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61화 (161/267)

161화 투자의 신은 쫌

요즘 웹 소설 쪽에서 가장 핫한 장르가 있다.

바로 재벌물.

원래라면 헌터물이 한창 유행할 시기인데, 그 못지않게 재벌물도 유행을 하고 있는 요즘이었다.

그 이유를 꼽으라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나라는… 현실 재벌물 주인공의 존재.

웬만한 회귀자보다 더 큰돈을 벌어들이는 이가 현실에 존재하다 보니, 관련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재벌가 막내아들의 드라마화 대박.

[‘재벌가 막내아들’ 시청률 33%로 마무리. TVM 함박웃음.]

[올 한 해 최고 시청률, 이번에도 선우진의 손에서?!]

[웹 소설 IP의 적극 활용으로 연신 대박 치고 있는 SW 프로덕션]

저저번달 성황리에 종영한 재벌가 막내아들.

오성과 미래그룹을 살짝씩 섞은, 순양이라는 재벌그룹을 배경으로 한 터라 한국 내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는 시청 랭킹 TOP 3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성적으로 끝이 났는데.

성공적인 각색으로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약간의 열린 결말로 끝이 나며 호평을 받고 있었다.

참고로 그 열린 결말이라 함은…….

‘여기서 나를 등장시킬 줄이야.’

결국 최종화에서 순양의 주인이 되는 주인공 진도진.

시간이 더욱 흘러 주인공이 진도진으로 회귀하기 바로 이전 시점인 2015년이 되는데.

2015년의 순양 회장 진도진은 우연한 기회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제2의 진도진, 떠오르는 마이더스의 손 소리를 들으며 분당 땅과 아마존 등을 통해 진도진이 돈을 벌었던 것 이상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한 명의 신흥 부자를 말이다.

…그래, 누구를 말하는 거겠나.

바로 나였다.

작중에서도 선우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나를 보고 일종의 기시감을 느끼는 진도진.

그는 어쩌면 자신처럼 선우진 또한 한 명의 회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결국 그는 단둘이 조우하게 된 자리에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선우진에게 묻게 된다.

‘혹시 몇 년도에서 왔어요?’

그리고 그 물음을 듣고 순간 놀란 얼굴을 하더니, 이내 씨익 웃는 것으로 선우진이 대답을 대신하게 된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결말이라기보다는 에필로그에 가까운 장면이었던 건데.

이 에필로그성 열린 결말 신이 엄청난 화제가 됐다.

-씹ㅋㅋㅋㅋㅋ 이거 사실상 선우진이 고백한 거 아니냐? 자기도 진도진처럼 회귀했다고 ㅇㅇ

-내가 보기엔 이 새끼 ㄹㅇ 회귀자임; 저번에 어디서 보니까 진짜 회귀자인 진도진 전 재산이랑 선우진이랑 삐까삐까하던데 ㅇㅇ

-삐까삐까하는 게 아니라 선우진이 더 많을걸 ㅋㅋㅋㅋ 비상장 회사들 제외하고 생각했을 때 삐까삐까하다는 분석이었을 거임.

-와; 근데 실제로 진도진이랑 선우진 이야기로 재벌가 막내아들 2부 안 나오냐?

-십ㅋㅋㅋㅋ 그럼 재벌가 막내아들이 아니잖아.

‘재벌가 막내아들이 드라마화되면서 나하고 진도진하고의 비교도 한창 핫했지. 뭐, 그런 걸 생각하면… PD랑 작가가 머리를 잘 굴리긴 했어.’

물론, 최종화의 선우진 역할은 내가 직접 연기했다.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기 전 있었던 SW 프로덕션의 특별 요청.

처음에는 아직까지도 간혹 커뮤니티에 심심하면 재발굴되고는 하는 나의 가장 큰 흑역사, 카메오 출연과 관련된 거라 바로 거절할까 했는데.

PD와 작가의 얘기를 듣고는 이번에는 기쁜 마음으로 출연을 수락했다.

한 명의 웹 소설 독자로서 재벌가 막내아들의 팬이기도 했고, 내 회사에서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얼굴만 출연하면 됐지 대사를 칠 필요가 전혀 없었으니까.

과거 연기천재가 되었다 시절 카메오 신과는 달리 조리돌림(?)을 당할 거리가 없던 것이다.

‘그래도 힘들긴 힘들었지…….’

