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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30화 (130/267)

130화 모 아니면 모

“바로 회사로 돌아가도록 하지.”

선우진과의 협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바클레이스 일행이었다.

420억 파운드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거래.

HSBC와 함께 영국 1, 2위 은행을 다투는 그들로서도 오랜만에 가지는 대형 거래였다.

거기서 떨어지는 수수료가 그대로 그들의 돈이 될 테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갑자기 EPL 구단을 사들여 엄청나게 투자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성향이 엄청 화끈하네요. 아직 젊어서 그런가?”

“화끈? 하하, 나는 그저 객기로 보이던데.”

일행 중 누군가가 낸 선우진에 대한 의견.

그걸 들은 누군가도 제 생각을 보탰다.

그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선우진이 너무 무모하다는 것.

무려 420억 파운드다, 420억 파운드.

그들도 영국에 사는 만큼 영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의 작가인 선우진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 중 반 이상이 스웜의 구독자였고, 틱톡을 사용했다.

분기별로 개봉하는 써밋 엔터의 영화를 본 이들도 적지 않았고.

직업병이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게.

금융인인 그들은 그렇게 제 취미 생활들을 즐기면서도 매번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과연 이 플랫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기업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와 같은 생각.

엔터테인먼트를 그저 엔터테인먼트로 즐길 수 없는 이들이라는 거다.

즉, 달리 말하면 그들은 선우진이 보유한 기업들의 총 가치가 얼마일지, 그리고 그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을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20억 파운드라니.

미리 꽤 큰 금액을 예상하고 있던 그들로서도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액수였다.

애초에 그들이 생각하고 왔던 금액의 10배 이상.

“대체 뭐로 그렇게 큰돈을 번 걸까요?”

“책 팔아 그만한 돈을 벌었을 리는 없고. 420억 파운드로 저리 무모하게 베팅하는 걸 보면 비슷한 일로 돈을 좀 벌었나 본데?”

“하긴.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러려는 거겠죠.”

선우진이 원한 건 오로지 브렉시트가 통과한다는 데에만 베팅하는 과감한, 아니 과감하다 못해 극단적인 투자였다.

가끔은 자신들의 감각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투자의 기본 베이스는 확률과 통계, 시장 상황 등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인인 그들로서는 미친 짓처럼 여겨지는 행동.

특히 지금처럼 브렉시트 잔류에 대한 여론이 더욱 큰 상황에서는 더 미친 짓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찌 됐든 바클레이스는 그 미친 짓을 받아들인 상황.

“좋아. 제대로 따져 보자고.”

본사 회의실에 도착한 그들.

CEO인 제스 스탤리가 포문을 열었다.

“총 420억 파운드. 그중 우리가 어느 정도를 소화해야겠나?”

아무리 바클레이스라도 그만한 금액의 공매도와 옵션 투자를 모두 소화할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는 있지만 하지 않는 거였다.

그러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선우진의 투자를 미친 짓이라 평한 그들이 따라서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저 옵션 투자를 다른 금융사나 투자 은행들에 떠넘길 생각은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과실이 달콤해 보였으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는 저희가 옵션을 발행해야겠죠. 사실 말이 50 대 50이지. 잔류 쪽이 조금 더 유리하니까요.”

하루 전 있었던 리서치 회사들의 예측 조사.

바클레이스는 자신들의 인맥을 통해 예측 조사의 결과를 미리 입수한 상태였다.

영국의 인터넷 기반 시장 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업인 유고브의 것에서는 52 : 48로 잔류가 유리.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모리의 것에서는 54 : 46으로 잔류가 유리.

이론상 카지노 측이 돈을 딸 확률이 겨우 50.28%에 불과한 블랙잭에서도 카지노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데.

52-54% 정도의 확률이면 금융업계에서 떼돈을 벌기에는 충분한 확률이었다.

결국,

“반 이상을 우리가 발행하는 거로 하자고. 나머지는 다른 금융사들에 넘기고. 아마 소화하려는 곳들이 많을 거야.”

자신들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가져가겠다 결정한 바클레이스였다.

CEO인 제스 스탤리가 주도적으로 내린 선택.

