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66화 (166/267)

166화 시즌 1 종료

“사실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편집본이 나왔을 때 피터가 무척이나 엄살을 부렸거든요. 1부보다 별로다,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 촬영 기간을 더 가지는 건 어떻겠냐면서요. 그런데 이게 웬걸? 1부보다 더욱 재밌고 멋진 영화가 탄생했더군요. 특히 적에게서 몸을 숨기기 위해 주인공이 똥통 안에 들어가야 했던 장면은… 대역 없이 소화해 준 로버트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아, 지금 제가 로버트와 떨어져 있는 건 아직 냄새가 가시지 않아서는 아닙니다.”

다음 날 찾은 <마지막 마법사> 2부의 시사회.

편집본을 받아 봤을 때 예상했던 대로 호평 일색으로 시사회가 끝이 났는데.

[이번에도 터졌다! 1부의 초반 흥행 기세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마지막 마법사>.]

[1부만 한 2부 없다더니… 적어도 써밋-MGM에게는 틀린 얘기.]

[<마지막 마법사>가 <마지막 마법사> 넘을까… 올해 최고 흥행작이 예상되는 <마지막 마법사>!]

아니나 다를까, 기존의 써밋-MGM이 가지고 있던 흥행 기록을 전부 갈아 치우기 시작했다.

“첫날 개봉 성적이 1부 때보다 20% 올랐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확보한 스크린 수가 25% 늘었는데도 전 좌석 매진이었고요.”

‘스타워즈는… 이번 기회에 넘길 수 있겠네.’

재작년에 개봉했던 디즈니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월드 박스오피스 20억 6천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1억 8천만 달러 차이로 <마지막 마법사> 1부를 따돌렸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디즈니의 기록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개봉 후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의 흥행 몰이를 보면 21~22억 달러까지도 예상되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피니티 워가 내년 개봉이고… 엔드게임이 그다음 해였나?’

연달아 예정되어 있는 MCU의 어벤져스 시리즈.

나는 그 영화들이 어느 정도의 흥행을 거두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인피니티 워는 그래도 20억 달러를 조금 넘겠지만, 그다음 작품인 엔드게임은 27억 달러를 넘기며 타이타닉을 제치게 되니까.

‘그래도 제작비 차이가 있으니까.’

고무적인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매 편 최소 3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야 하는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1부와 2부에서 모두 그와 비슷한, 각각 3억 1천만과 3억 4천만 달러를 쓴 <마지막 마법사>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벤져스 쪽과는 달리 <마지막 마법사>의 제작비는 앞으로 절감될 일만 남았다.

사실 <마지막 마법사>의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말이나 갑옷, 무구 등의 것이었는데.

철저히 고증을 맞춘 갑옷을 제작하다 보니 기사의 경우에는 1벌당 1만 달러가 넘었었다.

무구와 말, 마구 등을 합치면 기마대원 한 명에게 들어가는 금액이 인당 4~5만 달러가 훌쩍 넘었고.

심지어 2부에서는 새로운 국가가 여럿 등장했던 터라 그에 맞춰 또 의상을 새로 제작해야 했다.

하지만 3부 이후부터는 1부와 2부에 등장한 국가들이 중심을 차지하니, 그전에 제작한 것들을 꽤나 활용할 수 있을 거다.

즉, 제작비가 무척이나 절감될 거라는 뜻.

게다가 그 외의 이유도 있었는데.

“3부에서는 우지니스트들을 적극 활용할 거라고?”

“응. 이미 한번 반지의 제왕을 찍을 때 썼던 방식인데, 이게 팬들도 좋아하고 나름의 홍보 효과도 상당하거든.”

피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지니스트가 무엇이냐 하면… J. R. R. 톨킨을 좋아하고 그의 저작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톨키니스트와 같은 말이었는데.

들을 때마다 괜히 부끄러워지는 느낌이라 내가 잘 쓰는 말은 아니다.

여하튼, 그런 팬들을 중심으로 최근 제작사와 피터에게 그런 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을 찍었을 때 톨키니스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에게도 영화에 참여할 기회를 주면 안 되겠냐고.

그 의견을 들은 피터가 적극 찬성하며 나를 설득했다.

우선 추가적인 의상 제작 없이 엑스트라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

거기에 이게 단순히 제작비를 아낄 수 있는 걸 떠나서, 저런 기회 한 번 한 번이 팬들에게 있어서 엄청난 충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자신이 코스프레(를 빙자한 완벽한 맞춤 제작)를 할 정도로 좋아하는 소설의 영상화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

그게 팬들에게 주는 일종의 뽕이 엄청나다고 했다.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아서 수락했다.

