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81화 (181/267)

181화 부자 친구와 가난한 친구

며칠 전, MKT와 KTF에서 낸 듯한 기사들이 나왔다.

[도 넘은 인력 빼 가기… 이대로 괜찮은가?]

[통신업계, 기술과 인력 빼 가기에 ‘몸살’ 앓는다.]

[마치 중국 기업들을 연상케 하는 SW 텔레콤, 기존 통신사들의 기밀 유출 노리는 거일 수도.]

[공정위에 신고서 제출한 MKT와 KTF… GL U+는 동참하지 않아.]

실제로 이번 채용에 기존 통신 3사 출신 인원들이 대거 지원했기 때문인데.

헤드 헌팅을 통해 채용된 경력직 또한 상당수 있었다.

‘발등에 불똥 떨어지셨네, 다들.’

SW 텔레콤은 그간의 내 주요 기업들과는 달리 철저히 한국에 뿌리를 둔 한국 회사.

그런 만큼 저 두 기업의 주장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 권고가 온다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SW 텔레콤 관계자, “통상적인 공개 채용 절차와 경력직 채용 절차일 뿐. 그리고 기술 유출? 두 회사 모두 빼 갈 정도의 대단한 기술 가지고 있지 않아. 착각하지 말아 줬으면.”]

하지만 다행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여론이 우리 편이기도 했고.

-ㅋㅋㅋㅋㅋㅋ말 ㅈㄴ 웃기네.

-관계자 인터뷰에서 워딩 저 정도인 거면 ㄹㅇ 어이없었나 본데?

-맞말이긴 해ㅋㅋㅋㅋ 저기 회사 드가 보면 통신 네트워크 기술 협력업체 목록들 쭉 나오는데, 저거 다 선우진 거임. 글고 미국 베리즌이나 AT&T에서도 저 기업들이랑 통신 기술 협력하고 있는데 MKT랑 KTF에서 기술을 빼 가? 웃기는 소리ㅋ

인력을 빼 간다고 비난하기에는 자기네들이 그동안 해 온 짓거리들이 있는 탓이었다.

-그… 원래 자기네들 잘하던 짓 아냐? 중소기업에서 인력 빼 가는 거. 대기업들 공통 테크 아니었나ㅋㅋ

-쟤네 둘 다 인력 빼 간다 논하는 거 양심 ㅇㄷ?

‘이런 걸 두고 자승자박이라고 하던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인력을 빼앗아 왔던 걸 떠나서.

그간 자기들끼리 서로 경쟁사의 인력을 빼 왔던 통신 3사들이다.

공정위에게 아무리 호소해 봤자, ‘응……? 그거 원래 너희가 하던 거 아냐?’와 같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라는 건 국무총리 산하의 행정기관이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정부의 스탠스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현 정부가 지금껏 어떤 정권도 이루지 못했던 제4이통 출범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뭐, 사실 그런 거에 의지할 필요도 없긴 하지만.’

게다가 우리가 진짜로 KTF나 MKT의 기술이 탐나 인력을 빼 간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경력직임에도 새롭게 교육해야 할 게 대부분이었다.

내가 가진 통신 관련 SW 회사들의 기술을 여럿 적용해야 하기 때문.

물론 무상은 아니었고, SW 텔레콤 측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맺은 기술 협약이었다.

그나저나-

“한국 개발자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네요.”

“소수의 뛰어난 천재들만 따지면 실리콘밸리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평균 수준은 오히려 더 나은 부분도 있어요.”

국내 인력들을 채용 후 검증 절차를 거쳤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자원자를 받아 데려온 관리자들이 모두 비슷한 소리를 했다.

사실 이건 스웜 코리아에서도 들어 본 적 있는 말들.

‘한국의 인재 수준들이 확실히 괜찮기는 하구나.’

예전에는, 그러니까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한국은 획일화된 교육을 하는 만큼 인재 풀이 별로라 생각한 것.

세계 최강대국이자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더니, 나도 모르게 생겨 버린 선입견.

하지만 괜히 한국이 인적 자원만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간 게 아니었다.

사업을 진행해 오며 반대로 여러 관리자의 말처럼 한국에도 인재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엔터 쪽에서는 괜히 K-콘텐츠가 잘나가는 게 아니었을 정도로 SW 프로덕션에서 뽑아 미국으로 보낸 인재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요새 느끼는 건 엔터 쪽뿐만 아니라 IT 쪽에서도 그럴 수 있겠다는 것.

