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65화 (165/267)

165화 인간 지표 on

[하하. 요새 자네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더군. 재무부 쪽에서도 관련해서 보고가 들어오고 말이야.]

“뭐… 언제는 안 그랬나요?”

오랜만에 트럼프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퓨쳐 인베스트먼트의 AMD 인수가 CIFUS를 통과하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으니.

몇 달 만에 가진 그와의 통화였다.

[그것도 맞는 소리지. 한데… 그 말이 진짜인가? 자네가 보기엔 정말로 코인 버블이 조만간 터질 거 같나?]

그의 주요 관심사는 가상 화폐의 향방에 대한 것이었는데.

통화 내내 그가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요.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테니까.”

[흠? 걱정?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내자 발뺌하는 트럼프 대통령.

이제 미국 대통령 된 지 몇 달 지났다고, 예전보다 직설적인 모습이 줄은 그였다.

하지만 내가 그걸 신경 쓸 건 아니었고.

“달러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들은… 모든 주요 통화에 위협적이죠. 특히 달러가 세계 유일의 주요 통화가 되길 원하는 미국으로서는 더욱 그럴 테고요.”

[…하하. 티가 났나?]

“티가 난다기보다는 미 대통령으로서 가질 만한 당연한 생각이니까요.”

사실 꽤나 재밌는 상황이다.

올해 있었던 비트코인의 폭발적 상승.

그 원인에는 나를 포함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도 그 이유 중에 하나였다는 걸 본인은 알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은 일종의 안전 자산 취급을 받고 있으니까.’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안전 자산의 대표 주자인 금값이 꽤나 올랐던 것과 같았다.

우선 정치적 불안정성에 있어서 그간의 미 대통령들과 비교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

게다가 그의 재정 정책 자체가 기본적으로 지출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도 높았다.

정부에서 돈을 많이 풀게 되니 달러 가치가 낮아지는 것.

즉,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최근 금이나 비트코인 상승이 일어나는 거다.

물론 최근 광풍에 있어서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겠지만, 그래도 트럼프 본인이 비트코인 상승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점이 꽤 재밌었다.

뭐, 아무튼.

“여하튼 Mr. 프레지던트가 걱정하는 사태로는 발전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더 올라 봐야 2만? 아니면 2만 5천 달러 정도 선에 그치겠죠. 그리고 그런 고점이 길게 유지되지도 않을 거고요.”

[흠… 일부에서는 그런 자네를 두고 음모론을 펼치기도 하던데.]

“음모론은 음모론이죠. 저는 몇 달 전에 당신이 중국에서 온 스파이라는 음모론을 들었다고요. 외계인이 인류를 집어삼키기 위해 만든 인조인간이라는 소리도 있었고요. 여하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 혹시 가상 화폐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숏 포지션을 잡아 보시죠. 2만 달러를 기준으로요.”

당근도 하나 던져 줬다.

이 정도까지 말해 줬는데 못 받아먹으면 바보다.

트럼프 정도의 눈치라면 알아서 내 말대로 적당한 금액을 투자해 수익을 보리라.

그리고 늘어난 계좌 잔고만큼 나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할 거고.

돈 한 푼 안 들이고, 어떠한 꼬투리 잡힐 것도 없이 로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뭐, 그렇게 트럼프와의 통화를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아! 자네 혹시 다음 달 중순쯤에 일정 괜찮나? 가능하다면 워싱턴에서 함께 참석했으면 하는 일정이 있는데.]

“저랑요?”

[그렇네. 물론 자네만 부르는 건 아니고 미국의 다른 기업인들도 참석하는 행사일세. 자네가 운영하는 써밋-MGM과 윅슨 출판사 등은 엄연히 미국에 적을 둔 회사 아닌가? 하하. 자네 또한 미국 재계의 일원이라는 소리지.]

갑자기 웬 일정에 초대하겠다는 트럼프.

‘공화당 쪽 재계 인사들과 나를 만나게 하려는 건가?’

“그렇긴 한데… 흠. 어떤 일정인지 보내 주시면 살펴보고 중요한 일정이 없으면 참석하도록 할게요. 정확한 날짜 정해지면 연락 주시죠.”

거부할 이유는 딱히 없어 알겠다고 했다.

어차피 퓨쳐 인베스트먼트의 AMD 인수 승인 등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행보 탓에 내가 공화당 측에 가까운 인사라는 걸 민주당 쪽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상황.

