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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69화 (169/267)

169화 고민이 생겨 버림

작년 초쯤에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문제.

누가 듣는다면 ‘이런 개자식이?’와 같은 욕설을 퍼붓겠지만, 정말로 내게는 진지한 고민거리였다.

그것이 바로 무엇이냐 하면…….

‘돈이 많아도 너무 많아.’

꼭 웹 소설 제목 같은 문장.

하지만 기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생각이었다.

당시의 나는 정말로 돈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게 너무 많아’

이런 고민을 처음 했던 때가 바로 미국 대선이 막 끝났던 2016년 말.

브렉시트로 무려 900억 달러, 미국 대선에서는 160억 달러.

합치면 대략 1,060억 달러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현금이 생겼던 바로 그때였다.

물론 내가 그 돈들을 쓸 곳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찬탈자> 시즌 2, 호평 속에 마무리… 시즌 3 제작도 곧바로 들어가.]

[써밋-MGM에 제작비 10억 달러를 지원한 선우진… 내년 할리우드 최고의 스튜디오가 되겠다 포부 밝혀.]

[아쉽게 더블을 놓친 크리스탈 팰리스. 하지만 다가오는 시즌에 앞서 2연속 EPL 우승 팀의 품격을 보여 주겠다 말한 선우진. “오일 머니? 그걸 뛰어넘는 우진 머니를 보여 주겠다. FFP 룰이 허용하는 최대의 이적 자금 준비 중.”이라 밝혀 팬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다.]

[매 분기 쏟아지는 스웜 오리지널! 다른 OTT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 사업체들에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었고.

그것들이 각각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했다.

“이번 분기 펀드 자산 운용 보고서입니다, 보스.”

[SW 인베스트먼트]

운용 자산 - 429억 달러(+8.3%)

[WS 매니지먼트]

운용 자산 - 287억 달러(+7.1%)

거기에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에 투입하는 금액도 있다.

전체적인 방향은 내가 정하지만, 그 안에서는 운용이 자유로운 두 회사.

간혹 특별 지시 사항이 있을 때만 내 지시대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었고.

평상시에는 내 지시 없이 소속 매니저들이 그 자금을 다룬다.

그렇게 그들에게 맡긴 게 각각 수백억 달러씩.

일반적으로 여러 투자자에게 자본을 출자받아 운영되는 PEF들과는 달리, 99% 이상이 내 자본이면서도 저 두 회사가 글로벌 PEF 랭킹에서 Top 20위권 안에 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렇게 썼는데도 돈이 남는단 말이지.’

그만큼 1,000억 달러라는 돈은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여전히 300억 달러나 되는 여유 자금.

한화로 치면 35조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

뭐, 돈이 많이 남으면 좋은 게 아니겠냐마는… 가만히 놔두기에는 너무 큰돈인 터라.

‘그런데 또 확실한 투자처가 없단 말이지.’

미국 대선 정보까지 써먹고 보니, 이제 한동안은 쓸 만한 미래 지식이 다 떨어져 버렸었다.

물론 가상 화폐 붐이 있었지만, 시장 규모나 기타 등등을 고려하면 100억 달러 정도는 몰라도 수백억 달러를 넣기에는 무리였고.

그렇다고 남은 걸 또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에 맡기자니, 그건 또 마음에 걸렸다.

내가 저 두 회사에 속한 매니저들의 실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원래 계란도 한 바구니에 담지는 말라 하지 않았나.

여하튼, 그런 이유로 남아 버린 300억 달러라는 돈.

그걸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가 내가 내린 선택이 있었는데.

‘애매할 때는 결국 S&P만 한 게 없지.’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유언장에 재산의 90%를 투자하라 언급했던 바로 그 S&P 500 인덱스 펀드.

나는 남은 300억 달러라는 돈을 전부 거기에 부어 버렸다.

S&P 500 지수를 벤치마킹 하는 자산이 10조 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내가 300억 달러를 붓더라도 티도 안 나는 덕에 저만한 곳이 없더라.

게다가 그래도 대충 트럼프가 미국 경제를 부양시키기는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도 했으니.

최소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S&P 500: 2,238.83]

그렇게 내가 여유 자금을 S&P 500 인덱스 펀드에 묻어 놓자고 결정했을 때의 지수가 2,230가량.

그리고 1년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은…….

“와우.”

[S&P 500: 2,819.30]

26% 정도가 올라 2,820.

