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7화 방영 예정인 재벌가 막내아들.
총 16부작인 만큼 완결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는데.
‘제작사 오너인 게 참 좋긴 좋아.’
나는 내 권력(?)을 통해 미방영분까지 전부 받아 와서 시청을 완료했다.
사전 제작이 진작에 끝난 작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리고 완결까지 재벌가 막내아들을 모두 본 이후 내 감상은…….
‘보너스라도 챙겨 줘야겠어.’
드라마에 별로 흠잡을 구석이 없다는 것.
소설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성공적으로 드라마로 탈바꿈시켰더라.
물론 소설과 드라마는 확연히 다른 매체인 만큼 드라마 작가가 몇 가지 주요한 부분을 각색하기는 했는데.
별다른 위화감도 없었고, 충분히 이해 가능한 각색이었다.
‘아마… 내가 인터뷰 같은 데에서 몇 번 강조했던 얘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의 영상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각색을 이유로 원작의 재미를 퇴색시키지 않는 것.
내가 지금껏 꽤 여러 번 인터뷰에서 말한 얘기였다.
물론 재벌가 막내아들 때문에 그런 소리를 했던 건 아니었고.
<마지막 마법사>와 <찬탈자> 등과 관련된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
여하튼.
내가 했던 그 인터뷰들 때문에 내 눈치를 보느라 재벌가 막내아들의 각색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원작 소설의 주요한 스토리는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뭐, 애초에 원작이 훌륭한 IP였던 만큼 건드릴 구석이 그리 많지도 않았을 거다.
스웜에 속한 PD와 작가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걸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눈을 갖고 있지 않았다.
뭐, 어쨌거나.
[미래 자동차의 무상증자 발표 소식에 -12%를 달리던 주가, -9%대로 회복.]
[국민연금 기금 운용 본부, 미래 자동차에 추가 투자. 한 본부장, “현재 미래 자동차의 주가는 무척이나 저평가되어 있다.”라고 입장 밝혀.]
[결국 8% 하락 마감한 미래 자동차. 공매도 폭탄 속 생각 외의 선방?!]
내가 재벌가 막내아들에 빠져 있는 사이 들려온 소식들.
하루 사이에 꽤 용을 쓴 것 같은 미래 자동차였는데.
그 대처는 나름 효과적이었다.
대표적인 공매도 대처 중 하나인 무상증자를 통해 끝없이 떨어지던 주가를 멈춰 세웠고.
거기에 국민연금 기금의 등장으로 무차별적인 공매도 물량을 어느 정도 받아 내는 데에 성공했으니까.
[미래 자동차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이유.]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키워드는? 친환경차! 친환경 수소차 기술에서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미래 자동차!]
[수소차를 전기차보다 더 우선시해야 하는 이유. 더욱 친환경적이고, 배터리 충전 시간이 훨씬 짧아.]
심지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조중동부터 시작해 수많은 주요 언론사가 알게 모르게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쏟아 내기 시작했으니.
[미래 자동차: +1.73%]
미래 자동차가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2% 가까이 상승하는 밝은 출발을 보여 준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매수세가 매도세를 뛰어넘기 시작한 것.
-윌리엄: 이 친구들 재밌게 나오네요.
-윌리엄: 우선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 보겠습니다.
[미래 자동차: +2.2%]
[미래 자동차: +2.65%]
거기에 윌리엄이 공격 강도를 줄이자, 점차 회복하기 시작하는 미래 자동차의 주가.
[‘트럼프 당선 후 급등락’ 한국 증시, 코스피 2,000선 다시 복귀.]
[폭락했던 한국 증시, 2일 만에 회복. 빠르게 안정 되찾아.]
트럼프 당선 이후 패닉 장세를 보여 주던 한국 증시 상황 또한 미 증시의 상승세와 더불어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우세로 인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졌었지만, 결국 그가 당선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인 것.
사실 이런 정치적 이벤트로 인한 충격은 결국 이벤트가 전부 끝이 나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기 마련이었다.
[미래 자동차: +3.73%]
그렇게 어제 -8%로 마무리됐던 미래 자동차의 주가가 오늘은 거의 +4%의 모습을 보여 주게 됐는데.