게다가 3부 이후부터 가끔씩 등장하게 되는 소왕국들의 군대나 용병단 등이 각양각색의 갑옷과 무구를 갖춰 입는 것도 일종의 고증이었기에.

위화감도 주지 않을 것 같았고 말이다.

“<라셀레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피터의 물음.

<라셀레스>는 <마지막 마법사>의 프리퀄을 다룬 것이었는데.

<마지막 마법사>의 본무대 이전 내용.

그러니까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했던 주인공의 스승인 라셀레스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아직 나온 건 아니고 현재 제작 계획에 들어간 상태.

이것 또한 피터의 제안이었는데, 그런 만큼 자신이 꼭 메가폰을 잡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창 바쁜 그리고 바빠야 하는 피터가 그런 시간이 있을 리가.

아무리 북미의 드라마 제작이 한 명의 총괄 프로듀서와 십수 명의 감독, 작가 등이 달라붙어 에피소드별로 나뉘어 제작되는 시스템이라 상대적으로 널널하다고는 해도.

영화 한 편을 만들면 몇 달 후 바로 제작에 들어가야 하는 일정의 피터가 총괄 프로듀서 자리를 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설득 끝에 원하는 에피소드 2~3편을 직접 작업할 수 있게 하는 걸 최대로 잡았다.

“각본을 받아 봤는데…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결국 내가 직접 써야 할 것 같아.”

“흐흐. 잘 생각했네. 사람들이 좋아하겠군.”

원래 내 집필 계획에 없었던 내용인 만큼, 드라마의 경우는 보통의 미드처럼 작가 사단에게 제작을 맡길까 했는데.

초반 결과물을 보고 그 생각을 바로 접었다.

보통의 미드였다면 꽤 괜찮겠다 싶겠지만, 나를 만족시키는 글은 아니었던 것.

아마 드라마를 통해 내용을 보게 될 팬들 또한 만족시키기 어려울 거다.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그간 <마지막 마법사> 팬들의 눈을 제대로 높여 둔 터라…….

달리 말하면, 한동안 사업가 선우진 말고 작가 선우로도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뜻.

선협물 이외에도 쓸 게 쌓여 있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아, 요즘 다른 장르에 빠져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응. 동양 판타지를 쓰고 있거든. 새로운 시도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먹힐지는 의문이기는 한데… 일단 쓰는 게 재밌어서 쭉쭉 나오는 중이야.”

“그래? 초판본이 나오면 바로 보내 달라고.”

뭐, 누구 탓할 건 아니다.

어차피 내가 돈 벌자고 하는 짓인데 별수 있나.

열심히 쓰는 수밖에.

요즘 영화 업계의 대세는 슈퍼 히어로 무비 시리즈라지만, 써밋-MGM이 그런 길을 밟을 수는 없었다.

디즈니나 워너처럼 마블, DC가 있는 것도 아니니,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인 거다.

계획대로 21세기 폭스를 가져와 판타스틱 4나 엑스맨 등을 추가할 수는 있다고 해도, 나머지 마블이나 DC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힘들 테니까.

결국 새로운 쪽에 집중해야 한다는 건데.

그 답으로 써밋-MGM이 내놓은 게 바로 판타지다.

오너인 내가 갖고 있는 IP들, <마지막 마법사>나 <찬탈자> 등을 중심으로 시리즈를 꾸리는 것.

즉, 피터 잭슨이 S급 노예 감독인 것처럼 나 또한 열심히 일해야 하는 S급 노예 작가라는 것.

물론 나는 노예이면서 주인이라는 게 차이점이긴 하지만.

톡, 토도독-

그렇게 일정이 끝나면 오후 내내 집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기를 며칠.

“보스, 전량 매도했습니다.”

저번에 말했던 사흘 후가 되자 제이슨과 윌리엄이 찾아왔다.

* * *

[비트코인, 결국 2만 달러의 벽 넘다!]

[사기만 하면 돈 번다? 암호 화폐가 미래의 모든 화폐를 대체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사이 2만 달러라는 천장을 뚫어 버린 비트코인.

거기서 멈춘 것도 아니다.

2만 달러를 넘기고, 잠깐 멈칫하다가 금세 전고점을 뚫으며 2.1만 달러에 도달.

“보스, 여기 최종 보고서입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하하… 사실 고생이랄 건 크게 없었지만요. 주식과 비교하자면 난이도가 훨씬 쉬웠거든요.”

덕분에 갖고 있던 코인 잔량 전부를 높은 가격에 정리할 수 있었다.

저번에 매도를 처음 지시했을 때는 총 200억 달러어치의 코인이었는데.

‘310억 달러…….’

5~60% 높은 평균가에 매도할 수 있었던 것.

