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짱구 친구가 너무 귀여움
“뭐야? 뭐 좋은 일 있어?”
“아뇨, 그냥. 재밌는 뉴스가 있어서요.”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막 올라타며 뉴스를 확인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향하는 멤피스 데파이의 뉴스.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채로 거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 멤피스 데파이가 보였는데.
런던행에 함께하는 강주원이 고개를 쭉 뻗어서 보더니 물었다.
“아아, 데파이? 스읍. 나도 봤어. 괜찮은 거야? 이번 시즌 플랜에 필요했던 선수 아니었어?”
“뭐, 제 플랜에 필요하긴 했죠. 그게 우리 팀 플랜이 아니었을 뿐이지.”
내 뜬구름 잡는 말에 어리둥절한 기색을 보이는 강주원.
“그냥 그런 게 있어요. 요즘 하도 날파리들이 많이 끼어들어서 그런 놈들 한번 잡으려는 거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날파리들이란 첼시의 로만, 맨유의 글레이저 가문, 맨시티의 만수르 등이 해당된다.
특히 이번 데파이 경쟁에서는 한 수 접어줬지만, 로만은 저번의 패배를 설욕이라도 하겠다는 듯 팰리스의 이적에 끼어드는 일이 잦았는데.
그 과정에서 팰리스로 데려오려던 조 고메스를 첼시에게 하이재킹 당하기도 했다.
물론 조 고메스의 잠재력이 엄청나게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던 터라 그리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내가 가지려던 걸 빼앗긴다는 경험을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원래라면 첼시로 갔을 마르코스 알론소가 리버풀로 가게 됐지.’
어떻게 보면 두 선수의 운명이 뒤바뀌게 된 것.
조 고메스의 원래 행선지는 리버풀이었으니까 말이다.
즉, 로만이 우리가 제시한 이적료에 5M 파운드를 더 붙여 가면서까지 조 고메스를 데려간 건 첼시에 있어서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
우리야 비엘사 감독의 ‘비엘사시즘’을 위해 스프린트가 중요한 사이드백을 원하는 거였지만, 아직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달랐으니 말이다.
분명 마르코스 알론소가 아직 어린 나이의 조 고메스보다는 무리뉴의 축구를 더 잘 이해했을 거다.
톡, 토도독-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내 전담 스카우트 팀장에게 연락을 보냈다.
나의 지시를 받고 스페인에 가 있는 팀장이었는데.
그에게 스카우트한 선수의 영상을 비엘사 감독에게 보내라고 지시한 것.
조 고메스야 작년부터 시행된 EPL 홈그로운 룰(국적에 상관없이 21세 이전의 나이에 3년간 잉글랜드 및 웨일즈 클럽에서 훈련한 선수가 총 25인의 스쿼드 중 8명 이상 포함되어야 함)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도한 영입이었고.
조 고메스를 하이재킹 당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이유.
사실 내가 진짜 원했던 선수는 스페인에 있었다.
[나 - 가능하면 형제 모두. 둘 다가 힘들더라도 동생 쪽은 반드시 영입해야 합니다.]
그것도 선수 한 명이 아니라 형제라는 이름으로 묶인 세트 메뉴로.
장담하건대 비엘사 감독이라면 저 둘의 진가를 금방 알아보리라.
“근데 데파이가 맨유 7번을 받았다며? 맨유 가서 잘할까? 네덜란드 영상을 좀 보니까 괜찮긴 하던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눈을 반짝이며 묻는 강주원.
이 형은 나하고 축구 얘기를 하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가끔은 나를 무슨 축구 도사처럼 여길 때도 있었다.
사실 나는 딱히 그렇게 엄청난 축잘알이 아니라 그저 미래 정보에 의지할 뿐인 FM 중독자라 간혹 곤욕스러울 때도 있지만…….
여하튼.
나는 강주원의 물음에 사실대로 답했다.
“데파이요? 음. 좋은 선수죠. 포텐도 꽤 있고요.”
정말로,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멤피스 데파이는 좋은 잠재력을 지닌 좋은 선수다.
그건 회귀자인 내가 보장할 수 있다.
빠른 주력과 순간속도, 킥력 등의 뛰어난 운동 능력.
에레디비시에서 전 시즌 29경기 21골, 올 시즌 전반기 14경기 15골을 넣을 정도의 득점력 등.
당장 네덜란드에서 보여 준 모습만 따져도 이 정도였고.
미래에는 팀의 주장까지 맡을 정도로 멘탈이 완성됨은 물론,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리그앙을 폭격하는 선수가 된다.
으음, 그게 아마 그러니까…….
