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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13화 (113/267)

113화 호국 요람의 문

우리 외에도 트위치를 인수하려는 기업은 총 두 곳이었다.

구글과 아마존.

여러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는 두 테크 기업.

사실, 내가 가진 기업체들을 전부 합한다 하더라도 저 둘과 비교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랐다.

아마 구글의 시가총액이 한 400조 원 되려나.

아마존은 그 반도 안 되긴 해도 160조 원가량이었다.

즉, 덩치로만 따지면 내가 구글, 아마존과 인수 경쟁을 하겠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트위치 인수 가능성이 0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구글은 일단 배제해도 될 거고.’

미국에는 반독점법이라는 게 있다.

이름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특정 기업의 시장 독점을 규제하는 법률로, 마이크로소프트건 구글이건 뭔 회사건 간에 바로 철퇴를 맞게 되는 아주 무서운 법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재벌물 웹 소설에서도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법이기도 한데.

이제 막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 정도의 부자가 된 재벌물 주인공이 MS나 구글 등 굴지의 메가 기업들과 경쟁이 붙을 때 이 반독점법을 활용해 주인공이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건 달리 말하면, 현재 수십조 원 정도의 부자인 나한테도 써먹을 경우가 많은 법이라는 소리였다.

반독점법 때문에 구글이 트위치 인수 경쟁에서 알아서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처럼.

‘구글은 유튜브가 있으니까.’

지금은 잠잠하지만, 조만간 아마존 측에서 알아서 미국 언론들을 동원해 줄 거다.

이미 동영상 서비스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가 있는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이 트위치까지 인수하는 건 반독점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게 아니냐며 말이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결국 구글이 트위치 인수를 포기하게 되고.

즉, 내게 있어 실질적인 경쟁자는 아마존 하나라는 건데.

“두 회사 모두 희망 인수가가 10억 달러 정도라고요?”

[예. 구글과 아마존이 각각 M&A를 맡긴 기업들에 제 지인이 몇 있어서요. 우선 아마존은 내부 소스를 통해 알아본 결과 이후 실적 등을 통해 1억 달러 상당을 추가 지급할 계획이라더군요. 구글도 비슷하고요. 총인수 가격은 11억 달러에 육박할 것 같습니다.]

시그마 캐피탈의 대표, 알버트와의 통화.

우선 구글은 배제해도 되겠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아마존이라는 경쟁자.

아마존이 구글의 반도 안 되는 회사라고는 해도, 시가총액 160조 원 상당의 메가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을 내가 이기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저희는 거기에 5억 달러를 더 쓰는 거로 하죠.”

[5억 달러나요?]

“네. 애매하게 2-3억 달러 정도로만 인수가를 높이면 아마존이 포기할 것 같지가 않거든요.”

바로 돈지랄.

어찌 보면 이것도 나만 가질 수 있는 장점이었다.

상장회사인 아마존과는 달리, 나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돈을 지를 수가 있었으니까.

물론 트위치의 미래 가치를 잘 알고 있을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5억 달러라는 추가 금액에도 여전히 트위치 인수를 희망하겠지만.

‘주주들은 그렇지 않겠지.’

그렇지 않아도 최근 휘청이고 있는 아마존이다.

1분기에 발표한 아마존 자체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이 망하다 못해 아주 제대로 폭망했기 때문.

파이어폰의 대당 원가가 205달러 정도라는데, 그걸 2년 계약에 199달러에 팔려던 아마존.

하지만 그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택하지 않아 지금은 거의 공짜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던데.

건너 건너 전해 듣기로는 쌓인 재고만 거의 1억 달러어치라던가.

이것저것 손실 금액을 합하면 2억 달러 가까이 된다고도 했다.

여하튼.

‘16억 달러 정도를 쓴다 해도, 1, 2년 내로 트위치의 기업 가치가 그 2배는 되겠지. 내가 있던 미래 기준으로는 100억 달러도 우스울 정도가 될 거고.’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매물.

회귀자인 내 기준, 투자를 통해 100억 달러를 버는 것보다 10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을 소유하는 게 몇 배는 더 어렵다.

거기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도 후자가 더 높았고.

특히 트위치처럼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게 내 기존 사업들과도 시너지가 엄청났다.

구독형 OTT 스트리밍과 라이브 스트리밍을 결합한다면 나올 수 있는 효과.

당장 플랫폼 간 접근성을 올려 트위치 이용자를 스웜 이용자로 끌어들일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

‘스트리머가 스웜 내 작품들을 시청자들과 함께 볼 수 있게 하는 거지.’