그와 동시에 할리우드 사람이기도 한 만큼, 민주당 쪽에도 적지 않은 후원금을 매년 보내고 있어 그래도 보수 쪽에 가까운 중립 인사로 취급당하고 있기는 했다.

즉, 어떤 행사인지는 몰라도 공화당 쪽 재계 인사 몇 번 만난다고 흠잡힐 구석은 없다는 소리.

게다가 흠이 잡히더라도 딱히 걱정은 되지 않는다.

‘혹시 몰라서 내후년부터는 바이든 쪽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니까.’

어차피 미국 정치판을 움직이는 건 모조리 다 로비 활동이다.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로 취급받는 한국 정치와는 다르게, 미국의 정치인들이야말로 기업인들 이상의 이익집단.

그리고 로비가 합법인 나라에서 전 세계 최고 부자인 나라는 존재는… 뭐, 굳이 어떤 존재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민주당 쪽이 아예 나를 적대하게 된다면, 그때에는 나도 진심으로 싸우면 될 일이었다.

내가 스웜과 써밋-MGM 등의 엔터 기업들을 통해 노리는 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넘어 전 세계 미디어를 좌지우지하는, 머독이 이룩한 아성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제국.

그런 제국의 주인이 내가 되는 순간이 온다면,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나를 함부로 압박하지 못하게 될 터였다.

물론 개인의 힘으로 미국의 반을 차지하는 당과 1 대 1로 맞붙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양당 간의 갈등 상황 속에서 양쪽 눈치 안 보고 뻗댈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소리.

[‘선우진 음모론’ 인터넷 일부서 퍼지고 있어 화제…….]

[겉으로는 비트코인 사지 마라 떠들고, 뒤로는 몰래 사 모으고 있다?! 일부 코인 커뮤니티서 떠드는 선우진 음모론.]

그렇게 트럼프와의 통화를 끝내고 인터넷을 살폈는데.

며칠 전 보았던 음모론이 또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최근 본 개소리 중 제일 웃겼다.

-비트코인 시총이 지금 한 2,000억 달러 하나? ㅋㅋㅋ 시발, 비트코인 시총이랑 맞먹는 재산 가진 놈한테 저런 음모론을 들이미네;;

물론, 주류 의견은 아니었다.

몇몇 코인 커뮤니티의 일부 회원들.

그것도 24시간 밤낮 가리지 않고 차트만 보면서 ‘가즈아!’를 외치는 진짜 코인충 of 코인충 사이에서의 얘기였는데.

코인 투자를 투자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투기.

나아가 그저 도박의 하나로 여기는 이들 사이에서나 떠드는 얘기 정도에 불과했다.

-코인충 대부분 대가리 회까닥해서 그럼 ㅇㅇ 어제 코인충 친구 한 명 만났는데 밥 먹는 내내 선우진 욕해서 손절 생각 중.

-나도 대가리 깨진 코인충이었는데 난 오히려 선우진 믿고 있음… 솔직히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면 지금 좀 이상하지 않냐? 올해 초에는 100만 원이었던 게 지금은 2천만 원을 넘는다는 게 말이 됨?

-네가 현명한 거다. 원래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고 했음 ㅇㅇ 내가 보기엔 지금이 어깨인 듯.

-ㅋㅋㅋㅋㅋ병신 쫄보 새끼들. 어깨 ㅇㅈㄹ 평생 그래 거지로 살아라ㅋㅋㅋ 난 혼자 돈 벌 테니.

-코인충 한 명 또 적발이네… 요즘 왤케 도박해서 돈 딴 거로 유세 부리는 새끼들이 많냐?

-그런데 돈 번 거는 당연 부러운 거니 그렇다 치는데… 선우진 말 안 믿는 건 ㄹㅇ 웃음벨. 5년 만에 무일푼에서 세계 최고 부자 된 놈 말을 ‘틀린 거 쪽팔려서 우긴다’로 치부하는 코인충들은 진짜 무뇌 인증인 듯.

-걍 음모론 자체가 ㄹㅇ 웃음벨ㅋㅋㅋㅋㅋ 선우진이 자기들 같은 놈들인 줄 아나.

저게 대체 뭔 헛소리냐는 반응이 대다수.

그도 그럴 게 내가 그간 대중들에게 쌓아 온 신뢰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위해 뿌린 돈도 정말로 적지 않았고.

[올해도 ‘기부 황제’ 등극한 선우진, SW 재단에 무려 1조 2,000억 원 기부.]

