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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49화 (149/267)

149화 애견인이 되었다

전날 하한가로 끝이 났던 미래 자동차의 주가는 다음 날 공시와 동시에 엄청난 상승을 선보였다.

내가 미래 자동차를 무려 7%나 들고 있다는 소식에 폭발적인 매수세가 시작된 것.

[미래 자동차: +4.78%]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치솟았다.

전날 오로지 매도 주문만 존재하던 장 막바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

“보스는 너무 마음이 약해요. 이럴 때 제대로 혼줄을 내줘야 하는데.”

그걸 본 윌리엄이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약하다라…….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럴 마음만 있었으면 미래차를 제대로 망쳐 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대량 보유 상황 대주주 의무 공시는 보고 의무 발생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공시하기만 하면 되는 일.

즉, 오늘 개장과 동시에 밝힐 게 아니라 주말까지 껴서 거의 7일 가까이 상황을 관망하다가 공시해도 됐던 것이다.

사실,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하루 하한가 빔 맞았다고 미래차를 사는 게 아니라 하루 이틀 정도 더 주가를 떨어뜨리고 샀어도 됐다.

-30% 수준이 아니라 -40%가 넘는 반 토막짜리 바겐세일까지 가능했을 수도 있었던 것.

달리 말하면, 지금 상황에서 끝내 주는 게 미래 자동차에게 있어서 꽤나 자비로운 처사라는 거였는데.

물론 미래 자동차가 불쌍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만약 그랬으면… 진짜 큰일이 났겠지.’

단순히 미래차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흔들렸을 거다.

어제 코스피 지수만 해도 2,030까지 갔던 게 1,960으로 떨어졌을 정도였으니.

코스피 지수가 그렇게 3% 이상 하락하는 건 2010년대에서 어제가 겨우 4번째 있는 일이란다.

그 정도로 미래차 쇼크가 한국 증시에 전반적으로 미친 충격이 심했다는 뜻.

어제 하루 가지고도 그런데, 만약 계속적으로 미래차를 압박했다면…….

미래차와 연관된 업체 중 줄도산 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을 거다.

특히 미래 자동차는 자기네들 계열사들 말고도 수많은 협력 업체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재벌 중의 재벌인 미래차가 자기네들이 위기를 겪을 때 그 부담을 어디에 전가할는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1차 벤더, 2차 벤더라면 몰라도… 불황이 더욱 지속된다면 3차 밴더들은 확실히 위기를 맞이하게 될 터.

그러다 한 곳 도산해 버리고 그게 불 번지듯 다른 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 걸 고려하면 여기서 적당히 멈추기로 한 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개인 투자자들도 있고.’

어제의 사태로 인해 미래차는 물론이고 여러 국내 기관이 많은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을 고르라면 개인 투자자들이 빠질 수가 없었다.

-10%에서 +4%, 거기서 다시 -8%까지.

그다음에는 -6%대로 살짝 반등하나 싶다가 핵펀치 맞고 -13%.

아마 그렇게 요동치는 주가를 보고 손절 타이밍도 제대로 못 잡았을 텐데.

거기서 쭉 이어진 핵폭탄에 순식간에 -30%를 찍어 버렸으니.

‘내가… 아니, 세부적인 건 윌리엄이 설계한 거긴 한데… 여튼 내가 봐도 너무한 무빙이네.’

언젠가 개잡주들에 수천, 수억을 날려 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돈 빨리기 딱 좋은 주가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미래차만 떨어진 것도 아니고 계열사 주식, 관련주, 협력 업체 주식 중에서도 하한가 언저리까지 떨어진 것들이 적지 않았고.

아예 국내 증시 전체가 대폭 내려앉았던 코스피 준멸망의 날이었으니.

분명 어제 쇼크로 많이 손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을 거다.

뭐, 남 일 보는 것 같지 않아서 공매도 공격을 어제로 마무리 짓고 공시를 하면서까지 내가 나섰다는 소리다.

내가 원했던 건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목에 목줄 채우기였지, 상관없는 사람들 망하게 하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더 갔다가는 오히려 WS 매니지먼트가 위기를 맞이했을 수도 있다.

공매도라는 게 애초에 무한정 때려 버릴 수는 없는 거니까.

미래차처럼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의 숏스퀴즈 사태도 있고.

무엇보다… 내게는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미래 사건인 게임스탑 사태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말이다.

사실, 100억 달러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청난 수량의 공매도를 때린 탓에 물량을 사들이는 데에 조금 애를 먹기도 했었다.

다행히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기관, 외인 상관할 것 없이 매도세를 보여 잘 해결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정리해 보자면… 미래차 주식 7.3%, 미래모비스 4.9%, 미래글로비스 4.3%인 거네요.”

언제나 반가운 정리 시간.

“예. WS 매니지먼트는 미래차 4.7%, 미래모비스 3.2%, 미래글로비스 3.1%입니다.”

