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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71화 (171/267)

171화 하나와 하나

4,000억 달러의 사나이.

물론 순 기업 가치가 아니라 상장 시 평가 금액이 섞여 있기에 엄밀히 따지면 내가 정말 저만큼의 재산을 가진 건 아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상장되면서 기대감 등의 요인으로 가치가 뻥튀기된 건 MAGA 등의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으니.

‘나… 목에 힘 좀 주고 다녀도 되겠는데?’

인간 선우진이 아니라 기업 선우진이라 쳤을 때도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는다.

MAGA를 제외하고 그다음 시총 순위를 자랑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페이스북이 5,000억 달러 수준이다.

즉, 내가 그 다음쯤은 된다는 건데.

이렇게 생각해 보니 내 재산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지 잘 알 수 있다.

일개 개인의 재산이 전 세계 시총 TOP 7-8위권 기업과 맞먹는다니.

‘오일 머니 나오라 이거야.’

어? 이 정도면 만수르는 물론이고 나아가 빈 살만까지……?

“흠, 흠흠. 아니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살포시 접었다.

혹시나 싶어 검색해 보니 만수르가 1조 달러, 빈 살만이 그 두 배인 2조 달러쯤 됐다.

아직은 비벼 보기에 조금 일렀다.

물론, 저들의 개인 재산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땅에서 황금이나 다름없는 오일이 난다고 해서 그건 말이 안 된다.

왕가의 재산이 저 정도라는 것.

하지만 사실 오일 머니들의 개인 재산과 가문의 것을 나누는 건 딱히 큰 의미가 없는 행위다.

어차피 절대 권력이나 다름없는 막강한 권력 아래 자신의 돈처럼 다룰 수 있는 것들.

개인 재산이나 가문 재산이나 별다를 게 없다.

그리고 애초에 MAGA와 관련해서도 빌 게이츠나 베조스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기업 자체와 겨루고 있는 판인데.

여기서는 ‘응, 그래도 1대1로 따지면 내가 돈 더 많음.’ 이러는 것도 모양 빠지고.

아무튼.

‘참 길다, 길어.’

4,000억 달러의 사나이.

붙여 놓고 처음에는 꽤 멋진 타이틀이라 생각했는데.

몇 번 되뇌다 보니 조금 별로인 것 같다.

꽤 길기도 하고, 무엇보다 4라는 숫자가 너무 애매하다.

이왕이면 4,000보다는 1이 낫지 않을까.

1조 달러의 사나이.

2020년까지의 내 목표였다.

‘미국 증시, 특히 테크 쪽은 20년 초까지 쭉 우상향하니까. 1조 달러를 노리는 것도 허황된 목표는 아니지.’

조만장자라는 타이틀.

몇 년 전 한 미래학자가 “20년 내에 첫번째 조만장자가 탄생할 것”이라 말했다던데.

그가 지금의 내 재산을 알았다면 20을 2로 바꾸지 않았을까.

-캬! 요즘 주식 할 맛 나네

-이게 모두 우진 형님 덕분이다. 다들 계신 곳으로 한 번씩 절하도록

-반도체 쪽이 진짜 활황이네.. 코인 망하고 나락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걸 이렇게 살리다니

-진짜 꿀통은 오성물산임 ㅋㅋㅋ 여기도 건설주라면 나름 건설주인데 오랜만에 건설주로 이렇게 먹네

-ㅋㅋㅋㅋ개인이 이렇게 나라 전체 증시에 영향 끼치는 거 보면 ㄹㅇ 난 놈이긴 하다

-오늘부로 선우진 지지를 철회한다.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나와 한몸으로 간주한다. 앞으로 선우진에 대한 공격은...

-세상에 70억명의 선우진 팬이 있다면, 나는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중략)... 세상에 단 한 명의 선우진 팬도 없다면, 나는 그제서야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어휴;;

-선우진 유일하게 ㅈ같은 점 : 쟤는 괜찮은데 쟤 극성빠들이 ㅈ같은 밈 계속 만들어 댐

-ㄹㅇㅋㅋ

[코스피, 2598.19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달성! -2018년 1월 29일]

한국 증시에는 봄 바람이 불고 있었다.

작년부터 죽 이어져 온 상승장.

