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51화 (151/267)

151화 회장이 될 것 같다

미래 자동차에 제대로 비상이 걸렸다.

쾅-!

부회장실에서는 연신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는데.

말이 부회장이지, 조만간 그룹을 물려받게 될 실질적인 회장 노릇을 하고 있는 장의선 부회장.

기업의 주인이 분노하고 있는 만큼 비서실은 물론이고 전무급 이상의 임원들도 그 불똥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대책을 좀 내보세요. 대체 어떻게 할 겁니까!”

물론 임원들이건 비서실장이건 이렇다 할 뚜렷한 대책이 있겠냐만은.

왕위를 물려받게 될, 지금은 대리청정까지 하고 있는 왕자가 저리 화를 내고 있으니, 열심히 대책을 찾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장 부회장의 가장 많은 눈총을 받는 건 서강원 부사장이었는데.

그의 직책이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 겸 최고재무관리자(CFO)였기 때문이었다.

미래차의 재경 쪽을 전부 총괄하고 있는 서 부사장.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 주주총회에서 SW 인베스트먼트의 의사를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저희를 흔들려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배당금을 원해서 그러는 건지를요.”

“선우진이 원하는 게 만약 전자라면?”

“그때는… 맞서 싸워야겠지요. 하지만 그럴 확률은 현저히 낮을 겁니다. 선우진이 가지고 있는 미래차 주식 7.3%, 미래모비스 주식 4.9%는 저울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거지,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는 키 역할을 하기에는 모자라거든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미 다음 정권을 쥐게 될 야당에게는 기름칠을 제대로 해 놨다.

비록 순환 출자 구조를 해제해야 하는 흐름은 막지 못하겠지만, 연기금의 의사 정도는 결정짓기에 충분한 액수로.

게다가 정치권 측에서도 미래차가 타인에게 넘어가는 걸 원하지 않을 거다.

주인이 바뀌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잡음 때문도 있을 테고.

구관이 명관이라고, 원래 받아먹던 놈에게 받아먹어야 탈이 없을 거라 생각할 테니까.

심지어 선우진이 여의도의 눈치 따위는 전혀 보지 않는다는 건 재계는 물론이고 정계에서도 유명한 얘기였다.

그래서 그게 괘씸해 한번 기를 죽여 보려 미래차그룹을 대표로 몇몇 세력이 합심한 거였는데.

받아들이게 된 결말이 지금의 꼴이라니.

문득, 그때 관련 조언을 했던 비서실장에게 화가 치솟는 장 부회장이었지만… 일단 과거는 과거에 묻어 두기로 생각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그래서 SW 인베스트먼트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였으니까.

‘서 부사장의 말이 맞아. 미래차 7%에 미래모비스 5% 정도면… 우호 지분 중 반 이상이 돌아서더라도 충분히 방어 가능한…….’

똑똑-

그러던 그때.

회의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비서실 소속 직원.

꽤나 다급해 보이는 표정에 비서실장이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소속 직원의 귓속말을 들은 비서실장의 표정 또한 빠르게 굳었는데.

“…저, 부회장님.”

직원에게서 서류를 건네받은 비서실장이 빠르게 내용을 살피고는 장 부회장에게 다가왔다.

“우선 다른 임원들을 물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장 부회장이 놀란 얼굴로 비서실장을 살폈다.

그와는 십수 년을 함께해 온 믿음직한 인물.

그가 괜히 이런 말을 귓속말로 하는 게 아닐 터.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회의를 이어 가는 장 부회장이었다.

바로 임원들을 내보내지 않은 건 비서실장의 입에서 나올 안건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거라 짐작했기 때문.

그런 걸 굳이 임원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회의를 조금 더 진행하다 자연스럽게 파한 후.

단둘이 남은 시점에 비서실장이 장 부회장에게 서류 하나를 건넸는데.

꽈악-

그걸 보자마자 서류를 꾸깃 구겨 버릴 수밖에 없던 장 부회장이었다.

“…이, 이게 정말인가?”