그는 전 JP모건 투자 은행 부문 책임자 출신으로, 바클레이스의 CEO로 선임된 지는 고작 반년 정도가 지났을 뿐이었다.

그의 전임 CEO였던 안토니 젠킨스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했던 만큼, 그의 당면 목표는 바클레이스의 실적 개선.

이번 거래를 그들이 주도하는 게 그 첫걸음이라 본 것이다.

* * *

바클레이스에서 찾아온 이들을 돌려보내고 다음 날.

[아-! 휘슬 울리고 맙니다. 결국 차이를 좁히지 못한 팰리스의 선수들이 고개를 숙입니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팬, 아니 EPL의 팬들로서는 정말로 아쉬운 결과입니다. 지난 주 있었던 또 다른 4강에서도 맨시티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패했거든요.]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맨시티죠. 그리고 오늘, EPL 1위를 달리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가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하고 말았고요. EPL의 1, 2위 팀이 라 리가의 1, 2위 팀에게 나란히 패배한 모습입니다.]

“…아쉽긴 많이 아쉽네.”

이렇게 돌려 보는 게 몇 번째인지.

직관 가서도 봤던 챔피언스 리그의 4강 결과를 집에서도 돌려 보고 있는 나였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배하고 만 크리스탈 팰리스.

하반기에도 놀라운 경기력으로 손쉽게 EPL 1위 자리를 지키며, 설마 챔스에서도 새 역사를 쓰나? 싶었지만…….

합산 스코어 2-4로 레알 마드리드에게 두 경기 모두 패배하고 말았다.

“저 새끼가 축구를 잘하긴 잘한단 말이지.”

그 주역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금은 한국에서 우리 형, 축신두 등의 별명으로 빨리고 있지만.

몇 년 뒤에는 호X잡두, 아이패두 등의 멸칭으로 불리게 되는 호날두였다.

물론 그 이유는 방한 때 있었던 경기 불참.

나도 그 당시 축구물을 쓰고 있던 웹소설 작가로서 호날두를 직접 보기 위해 표를 구해 경기장을 찾았었던 만큼, 이제는 없던 일이 되어 버린 지금도 호날두가 좋게 보이지 않았다.

‘뭐… 어쩌면 이번 생에는 그런 일이 없을 거 같긴 한데.’

요즘 들어 생긴 변화 중 하나가 있다면 EPL이 한국 시장을 원래보다 훨씬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거였다.

나의 영향인지, 아니면 작년 EPL과 중계권 독점 계약을 맺어 스웜을 통해 단독 스트리밍되고 있기 때문인지.

국내에서의 EPL 인기는 박지성 선수가 뛰던 시절 이상으로 천장을 뚫고 있었다.

그 덕분에 EPL에 스폰하는 국내 기업들도 예전보다 훨씬 더 늘었는데.

그래서인지 영국의 클럽들은 물론이고 라 리가와 세리에 등 빅 리그의 클럽들이 한국에서의 인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들었다.

달리 말하면, 예전처럼 저 날강두가 날강두 짓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뜻.

물론 그래 봐야 내게는 영원히 날강두겠지만 말이다.

‘나중에 보자. 메시가 바르샤랑 쫑나고 PSG가 아니라 팰리스로 오게 만들 테니까. 그다음 챔스 트로피 메시한테 따박따박 안겨서 메-호 대전이 성립 못 하게 해 주마.’

빠심이 한 번 돌아서면 그렇게 무섭다고.

한때 메시 vs 호날두에서 그래도 다시 태어나면 호날두라고 호날두를 지지했던 나지만, 이제는 열렬한 호까가 되었다.

뭐, 여하튼.

그건 나중의 일이고.

[윌리엄 - 젠장. 오늘 자 인디펜던트 기사 봤어요?]

[윌리엄 - 모든 여론 조사 기관들이 잔류를 예측하고 있어요.]

걱정 많은 윌리엄 씨의 연락.

[나 - 네, 봤습니다.]

봤다고 묻기에 봤다고 대답했는데.

[윌리엄 - What the…….]

[윌리엄 - 그게 끝이에요? Bugger! 내가 보낸 보고서도 좀 보라고요.]

