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좋은 회사로 소문남
[정부, 제4이통사 파격 지원… ‘이통 3사 독과점 깬다’]
[SW 텔레콤 제4이동 통신사 사업권 허가 공식화. 통신시장 재편 기대…….]
[다가올 5g 주파수 경매… 3.5GHz 대역 28블록 → 38블록으로 늘려. SW 텔레콤 이상기 대표, “반드시 10블록을 가져올 것. 자금은 충분해.”]
-ㅋㅋㅋㅋㅋㅋ자금은 충분하다는 말 뭔데 웃기냐
-사우디 아라비아 “기름은 충분해…….”, 미국 “달러는 충분해…….”
-ㄹㅇㅋㅋ 딱 그거네.
-MK가 아무리 머기업 재벌이라 해도 상대가 안 되지ㅋㅋ
-SWT가 젤 좋은 위치 가져가겠네.
-주파수에 위치도 있음?
-ㅇㅇ 젤 오른쪽이 좋음. 나중에 추가 주파수 대역이랑 연결할 수 있어서.
-ㅇㅎ 정보추.
이제 본격적으로 공식화된 제4이동 통신사.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정부의 사업권 허가가 떨어졌다.
즉, SW 텔레콤은 이제 MKT, KTF, GL U+와 같은 MNO(모바일 네트워크 오퍼레이터)가 된 것.
물론 아직은 가입자도, 인터넷망도, 뭣도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IDC는 젤 많긴 했다.
다만…….
‘사원은 제일 없지.’
SW 헬로비전이 그대로 SW 텔레콤이 된 탓에 보유 인력의 능력이나 폭 등에서 현저히 떨어진다.
뭐, 이제 막 시작 단계인 탓에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준비한 게 있지.’
이제 채우면 될 일이었다.
[SWT, 제4이통 전환 앞두고 대규모 인력 채용 발표…….]
[인공지능(AI)과 빅 데이터, 클라우드뿐 아니라 콘텐츠, 스마트 솔루션 등 주요 분야에서 국내 핵심 인력 뽑을 거라 밝혀.]
[SW 텔레콤, 경력 대거 채용. 전문 인력 충원 목표.]
솔직히 그간 내가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서 그런가.
내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박혀 있었다.
‘최고의 인력을 뽑기 위해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 준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한다면 당연히 갖춰야 할 생각이다.
콧대 높은 실리콘밸리의 인력들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큰 만큼, 그만한 대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IT 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급여와 복지, 사내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은 필수적이었고.
개인의 프로젝트 허용 등의 자율성 보장 또한 요즘은 기본인 수준이었다.
전 세계의 우수한 인력들이 한곳에 모이는 만큼 기업들끼리도 그런 인력들을 자신의 회사에 데려오기 위해 경쟁하는 것.
그래서 나도 뭐…….
미국식으로 한번 해 보기로 했다.
‘황소개구리였나? 나 어렸을 때 한창 난리였던 게.’
마치 외래종으로 한국에 들어와 한국 생태계에 완벽 적응하며 먹이사슬의 최강 포식자가 됐던 미국산 황소개구리처럼.
뭐, 미국에서는 밥이었다가 한국서만 여포 짓했던 황소개구리랑 달리 내 소유 기업들이 인재를 대우하는 건 미국에서도 유명한 수준이었지만 아무튼.
‘흠… 그러면 이번이 나한테 첫 공채인 건가?’
* * *
직장인들의 디시인사이드.
익명 커뮤니티 어플 팀블라인드.
그곳의 요즘 가장 시끄러운 주제가 있었다.
[와;; SW 텔레콤 공채 뭐임? ㄹㅇ 진짜임?]
바로 SW 텔레콤의 공개 인력 채용.
그렇지 않아도 팀블라인드 내에서의 선우진 관련 주제는 나올 때마다 항상 핫했었던 주제였는데.
모두 이유가 있었다.
팀블라인드의 분위기 중 하나가 바로 줄 세우기 문화가 심하다는 것.
익명 커뮤니티답게 서로 연봉 및 복지들을 내세우며 우리 회사가 좋니, 저기 회사가 더 좋니 따위 등을 가지고 싸우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러던 그때, 팀블라인드 내 기업 리뷰 시스템에 올라온 후기들이 있었던 것.
[스웜 코리아]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극강의 워라밸.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회사.
-퇴사할 이유가 없다.
-누가 와도 최고라고 할 최고의 회사.
-선우진은 역시 선우진.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하지만, 그러고 싶게 만드는 회사.
-귀감이 되는 동료들과 경영진, 톱 연봉.
-똑똑한 사람들만 모인 곳. 모두 프로페셔널함.
-일이 살짝 빡셈 ㅠ 유일한 단점.
[SW 프로덕션]
-엔터의 새 기준을 쓰는 곳.
-업계 톱이 된 지 한참이지만 계속, 아직도 올라가고 있는 회사.
-내가 만든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소비될 때 오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모두가 꿈꿀 만한 회사.
