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20화 (120/267)

120화 선수가 너무 비쌈

틱톡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15초에서 1분 길이의 짧은 영상을 업로드하는 틱톡 특유의 방식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는데.

경쟁사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마저도 각각 쇼츠와 릴스라는 이름으로 숏폼 서비스를 따라했을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인기가 조금 별로긴 했지만.’

이번에는 높은 확률로 다를 거다.

불호를 일으키는 유튜브 광고로 시작하는 바람에 한국에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틱톡이지만.

오히려 지금은 출범 초기부터 꽤나 인기를 끌고 있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으니.

[선우진, SNS 계정 최초 개설? 본인 소유의 틱톡!]

[총 160개 국가에 서비스를 시작한 틱톡, 기존 SNS와의 차이점은?]

[틱톡 팔로워 10만 명 공약을 선포한 강주원, “한 달 내로 10만 명 못 찍으면 사장님이 짜른대요 ㅠㅠ”라 말해 화제.]

[틱톡이 어떻게 세상을 다시 쓰는가? ‘관계’를 통한 확장이 아닌 ‘취향’을 통한 확장.]

실제로 서비스 출범 초기부터 폭발적인 속도로 가입자 수가 늘고 있었는데.

[출시 일주일 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4,000만을 달성한 틱톡!]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메시, 호날두와 계약을 체결했던 것처럼 유명인을 활용한 마케팅이 효과적이었다는 것.

메시와 호날두, 즐라탄 등의 축구 선수들뿐만 아니라 페더러, 라파엘 나달, 르브론 제임스, 마이크 트라웃, 톰 브레디 등.

각 스포츠계에서 제일 스타성이 높은 선수들만 골라 마케팅 계약을 체결했다.

뭐, 팰리스 선수들이야 내 구단이었으니 별도로 체결한 거였고.

여하튼, 스포츠 선수들뿐만 아니라 노래만 냈다 하면 빌보드 차트에 손쉽게 진입하는 글로벌 팝 스타들을 대상으로도 계약을 맺었는데.

저스틴 비버, 에드 시런, 리한나, 제이지, 샘 스미스, 드레이크,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그 대상이었다.

‘마케팅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긴 했지.’

몇억 달러가 순식간에 나갔는데.

물론 당연한 초기 투자 비용인 만큼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 인스타로 SNS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틱톡이 끼어들 구석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

그런 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저 정도의 금액은 오히려 ‘이쯤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오래 지나지 않아 틱톡 자체적으로도 금방 회수할 수 있을 금액이기도 했고.

‘누구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미국 팝 시장이라면… 틱톡의 유용성을 금방 깨닫게 되겠지.’

15초에서 1분 길이의 영상을 통해 홍보되는 음악이 빌보드에서도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갖게 되는지.

여러 팝 스타들이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음악뿐만 아니라, 브랜드 홍보에 있어서도 틱톡이 가지는 파워는 금방 커질 터였고.

과거로 오기 전 틱톡의 한 해 광고 수입만 120억 달러라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5~6년 정도의 미래를 2~3년 내로 실현시키는 게 우선의 목표였다.

아무튼.

[요즘 뜨고 있는 SNS는? 틱톡,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수 200만을 넘겨!]

한국에서도 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틱톡이었다.

강주원이 주위 연예인들한테 열심히 홍보를 해서 그런 거였나 싶었는데.

예상외로 그 이유가 다른 유명인들 덕분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Sunwoo94 / 6 팔로잉 / 1.4M 팔로워 / 3.8M 좋아요]

내 계정의 현 상황.

벌써 140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 중 한국인 계정이 100만 명이나 됐다.

국내 다운로드 수가 200만 명이었으니, 틱톡을 다운받은 사람 두 명 중 한 명은 나를 팔로워했다는 뜻.

으으음.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단순히 생각하면 그만큼 날 좋아해 주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뜻이니, 좋아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사실 내 팔로워 수가 금세 이렇게 늘은 건 마냥 그 이유 하나 때문은 아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선우진 이 새키 겁나 웃기네.

-ㅅㅂㅋㅋㅋㅋㅋㅋㅋ얘 군대에서 개그캐로 전직했냐?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 우울했는데 덕분에 잘 웃고 갑니다^^

-춤은 더럽게 못 추는데 얼굴은 또 더럽게 잘생겨서 더 열받음 ㅋㅋㅋㅋㅋㅋ

내가 며칠 전 올린 영상에 달린 댓글들.

이게 무슨 영상이었냐면… 내가 틱톡의 유행을 앞당겨 보고자 야심차게 시도했던 나의 춤 영상이었는데.

찍어 놓고 나름 만족하면서 올렸던 건데 이 영상이 각종 커뮤에 퍼지고, 기사화까지 되면서 유행을 타고 있었다.

-ㄹㅇ;; 이 새킨 대체 뭘 믿고 연예인 준비했었냐? 연기는 더럽게 못하고… 춤은 더 못 추네…….