거기에 데이터 센터 건설에 대한 전격적인 내 투자가 겹치며 코스피 또한 사상 최고치를 찍어 버렸다.

어쩌면 3000포인트 시대가 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시장에 맴도는 상태.

언론에서도 희망적인 관측을 연신 내놓고 있다.

‘마냥 밝지만은 않을 거 같은데…….’

기업을 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게 여럿 있다.

다른 사람들치 추켜세워 주는 것처럼 내가 투자의 신인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매일 같이 여러 고급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기는 인사이트.

여러 대기업의 오너라는 위치에서 오는 이점도 있었다.

예전에는 산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봤다면, 지금은 저 높은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옆에는 먼 곳까지 훤히 볼 수 있는 망원경들도 여럿 있는 상황이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시야도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국내 증시가 어떻게 흐르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조만간 있을 미중 무역 전쟁을 생각하면…….’

비관적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중국에 많은 걸 의존하는 나라다.

두 나라 간의 갈등 사이에서 양측의 눈치를 봐야 하기도 했고.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잘 타고 있는 증시에 찬물이 끼얹어지게 될 거다.

투자자들의 심리도 자연스레 위축될 수밖에 없을 테고.

“연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했죠?”

“예. 어쩌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거일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겹친다면 어떻게 될까?

미 연준은 작년에만 금리를 3회 인상했다.

올해에는 어떨까.

SW 인베스트먼트의 예상은 더 큰 인상이라는데, 확신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트럼프에게 전화 한 통 하고 싶지만, 이건 그도 모르는 영역이겠지.

미국은 중앙 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전통이 있는 나라.

연준과 미 정부의 스탠스가 상충하는 경우도 흔했다.

‘트럼프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을 이끌어 내려 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의 생각은 반대일 수도 있어.’

일종의 파워 게임.

결국 이기는 건 무대포 대통령 트럼프겠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증시가 흔들리게 될 거다.

그리고 그건 바꿔 말하면 몇몇 발 빠른 투자자들은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거고.

‘우선 대비를 해 놓는 게 좋겠어.’

“한국 쪽은 한동안 관망하는 거로 하죠. 상반기 동안 추이를 살펴보다가 미 연준이 어떻게 나올지를 봐야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시장의 기대처럼 올 한 해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웃어 주는 한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다른 미래 지식을 고려했을 때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자동차, 기반 클라우드 환경 전격 교체. SW 클라우드 플랫폼과 계약 체결]

[ICT를 통해 성장 동력 찾는 미래차… SCP가 함께한다? 클라우드가 함께 하는 커넥티드 카 계획 발표]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 수년 내로 클라우드 도입 빨라질 듯]

그 와중 들려온 몇 가지 반가운 소식.

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내부 회계통제 시스템 등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택하는 협업사는 SCP.

물론 이건 일종의 신호다.

내게 자기네들 좀 잘 봐 달라는 신호.

실제로 나와 사업 분야가 전혀 겹치지 않아 연관이 없는 대기업들 중 상당수는 SCP가 아닌 AWS를 택했다.

‘아직 역량 면에서 많이 뒤지긴 하지.’

자체 데이터 센터 건설도 끝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고.

기존의 데이터 센터나 클라우드 회사들을 몇 개 사들여 기본적인 환경은 구축해 뒀지만, 소프트웨어 연동 등에 있어서 효율이 AWS나 MS의 Azure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내 여러 기업에서 SCP를 택해 주고 있으니.

올해 상반기 매출이 최소 백억 달러는 되지 않을까.

물론 그중 60%가 넘는 매출이 스웜이나 틱톡, 트위치 등 내 기업들에게서 나오는 거이긴 해도, 꽤나 고무적인 성과였다.

우우웅-

[김 의원 - 대표님, 문안 인사드립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국민의 대표답게 그동안…….]

그러던 그때, 누군가에게서 온 문자 한 통.

가끔씩 이렇게 아부성 연락을 하는 김병원 의원이었는데.

뇌물이나 기타 등등의 다른 것 요구하는 것 없이 이러기만 한다.

애초에 김 의원이 내게 그런 걸 요구할 급이 안 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뭐, 국회에서 선 대표와 자기가 친분이 있다 말하고 다닌다 하긴 하던데.’