거기에 내가 투자한 펀드는 단순히 지수만을 추종하는 게 아니었기에 살짝 더 높은 수익률인 35%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 300억 달러가 405억 달러가 되어 버렸다.

코인이나 다른 사업체야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썼으니 많은 돈을 버는 게 당연하겠지만.

이건 그냥 넣어 놓고 1년을 잊고 있었더니 +105억 달러가 된 것.

‘돈을 이렇게 쉽게 벌어도 되나?’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격하게 실감하는 요즘이다.

거기에 이번 비트코인 시즌 1을 통해 300억 달러의 현금이 추가적으로 생겼으니.

‘700억 달러…….’

한화로 77조 원.

요즘 달러가 똥값이어서 한화로 바꿀 생각은 없지만, 여하튼 올해 한국 총예산의 5분의 1만큼이나 되는 돈이 내 여유 자금으로 있게 됐다.

‘돈이 진짜 많아도 너무 많네.’

2018년의 새로운 고민거리.

대체 이 많은 돈을 이제 어디에 써야 하나.

작년보다 돈이 두 배가 늘었으니 고민도 두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손쉽게.

‘고민이 해결되어 버렸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오성에 발주를 넣은 게 40억 달러어치고, MK 하이닉스에 15억 달러? 겨우 55억 달러로 누구 코에 붙입니까?”

이번에 새로 영입한 아담 셀립스키가 내게 한 말.

그는 과거 AWS에서 부사장직을 맡았던 인물로, AWS를 나가 태블로라는 데이터 시각화 회사의 CEO를 맡고 있다가 그게 스웜에 인수되면서 내게 합류하게 된 인물이었다.

SCP의 소식에 자신도 함께하고 싶다며 자원해 왔는데, 경력과 주위 평판을 살펴본 후 그를 곧바로 SCP의 전략 담당 이사로 임명했다.

CEO 자리가 아직 공석인 터라 그가 사실상의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CEO 후보이기도 했다.

“SCP는 후발 주자입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요.”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AWS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

그다음으로는 기존 오피스와 윈도우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MS가 굳건히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뒤늦게 뛰어든 페이스북과 구글은 데이터 센터 건설에만 매년 5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

그래서 나도 일차적으로 상반기에 40억 달러, 하반기에 추가적으로 비슷한 액수를 쓸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비교하자면 SCP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합니다. 어쩔 수 없죠. 대표님이 가지신 사업체 중 IT 기반 기업이 그리 많지 않고, 개중 스웜이 그나마 잘나간다고는 해도, 두 기업은 그런 스웜 같은 게 몇 개나 합쳐진 곳이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물론, 선발 주자인 아마존과 MS까지.

SCP와는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과 자산에서 차이가 컸다.

콘텐츠와 관련해서라면 몰라도 SW 역량만 따지자면 한참이나 뒤지는 게 사실.

“즉, 가장 중요한 SW 역량에서 선발 주자는 물론 후발 주자들에게도 밀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SCP만의 장점을 활용해야 하고요.”

“…….”

셀립스키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우선 SCP의 가장 큰 장점 첫 번째가 뭡니까? 바로 오너의 마르지 않는 자금이죠. 물론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쌓아 놓고 있는 유보금도 그에 뒤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소리를 하면서 어떻게 일개 개인의 여유 자금이 저런 거대 기업의 유보금과 맞먹는 건지 이해가 안 되지만, 그건 넘어가겠다고 말하는 셀립스키였다.

“하지만 그들은 거대한 문어발 기업 집단이죠. 돈 들어가야 할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현금을 쓰지 않고 쌓아 놓는 걸 무척이나 선호하기도 하고요.”

스웜과 써밋-MGM, SW 프로덕션, 윅슨 출판사, 틱톡, 트위치, 그 외 투자회사 등.

나도 문어발에는 일가견이 있다지만 저 거대 IT 기업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연간 수억 달러가 넘는 만큼의 돈을 투입해 온 덕에 더 이상 추가 자금을 필요로 하는 회사들도 아니었고.

오히려 벌어들이는 돈을 자체적으로 사업 확장에 쓰고 있는 요즘이다.

즉, 나는 여유 자금 700억 달러를 모조리 내가 원하는 데에 퍼부을 수도 있다는 것.

셀립스키가 말하는 것 또한 같았다.

“그러나 SCP는 다릅니다. 지금 당장 대표님이 마음만 먹으면 수백억 달러를 데이터 센터 건설에 쓸 수도 있잖습니까?”

