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82화 (182/267)

182화 오랜 우정

[‘선우진 친구’ 일론 머스크, 방한 후 전기차 배터리 회사 탐방 중.]

[테슬라 모델 3 직접 타고 “선우진도 갖고 있는 차.”라며 홍보에 나선 일론 머스크.]

꽤나 재밌는 상황이다.

한국에서의 유명세는 내가 머스크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서일까.

국내 언론에서는 그저 ‘선우진 친구’로 묘사되는 일론 머스크의 모습.

하지만 의외로 머스크는 그걸 즐겼는데.

“우진, 넌 한국에서 대체 얼마나 유명 인사인 거야? 코리안 트래디셔널 마켓에 갔는데, 거기 상인들이 다 나를 알아보더라니까?”

인터넷 사정에 밝은 20‧30들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자신을 알아보는 게 신기한 모양.

한국에서도 여지없이 특유의 관종 끼를 잔뜩 발휘하는 머스크였다.

사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머스크는 이래저래 나 때문에 유명세 측면에서 손해를 본 부분이 꽤 있었다.

원래라면 로다주가 아이언맨의 연기를 하는데 참고했다고 말할 정도로 유명했을 머스크다.

젊으면서도 혁신적인 도전을 즐기고, 동시에 그걸 통해 성공을 거두는 청년 사업가로 말이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상위 호환인 사람이 있다 보니…….

머스크도 페이팔에 이어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을 계속해서 성공시키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 인사가 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원래보다는 덜할 수밖에 없던 것.

‘뭐… 그래도 몇 년 후면 달라지겠지만.’

테슬라가 지금의 1년 사이에 1,000% 가까이 오르게 되는 2020년.

그리고 거기서 또 두 배가 뛰어 버리는 2021년.

그때가 오면 세계 부호 순위 TOP 3 안에 들게 되면서 예전과 같이 괴짜 슈퍼 리치의 상징이 될 머스크였다.

물론, 그때쯤의 나는 2위(머스크 혹은 베조스)와의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하고 있겠지만.

여하튼.

[선우진의 도전, 우주 정복? 5년 내로 1만 개가 넘는 인공위성 쏴 올리겠다.]

[제4이통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사 노리는 선우진……? 클라우드와 시너지 기대.]

[‘프로젝트 스타링크’ 선우진과 일론 머스크의 도전, SW 텔레콤과 낳을 시너지는?]

언론에 보도된 스타링크와 관련된 소식.

당연하게도 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 기자 숫자 잘못 씀? 1만 개?

-1만 개 맞다는데? 아니, 스케일 미쳤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쏘아 올린 위성 개수가 20개 내외인데… 그중 통신위성은 6개 쏴 올려서 4개 운용 중임… 근데 기업가가 1만 개를 쏜다네.

-이거 가능하긴 한 거?

-나 항공우주공학 이런 거 하나도 모르긴 한데… 선우진이라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알기론 선우진이랑 머스크 쟤네가 쏴 올리려는 게 저궤도에다가 엄청 소형화된 거라 국가 인공위성이랑은 차이가 좀 있긴 할 거. 하지만 그거 감안해도 걍 미친 스케일인 건 맞음 ㅇㅇ

-진짜 선우진은 전설이다…….

우주산업에서는 항상 변방에 위치해 있던 한국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해서 시작했던 프로젝트인 나로호도 몇 차례 실패를 맛봐야 했을 정도.

3차 시도에서 나로 과학 위성을 발사하는 데에 성공했었지만, 수명이 1년을 조금 더 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국가가 아닌 개인이,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1만 개의 위성을 쏴 올리겠다니.

기자가 우스갯소리로 적은 기사 타이틀이겠지만, 개중에는 정말로 내가 미래에 우주 정복을 꿈꾸는 게 아니냐고 진지하게 떠드는 이들도 있었다.

‘뭐,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거랑 나로호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이냐는 거다.

1만 개라는 숫자가 주는 압도적인 느낌.

거기에 선우진이라는 일종의 신뢰성의 증표가 붙었으니.

선우진이라면 나로호 같은 거 1만 개 쏘는 것도 가능할 거 같은데?

암, 쟤라면 그러고도 남지.

적어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대충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흐르는 거다.

그리고 그 덕에 지금처럼 엄청난 화제가 되는 거였고.