‘한 5년 후쯤?’
내가 있던 2021년.
멤피스 데파이가 제대로 된 선수로 완성되는 건 그쯤이다.
달리 말하면 5년 전인 지금은 멤피스 데파이가 제대로 된 선수가 아니라는 거다.
아니, 제대로 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선수의 모습을 지켜보는 팬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수준.
‘MD7… 레전드였지.’
자기 이름에 등번호인 7을 붙여서 MD7이라 불리기도 한 멤피스 데파이였는데.
이게 발음이 조금 거시기한 탓에 한국에서는 욕설로 변한 비하의 의미로 불리고는 했다.
특히 맹구… 아니지, 맨유 팬들한테서 그런 반응이 많았었는데.
뭐, 대충 그만큼 멤피스 데파이가 맨유에서 보여 준 모습이 형편없었다는 뜻이었다.
오죽하면 꽤 비싼 금액을 주고 사 온 유망주에게 그런 패드립성 비하를 하겠나.
‘심지어 그때 이적료는 23M 파운드였나 그랬는데.’
이번에는 거의 그 2배에 가까운 43M + 5M 파운드였다.
내가 EPL에 뛰어들면서 생긴 많은 나비효과가 있었는데, 원래라면 6개월 일찍 맨유로 갔을 멤피스 데파이가 네덜란드에 남아 있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 6개월 동안 네덜란드에서 더 좋은 득점력을 보여 준 걸 고려해 멤피스 데파이의 시장가치는 27~28M 파운드 정도로 책정됐었는데.
팰리스의 영입 제안 이후 첼시와 맨시티, 맨유까지 달라붙으며 기하급수적으로 이적료가 높아져 버렸다.
그런데 과연 23M 파운드의 값어치도 하지 못했던 데파이가 43M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
‘4.3M만큼만 해도 다행이지.’
원래도 뽕이 가득 차 거만한 모습을 보여 줬던 데파이였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심했다.
당장 이적료도 훨씬 더 뛰었을뿐더러, 내가 멤피스 데파이를 픽했다는 소문이 그로 하여금 자신이 특별한 선수라 생각하게 만든 것 같았다.
최근 틱톡에서 내가 췄던 춤이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었는데.
예전 유행했던 땡땡 챌린지처럼, 나를 따라 노래에 맞춰 춘 후 그다음으로 출 사람을 3명 지목하는 거였다.
멤피스 데파이 또한 그 챌린지에 참여했는데, 그 지명 대상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자기는 크리스탈 팰리스의 지목을 받아 이 챌린지에 참여했고, 다음 대상으로 첼시, 맨유, 맨시티를 지목하겠다 떠들던데.
뭐, 자기는 팰리스(=나)의 이적 제안을 받을 만큼 대단한 선수이지만, 결국 자신이 택하는 건 저 세 클럽 중 하나라는 의미였지 않을까.
그리고 결국 그중 가장 큰 주급을 제안한 맨유를 택한 거였을 테고.
여하튼.
‘데파이가 다음 경기부터 뛰게 되려나? 아니면… 적응을 이유로 쉬려나.’
이왕이면 바로 뛰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이 오고 있었기 때문.
‘한때는 나도 맨유 팬이었는데.’
박지성 선수가 현역으로 뛰던 당시, 밤을 새워 가며 붉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봤던 기억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맨유라는 구단이 정말로 세계 최고라고 굳게 믿었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오래전의 과거였고.
회귀하기 전에도 맨유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갈아탄 전적이 있는 나였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완전한 팰리스의 이글스.
그것도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사람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EPL의 경쟁 팀을 패는 건 언제나 즐겁다는 뜻이지.’
특히, 그게 맨유를 맹구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라면 말이다.
[2016.01.24 / 23라운드 / 크리스탈 팰리스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내가 강주원에게 VIP 좌석 티켓을 주겠다고 한 홈경기.
바로 맨유와의 경기였다.
* * *
[사이드백 영입에 골머리를 앓던 크리스탈 팰리스, 결국 택한 건 프랑스 태생의 어린 형제들?]
[바이아웃을 모두 지불하고 에르난데스 형제를 사 온 크리스탈 팰리스.]
[선우진, 어쩌면 유망주병에 걸린 걸지도!? 아직 프로 무대에 데뷔조차 하지 못한 동생에게까지 바이아웃을?]
[“리그는 물론이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리 형제의 재능을 보여 주겠다” 포부를 밝힌 뤼카 - 테오 에르난데스 형제.]
[뤼카 - 테오 에르난데스 형제, “영어는 이제 배워 가는 중. 비엘사 감독이 있어 소통에는 문제없어.”]