-단점이 없다.
-애사심이 절로 생기는 곳.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져서 싫어했던 선우진을 회사 들어오고 찬양하게 됨.
현직자 및 전직자가 인증을 통해 가입하는 곳인 만큼, 상대적으로 과장되거나 거짓된 정보 없이 실상 그대로를 보여 줄 수 있는 팀블라인드의 기업 리뷰 시스템.
5점 만점이 최대로, 보통 3.5점만 넘어가도 공기업 수준의 좋은 기업 취급을 받는다.
4점대 초반만 되어도 ‘신의 직장’ 소리를 듣게 되고.
그런데…….
[스웜 코리아 - 4.98]
[SW 프로덕션 - 5.0]
각각 4점 극후반과 5.0 만점.
선우진의 대표적인 두 회사의 리뷰 평점이 저랬던 것이다.
-???
-이게 말이 되냐?
-얘네 평점 주작함?
-ㅋㅋㅋㅋㅋ 관리자 앞에 다 불러 놓고 리뷰 쓰게 하냐?
-이거 뭐 리뷰 이벤트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냐ㅋㅋㅋㅋㅋ 5점 만점 시 100만 원 드려요~
-치킨 배달 2,000원어치 서비스만 줘도 개같이 5점 박는데, 100만 원이면 바로 찬양 때리지~
-정보) 저 두 회사 사원 전부한테 100만 원이 아니라 1억 원씩 뿌려도 선우진 재산 1%도 못 쓴다.
-ㅋㅋㅋ1%까지 갈 것도 없음. 0.1%수준임.
당연 처음에는 다들 믿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아무리 선우진, 선우진 이래저래 시끄럽다지만… 직장인들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 저렇게 평한다는 건 조금 다른 얘기이지 않나.
선우진이 TV나 인터넷을 통해 접했을 때나 국민 호감남이지.
자기 직장의 오너로 마주하게 된다면 얘기가 한참 달라지는 법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ㄴㄴ 저거 리뷰 다 진짜임ㅋㅋㅋㅋㅋ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신의 직장이야, 저기가.
-스웜은 특히 미국 본토서도 유명함… 복지나 연봉 둘 다 업계 톱급으로.
-현직자임. 진짜 팩트 말하자면, 아마 대부분 막 회사뽕 차오를 입사 초기나 이직 초기에 쓴 거 같은데… 과장 살짝 있음. 연봉, 복지, 사내 문화, 근무 환경 등등 다 업계를 떠나 한국 최고 수준인 건 맞긴 한데… 단점이… 어라? 생각해 보니 단점이 없네? ㅋㅋ 솔직 리뷰 맞았네.
-? 기만질 뭐임?
-개 패고 싶네;;
-단점 찾았네. 쟤가 다니는 거ㅋ
-내 친구 다른 제작사서 일하다가 이번에 SW 프로덕션 이직했는데… 술자리 때마다 취하면 나오는 주사가 선우진 찬양임 ㅇㅇ 나이 내일모레면 마흔인데 띠동갑 넘게 차이 나는 선우진한테 취해도 항상 극존칭 쓰더라.
-유연 근무 되는 게 대박… 저런 선진 문화 우리 회사는 언제 도입하냐?
저 리뷰들이 순도 100%의 사실이라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한 게 아닌가.
거짓이라고 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증언들.
게다가 회사명에 다른 회사가 걸린 이들도 주위 사람한테 들었다며 말을 보태고 있었으니.
-와… 진짜 ㅈㄴ 부럽다.
-회사 다닐 맛이라니… 대체 그건 뭘까?
-나 스웜 다니는데 이번에 명절 떡값 나온 거 인증ㅋ
-ㅁㅊ 그렇게 퍼 주고도 회사 운영됨?
-ㅇㅇ 우리 보스 미국인인데, 한국은 인건비가 싸다고 오히려 좋아하던데?
-십ㅋㅋㅋㅋㅋㅋ
-아ㅋㅋ 비교군이 실리콘밸리면 어케 이기냐고.
그렇게 지금까지의 신의 직장 소리 듣던 곳들을 제치고, 새롭게 신의 직장의 대명사가 된 선우진의 기업들이었는데.
[SW 텔레콤 신입 연봉 궁금한 사람 홈페이지 FAQ 가 보셈. 다 정리해 놨네.]
근데 이거 맞냐? 왜 신입 연봉이 머기업 4년차인 나보다 높냐? 이직 때릴까 ㅅㅂ
-와; 저기 써 있는 복리 후생을 다 해 준다고?
-나 SW 프로덕션 2년 차인데 가능하기만 하면 무조건 SW 텔레콤 가는 거 추천 ㅇㅇ 지금까지 해 왔던 걸 봐서는 절대 후회 안 할 거.
[(속보) SW 텔레콤 경력직도 뽑는다고 함 ㅇㅇ]
내 친구 방금 헤드헌터한테 연락받고 단톡에 올림ㅋㅋ MKT서 대리 단 지 3년 차인데 바로 옮긴다고.
