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64화 (164/267)

164화 음모론의 주인공이 되었다

‘모두 정리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겠지.’

중요한 건 욕심을 버리는 거다.

다른 이들에게도 미리 말해 뒀다.

갖고 있는 코인을 전부 처분하기 위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물론 제대로 된 펀더멘탈이 없는 알트코인들, 일명 잡코인들의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 기회에 모두 매도하는 게 맞겠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처럼 굵직한 것들은 반드시 그러지 않아도 됐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시즌 1의 끝을 대비하는 것.

대비를 부족하게 한다면 시즌 2를 노리면 된다.

‘21년도 최고점이… 8천만 원이었나.’

그것도 시즌 1 때보다 몇 배는 더 활활 타오르게 될 시즌 2를 말이다.

비록 시즌 1이 끝나면 한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암호 화폐의 암흑기가 오겠지만, 나는 그 암흑 이후에 더욱 미친 광기의 시장이 온다는 걸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이번에 매도 기회를 놓쳤다고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뭐, 그렇다고 이번 기회를 허투루 날려서는 안 됐다.

21세기 폭스 인수 등 앞으로 돈 들어갈 구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이렇게 쉽게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1BTC = 15,421.74$]

어제자로 1만 6천 달러를 찍었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내 인터뷰와 계속된 매도 때문인지 소폭 하락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족히 수십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팔아 치웠음에도 겨우 저 정도 하락했다는 건, 그만큼 매수세가 엄청나다는 소리였다.

-가즈아아아아아앗!

-조정 왔는데도 1.5만 꿋꿋이 지키는 거 보소 ㄷㄷㄷㄷ

-리플 들고 있는데 벌써 수익률 400%! 돈이 복사가 된다고!

-상승세 ㄹㅇ 지렸다리.

-탑승 못 한 흑우들 아직도 있냐?

-오히려 선우진 덕분에 더 오르는 거 같으면 개추 ㅋㅋㅋ

-ㄹㅇㅋㅋ

[1BTC = 16,178.08$]

급기야 다시 1만 6천 달러를 뚫어 버린 비트코인의 가격.

일부에서는 그런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내 덕분이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선우진, 이번엔 처음으로 틀렸다?! 선우진의 버블 우려에도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는 암호 화폐들!]

[퓨쳐 인베스트먼트, 자체 ETF에서 가상 화폐 관련 부분 덜어 낸 것으로 확인돼. 그럼에도 끝도 없이 오르는 암호 화폐 시장.]

[투자 천재의 첫 예측 실패… 비트코인, 내년엔 4만 달러 넘는다는 예측도.]

내가 했던 인터뷰와 그런 내 부정적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승하는 비트코인이 엄청난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슈가 오히려 신규 코인 투자자들을 시장에 이끌었다는 것.

특히 그런 모습은 국내에서 더욱 두드려졌는데.

‘선우진조차 예측하지 못 했다는 비트코인이 대체 뭔데?’

‘그런데 그게 그렇게 돈이 된다고? 나도 한번 사 볼까?’

회사, 학교, 술자리 등등 여러 곳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

그 결과, 그동안 암호 화폐에 관심 없던 이들마저도 거래소에 가입해 지갑을 만들고 있는 게 요즘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단순한 호기심으로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암호 화폐의 광기에 휩쓸리게 되고 말았다.

-아니, 이런 개꿀통이 있었다고? 그냥 이름 마음에 드는 코인 하나 사고 다음날 눈떠 보니 왜 두 배?

-ㅋㅋㅋㅋ원래 그래 ㄹㅇ 개꿀 시장임.

-참고로 돈 벌려면 빗코 말고 알트 사야 함.

-ㄹㅇ 걍 ICO 하는 신규 코인 몰빵하면 그대로 돈 복사 되는 시장ㅋㅋㅋㅋ

-단군 이래 최대 불장 ㄷㄷㄷㄷㄷ

-그냥 돈이 복사가 된다고!

모두가 그럴 수밖에 없는 시장이었다.

기존 투자자도, 신규 투자자도 모두가 돈을 버는 유토피아 같은 코인 시장.

광기에 광기 그리고 거기에 또 광기가 뒤섞여 버린 폭등세.