“…음. 그렇긴 하죠?”

“바로 그거입니다. 후발 주자에 역량도 뒤지는 SCP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심지어 아마존까지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요. 그런 가능성 때문에 제가 이곳에 직접 자원한 거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그러는 거지?

쩨쩨하게 해 봐야 1년에 100억 달러 내외로 쓸 생각하지 말고.

돈 팍팍 쓰라고.

“올해만 최소 300억 달러. 내년에도 비슷한 금액이 필요할 겁니다. 경쟁 기업들의 대응에 따라 어쩌면 더 필요할 수도 있고요. 클라우드 업체의 성공 열쇠는 결국 규모의 경제. 빠르게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투자금이 필요하니까요.”

셀립스키의 말대로라면 대략적으로 700억 달러.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돈을 어떻게 다 쓰지 싶었던 어마어마한 액수를 2년 내로 다 써 버리겠다는 건데.

‘와… 이거 새롭네.’

처음 겪어 보는 유형이다.

회귀 이후 처음 있는 경험이기도 했고.

돈 모자르니 돈 더 주세요, 라니.

‘고민이 해결되기는 했는데…….’

새로운 고민이 또 생겨 버렸다.

그것도 딱 정반대의 고민이.

‘스읍… 아무래도 이거 돈 먹는 하마를 들인 거 같은데?’

내가 회귀한 후 지금까지 약 5년.

5년 만에 처음으로.

돈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 * *

[선우진,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 정조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 발표해 업계를 놀래키다.]

[테슬라부터 시작해 오성전자, 미래차 등의 ‘친 선우진’ 기업들… SCP 클라우드 체제로 전환하나?!]

[스웜과 트위치, 틱톡 등 기존 AWS 쓰던 선우진 소유의 기업들 조만간 SCP로 전환될 예정이라 밝혀… 그것만으로도 매해 수십억 달러 절약 가능해.]

[AMD에 서버용 칩 대량 발주한 SCP… 공급 단가는 비공개. 모든 건 계획되어 있었다? 드디어 밝혀진 퓨쳐 인베스트먼트의 AMD 인수 이유!]

SCP의 투자 계획 발표.

아마존이나 MS, 구글, 페이스북 등의 경쟁사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투자 규모를 축소해 발표했는데.

그럼에도 큰 화제가 됐다.

-연간 100억 달러ㅋㅋㅋㅋㅋ 스케일 남다르네.

-구글이나 마소도 수십억 달러 쓰던데. 얘는 걍 통 크게 두 배를 써 버리네;;

-후발 주자인 만큼 처음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려는 듯?

-저게 근데 그렇게 돈이 되는 사업임?

-윗 댓글 ㄹㅇ 선알못이네.

-선알못?

-선우진 알지도 못한다고 ㅋㅋ 쟤가 돈 안 되는 거에 투자하겠냐?

-아;

-ㅋㅋㅋ클라우드 컴퓨팅이 요즘 각광받는 산업이긴 함. 저기 1위가 아마존 AWS인데 작년 매출이 180억 달러였고, 그중 25% 넘는 게 다 영업이익.

-와 영업 이익률 개높네.

-ㅇㅇ 아마존 그래서 다른 데서 적자 내고 클라우드로 메꿈.

-SCP? 저기 주식 살 수만 있으면 다 사는 건데.

-ㅋㅋ2년차 선우진 광신도인데, 꿀팁 준다. SCP 주식 못 산다고 울지 말고 지금 당장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주 다 사셈. ㅇㅇ 3년 내로 개떡상한다.

-오… 천잰데?

-비트코인 뜨면서 반도체 기업들 개떡상한 거 알지? 나는 선우진이 AMD 건든 순간 바로 엔비디아 풀매수 때렸다. 50% 먹음ㅋ

-아! 글고 SCP 경쟁 기업에는 투자 ㄴㄴ 어떻게 될지 모르기는 한데… 넷플릭스처럼 순식간에 업계 1위 내줄 가능성이 농후함.

-그래도 경쟁 기업이 아마존, 마소, 구글 이런 애들인데? 쟤네가 넷플릭스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듯?

-응 쟤는 선우진임 ㅋㅋ

-……?

-아마존이건 구글이건 거기 놈들 다 합쳐 봐야 선우진 돈 버는 재주 못 따라간다고ㅋ

-맞말추.

-ㄹㅇ 광신도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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