이렇게 성질을 낸다.

참 이상한 사람이네.

[나 - 그것도 봤는데요?]

보고서의 내용은 뭐 별거 없었다.

예측 조사 때문인지.

어제까지만 해도 브렉시트에 대한 걱정으로 요동치던 세계 증시가 안정화되기 시작했다는 것.

물론 단순히 증시만 안정된 게 아니고, 그 외의 것들도 마찬가지로 그랬다고 한다.

파운드화 환율, 엔화 환율, 금 가격, 유가 등등.

즉, 내가 폭락할 거라 예상한 것들은 오르고, 폭등할 거라 예상한 것들은 다시 내려갔다는 뜻.

물론 별로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아! 딱 하나.

놀랍다면 놀라운 사실이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바로 내가 의뢰한 여러 파생 상품들의 계약 중 대부분을 바클레이스가 소화했다는 것.

사실 금액이 금액인 만큼 그중 2-30% 정도만 소화해 내고 나머지는 다른 금융사에 넘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욕심을 부렸다고 해야 하나, 만용을 부린 거라 해야 하나.

상당히 무리를 한 바클레이스였다.

[윌리엄 - …다 봤다고요?]

[윌리엄 - 그러면 이대로 가면 우리, 아니지. 당신이 알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안단 뜻인가요?]

아니, 그건 모른다.

내가 아는 건 다른 거였다.

[나 - 아뇨? 제가 420억 파운드의 최소 2배, 많게는 3배를 가진 슈퍼리치가 된다는 것만 알고 있는데요.]

그리고 또 하나.

[나 - 음… 그리고 세상이 그 사실을 전부 알게 될 거라는 것도 알죠.]

홍콩 증시에 옵션 투자를 했을 때는 보안을 지킬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했다.

애초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10배가 넘는 420억 파운드였으니.

뭐, 어떻게 페이퍼컴퍼니를 거치고, 돈세탁을 하고 그럴 체급이 아니었던 거다.

‘게다가 이걸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거고.’

언제까지고 비밀스러운 투자자로 남을 수도 없는 노릇.

원래라면 디즈니가 인수했을 21세기 폭스처럼 앞으로 인수해야 할 기업이 산더미인데.

그때 가서 몇백억 달러가 대체 어디서 난 거냐는 의문을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는 거였다.

게다가 내가 노리고 있는 건 또 있었다.

성공한 투자자가 가질 수 있는 일종의 후광 효과.

오마하의 현자 워렌 버핏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째서 그렇게 영향이 컸는지.

내게는 관종에 불과했다지만 그래도 일론 머스크가 써 내리는 트윗 하나하나가 증시에 그토록 큰 영향을 미쳤었는지.

그건 모두가 그들이 언론과 대중에 인증된 성공한 투자자이자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나는 후자의 타이틀은 꿰찼어도 전자의 것은 아직 얻지 못한 상태.

[선우진, 브렉시트에 엄청난 베팅을 하다?!]

[예상 투자금이 20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30조 원 이상이라는 소문도 존재.]

[선우진이 예측하는 세계 증시, 그리고 환율]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걸 얻어 보기로 했다.

뭐, 말은 거창하지만… 만약 보안을 최대한 지키려 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소문이 퍼졌을 테니.

그럴 바에는 그냥 시원하게 까기로 결심한 거다.

즉, 대중과 언론에 알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여하튼.

[무모한 20대의 패기! 선우진의 투자금은 상당수 대출을 통해 동원한 것으로 예상돼 화제]

[모 아니면 도!? 역사에 남을 대박이 되느냐, 역사에 남을 머저리가 되느냐.]

[영국 내 예측조사 결과 잔류 우세… 어쩌면 선우진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판 작가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잃은 사내가 될지도…….]

개표 방송을 몇 시간 앞둔 지금.

한국과 영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온갖 곳에서 내 얘기를 떠들고 있다.

심지어 언론에 알려진 건 내 진짜 투자 규모보다 반 이상이 축소된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대체로 의견은 비슷했다.

너무 무모한 게 아니냐, 정말 모 아니면 도 식의 도박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모 아니면 도?’

난 그런 거 모른다.

모 아니면 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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