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인간 VS 기업
[오성전자가 확실히 MK 하이닉스와 비교해서 더 뛰어나네요. 품질과 비용, 공사 기간 등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한발 앞서 있습니다.]
직접 오성과 MK 하이닉스의 데이터 센터 건설 현장을 살핀 셀립스키와의 통화.
“그런가요? 그러면 저번에 얘기했던 대로 UK에 지을 데이터 센터는 오성 쪽으로 할당하는 거로 하죠.”
[예, 알겠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박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면서까지 SCP 데이터 센터 건설에 신경을 쓰는 프로젝트라는 소문이 오성 그룹 내에서 파다하다고 한다.
차기 오너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
사원들도 덩달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원래 자체 역량에서 MK 하이닉스보다 앞서 있는 오성전자였으니.
전문가인 셀립스키가 보기에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거였다.
‘원래 급 차이가 나는 두 기업이긴 하지.’
D램 쪽에서는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지만.
전체적인 역량에서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모그룹의 덩치도 마찬가지였고.
‘이 정도면 길들이기는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내가 작년에 인수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조만간 <드래곤 길들이기 3>을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나도 그에 발맞춰 오성 길들이기를 한번 해 보았다.
뭐, 사실 길들일 것도 없는 오성이기는 했다.
괜히 자기네들이 한국의 1등 그룹이 아니라는 듯.
눈치 빠르게 내게 처음부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오성 아닌가.
이번에도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잘 아는 것 같았다.
톡, 토독-
‘확실히 신경을 많이 쓰기는 했네.’
셀립스키가 시찰 후 간략하게 보낸 보고서.
비전문가인 나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 쭉 읽어 봤는데.
셀립스키가 오성을 추천한 이유가 있었다.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메모리야 자사 제품들을 쓰는 게 당연했으니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지만, 그 외 부품들의 수준이 오성이 더욱 앞서 있었다.
특히 오성물산의 건설 부문에서는 그야말로 회사의 사활을 거는 수준으로 이번 데이터 센터 공사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모종의 사유로 오성건설이 아니라 오성 물산의 건설 부문인 거지, 이미 잘나가는 건설사인 곳이 데이터 센터 하나 못 따낸다고 회사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표이사가 매일같이 현장을 방문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게 엄청난 미래 먹거리임을 알아본 것.
‘이런 걸 보면 괜히 대한민국 1등 그룹이 아니야.’
아, 과거의 얘기고 지금은 2등인가?
여하튼.
[SW 클라우드 플랫폼, 대대적으로 인력 충원.]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을 휩쓸고 간 SCP… 파격적인 대우에 경력자들 몰려.]
SW 클라우드 플랫폼에 직원들을 충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후부터 지속적으로 인력을 모집하긴 했었지만.
이제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인 만큼, 이번에는 그 정도 수준의 인력 모집이 아니었다.
‘AWS 직원 수가 4만 명이 넘는댔지…….’
아마존이 아니라 AWS만 한정했을 때의 얘기였다.
물론 이미 저 멀리 앞서 있는 기업과 이제 시작 단계에 놓인 기업에 필요 인력 수가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4분의 1인 1만 명은 뽑을 생각.
일단 몇 년 전부터 돌기 시작한 캠퍼스 리크루팅을 통해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인재들을 대거 데려왔고.
헤드 헌팅 전문 업체를 무려 다섯 곳이나 고용해 인력 스카우트를 시켰다.
실리콘밸리를 싹싹 긁게 한 것.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다.
세간에서 SW 그룹이라고 부르는 내 사업체들의 성과금 제도는 미국 전역에 정평이 나 있는 터라.
수많은 인재가 심사에 몰려들었다.
“여기 최종 명단입니다.”
“고생하셨어요.”
채용에 내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내가 IT나 코딩,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다고.
물론 그렇다고 뽑는 절차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서류 심사부터 전화 면접, 코딩 테스트, 디자인 테스트, 알고리즘 테스트 등.
레퍼런스 체크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뽑은 고급 인재들이 최종 합격 했다.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미국 명문대생들 사이에서 보스의 명성이 대단해요. 스티브 잡스를 롤 모델로 삼는 건 한참이나 전에 유행이 지났다더군요.”
“미래를 선도하는 천재! 모든 사람이 좋아할 모습이긴 하죠.”
“제가 최종 면접을 봤던 친구 중에는 보스와 함께하고 싶다며 Azure(MS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가 제안한 보너스 100만 달러를 버리고 온 친구도 있어요. 5년을 채우면 받는 보너스인데, 1년 반을 기다릴 바에는 보스에게 합류하겠다더군요.”
“하하. 예에…….”
꽤 자주 듣는 편이라, 이런 날 띄워 주는 말들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진다.
양심도 콕콕 찔리는 건 덤.