한때 트위치는 아니지만 비슷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메리카TV에 빠져 살았던 나다.

나 같은 경우는 작업을 할 때 모니터를 3대 정도 썼는데.

그중 메인 모니터에는 집필을 위한 한글창을, 한쪽 사이드 모니터에는 조사한 자료들을, 반대쪽에는 항상 아메리카TV를 켜 놨던 것.

한 달 평균 시청 시간만 가볍게 300시간을 뛰어넘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스트리밍 방송에 빠져 살았던 나였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등을 스트리머와 함께 보면서.

채팅을 치거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게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큰 어필이 되는지를.

굳이 그런 ‘같이 보기’ 기능이 없더라도 스트리머와 한두 마디 대화를 하기 위해, 스트리머들이 즐겨 보는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 보고 오는 시청자들인데.

아예 함께 보면서 소통을 나눌 수 있다?

‘좋아 죽지, 좋아 죽어.’

머릿속에서 빠르게 미래가 그려졌다.

스트리머들에게 약간의 광고비를 지급하는 걸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익.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와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기 위해 스웜을 구독하는 시청자들.

장담하건대, 시청자 중 반 이상이 스웜을 구독하게 될 거다.

지금은 5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몇 년 후 스웜의 구독료는 10~20달러 정도가 될 텐데.

한 달 기준 10~20달러 정도는 스트리머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 있어 정말로 별것 아닌 금액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별다른 이유 없이 10달러 정도의 후원을 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우선은 총금액 16억 달러 선에서 인수를 추진해 주시고… 아마존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실시간으로 보고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구글은 어떻게 할까요?]

“구글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걔네는 유튜브가 있잖아요? 아마존이 그걸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아마 조만간 반독점법을 걸고 구글의 트위치 인수에 훼방을 놓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내 말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놀라는 알버트.

회귀자의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분명 알버트가 학부도 스탠포드, MBA도 스탠포드를 나왔나 그랬을 텐데.

지금처럼 나보다 더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에게 있어 보이는 척을 할 수 있다는 것.

미래를 통해 알고 있는 얘기를 몇 개 하다 보면, 가끔 날 대단한 사람처럼 대하더라.

* * *

몇 주 후.

[선우진, “나 때문에 기존 법이 개정되는 건 원치 않아. 건강한 한국 남자라면 모두가 가는 일. 괜한 특별 대우 받게 되는 건 싫어.”라고 밝혀 화제!]

[돈을 많이 벌고,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이유로 군대를 빼고 싶지 않다는 선우진. 그에 대한 군필 남성들의 환호 이어져.]

[선우진, 이번에도 국위 선양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보도한 선우진의 군 입대, 거기서 한국 남자들의 애국심 조명되어.]

내 입대 관련 의견을 언론에 밝혔다.

사실 인터뷰 바로 직전까지 고민이 엄청 되긴 했다.

며칠 전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은밀한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원한다면 병역법을 개정해 주겠다는 것.

아마 이것도 박 부사장이 준비했다는 선물의 일부가 아닐까 싶었다.

여하튼, 정중하게 거절했다.

결국은 입대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책잡힐 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도 있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거 남들 하는 것처럼 군 생활을 할 것 같지도 않아서였다.

나를 건드는 건 곧 내게 호감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을 적으로 돌린다는 건데.

감히 그럴 사람이 있지는 않을 거다.

-얘는 진짜 미친 수준이네;; 내 친동생이랑 같은 나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존경스럽냐?

-마인드 걍 개지림 ㄷㄷ

-한국인이면 선우진 응원합시다!

└팰리스도 응원해 주세요! 우리 지금 3연승 중임 ㅎㅎ

└개집은 눈물의 2연패 중ㅋㅋㅋㅋ

└와; 올만에 EPL 순위 봤는데 크팰이 4위? 뭐임 이거? 버그임?

└2주 연속 리그 베스트를 판 호구가 있다?!

└거기가 어디죠?

└삐빅- 첼시입니다-

-진짜 얘는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부족한 게 뭐임? 능력, 재산, 얼굴, 마인드 등등 모자란 게 없네.

└하지만 전주 최씨 36대손 나 최영재를 가지지는 못 했지.

└응, 줘도 안 가짐.

└ㅡㅡ

-솔직히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진짜 대단한 듯. 여론도 그렇고, 명분도 그렇고. 진짜 선우진 군대 빼도 욕할 사람 없는데 이걸 그냥 간다? 진짜 애국심 지리는 거 ㅇㅇ

└근데 또 모름 ㅋㅋ 요즘 불편충들 겁나 늘어서 이거로도 태클 걸 수도.

