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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55화 (155/267)

155화 회귀자는 솔직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에서 이것저것 처리하는 데에 쓴 시간이 두 달가량.

그사이, 2017년의 새해가 밝았다.

그간의 일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손흥민, EPL 4연속 득점 성공! 선우진과 비엘사 감독 체제하에서 잠재력 만개하나?]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중요하다면 중요한 손흥민 선수의 성장.

원래도 이맘때 포텐을 터뜨리는 그였으니, 이상할 것도 딱히 없었다.

올 시즌 12경기 출전(선발 8경기), 7골 3어시스트.

꽤나 준수한 성적으로 현재 크리스탈 팰리스의 주전급 멤버로 활약 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매 경기 감독이 선발 명단에 적고 시작하는 수준의 핵심 멤버는 아니었고, 선발과 벤치를 오가지만 선발로 출전하는 경우가 더 많은 케이스.

현 크팰의 위상과 원래라면 손흥민 선수가 향했을 토트넘의 위상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원래의 역사보다 더 높은 위치라 볼 수 있었다.

전 시즌 EPL 챔피언이자 현재도 승점 2점 차이로 현 1위 첼시를 바짝 뒤쫓고 있었고, 심지어 챔스 16강에서 운 좋게 AS 모나코를 만나 1차전 3-0 마무리로 8강 진출을 반쯤 확정 지은 크팰이었다.

저번 시즌의 성공이 단순한 플루크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으니.

역사만 빼고 보자면 예전 EPL을 지배했던 빅4에도 뒤지지 않는 현 크팰의 위상이었다.

‘마샬의 빈자리를 확실히 메워 주고 있지.’

시즌이 지나면서 크팰의 스쿼드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데.

[안토니 마샬, 결국 맨유행. 기본 이적료 90M+30M 옵션으로 추정.]

[데파이의 이적으로 생긴 맨유 7번의 빈자리, 마샬이 채우나?!]

[일명 ‘선우진 키드’의 대표 주자였던 안토니 마샬. 총액 120M 파운드(약 1,800억 원)의 이적료로 맨유 이적. 주급은 4억 원 이상으로 보여져.]

우선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있던 재계약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마샬이 팀을 떠났다.

선수 측에서 요구하는 주급과 구단의 주급 체계가 맞지 않았던 것.

물론 마샬이 그간의 성장을 통해 EPL 수위권의 윙포워드가 된 건 맞았지만, 나도 익히 잘 알고 있던 기복성 짙은 모습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마샬의 현 실력이 기존에 정해 놓은 주급 체계를 깨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이번 기회에 마샬을 이적시키게 됐다.

공격진 뎁스가 마샬이 없어도 충분할 정도로 두텁기도 했고.

세리에 임대생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살라의 성장이 눈부시기도 했으니까.

이적료 총액은 언론에 알려진 그대로 90M+30M 파운드의 계약.

다만, 30M 파운드의 옵션 같은 경우는 그중 20M 파운드를 충족하는 게 최선일 것 같았다.

나머지 10M 파운드의 옵션이 마샬이 앞으로 맨유 소속으로 발롱도르 포디움에 들었을 때 충족되는 거였으니까.

즉, 110M 파운드짜리, 한화로 약 1,650억 원의 이적이었던 것.

이건 옵션 계약을 빼고 봤을 때에도 역대 이적료 순위 5위에 랭크되는 수치였다.

‘마샬이 가서 잘할 수 있으려나…….’

내 기억으로는 원래의 역사에서 마샬이 맨유로 갔을 때의 이적료가 이번의 절반 정도 됐을 거다.

그때도 마샬이 그만한 이적료 값을 보여 줬는지를 두고 맨유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두 배의 이적료인 만큼 어떤 소리를 듣게 될는지 조금 걱정이 됐다.

이게 아무래도, 몇 년을 함께하다 보니 없던 정도 생긴단 말이지.

[맨유의 새로운 7번, 안토니 마샬. 여전히 선우진을 향한 존경심 밝혀. “팰리스가 날 쫓아냈다 생각하지 않아. 내 심장의 반쪽은 언제나 우진을 향해 있을 것. 그는 리그앙에서 고작 3경기 뛴 애송이를 월드 클래스로 만들어 준 은인.”]

심지어 알고 보니 멘탈이 나쁜 것도 아니었던 마샬이다.

이렇게 인터뷰도 할 줄 알고 꽤 괜찮은 구석이 여럿 있었다.

나와 사이도 좋았었고.

때마침 들어온 맨유의 돈지랄 오퍼가 아니었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마샬을 설득하고 재계약을 맺었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뭐, 나쁘게 헤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엄청난 이적료를 지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PL 우승을 노릴 수 있을까?]