몇백 원, 몇천 원짜리 알트코인을 사 놓고 며칠이 지나면 두세 배가 올라 있었다.

알트코인을 잘 골라야 그런 수익을 거두는 것도 아니었다.

100개의 코인이 있으면 그중 99개의 코인이 다음 날 최소 50%가 상승해 있었으니.

“뭐? 선우진이 그런 말을 해서 불안하다고? 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데 선우진이라고 매번 맞겠냐? 그리고 선우진 말은 이렇게 받아들여야지. 비트코인이 아무리 떨어져도 최소 1만 달러의 가치는 있는 거라고.”

버블이 터질까 하는 걱정?

당장 자기네들 돈이 실시간으로 복사가 되는 상황에서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외눈박이들만 사는 나라에서는 두눈박이가 이상해지듯이, 지금의 코인 시장에서 거품이 꺼질 것을 걱정하는 놈은 바보 등신이었다.

심지어 주식시장과는 달리 코인 시장은 24시간, 연중무휴였다.

상한가나 하한가도 없었기에 하루 만에 원금의 몇 배씩을 벌어들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도 했다.

운 좋으면 열 배, 운 나쁘면 두 배를 먹는 상승장.

“암호 화폐는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서 가치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어. 늦게 탈수록 손해라고.”

“우리가 투자하는 건 단순한 코인이 아냐. 4차 산업혁명의 미래지. 블록체인이라고 들어 봤지?”

“내 친구 영식이 알지? 걔는 올해 초에 코인 사 모으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50억 넘게 었잖아. 나도 시드 5배 늘려서 벌써 5억이고.”

“나처럼 너도 직장 때려쳐. 다녀봐야 꼴랑 달에 300만 원 주는데 왜 다니냐? 그 시간에 코인하면 일주일이면 버는데.”

주위에는 코인으로 인생 역전 한 성공 신화가 한가득했다.

어디 전설 속의 얘기도 아니었다.

누구는 이번에 독 3사로 차를 바꿨다더라, 누구는 강남에 아파트를 샀다더라, 누구는 아예 100억 원을 벌어 버리고 은퇴했다더라 등등.

친구 혹은 지인, 그게 아니면 지인의 지인 등.

주위에서 온갖 성공 신화들이 들려왔다.

그것들을 듣다 보면 꼴랑 200만 원, 300만 원 벌고 좋아했던 자신들이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후. 나 어제 적금 깨서 코인에 모두 털었다.”

“너도 빨리 대출 알아봐. 기석이는 신용 대출 풀로 땡겨서 지금 벌써 5배라더라.”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법.

그렇게 호기심에 코인을 샀던 이들이 하나둘씩 시드를 늘려 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대박 스토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코인 시장에 끌어들였고, 그게 계속 반복됐다.

[1BTC = 17,456.68$]

‘진짜… 미친 시기가 맞긴 했구나.’

급기야 1만 6천 달러를 다시 찍은 지 겨우 몇 시간 만에 1만 7천 달러가 되어 버린 비트코인 가격.

오늘 하루 동안 1,000%가 상승한 알트코인도 여러 개 있을 정도였다.

조만간 있을 미래를 아는 나로서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이맘때가 얼마나 사람들이 미쳐 있던 시기였는지 실감이 나고 있었다.

-후… 이번 주에만 2배 올랐는데 조금 걱정이네… 너무 빨리 오르는 거 아닌가?

-고작 2배 가지고 ㅋㅋㅋ 리플은 6배 오름.

-다들 걱정 ㄴㄴ 바이비트 신규 가입 하는 회원만 하루에 5만 명이 넘던데, 유동성은 계속 공급되는 중임.

-아직 고점 오려면 멀었다 ㅋㅋㅋ 지금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있는 거.

-솔직히 겁나 올라서 불안하긴 함;;;

물론, 개중에는 슬슬 거품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반대로 암호 화폐의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령 거품이 터지더라도.

모두가 쪽박을 차게 되더라도.

그 거품의 막차를 타는 등신은 아닐 거라고.

터지기 전 순간에 자신은 익절하고 코인 시장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옛날 생각나네…….’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코인 투자자들.

“절반 정도는 정리가 끝났습니다, 보스.”

“예. 조금만 더 힘내 주세요.”