-ㅋㅋㅋㅋ통신 3사 ㅈ댔누.

-KTF 떡락ㅋㅋㅋ 오늘만 –11%.

-ㄹㅇ MKT도 좆댔다… -12% 실화냐?

-GL U+는 의외로 선방하네? -1.4%?

-ㅇㅇ 걔네는 진작에 선우진한테 도게자 박음ㅋㅋㅋㅋㅋ

-글고 KTF는 원래 위성 사업 하던 놈들이고, MKT는 가입자 수 젤 많았어서 타격도 클 거라 본 듯ㅋ

그렇게 급락해 버린 통신 3사의 주가들.

안 그래도 요 며칠 사이에 많게는 20%에서 적게는 10%까지 떨어졌던 통신 3사의 주식이었는데.

거기에 추가타를 또 얻어맞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또 하나 더.

-ㅆㅂ 누구는 위성을 짱깨 놈들한테 헐값에 팔아 치우고 앉았는데, 선우진은 위성을 자기가 쏴 올린다네?

-얘들아… 통신사가 일을 해……!

-ㄹㅇ 존나 비교된다. 위성이랑 관제소 중국에 쳐 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놈이 있는가 보면, 다른 ‘분’은 이제 시작한 통신사업 때문에 위성은 1만 개를 발사하네.

-걍 KTF도 글코 통신 3사들이 쓰레기들임.

예상치 못하게 얻어 버린 대비 효과.

몇 년 전, 국민의 세금을 무려 3,000억 원이나 들여 개발된 위성을 KTF가 정부와 상의 없이 중국 홍콩 ABS사에 단돈 10억 원에 모두 매각해 버린 적이 있는데.

그런 KTF의 모습과 내가 확연하게 비교되어 버린 것.

“가입 문의가 치솟고 있습니다. 원래도 많았지만 스타링크 발표가 나고 30%가량 증가했습니다.”

“빨리 준비를 끝마쳐야겠네요.”

사업권이 허가됐다고 해서 곧바로 시작할 수는 없는 터라.

최대 반년 정도의 시간 동안 기반을 다진 후 통신사를 제대로 출범시키려 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그걸 더욱 빨리 앞당겨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GL의 도움도 있고 하니…….’

3개월까지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오성 또한 적극적으로 협조한다고 했고.

전국에 자리한 오성전자의 브랜드 스토어에서 SW 텔레콤 대리점 역할을 할 자리를 대여해 주겠다고 나섰다.

물론 쭉 그러는 건 아니고 단기간으로만.

하지만 그것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스마트폰에 인공위성 통신 기능이 탑재 된다면 큰 시너지가 있을 겁니다.]

“그러면 기존 네트워크가 끊겨도 전화나 문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겠네요.”

[예.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테고요.]

프로젝트 스타링크가 발표되고 박재용 부회장에게서 왔던 전화였다.

* * *

“보스, 중국에서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틱톡의 개발사인 바이트댄스.

하지만 이제는 틱톡과는 철저히 분리된 회사였는데.

내가 틱톡이 전 세계에서 유행할 기미를 보이자 가장 먼저 했던 게 바로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틱톡을 분리시키는 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틱톡 worldwide라는 별도의 해외 법인이 탄생했다.

그 덕에 현재 바이트댄스가 틱톡에 대해 갖고 있는 권리는 오로지 중국 내 사업권뿐.

다만,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의 데이터는 중국과 홍콩의 데이터 센터에 보관되고 있었는데.

“장이밍과 공산당 고위 간부가 수차례 만남을 가졌다고요?”

“예. 아무래도 ‘우려했던 건’과 관련된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려했던 건’이라 함은 바로 검열.

결국 바이트댄스는 본사가 중국에 있는 중국 회사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는,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이 자체적인 약관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네들 법과 규정을 따라야 하는 이상한 나라였고.

그렇기에, 항상 장이밍을 비롯한 바이트댄스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는데.

관련해서 수상한 정황이 포착되었던 것.

‘장이밍의 바이트댄스 지분은 30%지.’

스톡옵션과 틱톡의 권리 매각에 있어서 현금을 제외하고 받았던 지분들.

나머지 70%는 온전히 내 것이다.

그런 만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바이트댄스는 철저히 나의 회사라고 볼 수 있었는데.

‘중국은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아니니까.’

