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콘텐츠 추천 마려움
오늘 오후에는 크리스탈 팰리스 육성 센터에 들러 새롭게 영입해 온 전 세계의 유망주들을 확인하기로 했다.
“오!”
육성 센터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스크린.
유망주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인지 <웬 이글스 데어>의 한 장면이 반복 재생 되고 있었다.
정확히 40일 전.
런던 크로이던구(Croydon) 사우스 노우드(South Norwood)에서 열렸던 카 퍼레이드였다.
그게 개최된 이유야 당연히 뭐…….
“모형 트로피도 갖다 놨네.”
15-16시즌.
그 치열했던 시즌의 마지막 승자가 우리 크리스탈 팰리스였기 때문이다.
역사상 6번째 EPL 우승 클럽.
영국의 프로 축구 리그가 EPL로 정립된 이후 지금까지 5개의 클럽밖에 달성하지 못했던 그 위업을 크리스탈 팰리스가 이뤄 낸 것.
심지어 챔피언십에서 승격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크리스탈 팰리스의 우승이었으니.
카 퍼레이드에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모인 탓에 남 런던 전체가 마비됐을 정도였다.
비록 챔스 우승 경쟁에서는 일찌감치 탈락하고, FA컵도 32강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EPL 우승 앞에서는 그런 것들 따위야 전혀 중요하지 않은 법이었다.
‘아스날은 또 불쌍하게 됐고.’
올 시즌 막바지까지 크리스탈 팰리스와 우승 경쟁을 하던 팀은 이번에도 또 아스날.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래저래 중요한 곳에서 맞부딪치게 된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첫 챔스 진출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뭐, 그런 경쟁에서 승리한 쪽이 매번 우리였다는 건 다행인 일이지만…….
아마 아스날에게 있어 토트넘 다음으로 짜증나는 구단이 크리스탈 팰리스이지 않을까.
실제로 기존 북 런던 더비(아스날 vs 토트넘)와 서북 런던 더비(vs 첼시)에 이어서, 최근에는 남북 런던 더비(아스날 vs 크리스탈 팰리스)의 라이벌리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남 런던 전체를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떠들썩하게 열었던 우승 퍼레이드였으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북 런던에서 그 광경을 손가락만 빨며 봐야 했을 아스날 팬들은 모두 혈압이 꽤 상승하지 않았으려나.
여하튼.
삐이이익-!
“헤이!”
“이쪽으로-!”
크리스탈 팰리스의 육성 센터 내 U23 팀 훈련장.
신구장 건설을 시작할 때 함께 지어진 이곳은 2년 전에 모두 완공이 됐다.
그런 만큼 EPL, 아니 전 세계 최고의 훈련 시설과 유소년 시설을 자랑했는데.
당연하게도 육성 센터에 속한 코치진들도 최고 수준이었다.
모두가 빅 리그 최고급 역량을 자랑하는 건 물론, 1군의 철학인 비엘시즘에 입각한 가르침을 유소년 선수들에게 전파하고 있었다.
“구단주님, 여기 있습니다.”
코치 중 한 명이 다가와 스카우팅 리포트를 건넸다.
U23 팀은 물론이고 U18 팀에 속한 모든 선수에 대한 보고서.
순서는 아마도 스태프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잠재력순인 것 같았는데.
[킬리안 음바페(98) - ★★★★★ ~ ★★★★★★: 제2의 티에리 앙리가 될 수 있음. 그 이상을 노릴 법도 함.]
당연하게도 음바페가 가장 먼저였다.
티에리 앙리 이상을 노릴 법도 하다는 건, 스태프들이 판단한 음바페의 최대 잠재력이 메날두급이라는 소리다.
사실, 킬리안 음바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게 있다.
역시 음바페는 음바페라는 것.
처음 영입 시도한 게 2014년도, 음바페가 16살이었을 때였는데.
그때도 이미 전 세계 모든 클럽의 구애를 받는 유망주였던 음바페였다.
물론 내가 아는 것처럼 차세대 메날두급 주목을 받는 건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얘는 잘되겠다 싶은 유망주였던 것.
그 탓에 음바페를 팰리스로 데려오기 위해서 유망주치고는 상당한 고주급으로 계약을 맺어야 했다.