덕분에 갖고 있던 200억 달러의 코인 중 절반 정도를 손쉽게 매도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등의 대형 알트코인을 제외하고는 전부 팔아 치운 상태.

심지어 그사이 코인 가격들이 전체적으로 상승해 절반을 130억 달러에 매도했고, 남은 코인은 160억 달러로 뛰어 버린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버블이 꺼지기 전에 전량 매도할 수 있을 터.

“의외로 국내에서 받아 내는 물량이 엄청납니다.”

“네. 전 세계가 모조리 코인 열풍이라지만 한국은 유독 그게 심하니까요.”

특히 매도한 코인 중 30%나 되는 수량을 국내 거래소에서 전부 소화해 줬다.

한국은 암호 화폐에 대한 투자 수요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몇 배는 더 높았던 덕분.

사실 한국은 그간 암호 화폐와 관련해서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했는데.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한국의 암호 화폐 시세는 다른 나라보다 1~20% 정도 높게 형성되어 있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뭐, 아무튼.

[선우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들이 무가치한 재화인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열풍은 너무 과도해… 투자자들은 상황을 관망해야 할 때.”]

[‘신규 진입은 NO!’, 현 가상 화폐 시세에 대한 비관적인 리포트 발표한 선우진의 SW 인베스트먼트.]

나는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발표하는 걸 잊지 않았는데.

그저 단순히 이후에 예측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투자자들에 대한 걱정 때문도 있었다.

원래라면 이맘때 군대에 있었던 터라 뉴스를 통해서나 건너 건너 들었지 직접 체험해 보지는 못했던 비트코인 시즌 1.

이번에는 그걸 직관하고 있자니 정말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말로 돈 벌고 떠나는 사람들은 몇 안 될 텐데…….’

나도 과거 야수의 심장으로 상남자식 투자를 했다가 제대로 망했던 적이 있던 터라 마냥 남 일 같지 않았던 것.

-선우진 또 저러네 ㅋㅋㅋㅋ 쟤도 워렌 버핏 따라가냐?

-우진이 감 다 뒤졌누 ㅋ

-내가 보기엔 자기 틀렸다는 거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 저러는 듯. 쟤가 거품이라 경고할 때보다 지금 빗코만 50% 올랐고, 10배 넘게 뛴 알트는 수십 개임 ㅋㅋ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는 역시 역시였다.

사실 말이 투자지.

매시간 매분 매초 왔다 갔다 하는 그래프를 놓고 벌이는 하나의 도박판.

도박에서 돈 따는 재미에 흠뻑 빠진 사람들한테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씨알도 안 먹히는 게 당연했다.

인간의 탐욕이란 게 참 무서운 법이었다.

이성이라는 걸 무척이나 쉽게 마비시켜 버린다.

심지어 개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흠… 선우진 이거 말로는 저렇게 해서 코인 가격 떨구고 뒤로는 호박씨 까고 있는 거 아님?

-그건 또 뭔 솔?

-일부러 가격 떨구고 자기가 다 사려는 거 아니냐고 ㅋㅋ 쟤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유통되는 비트코인 반은 살 수 있지 않나?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으니까 괜히 저런 식으로 떠들어서 시세 떨구고 몰래 겁나 사들이고 있는 거 아니냐는 거.

참 나, 이건 대체 무슨 음모론인 건지.

최근 들은 얘기 중 가장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비트코인 시총이 지근 2천억 달러를 조금 넘는데.

전 재산 다 합치면 그만큼을 갖고 있는 내가 뭐가 부족하다고 그런 짓을 하겠나.

응……?

잠깐만.

그런데…….

-에이 설마.

-오. 나름 일리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수상하긴 하네… 저번 달인가 저저번 달인가 그때는 또 비트코인 옹호하지 않았나? 올해 안에 최소 1만 달러는 갈 것 같다면서.

-자기는 초기 투자금 코인으로 벌었다면서… 사다리 걷어차기냐?

-(정보) 선우진은 자기 소설로 초기 투자금을 10억 달러 넘게 벌었다. 코인은 그저 거기에 엑스트라 얹은 거였을 뿐.

-와아… ㅅㅂ 소름;; 선우진 의도가 그런 거였네.

‘왜 이 개소리를 믿는 사람들이 있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