└그것도 ㅇㅈ

-앞으로 선우진 형님 보고 불편해하는 놈들 있으면 내가 직접 대가리 깰 거임. 조심해라.

└네가 뭔데.

└할아버지랑 단둘이 사는 흙수저임. 근데 울 할아버지 참전 용사셔서 우진 형님이 작년에 집 싹 다 새로 지어 주고 학비, 생활비 지원 다 해 줌 ㅇㅇ

└참전 용사시면 흙수저가 아니라 금수저 집이네. 할아버님께 존경한다 전해 드려라.

└ㄳㄳ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우진 형님 회사 들어가는 게 꿈. 가서 드라마 찍을 거.

└그쪽 진로 돈 꽤 많이 깨질 텐데… 힘내라, 여튼.

└괜찮음 ㅋㅋ 성적만 되면 유학까지 다 지원해 주시더라. 열심히 해서 꼭 SW 프로덕션 입사해서 다 갚을 거임.

덕분에 내 민심은 최상을 달리는 중.

물론 원래도 최상을 달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천장을 깨 버려 이제는 숫제 ‘선우진을 욕하는 건 대한민국을 욕하는 거다!’ 수준이 되어 가고 있었다.

으음. 이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그런데 진짜 궁금한 거. 그래서 선우진 군대 언제 감?

└선우진? 선우진 님이 네 친구냐?

└알아서 잘 가겠지 ㅋㅋ

└아니,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

└나온 피셜은 없음. 머스크가 근데 올해 간다고 말했긴 함

-나 조만간 논산 가는데 ㅋㅋㅋ 저격 성공하면 재밌겠다.

└저격?

└같은 날 입대하는 거 ㅋ

아무튼, 예술 체육 요원 편입 이슈가 일단락되고.

이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그래서 내 입대가 언제냐는 거였다.

머스크가 비록 내가 올해 안에 군대에 간다는 걸 밝히긴 했다만, 그 자세한 일정은 말하지 않은 터라.

관련된 문의가 회사를 통해 쏟아지고 있었다.

물론 내 입대 날짜가 언제인지는 언론에 철저히 함구하고 있었고.

사실, 회사의 언론 담당자들도 모르는 정보라 말하고 싶어도 못 말하는 거긴 했다.

내 정확한 입대 날짜를 아는 건 가족과 친지들뿐.

‘병무청에서도 알긴 알겠네.’

그런데도 정확한 날짜가 안 퍼지는 걸 보면 의외다 싶긴 했다.

아마 내 눈치를 본 윗선의 누군가가 입을 다물게 한 모양.

여하튼.

그래서 내 입대가 언제인가 하면.

“아들, 갈비탕이라도 먹고 들어갈래?”

“아니. 훈련소 앞 식당들 다 맛없어. 그냥 아까 산 호두과자나 먹지 뭐.”

“언제 여기 와 봤었니?”

“응. 뭐, 그냥… 친구들 따라서.”

바로 오늘.

언젠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논산 훈련소의 앞에 와 있는 나와 가족들이었다.

[호국 요람]

‘아… PTSD 오네.’

결국 이 순간이 오게 되다니.

후우, 길게 숨을 한번 내뱉은 후 차에서 내렸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경호원들을 대동했는데.

당연히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경호원들이 없더라도 시선이 끌렸겠지만.

“…어?!”

“야, 야. 저기, 저기 봐 봐.”

“왜, 뭔데… 와, 미친.”

순식간에 나를 알아보고 힐긋거리는 사람들.

혹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경호원들이 나와 가족들 주위로 원을 그렸다.

“오. 나 무슨 스타 된 기분임.”

“뭐래. 얼굴 팔리기 싫다고 마스크까지 써 놓고서.”

오지 말라고 했는데 전 남친 군대 가기 전에 차서 한 번도 안 와 봤다며 굳이 따라온 누나와 가볍게 핀잔을 주고받고.

천천히 호국 요람이라 써 있는 논산 훈련소 안쪽으로 들어갔다.

“선우진, 선우진이다!”

“야, 저기 선우진 왔대! 오늘 입댄가 봐.”

“와, 기사에는 그런 말 하나도 없는데? 언제 가나 했더니 오늘이었네.”

“훈련소 같은 소대면 지릴 듯. 바로 술자리 안주 1년치 득템인데.”

네, 네, 그래요.

제가 선우진입니다.

님들은 모르시겠지만, 군대를 두 번 가게 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훈련병(진).

그게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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