물론 여기에는 WS 매니지먼트의 공매도 공격이 어제보다 덜 거세졌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WS 매니지먼트가 지금껏 미래 자동차의 공매도 공격에 소모한 돈은 총 100억 달러 중 30억 달러 정도.
반 이상을 쓰지 않고도 미래 자동차의 주가를 10% 넘게 하락시켰던 거였으니.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국민연금 기금이나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와는 상관없이 미래 자동차의 주가를 더욱 하락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이 굳이 그러지 않은 건 그리고 내가 그런 윌리엄의 선택을 허락한 건…….
‘원래 될 법하다가 안 되는 게 더욱 충격이 큰 법이니까.’
다 이유가 있었다.
‘슬슬 뉴스가 나올 때가 됐는데.’
내게는 수많은 기업이 있지만.
그중 하나인 트위치가 또 라이브 스트리밍 회사 아니겠나.
이런 건 라이브로 봐 줘야지.
띡-
스웜을 나와 뉴스 채널을 틀자 보이는 반가운 얼굴.
나의 영원한… 은 아니고, 5년짜리 베프 도날드 트럼프의 얼굴이었다.
취임은 며칠 더 남아 아직 대통령은 아니지만.
대통령(진)인 그의 당선 후 첫 기자회견을 미국의 모든 뉴스 채널이 생중계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유권자 분이 저를 지지해 준 이유도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저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핵심 원칙을 절대 놓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법을 바로 세우고 일자리와 산업을 되찾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겁니다.”
트럼프가 말하는 내용은 그전까지의 예상과 비슷했다.
미국 최우선주의.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에 일자리와 산업을 돌려 줄 공정한 양자 무역 협정을 협상하겠다와 같은 말들.
뭐, 한국에게는 물론 미래 자동차에게도 안 좋은 소식이지만 그래도 이것들은 이미 예상되어 있던 발언들이었다.
애초에 트럼프가 유세 기간 내내 했던 말과 겹친 것이었으니.
“폭스 뉴스의 존 메이어입니다.”
하지만 그러던 그때.
트럼프의 연설과도 같은 말이 끝나고, 한 기자가 질의응답 시간에 트럼프를 향해 질문을 시작했다.
폭스 뉴스는 루퍼트 머독 산하의 뉴스 채널.
그리고 존 메이어라는 기자는 나의 또다른 친구인 래클런 머독의 사람이었다.
즉, 지금의 저 질의응답은 나와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
“아까 말씀하시길 미국을 다시 제조업 국가로 만들겠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그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존 메이어의 물음.
그리고 그걸 듣고 고민하는 얼굴의 트럼프.
으음… 아까 전까지 배우들의 연기력 잔치였던 드라마를 보고 와서 그런가.
조금 어색해 보이는 저 둘이었지만… 뭐 괜찮겠지.
아무튼.
이내, 트럼프의 대답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들어갈 수 있는 배터리 팩을 오로지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한 것에만 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관련해서 행정 조치를 내릴 수 있는지 정권 인수 팀에 검토를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아무리 트럼프가 억지를 부려도 저렇게 하는 건 말이 안 되긴 한다.
미국 기업으로만 한정하는 건 국제법상 불가능할 테고.
아마 아예 막는 게 아니라 미국 내 생산 제품에 대해서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를 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겠지만…….
그래도 미국 내 생산 기지가 전무한 미래 자동차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 배터리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겠지.
문득 아까 봤던 재벌가 막내아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내가 재벌가 막내아들에서 가장 좋아했던 파트.
바로 카드 대란으로 인해 물산의 지분이 주인공 진도진에게 넘어가던 장면이다.
거기서 둘째 삼촌의 망가지는 표정 연기가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지금과 상황이 꽤 다르긴 하지만, 결국 들떴던 마음이 추락하게 된다는 건 같았으니까…….
-윌리엄: 다시 재개하겠습니다.
때마침 온 윌리엄의 연락.
그 또한 지금의 생중계를 보고 있었을 거다.
여하튼.
조금 전 트럼프의 말은 배터리 팩 공급을 전부 국내 업체들에게 맡기는 미래 자동차에게 있어 꽤나 크리티컬한 소식.
분명 주가가 엄청나게 요동치게 될 텐데…….
‘그 상황에서 공매도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공!
매!
도!
그것도 총 40조짜리 시총의 기업에게 때리는 무려 8조짜리 공매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