* * *
런던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찬탈자> 2부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왕이 돌아왔다. 선우진의 <찬탈자> 2부 출간!]
[어린 왕자는 어떻게 정복왕이 되는가?!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선우진의 마법.]
[<찬탈자> 2부 출간에 힘입어, 드라마 또한 시즌2 제작에 들어가.]
[티모시 샬라메, “드라마 촬영에 앞서 원고를 미리 받아 봤다. 선우진 작가의 한 명의 팬으로서 남들보다 몇 주 일찍 책을 읽어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린 것. 원고가 어땠냐고? 두말할 필요가 있나. 언제나 그랬듯, 환상적이었다.”]
저번에 갤러리에서 노닥거린 후, 나도 조금 너무했다 싶은 생각이 들어 1, 2권 집필을 서둘렀는데.
예상보다 한 달 정도 빠르게 글이 나와 그대로 출판사에 넘겼던 것.
내가 입대하면서 ‘군대에 있는 동안은 글 안 쓰고 좀 쉴게요’라 밝혔던 탓에 한동안은 한가한 일정을 보내고 있던 윅슨 출판사였는데.
듣기로는 내 전역 한 달 전부터 <찬탈자> 2부 출간에 대한 모든 준비를 끝마쳐 놨었다고 한다.
내 예전 집필 속도를 고려해서 전역 후 곧바로 1, 2권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것.
엘레나가 내게 ‘그래서 원고는 언제쯤……?’이라 물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뭐, 그 덕분에 <찬탈자>의 2부는 원고를 넘긴 지 오래 지나지 않아 바로 출판될 수 있었는데.
“5,000만 부나 발행했다고요?”
“네. 물론 인쇄가 하루 이틀 사이에 완료되는 건 아니니 아직 1억 부가 모두 발행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초판 발행 계획은 5,000만 부예요.”
“와우. 확실히 스케일이 엄청 커졌네요. 다 팔 수는 있겠죠?”
“반년 사이에는 모두 팔릴 거라 예측하고 있어요. 모두 작가님 덕분이죠.”
내가 한동안 미국에 갈 계획이 없는 탓에, 나를 보기 위해 런던을 찾아온 엘레나.
그녀와 <찬탈자> 2부 관련해서 여러 얘기를 나눴는데.
‘영화화나 드라마화가 확실히 소설 매출도 엄청나게 펌핑 시켜 주는구나.’
보고서를 통해 받아 봤을 때는 대충 읽고 넘겨 버려서 잘 몰랐는데.
이렇게 사람의 입을 통해서 그간의 판매 부수 증가량을 들으니 확 와닿았다.
특히 19억 달러 가까이를 벌어들이면서 엄청나게 성공한 영화가 된 <마지막 마법사>의 판매 부수 증가량은 무척이나 놀라웠는데.
영화화 이후 1억 5천만 부가 추가로 팔리며 총판매 부수 3.5억 부로 4억 부를 판 해리포터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마지막 마법사>가 해리포터보다 권 수가 훨씬 더 많고, 아직 영화화가 한참 남은 걸 고려해 보면 머지않아 제칠 수도 있을 터.
게다가 <찬탈자> 또한 드라마가 스웜 및 각국의 여러 TV 채널에서 인기를 끌면서 총판매량 1억 부를 넘긴 지 오래였다.
시리즈가 전부 완결되고 드라마까지 모두 나올 때쯤에는 아마 지금 <마지막 마법사>의 판매 부수만큼은 팔 수 있지 않을까.
* * *
[‘선우진이 택했던 사나이’, 멤피스 데파이. 크리스탈 팰리스전 출전 유력?!]
[데파이의 대표 팀 스승이었던 루이 반 할 감독, “데파이의 실력을 알아보는 건 눈이 달렸다면 당연히 가능한 일. 선우진의 유망주 보는 눈이 그리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다.”라고 밝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구장 전 좌석 매진!]
[전반기를 리그 1위로 마무리하며 역사를 써 내려가는 팰리스? 아니면 루이 반 할의 체재에서 퍼거슨 경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려는 맨유? 그 승자는?!]
[멤피스 데파이, 팰리스전에서의 포부를 밝히다. “출전 여부는 불확실. 하지만 출전하게 된다면 팰리스에게 그들이 나를 원했던 이유를 제대로 보여 줄 것.”]
맨유와의 경기를 며칠 앞두고.
재밌는 기사들을 보게 됐다.
이거 참.
‘재밌는 친구들이네.’
맹구… 아니, 맨유와 멤피스 데파이라니.
원래도 그랬던 것처럼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