중국 정부한테도 그 소리가 통할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내게는 그간 쏠쏠히 써먹어 왔던 ‘내가 느그 광둥성 당서기랑 어쩌고 저쩌고’가 있긴 하지만…….

사실 그것도 어차피 윗대가리가 한번 헛기침하면 사라질 끗발이다.

그리고 굳이 연연할 게 아니기도 했다.

‘이제 슬슬 멀리해야 할 때니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

그간의 나는 이리저리 줄 대면서 간잽이 아닌 간잽이 짓을 해 왔다지만, 이제는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

당연히 미국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탓에 중국에서의 내 인기나 사업 등에 타격이 가고 말겠지만.

뭐, 이만큼 꿀 빨았으면 된 거지.

애초에 처음부터 영원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었다.

결국, 아니나 다를까.

“쯧. 역시 이 세상에 믿을 짱… 한 놈도 없네.”

“예? 보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뇨. 아닙니다.”

바이트댄스 및 그들의 데이터 센터를 점검한 결과, 내 우려가 사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더우인, 회원 몰래 개인 정보 수집?!]

[중국판 틱톡… 사용자 동의 없이 그간 개인 정보 무단 수집하고 있었다.]

[선우진이 직접 밝힌 더우인의 위험성? 소유주의 권리 침해받고 있어. “전혀 알지 못했다. 왜 내가 가진 기업에서 내가 모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곧바로 언론에 기사를 냈다.

심지어 내가 먼저 제보해 버린 것이다.

원래 이런 건 빠를수록 좋은 법.

우물쭈물하다가는 같은 패거리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게다가 내 대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선우진, 중국 베이징 인터넷 법원에 현 바이트댄스 CEO인 장이밍과 바이트댄스의 자회사이자 더우인 운영사인 베이징웨이보스제커지 상대로 소송!]

[자신의 격노 숨기지 않은 선우진. “중국 외 이용자의 트래픽은 철저히 해외 서버에서 보유 중.”이라 덧붙여.]

우선, ‘저놈들 내 편 아님요’를 시전해 주고.

제이슨과 윌리엄 등을 불렀다.

“소식은 다들 들으셨죠?”

“예. 보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中 당국의 반응이 그리 좋지 못할 텐데요.”

“제 회사에서 제가 알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데도요? 마음 같아서는 아예 공산당에게 소송을 때려 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하.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걱정하는 기색의 둘.

내가 화가 너무 난 나머지 진짜 그럴까 싶은 거였다.

그동안 하도 노빠꾸 모습을 보여 줬던 터라, 설마설마하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사실 화 따위는 나지 않았다…….

원래 실망이란 건 기대가 있어야 생기는 법.

애초에 중국이 중국 한 건데, 무슨 문제라도?

뭐,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예상한 거기는 했어도 남 뒤통수를 쳤으면 책임을 져야지.’

“저희가 현재 운용 가능한 자금이 어느 정도 남았죠?”

“300억 달러입니다.”

골드만삭스와 스탠다드 차타드에서 대출했던 600억 달러.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반을 써 버렸다.

확실히 요즘 여러 일을 벌이다 보니 곳간이 빠르게 사라지는 느낌.

게다가 진짜 내 돈도 아니고 남의 돈이다 보니 슬픔이 두 배가 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와 차이나 머니의 우정은 마냥 허투루 볼 게 아니지.’

이래저래 나와 연이 깊은 차이나 머니.

비록 이번처럼 내 뒤통수를 쳐 손절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그간의 깊은 우정이 어디 한 번에 사라지겠나?

응? 친구 좋은 게 뭐라고.

가뜩이나 요즘 내가 돈 쓸 구석이 하도 많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말이야.

“그러면 남은 300억 달러 모두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거로 하죠.”

“예? 중국 증시에 말씀이십니까?”

최근의 중국 증시는 내가 예전 적잖은 돈을 만졌던 15-16년 폭락 이후 최고점을 찍은 상태.

하지만 그거 때문에 투자하는 건 아니었고.

“네. 아! 모두 공매도나 인버스 상품으로요. 제가 보기엔 조만간 트럼프 그 친구가 칼을 빼 들 것 같거든요.”

갈 땐 가더라도 인버스 정도는 괜찮잖아?

언제나 고마웠던 차이나 머니.

마지막까지 좋은 친구가 되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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