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비트코인 시즌 1
탁, 타닥-
오랜만에 키보드를 잡았다.
그간 이래저래 일이 바빴던 탓에 미뤄 왔던 선협물 집필.
그래도 이미 2권 정도의 분량은 나온 상태였는데.
‘한동안은 글에 집중해야지.’
그동안 바쁘게 달려왔던 덕분일까.
내가 굳이 관여하지 않아도 사업들이 잘 굴러가고 있었다.
라이젠의 성공으로 인텔을 바짝 뒤쫓기 시작한 AMD야 말할 것도 없었고, 지속적으로 구독자를 늘려 가며 순항하고 있는 스웜.
써밋-MGM 또한 지난 분기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할리우드 제작사에 등극했다.
그럴 수 있던 데에는 우선 1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그 10배에 가까운 11억 달러의 월드 박스오피스를 달성한 <보헤미안 랩소디>와 몇 달 전 개봉한 써밋-MGM의 첫 007 시리즈, <007 노 타임 투 다이> 덕분이었는데.
[007 노 타임 투 다이, 월드 박스오피스 8억 5천만 달러를 거뒀다 밝혀.]
[써밋-MGM을 향해 찬사를 보내는 007 시리즈의 올드팬들.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본드 영화로써 최고의 마무리.]
단순히 수익만 따져도 총제작비 2억 5천만 달러를 들여 8억 5천만 달러의 흥행을 거둘 수 있었다.
심지어 돈을 떠나서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통해 기존 팬들에게서 호평을 받으며, 앞으로 써밋-MGM이 만들어 나갈 새로운 007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그렇게 지난 분기 써밋-MGM이 기록한 박스오피스가 두 작품만 쳐도 벌써 약 20억 달러.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 중 지난해 가장 낮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파라마운트의 한 해 총매출이 20억 달러가 되지 못했었다.
그 바로 다음인 소니 픽처스는 20억 달러를 가까스로 넘겼었고.
즉, 영화 두 작품만으로 저 두 스튜디오의 한 해 총박스 오피스를 달성해 버린 것.
게다가 올해 하반기에는 써밋-MGM의 가장 효자 작품인 <마지막 마법사>의 2부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데.
회사 내부에서는 1부에서 세운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었다.
지난 1부의 성적이 19억 달러가 조금 안 됐었으니, 이번에는 어쩌면 총월드 박스오피스 20억 달러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그렇게만 된다면 역대 박스오피스 TOP 4에 랭크되는 거였다.
‘그런데 그렇게 되더라도… 1위 자리는 못 차지하겠네.’
예상대로 <마지막 마법사>의 2부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아마 올 한 해 써밋-MGM의 스코어는 5~60억 달러 정도가 될 거다.
지난해보다 약 40% 정도 상승하게 되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 스튜디오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건 힘들어 보였는데.
‘디즈니가… 너무 강력하단 말이야.’
지지난해에는 67억 달러를, 지난해에는 76억 달러를 벌어들인 디즈니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들이 제작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MCU 타이틀을 달고 내기만 하면 최소 5억 달러의 흥행을 거두고 시작하는 게 요즘의 디즈니였다.
‘디즈니 > 워너 = 써밋 = 20세기 폭스 = 유니버설 > 소니 > 파라마운트.’
대충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 작금의 메이저 스튜디오 간의 서열 관계.
가장 앞서 있는 디즈니와 맨 뒤에 있는 파라마운트는 이제 사실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로 묶기에도 민망한 지경이었다.
작년 박스 오피스만 따져도 디즈니가 파라마운트의 4.5배를 벌어들였으니 말이다.
그 탓에 써밋-MGM의 약진으로 7개가 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파라마운트를 빼고 다시 6대 메이저 스튜디오라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슬슬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디즈니+.]
[게 섰거라, 스웜! 넷플릭스! 야심차게 OTT 투자를 늘리는 디즈니.]
그리고 디즈니가 저렇게 잘나가는 만큼, 그들의 자체 OTT인 디즈니+의 성장세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기존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이 맺어져 있던 디즈니의 작품들이 슬슬 디즈니+를 통해 독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점차 늘려 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스웜의 점유율을 빼앗는 게 아니라 기존 디즈니 작품들이 공급되던 넷플릭스의 점유율을 빼앗는 것에 가까워 엄청나게 위협적이지 않기는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러지는 않을 터.