SW 매니지먼트에서 보내온 서류.

그 내용은 간단했다.

미래차 4.7%, 미래모비스 3.2%만큼의 주주권 행사를 SW 매니지먼트가 위임받았다는 것.

이렇게 되면 SW 매니지먼트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의 합이 미래차가 12%, 미래모비스가 8.1%였는데.

이만한 주식을 내놓다니.

대체 그 출처가 어디일까.

돌아선 우호 지분? 아니면… 선우진의 차명 계좌?

그게 무엇이든, 당장 중요한 건 아니었다.

“…후우.”

잠시간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장 부회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혼이 반쯤은 빠진 듯한 얼굴이었는데.

그러면서도 비서실장에게 말을 전달하는 걸 잊지 않았다.

“SW 인베스트먼트에… 연락을 넣어 보게……. 혹시 선우진 대표와 만남을 가질 수 있겠냐고.”

서 부사장이 말한 것처럼 고작 저울추 따위를 쥐고 주총을 소집한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배의 향방을 정할 키를 쥔 채, 그들을 불렀던 것.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차와 미래모비스의 지분을 저만큼이나 쥔 채, 마음만 먹으면 단번에 10조 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내.

그런 선우진에게 애초부터 미래차그룹은 적대할 깜냥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 * *

이번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재계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 선우진과 비슷한 또래인 재벌 2세와 3세들.

끼리끼리 만나는 그들이 모이면 하는 얘기가 모두 선우진의 얘기였다.

“와, 씨… 뉴스 봤냐?”

“우리 엄마가 오늘 밥 먹을 때 그러는데, 추정 자산이 50조가 넘을 거래. 분명 드러난 거보다 훨씬 돈 많을 거라면서.”

“씨발. 누구는 용돈 꼴랑 500 받아서 생활하는데… 선우진은 1시간에 500은 넘게 벌겠네.”

“누구랑 누구를 비교하냐? 스웜만 해도 상장하면 곧바로 너희 그룹 시총 넘을 텐데.”

그들은 주로 제조업 기반으로 부를 일군 일명 ‘원조 재벌’들의 2세, 3세였는데.

그런 그들의 모임에서는 IT를 통해 커 온 ‘신흥 IT 재벌’들도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 못했다.

IT붐을 타고 운 좋게 떼돈을 벌었지만 그래 봐야 근본 없는 놈들.

선우진에 대한 처음 반응도 비슷했다.

“처음에 돈 많이 번다 소리 들었을 때는 그냥 운 좋은 놈인 줄 알았는데…….”

웬 고등학생이 작가라고 매체에 몇 번 등장하더니, 책을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키며 막대한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벼락부자가 된 졸부인 줄로만 알았다.

아무리 책으로 수천억 원을 벌었다고는 해도, 결국 그간 한국 재계를 이끌어 온 재벌가들의 아성에는 조금도 미치지 못 했으니.

그런데 그 수천억 원을 어디서 불려 온 건지 갑자기 몇 배로 늘려와서는 미국의 출판사, 할리우드의 영화사, 심지어 OTT라는 스타트업까지 차려 버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1, 2년도 지나지 않아 대박을 내 버리며 단숨에 신흥 IT 재벌 수준의 부를 이뤄 냈다.

그때만 해도 여전히 다른 IT 재벌들처럼 운 좋게 대박 난 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브렉시트 사태에 이어 이번 미국 대선 여파에서까지 엄청난 투자 수익을 거두고.

급기야…….

[미래차 장의선 부회장, “SW 인베스트먼트의 의견 적극 수용하겠다. 미래차는 언제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회사가 될 것.”]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로드맵 발표한 미래차그룹. 심지어 순이익 기준 30% 이상의 특별배당 약속까지.]

[미래차그룹, SW 인베스트먼트 출신 사외이사 선임.]

“미래차 이제 진짜 좆된 거 아니야?”

“모르지. 바짝 엎드리면 우호 지분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좋은 뒷배가 생긴 걸 수도 있고. 현금 동원력만큼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잖아.”