특히 놀라운 점은 이만한 매도량이 시장에 풀렸음에도 버블이 일찍 터지지 않고, 오히려 내가 알던 기억보다 더욱 상승했다는 거였다.

‘원래는 2만 달러를 못 넘었었나… 아니면 찍고 바로 떨어졌나 그랬었지?’

아마 거의 정확한 기억일 텐데.

그때와 바뀐 거라고는 나라는 존재뿐이었으니.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실하게 내 영향이 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꽤나 어그로를 끈 측면도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부동의 1위, 전 세계적으로도 1위 거래소를 바짝 뒤쫓는 2위 규모 거래소의 주인이 나였기도 했으니.

사실 가상 화폐 전체 거래액으로 따지면 압도적인 1위다.

단지 알트코인들을 전부 합쳐서가 아니라 비트코인 거래액만 따졌을 때 2위일 뿐.

24시간 거래액 14억 7천만 달러로 1위 거래소인 비트파이낸스에 겨우 1억 달러 뒤지는 수준이었다.

뭐, 제이슨이나 윌리엄 등이 코인들을 매도한 거래소가 바이비트가 아니어서도 있었고.

-ㄷㄷㄷㄷ 빗코 3만 시대 오냐?!?!

-가즈아!

-2만 달러 뚫고도 기세 그대로인 거 보면 3만 금방임ㅋㅋㅋㅋ 풀매수 때려라 다들.

-리플 수익 현재 670%입니다 ㅎㅎ 집은 어디에 사는 게 좋을까요?

-아;; 어제 더 살걸 ㅅㅂ 혹시 몰라서 반 매도했다가 1억 먹을 거 5천밖에 못 먹었네.

-님들 호재 뜸. 리플이랑 은행 협업 예정 기사 보셈.

아무튼 그렇게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던 그 시기.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최 금융위원장, “가상 화폐를 금융업으로 공식화할 수 없다. 거래소 인가나 선물거래 도입 등의 제도권 내 인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

[“정부가 가상 화폐가 지닌 가치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 없다”라고 밝힌 금융위 TF.]

계속해서 가상 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과 규제책을 밝혀 온 한국 정부.

하지만 당국의 그런 발표에도 기세가 한풀 꺾이기는커녕, 잠깐의 하락 후 계속 가격이 더 뛰었던 비트코인이었는데.

일주일 후.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 중. 암호 화폐 거래 실명제 등 여러 대안을 검토 후 추진할 것.” 한국 정부의 규제책 발표.]

[암호 화폐 금지법 준비 중… 거래소 폐쇄 목표?!]

급기야 거래소의 문을 닫는 방안까지 꺼내 든 한국 정부.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러 악재가 쏟아졌다.

[중국인민은행 부행장, “가상 화폐 거래를 지속적으로 금지하고 그로 인한 시장의 리스크도 막아야 한다”라고 당국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 화폐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

-뭔 미친 소리임, 저게??

-??? 빗코 왜 흘러내리는 중?

-아니 ㅅㅂ 이거 왜 이러냐고.

-걱정 ㄴㄴ 저점 매수 타이밍임.

-다들 꽉 붙들고 계십쇼 ㅋㅋ 흔들기에 넘어가는 흑우 없제?

-존버 ㄱㄱㄱ 어차피 시간 지나면 오르기 마련.

-형들 말 듣고 시드 2천 늘렸슴다 ㅎㅎ

-아;; 이거 ㄹㅇ 좆된 거 같은데.

-씨발 선우진 말 들을걸…….

[1BTC = 19,421.22$]

계속된 악재로 2만 1천 달러에서 순식간에 1만 9천 달러로 떨어진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의견은 반반이었다.

여느 때처럼 일시적인 하락 후 반등이냐, 아니면 이번엔 진짜 끝이냐.

눈치 빠르게 우선 포지션을 뺀 후 관망하고자 있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가즈아!’를 외치며 추가적으로 코인을 매집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하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1만 8천… 1만 7천… 1만 5천…….

오를 때야 상한가 제한이 없었으니 하루에도 몇 배가 올라 좋았지만, 내릴 때 보니 정반대였다.

[1BTC = 14,765.34$]

[1BTC = 14,551.41$]

[1BTC = 14,628.78$]

그렇게 1만 4천 달러 근처에서 지지선을 형성한 비트코인.

고점 대비 30%가 넘게 하락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다른 알트코인들에 비하면 양반이었으니.

‘캬… 옛날 생각나네.’

온통 파랗게 물들어 있는 창.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생겼다.

[이더리움: -42.31%]

[리플: -62.94%]

[라이트코인: -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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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O코인: -91.45%]

[ADOR: -85.34%]

거품의 끝.

시즌 1의 종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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