디즈니에는 넷플릭스 이상으로 스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잠재력이 충분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21세기 폭스를 내가 가져와야 한다는 소리기도 하지.’
원역사처럼 20세기 폭스 스튜디오를 비롯해 다른 여러 방송사를 보유한 21세기 폭스를 디즈니에게 내줘서는 안 됐다.
특히나 폭스가 갖고 있는 엑스맨과 판타스틱 4와 같은 IP는 MCU 세계관에 편입시키기에도 수월한 터라.
내가 괜히 래클런을 내 편으로 만드는 데에 공을 들인 게 아니었다.
그리고 디즈니를 이겨 먹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또 있었는데.
우우웅-
[엘레나 - 저번에 보내 주신 K-판타지 추가 원고는 언제 받아 볼 수 있는 거죠……?]
[엘레나 – 작가님, 전역하고 나서부터는 계속 원고 독촉을 하는 거 같은 건 제 착각일까요?]
엘레나가 독촉하는 것처럼 신작 집필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
사실 써밋-MGM의 가장 코어 IP들은 전부 내 작품들인 터라.
결국, 내가 글을 쓰는 게 써밋-MGM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음, 그런데 K-판타지?’
선협이란 장르는 원조도 그렇고 현 유행도 모두 중국에서 시작된 중국 고유 장르다.
그런데 미국인인 엘레나의 입장에서는 내가 쓰다 보니 이번 선협 소설이 K-판타지로 읽혀지나 보다.
물론 내가 이번 작품에 반쯤은 의도적으로 주인공이 한반도 고유의 선도를 익혀 중원의 수행자들을 때려잡는, 일종의 국뽕 요소를 좀 섞기는 했지만 말이다.
흐으음, 잠깐만.
이거 이러다가 서양에 선협물이 K-판타지의 하나로 퍼지는 거 아니야?
* * *
저번 달 9,000달러를 찍었다 조정기를 맞이하며 7,000달러 선을 배회하기 시작한 비트코인.
한동안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횡보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최근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알트코인들도 모조리 상승에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것.
[1BTC = 7,690.54$]
[1BTC = 8,126.95$]
[1BTC = 8,444.16$]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비트코인의 가격.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 “비트코인이 많은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의견 밝혀.]
[“암호 화폐에는 아무런 내재 가치가 없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공개적으로 작금의 암호 화폐 시장을 비판하다.]
하지만 그런 광풍 속에서도 여전히 주류 금융시장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 전체를 사이비 취급하고 있었는데.
특히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모건스탠리, JP모건 같은 월가의 대표 금융회사에서는 CEO들이 공개적으로 암호 화폐를 비판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아서 괜한 소리를 하는 걸까.
내가 보기에는 후자에 더욱 가까운 것 같았다.
원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처럼, 기존 금융권들의 입장에서 최근 비트코인 광풍은 웬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이(물론 나는 제외하고) 너도나도 큰돈을 벌고 있는 짜증나는 모습이 아닐까.
실제로 지난 분기 실적만 무려 2억 달러였던 바이비트는 이번 분기에 들어서는 몇 배나 더 큰돈을 벌고 있었는데.
수수료로 받는 코인들의 가치가 모두 상승하고 있는 것은 물론, 거래량이 정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덕이었다.
바이비트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예상한 올 분기 실적은 지난 분기의 최소 네다섯 배 이상.
다른 거 없이 그저 비트코인 거래를 주관하는 것만으로도 1분기에 10억 달러를 벌어 버리는 거다.
“요즘 월가에서도 비트코인 얘기가 나온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몇몇 헤지펀드 투자자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저희한테 관련 문의를 해 오는 곳도 있고요.”
그 때문일까.
제이슨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소규모 펀드나 자산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암호 화폐 투자를 시도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한다.
주류 금융 회사들은 여전히 굼뜬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월가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조만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내 비트코인 옵션 상품에 대한 규제 당국의 승인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거기에 원래 그랬던 것처럼 비트코인 선물 시장까지 개설되어 버린다면…….
이후 사람들이 ‘비트코인 시즌 1’으로 일컫던 코인의 첫 전성기가 시작하는 거다.
일종의 상징적인 숫자인 1만 달러를 돌파해 버리게 될 거고.
나아가 며칠 만에 1만 5천, 2만 달러까지 노크하게 될 거다.
“퓨쳐 인베스트먼트가 들고 있는 코인의 가치가 얼마죠?”
“대략적으로는 30억 달러 정도입니다.”