안 그래도 모든 출연진의 출중한 연기력으로 ‘연기 배틀’ 소리를 듣기도 했던 재벌가 막내아들이다.

그 때문에 PD의 눈도 엄청나게 높아진 게 틀림없었다.

그저 단순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만 하면 되는 신이었고.

실제로 내가 보기에도 내 그간의 연기력치고는 엄청나게 잘 소화해 냈다 생각했는데…….

NG 소리를 한 7번 정도 들었다.

내가 분명히 신 들어가기 전에 ‘작품 앞에서는 오너건 뭐건 없는 거 아시죠? 저 연기 별로면 마음껏 까 주세요.’라고 했다지만…….

알 만한 사람이면 알 거 아니야!

그건 내가 그냥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빈말한 거!

진짜로 NG를 그렇게 내면 어떡하냐고!

어후, 여하튼 다른 배우들이나 스태프들 눈치 보여서 힘들었다.

뭐 그래도 결과물이 좋아서 만족스러웠던 촬영.

심지어 아무리 포기한 지 한참 됐다지만 그래도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에 남아 있는 배우로서의 미련을 제대로 성불시킬 수 있었던 하루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엄청나게 중요한 신에 출연한 거였으니 말이다.

여하튼.

[비트코인, 결국 선우진의 예상대로 1만 달러가 코앞……!]

[세계 최대 파생 상품 거래소, 미국 시카고 상품 거래소(CME). 연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 예정.]

몇 년 만에 수천, 수만 배가 올라 버린 비트코인을 생각하면 드는 요상한 생각이 있다.

‘요즘 재벌물이 한창 유행인데… 이제 작가들 머리 아파지겠네.’

이제 재벌물 쓰기가 참으로 어려워지겠다는 것.

이러한 장르에서 비트코인은 그야말로 치트키나 다름없는데.

지금까지의 재벌물처럼 주인공이 온갖 고생을 해 가면서 돈 벌 필요가 없이, 그저 가상 화폐를 사 놓고 몇 년 묵혀 놓는 것만으로도 수조 원대의 부자가 될 수 있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그런 전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도 상당하겠지만…….

‘그런 카타르시스는 결국 일시적인 거니까.’

기본 국룰이 최소 200화인 웹 소설에서 기껏해야 수십 화짜리 소재에 불과한 코인 내용으로 지속적인 재미를 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전개가 느려져도 ‘아니, 걍 코인 몰빵하면 10배는 더 벌 거 왜 이런 기업 사들임?’ 소리를 듣기 십상일 터.

달리 말하면, 앞으로 재벌물의 집필 난이도가 몇 배는 상승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파멸적 상승을 보고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걸 보면… 나도 천상 웹 소설 작가긴 해.’

정작 지금의 가상 화폐 광풍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 중 한 명이 나일 텐데.

그런 나보다는 주위에서 더욱 난리다.

[선우진의 바이비트, 한 달 수수료 수익만 수백억 원 육박…….]

[바이비트 전 세계 일일 거래량 5조 원 돌파? 최저 수수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 석권!]

[21세기 투자의 신!? 줄어들 줄 모르는 선우진의 재산.]

언론에서 나오는 나와 가상 화폐 관련 기사만 수십 개였다.

실제로 바이비트는 엄청나게 순항 중이었다.

몇 달 만에 든든한 캐시 카우가 되어 버린 것.

[크레이그 - 보스! 바이비트의 이번 분기 실적입니다!]

출범하고 세 달가량이 지났으니, 지금까지의 총실적이라 볼 수 있었는데.

‘일일 거래량이… 국내서만 평균 3,000억 원이네.’

그나마도 세 달을 함께 평균을 내 3천억 원인 거지, 가장 최근 달에는 월 거래 대금이 30조 원에 달했다.

하루 평균 1조 원이 거래되는 것.

그것도 전 세계 기준이 아니라 오로지 국내만 따졌을 때의 얘기였다.

바이비트의 주수익원은 매매 시 드는 0.15%의 수수료였는데.

즉, 바이비트는 국내에서만 하루에 15억 원을 벌고 있었다.

다른 나라까지 추가적으로 따지면 그 두 배만큼을 더 벌고 있었으니, 이번 달 일 평균 수익만 약 45억 원인 것.

그렇게 해서 최종 정리하면 이번 분기 총실적은 약 2,000억 원.

‘아니… 사실 저것보다 더 크지.’