매번 느끼지만 나도 참 뻔뻔하지 못하다.
조금 더 얼굴에 철판을 깔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선우진, 빅테크 기업들 정조준?! 이젠 FAGA이 아니라 MAGAS가 대세!]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선우진. 아마존, MS 게 섰거라?!]
여하튼.
미국의 대학생들, 실리콘밸리의 현업 종사자들은 물론 언론에서도 연신 나를 띄워 주고 있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고 있었다.
원래는 TGIF(트위터, 구글, i-Phone, 페이스북)에서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그다음은 MAGA(MS, 애플, 구글, 아마존)이 되었을 대세 빅테크 기업들을 묶어 부르는 용어들인데.
나 때문에 그게 살짝 달라지고 말았다.
넷플릭스가 스웜으로 인해 예전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주지 못해 저 그룹에 못 끼게 되며 그저 FAGA가 되었고.
페이스북의 최근 성장세도 둔화되자 그 자리에 대신 마소를 넣고 거기에 나를 묶어 MAGAS라는 용어를 쓰려 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TOP 5 빅테크 기업으로 꼽히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갈 길이 아직 멀기는 하지.’
MS의 현 시총이 6,700억 달러.
아마존과 애플도 6,800억 달러 정도로 MS보다 아주 살짝 앞섰다.
그리고 구글의 시가총액은 그보다 더 큰 7,800억 달러였다.
“진짜 미쳤네.”
이렇게 숫자로 보니 새삼스럽게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난해 한국 증시.
그러니까 코스피와 코스닥의 전체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게 1,890조 원이었다.
달러로 치면 1조 7,300억 달러 정도.
한국 전체의 GDP도 그와 엇비슷한 1조 6,200억 달러였다.
즉, MAGA에서 아무 기업이나 세 군데 골라 그 시총만 합쳐도 한국 총 GDP나 증권시장 시가총액을 뛰어넘는다는 건데…….
미친 수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고작해야 세 개의 기업을 합친 게 전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한국의 한 해 GDP를 뛰어넘는 거였으니.
‘MAGAS로 같이 묶인다고는 해도…….’
오성전자와 MK 하이닉스가 그런 것처럼 급 차이가 난다는 뜻.
MAGA+S가 더 적절한 말이지 않을까?
테크 부문만 따로 놓고 보는 게 아니라 내 모든 사업체의 가치를 더한다고 해도 저 기업들에는 감히…….
어라?
잠깐만.
탁, 타다닥-
저번에 받았던 보고서가 어디 있더라.
WS 매니지먼트에서 작성한 상장 이후 시장가치 예상 보고서.
윌리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내 소유 사업체들의 매출 및 영업이익 등 여러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윌리엄인 만큼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보고서일 것이다.
포브스나 기타 금융사, 언론 등에서 겉으로 드러난 일부의 정보만을 가지고 추정한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스웜이 일단 550억 달러… 넷플릭스 시총이 700억 달러였나 그랬지?’
우선은 스웜.
넷플릭스보다 북미에서는 물론 전 세계 가입자 수에서도 앞서는 스웜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넷플릭스보다 더 적게 책정한 건 산하 제작사들 때문이었다.
넷플릭스의 시총에는 애니멀 로직, 넥플릭스 애니메이션, VFX 스튜디오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생산하는 스튜디오들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지만, 스웜은 그렇지 않은 것.
‘스웜 오리지널은 내 소유의 다른 제작사에서 제작하니까.’
오히려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만 두고 봤을 때도 넷플릭스의 80%에 달하는 거였으니.
전체 덩치에서는 훨씬 더 큰 거라 볼 수 있었다.
그다음은 써밋-MGM.
그러고 보면 써밋 엔터를 인수해 키워 오면서 그간 자잘한(?) 스튜디오들을 여럿 인수해 왔다.
윌리엄의 보고서에는 그렇게 인수한 산하 스튜디오들의 가치까지 모두 정리되어 있었는데.
[써밋-MGM - 560억 달러]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 70억 달러]
[레전더리 픽처스 - 39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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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두 곳 외 진짜로 자잘한 소규모 인디 제작사들까지 합치면…….’
이렇게 되면 합이 680억 달러.
1년 반 전, AT&T가 타임 워너를 인수한 금액이 854억 달러였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650~700억 달러로 평가한 거였는데.
워너가 보유한 방송사인 CNN, 카툰 네트워크의 가치가 최소 200억 달러 내외인 걸 보면, 스튜디오로만 보자면 워너보다 더욱 고평가한 것.
그다음은 SW 프로덕션이었다.
SW 프로덕션은 CM 그룹과 흔히 3대 기획사로 불리는 연예 기획사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모조리 평정한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SW 프로덕션 - 84억 달러]
아무래도 국내 한정이다 보니 앞선 것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은 귀여운 액수였다.