특히 지난 시즌 폴 포그바를 영입하면서 이적료 기록을 경신한 맨유가 이번에도 엄청난 뭉칫돈을 퍼부어 준 덕분에.

큰돈을 번 나도 좋고, 주급이 세 배 가까이 오른 마샬도 좋고,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EPL에서 날아다니던 윙포워드를 영입하게 된 맨유 팬들도 좋고.

참 해피한 일들만 가득인 이번 이적이었다.

팰리스 서포터 중 같은 리그 내의 구단에게 마샬을 판 거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건 극히 일부였다.

애초에 지금의 맨유를 딱히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게 솔직한 크팰 팬들의 심정이었으니까.

경쟁이란 것도 깜냥이 어느 정도 엇비슷해야 성립 가능한 법이었다.

[축구판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선우진 매직. 6m 유로에 사왔던 윙어가 3년 만에 20배 상승?!]

[마샬 판매를 통해 기록적인 이적료 수입을 달성한 크리스탈 팰리스. FFP룰 준수에는 문제없어 보여.]

게다가 안 그래도 최근에 UEFA 측에서 FFP 위반 여부를 두고 팰리스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오고 있는데.

그것 또한 해결할 수 있던 일석삼조의 일이었던 이번 이적.

‘요즘 이런 게 많이 생기네.’

한 가지 일이 하나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게 아니라 몇 개씩 낳고 있었다.

지금 트럼프와의 만남처럼 말이다.

“오느라 고생 많았소. 후우, 대통령이 되니까 사람 한번 만나기 이렇게 어렵더군.”

굳이 오늘 트럼프를 만난다는 걸 동네방네 광고할 생각은 없던 터라.

남들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만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다.

현재 일정상의 이유로 캘리포니아에 와 있는 트럼프.

그가 공식적으로 머물기로 한 캘리포니아 내의 호텔과는 8km 떨어진 이곳은, 해변가에 위치한 리조트 느낌의 숙소였는데.

겉으로 봤을 때만 평화로워 보였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수십 명이 훌쩍 넘는 경호원들을 볼 수 있었다.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비밀 임무국의 요원들.

모조리 검은색 양복을 입은 채 꼭 맨 인 블랙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으로 있던데.

“그러게요. 경호원들이 좀 빡빡하긴 하더라고요. 공무원들이라 그런가?”

“흐흐. Mr.선한테만 그러는 것도 아니니 이해 좀 하게. 알다시피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보통 자리가 아니지 않나?”

“그건 맞긴 하죠. 그래도 번거로운 건 번거로운 거라… 다음에는 이렇게 만나지 말고 통화로 얘기하는 게 낫겠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얘기하자 트럼프의 뒤편에 시립해 있던 이의 얼굴이 요상하게 변한다.

하긴, 이제 막 미국 대통령이 된 사람한테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아마 처음 볼 거다.

으이? 느그 대통령 워싱턴 D.C. 살제?

내가 느그 대통령이랑, 어?! 뭐도 하고, 뭐도 하고! 다 했어!

…아무튼.

“자네들은 나가 있게.”

우선 눈치를 줘서 경호원들을 내보냈다.

트럼프의 말에 경호원들이 잠시 멈칫거렸지만.

“하하. 자네들, Mr.선이 누군지 잘 알지 않나? 나처럼, 아니 어쩌면 나보다 잃을 게 더 많은 친구야. 걱정 붙들어들 매라고.”

“예. 알겠습니다.”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말하니까 그제야 나가더라.

그렇게 우리 둘만 남게 됐고.

이제부터는 비밀스러운 얘기를 서로 나누게 됐는데.

“래클런이 머독 제국을 물려받게 만들겠다고? 분명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러다 내가 꺼낸 래클런을 차기 머독 제국의 주인으로 밀 거라는 말에 트럼프가 걱정하듯 물었다.

“뭐, 비즈니스 하는 건데 쉬운 일이 어딨겠나요? 그렇게 만드는 거지.”

“흐음. 나는 잘 모르겠군. 루퍼트… 그 양반은 보통내기가 아닌데, 외부의 말에 흔들릴 사람도 아니고.”

“원래 그런 사람일수록 더 움직이기 쉬운 법이죠.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굳게 믿고 있는 만큼, 자신이 내린 선택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라고 착각하거든요.”

그런 트럼프에게 한번 허세를 부려 보는 나.

어차피 결과가 지금의 내 허세를 허세가 아니게 만들어 줄 테니, 막 던져 버리는 것.