[투명한 재단 운영. 기존 재벌들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는 선우진의 SW 재단.]

그간 꾸준히 이어 왔던 기부 활동.

기부 왕을 넘어 기부 황제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켜 버린 나였다.

내 입대 시점 이후로는 아예 재단을 차려 진행하고 있었는데.

언제 한번 내가 30억 원가량을 기부했던 자선단체가 내 기부금으로 재단 임원들끼리 몰래 돈 잔치를 했던 게 드러나서였다.

‘내가 또 내 돈으로 남들이 놀고먹는 꼴은 눈에 흙이 들어가더라도 못 보지.’

그런 짓을 했던 자선단체의 탈을 쓴 개자식들을 제대로 참교육해 준 후, 그때부터는 따로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국에만 국한되어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재단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내가 재단에 기부한 돈이 35억 달러(약 4조 원).

매년 적게는 5억 달러부터 해서 많게는 10억 달러를 넘게 기부하고 있었다.

물론 저 많은 돈을 기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아 절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도 있었고, 내 이미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거기에 회귀라는 치트키로 돈을 버는 만큼 상당한 금액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도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고, 김 이사장님 잘 지내십니까. 선 이사장님은요?”

[얘는. 네 아빠는 친구들이랑 라운딩 가서 아직 안 왔어. 늦바람이 들어서는 아주 난리야, 난리.]

SW 재단의 공동 이사장이신 김 이사장님과 선 이사장님의 면을 세워 주기 위해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게 가장 컸다.

저 두 분이 누구시냐면… 내 엄마랑 아빠다.

아버지는 이름만 걸어 두시고 재단 일에 관여를 거의 안 하시지만, 엄마는 평소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셨던 듯 이사장으로 취임하신 후 따로 공부도 열심히 하시며 적극적으로 임하고 계셨다.

그리고 때마다 내게 돈 더 내놓으라고 재촉도 하시고 말이다.

즉, 내가 SW 재단에 많은 돈을 내는 건 일종의 부모님 용돈 개념도 있는 것.

아무튼.

오랜만에 엄마랑 길게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얘, 그런데 그 코인인가 뭐시긴가가 그렇게 돈이 된다니? 동이 엄마가 그러는데 지금이 풀매수? 그 타이밍이라던데.]

그런 소리를 하시는 엄마.

참고로 엄마가 동이 엄마라 하신 분은 부모님 댁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고용인 중 한 분이셨는데.

알고 보니 엄마와 고향이 같아 엄마와는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시는 분이셨다.

그나저나-

“아주머니 코인 하신대? 흠. 웬만하면 다 빼시라고 전해 줘. 앞으로 몇 년간 전망이 그리 좋지 않아서…….”

[그래? 동이 엄마 말로는 애 아빠 퇴직금까지 투자했다던데.]

“어… 그건 진짜 큰일인데? 내가 그랬다고 말해도 좋으니까 욕심 부리지 말고 며칠 내로 전부 정리하라고 해 드려.”

엄마에게 아주머니께 내 말을 전해 달라 말하는 한편, 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

톡, 토독-

[나 - 사흘 내로 코인 잔량 전부 정리해 주세요.]

제이슨과 윌리엄에게 보낸 지시.

상당수를 매도하고 1/3 정도가 남은 코인들이었는데.

그사이 또 가격이 올라 버려 200억 달러의 2/3을 팔았는데도 남은 게 100억 달러어치인 신기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나 - 저번에 집어 준 곳들 제외하고는 블록체인 관련 투자금을 회수해 주세요. 기존 추가 집행하려던 투자도 일정을 미뤄 주시고요.]

그리고 시그마 캐피탈의 알버트에게 보낼 문자도 잊지 않았고.

원래도 진행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재차 강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 건 모두 엄마와의 통화 덕분.

[알았어. 동이 엄마한테 꼭 말할 테니까. 그런데 엄마도 사실 200만 원어치 사서 150만 원 올랐거든? 그거 다 팔까?]

“엄마가 투자? 여하튼 엄마도 일단 다 팔아. 그런데 웬일로 그런 귀찮은 일을 하셨대?”

[동이 엄마가 한 말도 있고… 저번에 택시 탔는데 기사님이 코인 얘기를 엄청 하셔서 호기심에…….]

‘아아, 이것이 바로 인간 지표라는 건가?’

비트코인 시즌 1.

그 끝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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