그래도 CM E&M의 두 배.
오늘자 코스피 기준으로 치면 35위권이었다.
“…미친.”
다음 장을 넘겼다가 나도 모르게 욕설을 뱉어 버렸는데.
어쩔 수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숫자가 페이지 상단에 적혀 있었기 때문.
‘이렇게 높았어?’
[바이트댄스 - 60억 달러]
[틱톡 Worldwide - 560억 달러]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만든 모기업인 중국 법인.
틱톡 Worldwide는 중국과 중국 외 지역 분리하기 위해 분사시킨 회사였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틱톡을 서비스하는 기업.
즉, 떨어져 나왔지만 저게 사실상의 본체였다.
물론 중국이 아닌 해외 법인이었다.
아일랜드 법인, 정확히는 저지섬이라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 채널제도에 있는 영국 왕실령의 법인.
으음… 맞다.
외국 기업에 법인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는 조세 회피처다.
여하튼.
‘하긴. 요 1, 2년 간 틱톡의 상승세가 놀랍긴 했지.’
미국 내 월간 소셜 미디어 앱 다운로드 수에서 페북과 인스타, 유튜브, 스냅챗을 모두 앞지른 틱톡이다.
기존 다운로드 인원들을 감안하더라도 틱톡이 요즘 가장 주목받는 소셜 미디어라는 뜻.
그런 만큼 평가된 시장가치가 남달랐다.
합이 620억 달러.
그리고 이것들 말고 ‘기타 등등’의 사업체들.
[윅슨 출판사 - 7.4억 달러]
[시그마 캐피탈 - 94억 달러]
[바이비트 - 13억 달러]
[트위치 - 27억 달러]
[크리스탈 팰리스 - 19억 달러]
[SW 재단 - 21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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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억 달러 정도 됐다.
자, 그러면 모두 더해 볼 차례였다.
머릿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갔다.
‘550에 680… 거기에 84 더하고, 다음은 620하고 185…….’
2,119억 달러.
대충 반올림해서 2,120억 달러라 치고.
내 개인 재산을 더할 차례다.
저 모든 사업체가 내 것이기는 하지만 그 외의 부동산이나 전용기, 요트, 슈퍼카와 같은 탈것, 빼놓을 수 없는 내 저작권.
앞의 것들이야 다 합쳐도 10억 달러가 안 되겠지만… 저작권은 값이 좀 나갈 거다.
출판사의 오너이기도 한 덕에 계약 조건이 꽤나 후한 터라.
4~50억 달러는 족히 나갈 듯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내 명의의 지분들.
테슬라, 리엇 게임즈, 미래차그룹 관련 주, 오성전자 등등.
투자 법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내 명의로 취득한 것들이 다 합하면 100억 달러가 넘었다.
‘퓨쳐 인베스트먼트도 빼놓을 수 없지.’
퓨쳐 인베스트먼트는 시장에서 350억 달러의 가치를 지녔다 평가받고 있다.
거기에 내 지분율인 35%를 곱하면 됐다.
122억 달러.
그러면 여기까지 대충 2,400억 달러.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망의 하이라이트.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의 가치.
두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건 쉬웠다.
각각 430억, 290억 달러의 운용 자산.
사실 저게 모두 내 돈이라 기업 가치를 최소 저기서 시작해야 했다.
거기에 저 두 회사들의 브랜드 가치, 보유 인력, 금융권 내 영향력 등의 무형 자산.
뭐, 운용 자산 이외의 유형 자산들도 있을 거고.
이것저것 다 따지면 각각 +100억 달러는 쳐줘야 하는 게 아닐까.
너무 후한가?
그러면 +50억 달러로 해서…….
‘820억 달러.’
2,400 + 820 + 700 = 3,920.
간단한 산수가 끝났다.
왜 갑자기 튀어나온 700이 어디서 왔냐면은, 며칠 전 날 고민에 빠지게 했던 바로 그 700억 달러였다.
SCP야 이제 시작 단계니 일단은 빼고 생각했다.
아무튼.
총합 3,920억 달러.
약 4,000억 달러.
S가 MAGA에 못 비빌 것 같다는 말은 취소다.
이 정도면 충분히 비비고도 남는다.
인간과 기업의 비교라는 걸 생각해 보면, 사실 내 판정승이다.
‘MAGA 놈들 미쳤다고 할 게 아니었네.’
이렇게 다 따져 보는 건 나도 처음 있는 일.
그래서 그런가.
놀라는 걸 넘어서 내 돈인데도 제대로 실감이 안 난다.
‘4,000억 달러의 사나이라.’
어렸을 적, 우연히 한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던 <육백만 불의 사나이>라는 프로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지만……
‘제목을 보면 불우 이웃과 관련된… 그런 드라마였나?’
합리적으로 그런 추측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