-그저 얼굴 원 툴ㅋㅋㅋㅋ

-근데 또 웃긴 건 배우 준비 때려치우고 천직 찾음ㅋㅋㅋㅋ 먹고살려고 소설 썼더니 바로 1억 부 작가 등극이 말이 되냐.

-심지어 돈 버는 재주 한국 원 톱임ㅋㅋㅋㅋ

-한국 원 톱? 솔직히 세계 원 톱 아님? 빌 게이츠랑 워렌 버핏도 쟤 나이에 저렇게 돈 못 벌었음.

-ㅋㅋㅋㅋㅋㅋ아무튼 오늘 일주일치 웃음 다 뽑았네 ㅋㅋㅋㅋ

-ㄹㅇ 개콘이 망한 이유가 있다… 개그맨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선우진 춤을 어떻게 이겨;;;

‘…그 정돈가?’

내가 올린 영상에 대한 반응들을 보고 드는 생각.

그러고 보니 문득 언젠가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해진 STR 엔터에서의 기억이었는데.

한창 연기력 문제로 배우 준비에 난항을 겪던 중으로 기억한다.

그때쯤이 아마 STR 엔터에서 새롭게 남자 아이돌 그룹을 준비하기 시작했던 때였을 텐데.

진짜 돈 되는 건 여돌이 아니라 남돌이라면서 여기저기서 지원자를 받아 오디션도 열고, 다른 기획사의 연습생을 빼 오기도 할 정도로, 본격적으로 준비했던 거로 기억한다.

참고로 나는 당시 STR 엔터에서 배역은 하나도 따내지 못 하고 밥만 축내던 상황.

당연하게도 STR 엔터는 배우로는 큰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던 당시의 나를 아이돌 연습생으로 탈바꿈시키려고 했다.

‘갑자기 연습실에서 데리고 나가서 노래를 시켜 당황스러웠지.’

단체로 연기 레슨을 받던 중이었는데.

나만 따로 빼 가더니 다짜고짜 노래를 시키더라.

사실 내가 배우가 되려던 건 그냥 유명해지고 싶었던 거지, 연기에 큰 뜻이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던 터라.

이대로 어쩌면 아이돌 연습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불렀었다.

그렇게 내 노래방 18번이었던 애창곡을 그 자리에서 부르게 됐고.

‘음… 랩은 좀 하니?’

‘예? 랩이요?’

‘그래. 목소리도 좋고 톤도 딱이라 랩을 하면 딱일 거 같은데. 뭐, 아이돌들 랩이야 어려운 것도 없고.’

곧바로 이런 반응이 나오더라.

내 노래에 대한 일언반구 하나 없이 랩은 할 줄 아냐는 물음.

나도 사람인지라 내 노래가 그렇게 별로인가 싶어 조금 상처를 받았었다.

여하튼, 내가 지금껏 랩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니까 그럼 우선 춤 실력 좀 보자며 춤을 시켰는데.

댄스 선생님이 쉬운 춤 동작 몇 개를 보여 주면 그걸 보고 따라하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나는 춤에서도 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췄었고.

그 결과.

‘…어, 으음. 그만. 거기까지. 후우. 어떻게 보셨어요, 팀장님?’

‘하하…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하지? 그래, 원래 배우 지망생이라고?”

‘넵! 맞습니다.’

‘그래? 좋네, 그러면 열심히 배우 준비 계속하면 되겠다.’

‘……?’

‘하던 대로 열심히 연기 공부하렴.’

‘……????’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바로 연기 레슨 받으라고 나를 되돌려 보냈는데.

그때는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한 거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선우진, 이번에는 빼어난 춤 실력으로 틱톡 이용자들을 사로잡다!]

[화제의 춤 실력! 선우진의 영상으로 틱톡 또한 화제!]

[선우진 작가님! 대체 그 얼굴로 왜 아이돌 안 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화제요? 화재 아닌가요? (좋아요 1994 / 싫어요 7)

└엌ㅋㅋㅋㅋㅋ 나 이 댓글 몇 년 전에 본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저번에 연기천재 카메오 때도 똑같은 댓글 있었음.

-와ㅋㅋㅋㅋ님들 그거 앎? 왜 아이돌 안 했냐는 기자 3년 전이랑 똑같은 기자임. 왜 배우 안 했냐고 돌리던 놈ㅋㅋㅋㅋㅋㅋ(좋아요 1748 / 싫어요 3)

└3년 동안 존버한 시리즈 기사였냐고.

└기자 선우진 안티인가 싶었는데 지금까지 쓴 기사들 보면 그건 또 아니네? 오히려 선우진 팬인 수준인데?

└‘얼굴 천재 선우진, 성형설 갑분싸 시키는 과거 사진’, ‘선우진, 사업적 감각까지 이기적 유전자’, ‘전역 이후 첫 공식 석상 가진 선우진, 여전히 눈 뗄 수 없는 완벽한 비주얼’……? 아니 왜 지금까지는 선우진 이렇게 빨아 놓고 이번엔 왜 까냐고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팬도 흑화한 연기력과 춤 실력인 거지.

‘나… 몸치였구나…….’