가상 화폐 거래소의 수수료는 거래하는 코인에서 일부를 떼 가는 형식으로 거둬지는데.

이게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이더리움, 리플 등 알트코인들도 모조리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수수료로 얻은 코인을 매각할 때 보면 2,000억 원의 가치가 아니라 몇 배는 올라 있게 될 터.

참으로 신기한 코인의 세계였다.

이렇게 숫자로 보니 미친 광풍이라는 말이 제대로 실감 나긴 했다.

물론, 이렇게 코인 거래소를 차린 게 마냥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

[또 다른 네덜란드 튤립 파동? 뉴시스, JP모건 CEO “비트코인은 사기… 튤립 버블처럼 곧 폭발할 것.”]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비트코인은 신기루… 모두 망상에 불과.”]

[기성 금융권 잇따라 쓴소리… “피라미드 사기나 마찬가지. 선우진의 발언에 대한 진실성도 의심해 봐야…….”]

-ㅋㅋㅋㅋ네 다음 개소리.

-워렌 버핏 뭔데 깝침? 해 봐야 투자의 귀재 주제에 투자의 신 선우진한테 왜 깝침?

-ㅋㅋ거래소들 요새 떼돈 버니까 기존 금융사들 열받나 본데?

-응~ 비트코인은 신이고 선우진은 무적이야~

-ㄹㅇ 미래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건 선우진뿐이네… 글로벌 IB라는 놈들이 이렇게 앞날을 못 봐서야 ㅋㅋ

특히 기존 금융사들이 연신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리포트를 쏟아 내고 있는데.

그들의 논조는 대부분 이러했다.

가상 화폐는 일종의 거대한 사기극이고, 선우진은 그걸 조장하고 있는 사기꾼이라는 것.

대놓고 나를 저격하는 금융기관도 여럿 있었다.

내가 가상 화폐 거래소를 차리고,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을 홍보하면서 그 이득을 편취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이전 있었던 인터뷰에는 그런 의도가 약간 섞여 있기도 했고.

코인이 사기극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난 버블이 껴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저번 인터뷰가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이긴 하지.’

내가 아는 그 어떤 투자 수단 중, 가장 많은 사람의 욕망이 모이는 곳이 바로 코인이었다.

1년 전에는 고작 수백 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이 지금은 9,000달러였다.

알트코인 중에서는 요 몇 달 동안 수천 배가 오른 코인도 있다.

물론, 지금처럼 쭉 오르기만 한 채 끝이 난다면 투자자 대부분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테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코인을 양날의 검이라 생각하는 건 결국 지금의 광풍은 언젠가 끝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며칠 만에 반 토막이 나게 된다.

그리고 그 몇 달 후에는 또 반 토막이 나게 되고.

그때가 온다면 비트코인으로 돈을 잃게 된 사람들은 누구를 원망하게 될까?

자신에게 비트코인을 알려 준 누군가에게로 그 원망이 모두 쏠릴 거다.

높은 확률로 그 누군가는 내가 될 거고.

비록 코인을 사겠다는 선택을 내린 건 순전히 본인이겠지만, 원래 사람은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동물인 법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내가 지금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는데.

‘코인은 이제 시작이지.’

그건 아직 진짜 거품은 시작하지도 않았기 때문.

몇몇 언론에서는 지금 가격에 너무 거품이 꼈다고 하지만, 아직 거품이란 말을 쓰기에는 한참이나 일렀다.

고작해야 1만 달러도 찍지 못한 비트코인의 가격.

사람들의 탐욕은 겨우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1만 달러를 지나 1만 5천, 1만 6천… 급기야 2만 달러까지.

내가 지금의 스탠스를 바꿔야 할 때는 바로 그때가 오기 직전이었다

‘한두 달 후부터는 오히려 사지 말라고 말려야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다.

내가 그렇게 스탠스를 바꾸면 사람들이 내 말을 듣게 될지.

개인적으로 돈을 건다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에 걸겠다.

이미 광기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황.

내가 그때 가서 말린다고 이미 광기를 맛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바뀔 리가 없을 테니.

본디 사람의 욕망이란 건 그런 법이니까.

그 순간이 내가 최근 추가 매집하고 있는 여러 코인을 정리할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뭐… 그런 순간이 오게 된다면…….

‘투자의 신 소리 부정도 못 하겠네.’

듣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절로 화끈해지는 별명을 앞으로 쭉 달고 살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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