이서 지켜본 그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있기 때문.

나도 그런 소리 가끔 듣는다지만, 그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내가 아는 또라이 중 최고의 노빠꾸 또라이.

그게 바로 트럼프였다.

그런 트럼프라면 자기 열받게 하는 중국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겠지.

여하튼.

“바로 출발해 주세요.”

오랜만에 찾은 외국.

이번에는 한국에서 꽤 오래 있었지만, 회귀 이후 하도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가 역시 외국 생활이 내게 더 잘 맞는다.

유명세가 유명세다 보니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힘든 구석도 있고.

영국은 그래도 크리스탈 팰리스 때문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이곳 프랑스 파리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래도 간간이 사진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긴 했다.

[제2의 티에리 앙리?! 발롱도르 최연소 후보 킬리안 음바페! 2017 발롱도르 6위 쾌거!]

[데뷔 1년 만에 발롱도르 순위… 그가 차세대 최고가 될 수 있는 이유.]

[킬리안 음바페, “팰리스는 환상적인 구단. 엄청난 구단주 아래에서 모두가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라고 밝혀.]

모두 다음 세대의 세계 최고가 될 거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최고의 유망주 음바페 때문.

몇 달 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상황.

당연 축구 강국 중 하나인 프랑스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사가 엄청났는데.

그중 16/17시즌에 EPL에 데뷔해 내 기억에서보다 더욱 충격적인 데뷔를 했던 음바페에 대한 관심사는 단연 최고였다.

차세대 앙리, 프랑스의 아트 사커를 이끌 기대주 등등.

언론에서 쏟는 찬사만 해도 수두룩.

그리고 그런 음바페가 여러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걸 숨기지 않으니.

일부 프랑스 축구 팬 중에서도 내 얼굴을 아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교육을 좀 빡세게 하긴 했지.’

음바페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그의 셀프 에고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음바페의 유망주 시절부터 여러 신경을 쏟았었는데.

근본력 최강의 즐라탄을 그의 멘토로 붙여 줌은 물론, 지속적으로 나와 구단에 대한 충섬심이 생기도록 심혈을 기울였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지금의 킬리안 음바페.

[“크리스탈 팰리스는 최고의 구단. 이곳에 평생 있고 싶어.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 킬리안 음바페의 팰리스 사랑… 서포터즈들은 환호!]

[“어렸을 적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더는 원치 않아. 팰리스는 레알의 위대한 역사 그 이상을 쓸 수 있는 팀.” 음바페, 레알 마드리드의 관심을 간접 거절하다.]

‘효과가… 조금 과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충성심 강한 음바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여하튼.

오늘 이렇게 파리를 찾은 주된 이유는 축구 때문은 아니었고.

“반갑습니다. 선우진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르노 드 퓌퐁텐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사업가, 아르노 드 퓌퐁텐.

그는 현재 프랑스의 미디어 엔터그룹인 비방디의 최고 경영자직을 맡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놀랐습니다. 결국 그 주인을 찾지 못했던 5%의 지분을 들고 계신 분이 이렇게 거물이실 줄은…….”

“하하.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하네요. 결국 저 때문에 M&A의 진척이 없으셨던 거니.”

“그래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총액 25억 유로. 3년 만에 8억 유로가 3배 가까이가 됐으니, 저희로서도 한참이나 남는 장사죠.”

최근 비방디 그룹에서 노리고 있다 결국 실패하고 만 M&A 건이 있었는데.

그걸 마무리하기 위해, 정확히는 내가 가져오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그 M&A 건이라고 함은 바로 유비소프트.

어세신 크리드와 파 크라이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바로 그 게임 회사였다.

‘25억 유로가 큰 금액이긴 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돈이지.’

프랑스에는 한 가지 특이한 법률이 있었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3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두 배로 보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

즉, 힘들게 51%를 사 모을 것 없이 30%의 지분만 취득해도 바로 60%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비방디 그룹 또한 그 점을 노리고 유비소프트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 합병을 시도했었는데.

그렇게 2년의 노력 끝에 비방디 그룹이 모은 유비소프트의 주식 보유량이 25%였다.

30%까지 단 5%만 남았던 것.

하지만 비방디는 1년이 넘는 동안 그 5%를 얻어 내지 못했는데.

그건 기존 유비소프트의 경영진들이 합심해 경영 방어전에 동참했기 때문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분명 이전 시장에 풀렸던 5%가량의 유비소프트 지분이 비방디 그룹에서 아무리 큰돈을 제시해도 그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흠흠. 그게 바로 나였지.’

몇 년 전, 한 10억 달러 정도를 무차별적으로 이곳저곳에 투자할 때.

거기 포함되어 있던 게 바로 유비소프트였다.

어세신 크리드는 나 또한 즐겨 했던 게임이었던 만큼, 이름 아는 게임사의 주식을 사 놨던 것.

물론 그때는 나중에 지분을 정리해 시세 차익 정도만 얻을 생각이었는데.

‘결국 게임 산업에도 진출해야 했지.’

MS나 애플, 아마존 등 여러 빅테크 기업이 게임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커다란 시장인 게임 산업 자체의 매력 때문도 있었고.

몇 년 후 트렌드가 될 메타버스를 위한 디딤돌이기 때문.

게다가 내게는 게임으로 활용할 수 있는 IP도 여럿인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그렇게 나 또한 그간 여기저기 게임 산업 쪽에 어느 정도 발을 걸쳐 왔는데.

마침 비방디 그룹과 유비소프트 간의 인수전이 있었던 거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 결국 인수 합병을 포기한 비방디에게 접근해 지분을 내게 넘기게끔 한 거였다.

뭐, 자기네들 몇 년의 노력이 결국 내게로 향하는 거니, 비방디 그룹으로서는 조금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걸 달래 주기 위해 무려 25억 달러를 인수 금액으로 건네주는 것.

거기에 비방디 그룹과 내가 쌓아 온 비즈니스적 관계 덕분도 있었다.

“데일리모션과 SW 프로덕션의 협력 관계는 여전할 겁니다.”

프랑스판 유튜브로 불리는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 데일리모션.

그 회사의 모그룹이 바로 비방디였다.

유튜브를 뛰어넘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는 데일리모션은 유튜브와 유사하게 엔터테인먼트,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SW 프로덕션이 제공하는 K-콘텐츠의 양이 상당했던 것.

결국, 비방디 그룹으로서는 조금 아쉽기는 해도 돈도 잘 쳐주고 협력 관계도 가져가야 하는 나에게 이렇게 유비소프트의 지분을 넘기게 된 것이었다.

뭐, 아무튼-

창립자인 기예모 형제한테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가져간다고.

이렇게 되어 버렸다.

‘유비소프트라는 게임 회사가 있었는데요.’

이 회사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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