하지만 딱히 아깝지는 않은 게…….
“1군 훈련에서도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죠?”
“예. 스피드는 단연 톱급이고, 골 결정력이 어린 선수치고 상당합니다.”
올해가 우승을 경쟁하는 시즌만 아니었다면 바로 1군 무대에 데뷔했을 음바페였다.
될 놈은 떡잎부터 다르다고.
1군과 2군을 왔다 갔다 하면서 훈련하는데, 1군에 합류할 때마다 매번 좋은 활약을 펼친다고 한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음바페가 인성 면에서는 그리 좋았던 건 아닌 터라.
‘즐라탄이 잘 잡아 줘야 할 텐데.’
지금은 훈련 태도나 평소 생활 모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몇 년 후에도 그럴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델레 알리, 안토니 마샬처럼 꽤 에고가 강한 선수들이 팰리스에 몇 있기도 해서… 걱정이 되는 건 사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근본력 최강의 즐라탄이 팀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 주고 있다는 것.
심지어 팰리스의 핵심 of 핵심인 더 브라위너 또한 즐라탄 정도는 아니더라도 한 근본력 하는 터라.
지금으로서는 그들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고.
‘아깝긴 해도 다른 구단으로 팔아 치워야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정확히는 저걸 선우진식 버전으로 조금 변형시킨 말을 좋아하는데.
‘팀보다 위대한 구단주는 있어도, 위대한 선수는 없다.’
그 누가 됐건 팰리스에서는 내가 짱이다.
암, 그렇고 말고.
여하튼.
[이슈라프 하키미(99) - ★★★★☆ ~ ★★★★★: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 양 풀백과 윙백 모두 소화 가능. 테크닉과 기본기는 아쉽지만 공격력 면에서는 탁월. 수비력에서는 개선 필요.]
[알폰소 데이비스(00) - ★★★☆☆ ~ ★★★★☆: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 뛰어난 발재간과 좋은 체력, 피지컬도 훌륭. 1군의 두꺼운 측면 자원 탓에 왼쪽 풀백으로 포지션 변경을 고려 중.]
[이브라히마 코나테(99) - ★★★☆☆ ~ ★★★★☆: 강철 같은 피지컬과 뛰어난 속도. 빌드업 능력을 갖춘 제2의 반 다이크가 될 수 있음. 하지만 수비 라인 조절에 취약한 부분이 많아 임대 경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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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 홀란드(00) - ★★★☆☆ ~ ???: 빠른 스피드, 좋은 체격. 원래는 U23 팀 내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자랑했으나 최근 갑작스레 커진 키로 밸런싱에 문제가 생김. 득점력은 뛰어나나 성인 무대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 온 더 볼 능력은 취약. 앞으로의 성장을 면밀히 관찰 필요. 바디 밸런스를 다시 잡고 성인 무대에 잘 적응해 유소년 무대에서의 득점력을 보여 준다면…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수도 있음.]
음바페 이후의 스카우팅 리포트들.
나와 같은 미래인이 봤다면 ‘이 새끼 유망주 생성 버그 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이게 크리스탈 팰리스 U-23 팀의 유망주들이라니…….
아아, 가슴이 웅장해진다.
* * *
“AMD와 NVIDIA를 모두 인수하는 건 불가능하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당연한 거였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미국 거대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반독점법.
저 두 기업을 인수한다면 그 철퇴를 피하지 못하리라.
인수를 승인받더라도 머지않아 강제로 찢기고 말겠지.
해체당하지 않기 위해 기업의 성장을 일부러 억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는 거다.
결국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건데…….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고사양 게임도 간혹 즐기는 게이머라지만, 컴잘알인 거는 또 아니라.
그냥 적당히 컴퓨터 커뮤니티에 찾아 가 맞추려는 조립컴 스펙을 올리고, 이 정도면 ㅁㅁㅁ 돌릴 수 있냐 묻고 그대로 구매하던 사람이었다.
즉, 내가 아는 거라고는 한국 내에서는 그래도 지포스가 라데온보다 유명하고 두루두루 쓰인다 정도?
두 기업 모두 앞으로 엄청난 성장을 할 거라는 것만 알지.
둘 중 어느 기업이 더 큰 성장을 이루는 것까지는 모른다는 소리였다.