교육 주도와 인재 생산에서는 전 세계 톱이라 볼 수 있는 한국.

그럼에도 미국과는 달리 세계적인 IT 기업이 나오지 않는 건 왜일까.

‘시리즈와 코코아가 있긴 하지만…….’

글쎄.

혁신과 창의성을 좇는 IT 기업이라고 보기에는 두 회사 모두 이미 멀리 와 버렸다.

K-화… 인터넷에서는 일명 헬적화라 불리는 과정을 거쳐 버린 것.

실제로 두 회사 중 한 곳은 내수 시장 원 툴이라는 소리도 듣고 있었다.

‘왜 그런 걸까?’

국내 IT 기업, 혹은 국내 인재들이 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것.

동양인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인종적 차이, 거기에 영어와 같은 언어적 역량 등도 있겠지만.

가장 차이가 나는 건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환경이 문제라는 거지.’

“다만 주도적인 면은 부족합니다. 오더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스스로 뭔가를 잘 하려고 하지 않더군요.”

“하이 레벨적인 사고도 부족한 편입니다. 너무 윗사람의 생각에 찬성만 하는 면도 있고요.”

국내 인력에 대해 칭찬도 들었지만 불평하는 관리자들도 있었다.

나도 비슷하게 느끼던 문제들.

상명하복이 두드러지는 한국 조직인 만큼 창의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지금은 많이 문화가 달라졌지만, SW 프로덕션도 처음에는 내가 좋다고 말한 게 있으면 아무런 반대 의견도 없어서 아쉬웠던 적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그렇지 않았지.’

회귀자로서의 미래 지식을 풀다가도 가끔 반대에 부딪힐 때가 있었다.

‘그 작품은 이런 식으로 전개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와 같은 의견들.

써밋-MGM에서 회의를 주관하다 보면 저런 말들을 수차례 듣게 된다.

그런데 또 그렇게 얘기를 시작해 진행하다 보면 실제로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던 결과물보다 더욱 나은 게 탄생하는 것.

‘그런 차이가 결국 윗 레벨에서의 차이를 만드는 걸지도.’

이야기를 들어 보니 Junior 와 Intermediate 레벨에서는 오히려 국내 인력들이 전 세계에서도 손꼽이는 수준의 인재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Senior니 Architect 레벨로 가면 달라진다는 것.

이미 있는 걸 하거나, 그걸 개량하는 것에는 능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에는 부족하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게 시스템의 문제였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되지 않을까?’

물론 모두 나 좋자고 하는 일이다.

좋은 인재를 양성해서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거야 당연했고.

‘다른 쪽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실리콘밸리에서 미국인들 다음으로 파워가 센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인도계였다.

구글과 MS 등에서 요직을 차지함은 물론, 실리콘밸리 IT 기업에는 경영층이나 기술직에 인도계가 없는 기업이 없다고 할 정도다.

그리고 그런 인도계들은 서로 간 공고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그덕에 점점 실리콘밸리 내 인도 파워가 강력해지고 있었다.

한국인들 또한 인도계들처럼 그럴 수 있다면…….

글쎄, 그 한국인들의 대표 주자인 내 힘 또한 강해진다는 소리가 아닐까.

단순히 모국을 위해서라거나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인도 정부가 그렇게 과학기술을 육성하려 애쓴다던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부진해 내가 잘 모르는 거일 수도 있고.

뭐가 됐든 문제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또 문제가 아닌 상황이었는데.

‘정부가 못 한다면 내가 하면 되잖아?’

어차피 내가 쓰려고 키우는 건데.

“제이슨, 한국에 있는 대학을 하나 인수하려면 어느 정도가 들까요?”

“대학 말씀이십니까?”

“네. 서울대야 국립이니 안 될 테고… 사립대학을 하나 인수해 서울대 이상 가는 곳으로 키우고 싶은데요. 오성에서 하는 것처럼요.”

“빠르게 알아보겠습니다.”

* * *

“하하! 오랜만이군!”

다음 날 전용기를 타고 찾아온 머스크를 만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 보는 건 또 처음인가?”

“그렇지. 애초에 네가 방한했던 게 이번이 두 번째 아냐?”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던 대화.