어차피 둘 다 모두 내 돈이니 함께 따져 보자면…….

저렇게 지분을 모으는 데에 든 돈은 고작 40억 달러.

하지만 WS 매니지먼트가 공매도 청산을 통해 확정 지은 수익이 45억 달러가 조금 넘었으니까, 결국 +5억 달러인 셈.

마음만 먹으면 미래차 그룹의 지배 구조에 그냥 태클도 아니고 양발 백태클을 날릴 수 있는 지분을 얻었는데 오히려 돈을 벌어 버렸다.

이래저래 이득만 남은 장사.

게다가 단순히 수익 말고도 또 하나의 커다란 이득이 하나 있었는데.

-ㄹㅇ 선우진 아니었음 더 좆됐겠네… 쟤가 저만한 물량 받아 냈는데도 하한가 처맞은 거면……;;

-ㅋㅋㅋㅋㅋㅋ걍 IMF 다시 올 뻔.

-야수의 심장으로 -30%일 때 오히려 추매 들어갔다 ㅋㅋㅋㅋ 좆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선우진 덕에 벌써 10퍼 먹었네.

내 공시 이후 매수세로 돌아선 개인들.

그리고 기관과 연기금 또한 부랴부랴 미래차 매수에 들어간 덕분에 개장 이후 1시간이 지난 지금, 미래차의 주가는 9.6% 상승한 상태였다.

1시간 만에 10%였으니, 그야말로 폭발적인 상승.

[‘선우진 효과’? 공시 하나에 급상승하는 미래 자동차.]

[마이더스의 손, 투자의 신의 위엄… 이제는 국내 증시까지?]

[기관과 외인들이 선우진의 미래차 투자에 매수세로 돌아선 이유. 그간 선우진이 보여 준 투자 행보를 알아보다!]

그런 상승세가 모두 나의 덕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사실 범인 또한 나였기에 양심이 조금 찔리기는 했다.

하지만 양심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내게 쏟아지는 찬양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래 철판 두꺼운 거로는 어디 가서 뒤지는 편이 아니라.

심지어 그걸 넘어서 더 불을 붙였는데.

[선우진, 미래차 지분 취득 이유 밝혀. “현재 한국 증시는 매우 저평가된 상태. 미래차 또한 튼튼한 체계를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회사. 그런 회사가 외국 헤지펀드의 장난질로 흔들리는 걸 가만히 볼 수는 없었다.”]

[이게 바로 선우진 효과! 경제 전문가, “선우진의 지분 취득 공시가 없었다면 코스피가 어제보다 더 떨어졌을 것. 최악의 경우에는 미래차가 연속 하한가가 됐을 수도…….”]

-캬! 역시 선우진 성님이시다.

-ㄷㄷㄷㄷㄷ한국 증시의 구세주.

-근데 파급력 ㄹㅇ 지리긴 하네; 선우진 관련 공시 하나 떴다고 상황이 이렇게 바뀜?

-당연… 쟤가 브렉시트에서 번 게 미래차 시총이랑 비슷한데… 개인 자산으로도 웬만한 자산 운용사들 다 뺨따귀 때리고 ㅋㅋㅋㅋ

-ㅇㅇ 선우진 앞에서는 ㅈㄴ 잘나가는 외국계 사모펀드건 뭐건 함부로 못 깝침. 깝치려면 블랙록이나 뱅가드 정도는 돼야 선우진 싸다귀 때리지.

-걔네도 못 때릴걸? 워렌 버핏빨로 버크셔 해서웨이 시총이 500조인데… 선우진이 제 이름 걸고 회사 차리면 자금 4~5배는 더 모일 듯 ㅋㅋㅋㅋ

아예 내가 미래차를 산 건 한국 증시를 위해서였다고 밝힌 데다가…….

[한국 금융 무시했다가 제대로 큰 코 다친 외국계 헤지펀드들.]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이제 투자의 신은 그 둘이 아닌 선우진이 되어야…….]

[SW 인베스트먼트, 80억 달러 이상의 수익금을 거뒀다 발표.]

[브렉시트에 이어 미국 대선까지 정확히 예측해 낸 선우진과 SW 인베스트먼트, 월 스트리트를 두렵게 하다!]

나아가, SW 인베스트먼트의 대략적인 수익금을 발표해 버린 것.

트럼프 당선을 대비해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증시 등에서 16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 SW 인베스트먼트였는데.

저번 브렉시트에서도 900억 달러의 수익을 300억 달러 정도로 축소해 발표한 것처럼, 이번에도 반 정도를 축소해 발표했다.

하지만 그 금액도 무려 80억 달러였으니.

-와아… 와… 시발ㅋㅋㅋㅋ

-웃음만 나오네 ㄹㅇ

-오늘자 환율로 치면 10조 원이네…….

-걍 이 새끼 3년 내로 세계 부자 1위 찍는 거 확정임 ㅇㅇ 뭔 일만 일어나면 돈을 쓸어담네.