“다른 회사들은요?”
“SW 인베스트먼트가 30억 달러 정도, WS 매니지먼트가 40억 달러 정도입니다.”
합이 100억 달러.
저기에 내가 개인 지갑으로 사들인 코인들 50억 달러어치 추가.
그리고 바이비트가 보유하고 있는 게 40억 달러 정도였으니.
‘모두 합치면 약 200억 달러인 건가.’
바이비트야 대부분 수수료로 거둬들인 거지만, 나머지는 1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해 10배를 넘게 벌어들인 것.
심지어 비트코인이 2만 달러 언저리까지 간다는 걸 알고 있으니, 지금 상태에서 기다리기만 해도 최소 400억 달러어치가 되는 거다.
‘물론 그때까지 기다렸다가는 400억 달러가 아니라 쪽박을 차게 되겠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실제로 최고점까지 기다렸다가 매도하면 절반도 건지지 못할 거다.
최고점을 찍는 순간도 그리 길지 않을뿐더러, 암호 화폐 시장이 내가 갖고 있는 물량을 전부 소화하지 못할 거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총시총이 1,000억 달러를 넘었고, 그 외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캐시, 리플 등 100억 달러 이상의 시총을 가진 알트코인도 몇 있다지만.
그래도 내가 갖고 있는 코인을 모두 처분한다면 시장 전체가 폭삭 주저앉게 될 거다.
‘슬슬 때가 온 건가.’
하지만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이제 몇 주 내로 있을 비트코인 시즌 1.
그 순간이 유일하게 내가 탈출할 수 있는 순간이리라.
* * *
[결국 1만 달러를 넘긴 비트코인, 이더리움도 덩달아 급상승.]
[계속된 우려에도 터질 줄 모르는 암호 화폐 거품… 진짜 거품 맞아?!]
결국 비트코인이 역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했다.
1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넘긴 거였으니 당연하게도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는데.
-와! 선우진이 예언한 그대로네 ㅋㅋ
-워렌 버핏이랑 JP 모건 같은 애들 좀 뻘쭘하겠는데?
-가즈아!
-겨우 1만 달러로 호들갑 ㄴㄴ 2만, 3만, 10만 달러까지 갈 만함.
-그래도 10만은 좀……;
-나중에 1BTC가 1억할 때 후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사라 ㅋㅋ
[1BTC = 10,294.31$]
[1BTC = 11,026.17$]
[1BTC = 12,465.62$]
1만 달러를 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가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이틀.
하지만 그때 그런 상승세와 정반대의 인터뷰가 나왔는데.
[선우진, “현재 비트코인의 가치는 1만 달러가 적절… 그 이상은 거품이 될 수도.”]
바로 내 인터뷰였다.
언론에 내 인터뷰가 공개하자마자 비트코인의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결과가 있었다.
[1BTC = 12,292.17$]
[1BTC = 11,829.78$]
-??
-선우진 얘 비트코인 낙관론자 아니었냐?
-낙관론은 아니지. 저번에도 1만 달러까지는 갈 거 같다 말하긴 함.
-스읍… 갑자기 쫄리는데.
비트코인의 현 가격을 형성하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내가 저런 비관적인 말을 하니 흔들리기 시작한 것.
하지만 광기는 고작 저 정도에 멈추지 않기에 광기인 것.
[1BTC = 12,668.02$]
나의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코인의 상승세는 꺾일 줄은 몰랐다.
아니,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는데.
[1BTC = 13,178.72$]
-?? 오히려 오르는데?
-선우진이 이번엔 ㄹㅇ로 틀렸다는 거지.
-지금까지 온갖 악재들이 많았지. 그때마다 폭락도 있어 왔고. 하지만 비트코인은 결과적으로는 꾸준히 우상향했음 ㅇㅇ
-오히려 선우진 인터뷰 덕에 저점 매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거 ㅋㅋ 그때 안 들어온 흑우 없제?
-개떡상 가즈아!
그리고 그와 같은 시점에 시카고 거래소의 발표가 있었다.
[시카고 상업 거래소, 비트코인 옵션 상품 출시.]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고 정식으로 최초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출시된 것.
[1BTC = 15,711.92$]
그와 함께 1만 5천 달러라는 벽을 넘어 버린 비트코인.
“지금부터 매도에 들어가죠.”
바꿔 말하면, 지금이 바로 내가 그간 모아 온 코인을 처분할 타이밍이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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