하지만 주제는 금방 본론으로 넘어가게 됐는데.

“우진, 원래 스타링크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응. 클라우드 산업에 뛰어든 만큼 전방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생각했지. 내 우주산업에 대한 열망은 너도 잘 알잖아?”

“…잘 알지.”

약간의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물론 마냥 허세만 부리는 건 아니었다.

“내부적으로 계획이 조금 더 진행되면 너한테도 말할 생각이었어. 스페이스X의 협조가 필요할 테니까. ULA와 논의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스페이스X의 기술력이 ULA 이상이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잖아?”

ULA는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합작으로 설립된 우주 로켓 제조사.

스페이스X가 팰컨 9을 통해 세계 최초의 재사용 가능한 상용 우주 발사체를 도입하기 이전에만 해도, 최근 몇 년 사이 민간 우주 산업의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하고 있던 기업이었다.

즉, 스페이스X의 직접적인 경쟁사라 볼 수 있는 것.

그런 회사를 언급한 만큼 머스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왓? 우진, 넌 스페이스X의 대주주야. 그런데 ULA와의 논의를 생각했었다고?”

“내가 그런 게 아니라 내 직원들이 그랬다는 거지. 그리고… 대주주긴 해도 스페이스X는 처음부터 끝까지 네 거잖아. 원래 내가 계획하던 건 스페이스X와 별개로 이뤄진 독립 회사였거든. 온전히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머스크가 들고 있는 스페이스X의 지분은 총 41%.

하지만 의결권 보유 비중은 66%에 달한다.

그 외에는 첫 1억 달러의 투자 이후로도 지금까지 계속해서 지분을 사 모아왔던 내가 12%.

구글이 8%, 나머지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의 기관 투자자들이 골고루 나눠 가지고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몰라도 스페이스X의 지분을 타인과 나누는 것에 특히 더욱 민감해했는데.

거기에 최근 우주 산업이 각광받기 시작하며 여러 기관의 투자 의지가 겹쳐, 이제는 나도 그렇고 구글이나 다른 기관들도 스페이스X의 지분을 거의 취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12%를 확보한 이후 더 이상 모으지 못한 게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런 상황이니, 결국 나나 구글이나 다른 기관 투자자들이 힘을 합칠 확률도 극히 적겠지만, 애초에 모두 힘을 합친다고 해도 머스크 혼자의 의결권을 이기지 못하는 거다.

‘스타링크도 그런 꼴이 되면 안 되지.’

스페이스X의 사내 프로젝트로 시작하는 것인 만큼.

별도의 법인으로 나뉘지 않는다면 스타링크에 대한 내 지배력은 스페이스X처럼 별로 크지 않을 터.

우주탐사야 내 사업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거의 전무하니 그리 큰 상관이 없었지만…….

스타링크는 이야기가 달랐다.

해저 광케이블과 스타링크를 합쳐 얻을 수 있는 통신사업에서의 시너지는 물론, 클라우드 등에서도 활용할 곳이 넘쳐난다.

스페이스X처럼 단순히 투자 수익 정도에만 만족해서는 안 될 사업.

그러기에 지금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리고 끝내…….

“흠… 그러면 네 생각은 스타링크를 스페이스X와 분리해서 설립하자는 거지?”

“그래. 물론 스페이스X의 기술을 이용하는 거인 만큼 내가 더 많은 돈을 투자할게. 그렇게 50 대 50을 맞추자고.”

이런 결론에 도달하도록 대화를 이끌 수 있었는데.

일론 머스크로서는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지금의 그는 아직 내가 알던 ‘그 일론 머스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을 달고 기행을 일삼던 천재 + 괴짜인 일론 머스크.

그건 내가 아는 미래의 머스크일 뿐.

지금의 그는 그저…….

‘테슬라 시총이 지금 한 600억 달러 정도 되던가?’

소규모의(?) 혁신 기업을 이끄는 젊은 기업가 정도.

그런 지금의 머스크에게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의 초기 투자 비용이 예상되는 스타링크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그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100억 달러가 아니라 수백억 달러를 들여서 독자적으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도 했다.

다만, 스페이스X가 아닌 다른 회사를 통해 위성을 쏠 시 비용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그렇지.

‘…잠깐만?’

그러면 이 친구 전 재산을 따져도 한 200~300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 건가?

뭐야…….

‘알고 보니 가난한 친구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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