이제는 미래차그룹을 쥐고 흔들고 있기까지 하다.

아무리 아직 나이가 차지 않은 2세와 3세들이라고는 하지만, 미래차의 저런 태도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사실상의 항복 표시.

이제 앞으로 미래차그룹은 족히 수십 년은 선우진의 눈치를 보며 기업을 운영해야 할 거다.

그리고 다른 그룹도 아닌 미래차그룹이 그래야 한다는 건 재벌 2세와 3세들에게 큰 충격을 전해 줬는데.

“와아… 그런데 진짜 세상일 신기하네. 다른 데도 아니고 미래차가…….”

재벌가라고 같은 재벌가가 아니다.

안 그래도 기존 재벌가들이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게 현 상황인데.

딱 두 군데만은 그렇지 않았다.

범오성가와 범미래가.

그런데 그중 한 군데는 선우진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다른 한 군데는 지금의 상황이 됐다.

그 둘도 그럴지언대, 그들에 비하면 꽤나 모자라는 재벌 그룹인 자기네들은 어떡하겠는가.

만약 선우진이 그들을 집어삼키겠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걸 버텨 내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 될 터.

‘언제 한번 마주치게 되면… 최대한 잘 보여야겠는데?’

‘선경이랑 두 살 차이였나? 엄마한테 말해서… 선이라도 보게 할까? 그래도 우리 정도면 선우진한테 크게 안 꿀리는… 아닌가? 꿀리나?’

그렇게 각자 선우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 그들이었다.

* * *

“벌써부터 SCP의 고객을 여럿 확보하게 됐군요.”

“그러게요. 이제 괜찮은 CEO만 구하면 되는데… 제이슨은 실리콘밸리 쪽에 인맥 좀 없어요?”

“하하. 죄송합니다. 월스트리트라면 몰라도 실리콘밸리 쪽은…….”

“후. 후보군들이 몇 명 있긴 한데, 이번에 미국 가서 좀 어떤 사람들인지 더 알아봐야겠네요.”

SCP라고 하니까 꼭 마이너 컬쳐의 하나인 SCP 재단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SW 클라우드 플랫폼의 약자다.

내가 론칭을 준비 중인 IaaS(서비스형 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의 사명.

제이슨이 방금 말한 새로운 고객이라 함은 당연히 미래차였는데.

이미 관련해서 미래차 쪽과 논의를 마쳤다.

주주총회가 있기 일주일 전, 장 부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던 것.

물론 내가 직접 만난 건 아니었고 SW 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인 제이슨과 장 부회장의 만남이었다.

내가 꽤나 소시민적인 사람이라고는 해도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하는 법이다.

우리가 친구 사이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

장 부회장은 나와 1 대 1로 만나기에는 속된 말로 급이 안 된다.

나를 보려면 장 회장이 직접 오거나, 하다못해 회장직을 승계받은 후에야 가능할 거다.

뭐… 이런 대접은 살면서 몇 번 못 당해 봤을 테니, 자존심이 조금 상했을 수도 있지만.

어쩌겠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박재용 부회장과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나와 미래차의 관계이지 않나.

여하튼.

그때의 만남에서 장 부회장과 앞으로 미래차그룹에 전사적으로 SCP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출시될 커넥티드 카의 클라우드 환경을 SCP를 통해 구축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한다.

거기에 기존의 2배 상당인 미래차 4조 원, 미래모비스 1조 2천억 원의 특별배당까지 약속하고.

SW 인베스트먼트 출신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게까지 했으니.

여러모로 우리에게만 일방적인 이득이 되는 합의 결과였다.

‘그러면 특별배당을 다 합치면 한… 7천억 원 되는 건가?’

공돈치고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렇다고 내 기준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금액.

그래서 그냥 안 받은 셈치고 좀 썼다.

[선우진, “한국 축구를 위해 매년 100억 원씩 투자하겠다!”라고 밝혀.]