“조건만 놓고 보면 AMD가 훨씬 더 좋은 매물처럼 보입니다. 아무래도 근 10년 동안 쌓인 적자 때문에 인수 금액이 그리 크지 않을 테니까요.”
가격만 놓고 보면 AMD가 더 땡긴다.
한때 CPU 시장에서 인텔을 위협하는 강자였던 AMD는 신제품의 연이은 실패로 자금난에 빠진 상태.
지금은 새로운 CEO의 취임 이후 흑자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AMD와 NVIDIA와 같은 기업들은 번 만큼의 돈을 연구비로 투자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하이테크 기업들.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건 마찬가지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인수에 들어가는 돈이 NVIDIA보다 더 적다는 건데.
당장 두 기업의 시가총액만 비교해 봐도 90억 달러 vs 300억 달러다.
인수 시 추가로 지불해야 할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큰돈이 들게 될 거고.
이후로도 21세기 FOX 등 사들여야 할 것들이 많은 만큼 당장은 AMD를 노리는 게 더욱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이게 뭐 마트에서 저지방 우유 사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가격 싸다고 이거 사겠다고는 할 수 없는 노릇.
‘조금 더 알아봐야겠네.’
우선 시그마 캐피탈의 대표인 알버트에게 관련 보고서를 요청해 놓기는 했다.
아마 알아서 전문 인력들을 동원해 면밀히 분석해 줄 터.
일단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딱 하나.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오성그룹에서 AMD를 인수하려 했다고요?”
“네. 오피셜이었던 건 아니고 그저 소문 정도에서 끝난 일이기는 합니다. 다만… 자체적인 조사 결과로는 인수 직전 단계까지 갔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성이 AMD 인수를 시도했던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파운드리(수탁 생산) 업체인 오성이 팹리스(설계) 업체까지 갖춘다면 그 경쟁력이 상당할 테니.
하지만 왜 그저 인수설에서 끝이 난 걸까.
음… 아마 돈이 없어서는 아닐 거다.
인수설이 돌았던 작년 기준 AMD의 시가총액은 20억 달러 내외.
오성그룹의 자금력을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액수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인수가 불발된 걸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오성 측에서 포기한 걸까?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는 긍정적인 시너지가 꽤 될 것 같은데.
전문가인 오성 측에서는 의견이 달랐을 수도 있다.
‘궁금해지네.’
직접 물어보면… 안 되려나?
그래도 될 것 같기는 한데.
국내 언론에서는 아직도 오성그룹 회장과 내 재산을 계속 비교하고 있다던데.
나야 뭐 별생각이 안 들지만 그쪽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차지했던 대한민국 부자 1위 자리를 새파랗게 어린 놈한테 빼앗겼다 여길 수도 있을 테니.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내가 그런 것처럼 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아무튼.
궁금한 건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오성그룹에 한번 연락해 보죠.”
“오성그룹이요?”
“네. 왜 인수가 불발된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얘기 나눌 기회가 한 번 정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저희 팰리스와 막대한 금액의 스폰서십 계약을 맺기도 했잖아요?”
자본주의에서는 돈 많은 놈이 형이라지만.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50살 차이는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한국에 직접 제가 가는 거로 하죠. 찾아뵙고… 한국 경제에 대한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요.”
CM그룹이 오성그룹과 친척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 부회장에게도 연락을 한번 해 봐야겠다.
으으음.
‘괜히 기대되네.’
만남이 성사될는지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그래도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내가 재벌이 뭔지 막 알았던 어린 시절부터 대한민국 최고 부자였던 사람이 아닌가.
이제는 그걸 나한테 빼앗겼지만… 여하튼.
아니면 회장 할아버지 말고 부회장 아저씨를 만나는 것도 좋고.
어차피 오성그룹의 실무 대부분을 담당하는 건 이제 부회장 아저씨기도 하고.
언젠가 만나게 되면 해 보고 싶은 얘기도 있었다.
‘유튜브 한번 해 보시라고 해야지.’
동생 몰래 신라호텔 계산 안 하고 튀기.
직원들 몰래 아이폰 구매한 후기.
당장 떠오르는 유튜브용 콘텐츠만 해도 한둘이 아니었다.
내가 또 콘텐츠 기업 오너가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