춤을 안 배워서 그렇지, 추면 잘 출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그런 믿음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기분.

그래도… 내 춤 영상이 연신 화제가 되면서 국내 틱톡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나름의 위안이라면 위안이려나.

“후우-.”

우우웅- 우우웅-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톡이 여러 개 오고 있다는 걸 알리는 스마트폰.

슬쩍 확인해 보니 동기들 단톡방이었다.

내가 있던 부대가 세 달 동기제라 동기들이 꽤 많았었는데, 그중 몇 명이 기사들을 본 모양.

[김진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진이 뭐하냐, 얘?]

[이학수 - 이 새키 이런 모습 대중에 언제 알려지나 했는뎈ㅋㅋㅋㅋㅋㅋ]

[이학수 - 그게 오늘이었네 ㅋㅋㅋㅋㅋ]

[한상도 - 얘 우리 전역하고 나서 누구한테 맞음? 왜 이럼?]

[이학수 - ㅋㅋㅋㅋㅋㅋㅋ맞았냐닠ㅋㅋㅋㅋ ㅈㄴ 너무하네.]

[최형규 - 우진아 ^^ 잘 추더라~ 너무 흥겹던걸? 나도 따라 췄을 정도야!]

[이학수 - 네가 젤 나쁨.]

톡, 토독-

조용히 동기 단톡방을 나갔다.

“…….”

글이나 써야지.

* * *

타다다닥-

분노의 집필.

그런 말이 딱 어울리는 지금이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글에 집중하다 보니 이야기가 쭉쭉 써지는 것.

탁-!

그렇게 몇 시간을 쓰다가.

이제 숨 좀 돌릴까 하고 일어나며 폰을 확인했는데.

팰리스의 단장, 제이콥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제이콥 - 지시하신 일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나 - 수고하셨습니다.]

EPL 겨울 이적 시장이 종료되기까지 3주가량.

전반기 리그를 1위로 마무리한 만큼, 선수단의 정리 및 보강을 통해 우승 트로피를 노려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거기에 내가 전역도 한 만큼 이번 팰리스의 이적 예산에는 꽤 큰 뭉칫돈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적 활동을 개시하다 보니 느끼게 된 게 하나 있었는데.

‘우리가 영입하려고 하면 다들 갑자기 시장가치보다 훨씬 큰돈을 부른단 말이지.’

선우진 매직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은 아니고.

영국에서, 그것도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이었는데.

내가 고른 선수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주도적으로 이적을 추진했던 선수들.

가령, 바디부터 시작해 마샬, 마레즈, 반 다이크, 더 브라위너 등이 모두 최고 리그 베스트급 자원으로 성장하다 보니 생긴 말이었다.

그런 전력 때문일까.

요즘 들어서 다른 클럽들이 우리가 이적을 추진하려고 하면 예상 가격보다 1.5배 이상 비싼 금액을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뭐, 즐라탄의 경우는 이미 성장이 완료된 베테랑 선수였으니 합리적인 금액으로 영입이 가능했고.

델리 알리의 경우도 3부 리그를 평정하며 그 잠재력을 다른 구단들도 확인한 선수였기에 내가 영입을 추진한다고 확 뛰지는 않았었지만.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그런 경향이 너무 심하단 말이지.’

며칠 전 벤피카에서 선수 한 명을 영입하려고 시도했었는데.

시장 가치 15M 유로, 겨울 이적 시장인 걸 고려해서 20M+3M 유로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고 제안을 넣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30M 유로라는 판매를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대답.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렇게 이적을 포기했었는데.

‘갑자기 다른 클럽들과 링크가 엄청나게 늘기 시작했지.’

내가 영입을 포기한 그 선수가 결국 25M 유로라는 가격에 스페인의 다른 클럽으로 팔려 가더라.

팰리스의 영입 시도 이전이었다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가격.

게다가 이게 한 번만 있던 일도 아니고, 이번 이적 시장에서 네 번 정도 반복하고 있는 터라.

합리적인 의심이 든 거다.

‘이 새끼들… 내 이적 제안 받으면 ‘선우진이 고른 픽임 믿고 사세요’ 하면서 홍보 때리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어 버린 거다.

그래서 최근 제이콥 단장과 함심해서 몇 가지 일을 추진 중이었는데.

바로 이적 과정에 끼어드는 다른 클럽들을 엿 먹이려는 것.

조금 전 제이콥의 연락은 그런 시도가 성공적으로 먹혔다는 뜻이었다.

‘회귀자를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왠지 모르게, 며칠 후 스포츠 뉴스란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 * *

[첼시와 맨시티, 맨유가 모두 달려들다! PSV 에인트호벤의 멤피스 데파이!]

[네덜란드 리그를 평정한 후 다음은 EPL? 경쟁이 과다해지며 이적료가 40M 파운드까지 상승한 멤피스 데파이!]

[선우진의 크리스탈 팰리스 또한 멤피스 데파이를 노리나?!]

[최종 행선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3M + 5M 파운드에 맨유의 새로운 7번이 된 멤피스 데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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