[SW 유소년 축구 교실 계획 발표. 전국 주요 시들에서 모두 운영될 것. 국내외 유수의 지도자들이 합류 예정.]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연계로 EPL 진출 가능성까지?! 뿐만 아니라 소속 유소년들의 오스트리아, 벨기에, 브라질 등 위성 구단으로의 유학 및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차범근 축구 교실까지 합류하다?! 지분 99% 선우진에게 넘겨. 다만 이름은 유지한 채, SW 축구 교실과의 파트너십 체재로 운영될 것.]

우선 1,000억 원 정도 들여서 국내에 유소년 축구 교실을 만들 예정이었고.

또 1,000억 원을 들여서 축협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선수들 비행할 때 조금이나마 편하라고 전용기도 몇 대 살 생각.

호화 버전이 아닌 개인용 자그마한 건 고작(?) 100억 원 정도밖에 안 하더라.

그 외에도 대표 팀을 맡아 줄 국외 유명 감독도 물색 중이다.

아시아로 온다는 게 감독들의 커리어에 있어서 실패로 취급되는 만큼 꺼려 하는 이들이 많긴 할 텐데…….

내가 회귀 이후 깨닫게 된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다.

‘이 세상에 거절이란 건 없다.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만 있을 뿐.’

어디 한번 자기들이 안 오나 보자고.

아! 물론, 내 돈 가지고 축협 인사들이 돈 잔치하고 그런 꼴은 없게 할 거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돈 많고 시간 많은 반백수 회귀자가 얼마나 집요한지를 알게 될 거다.

사실 겁먹어서라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현 대한 축협은 지금껏 범미래가가 지배해 왔는데.

거기 대빵인 미래차그룹이 내 눈치를 보는 형편이다.

감히 축협 인사들이 그럴 수 있을 리가.

그런데 딱 하나, 걸리는 게 있기는 했는데.

-캬! 선우진을 축협 회장으로!

-지금 대한 축협 사실 미래 꺼 아님?

-ㅋㅋㅋ뭔 상관? 미래차 선우진 앞에 설설 기던 거 못 봄? 지금 축협 회장 회사 정도는 바람 불면 걍 날아갈 정도임.

-와;; 근데 총 2천억 투자 ㄹㅇ 지린다.

-개부럽다. 돈 오지게 많아서 자기 취미에 돈 저렇게 쓰는 거 ㅋㅋㅋㅋㅋ

-크팰에는 돈 쏟아부으면서 한국 축구에는 투자 안 하냐고 입에 거품 물고 달려들던 국축갤러들 ㅈㄴ 많았는데 ㅋㅋㅋㅋㅋ 이 새끼들 다 어디 감? 벙어리 됐누.

-ㅋㅋㅋㅋㅋ위에 댓글들 ID 잘 보면 국축갤에서 선우진 마음에 안 든다고 떠들던 놈들 몇 명 있음 ㅋㅋㅋㅋ 이제 와서 안 그랬던 척하는 거.

-아무튼 다음 축협 회장은 선우진 확정이지?!

-ㅇㅇ 걍 무조건 억지로라도 그렇게 만들어야 함. 그리고 바로 종신 회장 ㄱㄱㄱ

-지금 회장은 재벌이긴 해도 ㄹㅇ 초초초재벌은 아니라 매번 사재 털어 놓으라고 뭐라 하기 그랬는데… 이젠 합법적으로 선우진 삥 뜯기 쌉가능 ㅇㅇ

-저 새끼 한 달 벌이만 축협 내놔도 걍 몇 년치 예산 바로 나옴 ㅋㅋㅋㅋㅋㅋ

이거 나이랑 안 어울리게 회장 소리까지 들으면서 축구 팬들한테 돈 달라는 소리만 듣게 될 수도?

아니! 너무들 하네, 진짜.

내가 무슨 툭 누르면 돈 나오는 기계라도 있는 줄 알아?!

“아, 보스. 저번에 말씀하셨던 가상화폐 거래소는 이제 사명만 정해 주시면 한 달 내로 론칭 가능하답니다.”

…음, 있긴 했네?

흠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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