-내가 보기엔 선우진 회귀자다;;

-ㅋㅋㅋㅋ저번 주에 선우진이 <찬탈자>로 3억 달러인가 벌었대서 지린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에게?’ 수준이네.

-아… ㅅㅂ 선우진은 주식 방송 안 하냐? 쟤가 ㄹㅇ 진짜 찐 청담동 주식 부자 아님?

-선우진 청담동 안 사는데? 여튼 그 범죄자 새끼 별명 선우진한테 묻히지 마라 ㅋㅋㅋㅋ

-ㅋㅋㅋㅋ그 새끼 근데 요즘 뭐 함?

-작년엔가 검찰 수사 받고 깜빵 들어가 있음. 이의진 걔 괜히 SNS에서 선우진이랑 자기 엮다가 나락 가는 거 실시간으로 봤을 때 ㅈㄴ 웃겼는데ㅋㅋㅋㅋㅋ

-암튼 방송이든, SNS든, 유튜브든… 뭐라도 해 줬으면… 아님 틱톡에라도 주식 픽 좀 알려 줘라, 우진아…….

└우진 님이 네 친구냐? 뭔데 ‘우진아’거리냐?

└ㄹㅇ 선우진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모자를 판에.

그렇게 되니 나는 투자의 귀재를 넘어 투자의 신 소리를 듣게 돼 버렸다.

심지어 이 소식은 한국뿐만 아니라 저 멀리 외국에도 널리 퍼졌는데.

한 시간 정도 더 지났을까.

-미래차 상방 VI 두 번째 입갤ㅋㅋㅋㅋㅋㅋ

-미래모비스랑 글로비스도 같이 샀는데 ㅋㅋㅋㅋ 얘네도 조만간 VI 걸릴 듯.

-외인들 미쳐 날뛰네ㅋㅋㅋㅋㅋ

-영어 되는 놈들 레딧 /stock 보셈ㅋㅋㅋㅋ 여기서 선우진 걍 신 취급 받더라.

-ㅅㅂㅋㅋㅋㅋㅋ 반응 존나 웃기네 ‘미래차? Wow… 똥을 먹으라고? 하지만 신께서 그러시라면야…….’

-ㅋㅋㅋㅋ왜 미래차 똥 취급 받냐.

-미국에선 개똥차 취급 받으니까.

-와;; 근데 버거 성님들 매수세 봐라 ㅋㅋㅋㅋ 외국 기관들도 끼어든 듯?

해외 기관들뿐만 아니라 레딧에서 보고 온 것인지 엄청난 외국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그렇게 오늘 장이 마무리되던 시점의 미래차 주가는 [+24.2%].

코스피와 코스닥도 2.9% 상승하면서 어제의 하락을 그대로 회복하는 효과가 있었고.

‘이렇게 되면… 10억 달러를 추가적으로 더 벌게 된 건가?’

내 명의와 WS 매니지먼트를 통해 취득한 미래차 그룹주들이 오늘만 20% 넘게 상승했고.

앞으로도 21년까지 쭉 상승하게 될 테니.

그것까지 따지면 10억 달러보다 더 큰 이득이다.

하지만 미래차 주가가 얼마가 되든 지분을 정리할 생각은 없으니 사실상 없는 이득이기는 했다.

단순히 10억 달러를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 주식이었으니까.

“그러면 공식 발표 내도록 하겠습니다.”

“예.”

뭐, 어쨌거나.

대충 정리도 끝났으니 이제는 알려 줄 차례였다.

자기들 목에 걸리게 된 게 목줄이라는 것과 그걸 쥐고 있는 게 누구인지를.

작년, 헤지펀드 엘리엇이 오성을 상대로 공격했던 적이 있었다.

오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지주회사와 오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할 것, 오성전자 주주들에게 주당 24만 5천 원씩 총 30조 원 규모의 특별 현금 배당을 할 것들을 요구하며 갑질을 한 사건이었는데.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래차 그룹은 무슨 생각을 했으려나……?

만년 2위 그룹으로서 1위 그룹의 곤욕을 보며 즐거워했을까?

아니면, 같은 재벌 그룹으로서 안타까워했을까?

어느 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다른 건 몰라도 당시 오성의 기분을 미래차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되긴 할 거다.

[SW 인베스트먼트, 선우진의 대리인 자격으로 공식 자료 발표?! “미래차 7.3%, 미래모비스 4.9%, 미래글로비스 4.3%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공개.]

[미래차의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 SW 인베스트먼트… 그 사유는?]

내가 이번에 미래차, 미래모비스, 미래글로비스 이렇게 세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이유가 뭐겠는가.

저 회사들은 모두 미래차 그룹의 순환 출자 구조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곳들.

조만간 경영 승계를 위해서라도 미래차 그룹은 지배 구조를 개편해야 할 텐데…….

이제 그 방법을 결정하는 게 장씨 가문 혼자가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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