그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라 뭐라 하지 않았다.

그걸 가지고 별다른 이득을 노리는 게 아니라, 정말 자랑 수준에 그친다는 소리가 있어서.

실제로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당시 국방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의 덕을 보기도 했고 말이다.

언젠가 뒷조사도 한번 한 적 있는데.

사람이 멍청하고 강약약강이어서 그렇지, 아예 쓰레기는 아니더라.

국회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이다 보니 5급수에 사는 4급수 물고기 같은 느낌?

뭐, 여하튼 웬일로 연락을 한 건가 했는데.

“데이터 센터 건설이요?”

[예, 아실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지역구인 인남시가 딱 데이터 센터 건설에 적합한 곳 아닙니까? 땅값 안 비싸죠, 바람 많이 불어서 온도 낮죠, 발전소 가깝죠.]

이 인간 공부 많이 했네?

아니면 보좌관이 열일했거나.

실제로 데이터 센터 입지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평균 기온은 아주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데.

데이터 센터의 적정 온도는 통상 19~21도.

하지만 안에 있는 서버와 네트워크가 상시로 열을 뿜어내다 보니,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그 정도 온도가 유지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열을 식히기 위한 냉방 설비 가동이 필요한데, 애초에 평균 기온이 낮은 곳이라면 그 품이 덜 들게 되는 것.

물론 부지를 위한 땅값이 중요한 것과 발전소 근처면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도 맞는 말이었고.

‘흠…….’

그렇게 김 의원과의 통화를 몇 분 더 지속했는데.

정리하자면 간단했다.

‘선우진느님… 국내에도 데이터 센터 건설하신다면서요? 그거 제발 제가 있는 인남시에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인남시와 같은 비수도권 지자체가 데이터 센터 건설을 원하는 건 당연했다.

일단 세수도 확보되고, 관련 기업… 그것도 미국은 물론 한국 명문대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다는 SW 계열의 기업 유치와 인력 채용 등등.

장점이 여럿이었고, 그말인즉슨 그걸 데려온 김 의원이 큰소리칠거리가 여럿이라는 뜻과 같았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 바로 김 의원이 내게 처음으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순간이었는데.

다소 안 좋았던 첫 만남 이후로 정신이 바짝 든 건지.

지금까지 내내 내게 퍼 주기만 했던 김 의원.

‘자업자득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예뻐 보인다거나 불쌍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단지, 김 의원의 제안이 꽤나 혹하는 건 사실.

실제로 국내에도 몇 군데에 데이터 센터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춘천과 시흥, 그리고 인남시 등이 후보군 중 하나였다.

“나쁜 생각은 아니네요.”

[헙! 정말이십… 아니, 예! 그럼요. 하하! 역시 선 대표님이십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제 의지를 알아 주셨군요!]

“에이, 그런 거 아니면서.”

[…예?]

“다음 총선에서 간당간당하니까 이러시는 거잖아요. 그리고 지금 인남시 지자체장도 김 의원님 쪽 사람이고. 아닌가요?”

흠흠-

통화 너머로 들리는 헛기침 소리.

여하튼.

인생은 모름지기 기브 앤 테이크.

하나를 줬으면 하나를 받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요, 인생의 진리였다.

지금과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얘기.

‘하나 줬으니 하나 받아 와야지.’

“좋아요. 두말하지 않고 인남시에 데이터 센터 건설 진행하겠습니다.”

[예! 잘 생각하셨습니다! 정말… 정말로요!]

“아, 그런데 투자 보조금은 어느 정도 되죠?”

[…예? 투자 보조금이요?]

“춘천에서는 수백억 원이 넘는 투자 보조금, 시흥에서는 거기에 또 장기임대용지 제공을 덧붙였거든요. 하하, 김 의원님이 직접 전화 주신 만큼 인남시는 더 큰 게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하, 하하. 그게 말입니다.]

하나를 주고 하나 뜯어 가는 거 맞냐고?

하나가 아니라 두셋 가져가는 거 아니냐고?

김 의원의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하나 주고 하나 받아 가는 게 맞다.

‘원래 내가 좀 통이 크니까.’

김 의원의 하나와 선우진의 하나.

애초에 그 무게가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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