그렇게 얘기를 이어 가다가 결국 본론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그런 전화를 받았다고? 흠, 아직 실무자 선에는 들어가지 않았나 보군. 걱정 말게. 이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인사들과는 얘기를 끝내 놨으니.”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최첨단 기술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대미투자의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곳으로, 미국 재무부 장관이 그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 외에는 국방부, 국무부, 상무부 및 국토부 등 여러 부처의 대표로 구성되어 있었고.

달리 말하면, 트럼프가 임명하는 사람들이 위원회의 위원들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몇 가지 조건이 있네. 저번에 나눈 얘기는 잊지 않았겠지?”

“네. 그런데 아무래도 투자 이민은 좀 아닌 것 같고… 두 번째 방식이 좋겠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트럼프라고는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는데.

아무리 막무가내이고 막가파인 트럼프라도 AMD 정도 되는 최첨단 기업을 마음대로 외국인인 내게 넘길 수는 없다.

그렇게 한다면 당장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모든 미국 언론에서 트럼프와 나를 욕할 것이다.

자칫 그걸 빌미로 민주당의 역풍을 받아 트럼프는 물론 CIFUS 위원들의 정치 생활도 위험해질 수 있는 노릇.

그렇기에 생각해 낸 게 첫 번째는 내가 투자 이민을 통해 미국인이 되는 것.

이건 당연히 기각이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Mr.선은 돈보다 애국심이 우선이었군?”

“아뇨, 그것보다는…….”

내가 어떻게 다녀온 군대인데.

그걸 투자 이민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한국 국적을 말소시켜서 아예 헛수고한 거로 만들겠나.

만약 그렇게 되면 1년 9개월간의 개고생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건데.

게다가 굳이 이민을 통해 시민권을 얻어 미국인이 되는 방법 말고 다른 방안이 있기도 했고.

“슬슬 자산 운용사 설립을 생각해 두기도 했고요.”

다른 방안이라 함은 AMD를 100% 취득하게 될 자산 운용사를 차리는 것.

별도의 자산 운용사, 그것도 내가 겨우 15% 정도의 지분만을 갖고 있는 회사를 차리는 거였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게 15% 정도가 되는 거였고 속사정을 살펴 보면 조금 다를 예정이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지배 구조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내 명의로 된 회사나 아니면 그런 회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페이퍼 컴퍼니 등이 나오게 될 테니.

그렇게 숨기게 될 내 지분이 한 20% 정도.

그리고 별도로 내 명의의 지분 15%의 의결권은 30% 이상이 되도록 할 예정이었으니.

결국은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을 내가 지닌, 사실상 내 것인 자산 운용사라는 거다.

마치 한국 재벌들의 순환 출자와도 같이 복잡한 지분 구조와 출자 고리를 통해 실소유주가 나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것.

실제로 한국 재벌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방식이기도 했다.

차이가 있다면 그런 거미줄 지배 구조의 단연 선두 주자라는 한국 재벌들보다 몇 배는 더 복잡하게 거미줄을 짜고 있다는 것 정도?

‘남은 지분은 시장에서 충당해야지.’

사실 이것 또한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였다.

소설가로 시작해 투자로 수십억 달러의 초기 자금을 모으고.

브렉시트에 이어 이번 미국 대선에서까지 공격적인 베팅으로 수백억 달러씩을 벌어들인 나라는 존재.

영국 시티 쪽이야 당연하고, 월스트리트에서도 내 이름을 모르는 월가맨이 없을 정도라던데.

심지어 영어권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 나는 투자의 신 취급을 받는 밈까지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15%의 자본을 출자하고, 전체적인 투자 전략을 총괄하게 될 자산 운용사.

그런 회사에는 얼마나 많은 자금이 모이려나?

‘수익률도 꽤 괜찮을 텐데.’

이 회사를 통해 AMD처럼 외국인 신분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회사들을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100% 전부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짧게 치고 빠지는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 쉬운 미래 정보는 이 회사를 통해 적극 활용할 예정이었다.

“아! 사명은 정했나?”

“지금까지처럼 제 이름이나 SW 같은 이니셜을 넣을까도 했는데… 그건 너무 대놓고 그러는 것 같아서요. 그냥 심플하게 정했습니다. 퓨쳐 인베스트먼트라고요.”

“퓨쳐? 무슨 의미로 지은 건가?”

“뜻 그대로죠. 미래를 아는 회사라 어필하는.”

생각보다 뜻이 간단해서인지 내 대답에 피식 웃는 트럼프.

만약 그가 진실을 알고 있다면 겨우 저런 반응이 전부가 아니었을 텐데.

후우, 어디 누구 없나?

내 이런 솔직함을 알아봐 줄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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