-MKT면 그래도 좋다 소리 듣던 곳 아니었나?
-ㅇㅇ 나름 만족도 ㅈㄴ 높은 곳으로 아는데.
└친구 왈, 계약 연봉 30% 올려서 제시했다고 함.
└30%? 오버 페이 아님?
-선우진이 바보냐… 뽑아 먹을 자신 있으니 그 정도 금액 제시하겠지.
-통신사들 영업이익 보면… ㅋㅋ 틀린 말도 아님.
-마케팅에만 분기별 1조 가까이 쓰는 거 같던데 그거 10% 인건비로만 돌려도 어마어마하지.
-SW 계열 회사들 보면 연봉 아니어도 옮길 만함 ㅇㅇ 복지나 기타 근무 조건이 미쳤다던데.
-ㄹㅇ ‘사장님이 미쳤어요!’ 수준.
소수 정예로 운영되었던 그간의 기업들과는 달리, 이번 SW 텔레콤에서는 대대적으로 인력 채용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알려진 연봉, 복리 후생 등의 조건이 타 경쟁사 대비 월등했으니.
[나 KTF 다니는데ㅋㅋㅋㅋㅋㅋ]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경력직 채용은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공채 일정 맞춰서 연차 쓰려고 했거든? 근데 부장님 왈.
“…너도냐?”
“네?”
“네 선배들도 이미 두 명 왔다 갔다. 같은 날에 연차 쓴다고. 너도 SW 지원하려는 거 아냐?”
이거 듣고 식겁했는데 나중에 흡연할 때 귀띔해 주시길 본인도 이직 제의 받아서 고민 중이시라고…ㅋㅋㅋㅋㅋㅋㅋ
-다른 통신사들 난리 났네 ㅋㅋㅋㅋ 핵심 인력들 다 빼앗기는 거 아님?
-불만이면 자기들도 연봉 올려야지 ㅋㅋ 근데 연봉 같더라도 이직 마려 울 듯… 한국 대기업들은 사내 문화가 너무 스트레스야.
기존 다른 통신사에서 근무하던 인력 중 SW 텔레콤으로의 이직을 희망하는 이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통신사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었으니.
특히 IT 기업에 근무하는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SW 텔레콤 이직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능력만 있다면 20대의 나이로 수억 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
그중 선우진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곳이 못해도 십수 곳은 됐는데.
SW 텔레콤으로 이직하면 그런 곳들로 거취를 옮길 기회가 열려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었다.
* * *
[헤이, 한국에 통신사를 차렸다며?]
오랜만에 일론 머스크의 전화를 받게 됐는데.
“재밌어 보이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응. 바쁜 건 알지만 여기도 가끔씩은 들여다 좀 보라고. 스페이스 X가 어디 나만의 회사야? 네 돈도 1억 달러나 들어가 있잖아. 지금 가치로는 훨씬 더 클 거고.]
“미안. 벌이는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아니야. 당연히 이해는 하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게 태어났으니. 아무튼 스페이스 X의 사내 프로젝트로 시작된 건데, 이게 꽤 흥미로워. 이미 이름도 붙여 놨다고!]
예전에 뿌려 둔 적 있는 씨앗이 드디어 발아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스타링크라고. 어때? 무슨 프로젝트인지 감이 와?]
“글쎄. 이름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는데…….”
물론 거짓말이다.
잘 알지.
암, 아주 잘 알고 말고.
“별을 연결한다라… 진짜 별은 아닐 거고, 위성이라도 쏴 올려서 모두 연결해 버리는 건가? 수천 개… 아니지, 수만 개의 인공위성을 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통신망을 만든다거나. 그런 프로젝트는 아니겠지?”
[…Fuck.]
내가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자 들려온 머스크의 욕설.
잘난 척을 너무 했나.
[정확해. 젠장, 어떻게… 아! 혹시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필요한 잘난 척이기도 했다.
SCP의 클라우드와도, SW 텔레콤과도 연동해 활용할 여지가 무궁무진한 스타링크 프로젝트.
그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고 싶었으니.
“뭐, 아니라면 거짓말이지. 그런데 대충 계산기를 때려 봤더니 최소 30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하겠더라고. 그래서 아직도 고민 중에 있었지.”
[…잠깐만 기다려 봐.]
-헤이! 코리아로 갈 채비를 해. ASAP.
통화 너머로 머스크가 비서에게 비행편을 준비시키는 소리가 들려오고.
다시 그의 말이 이어졌다.
[우진, 너라면 잘 알고 있겠지? 원래 뭐든지 한 손보다는 두 손이 나은 거. 설마 스페이스 X를 두 개로 쪼개려는 건 아닐 거 아냐.]
“그럼, 당연하지. 우리가 예전 우주여행에 대해 떠들었던 거 잊었어?”
[좋아. 잘 생각했어. 그래,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는 게 어때? 내일… 아마 내일 오전 중에는 한국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