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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10화 (110/267)

110화 재벌집 딸이 연락함

우선 공항에 모인 기자들과는 아무런 질의응답을 주고받지 않았다.

경호원들을 통해 뒤로 물리고, 찾아와 주신 팬분들과 짧게 시간을 가졌을 뿐.

‘내가 경호원들을 동원하니까 화를 내는 기자도 한 명 있었지.’

안 밀려나려고 힘을 막 쓰고 그러던데.

다른 경호원들이라면 몰라도 80%가 외국인으로 이뤄진 내 경호 팀 앞에서 그런 건 얄짤없다.

힘을 되로 주면 그대로 말로 받게 되는 것.

그 탓에 ‘지금 언론의 자유를 무시하시는 겁니까!’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한번 째려봐 주니까 바로 꼬리를 말더라.

언론의 자유는 개뿔, 참 웃긴 말이다.

내 자유는 신경 안 쓰면서 그러고 있으니.

분명 입국 전 관련 문의는 나중에 정리를 통해 발표하겠다 밝혔는데, 가십거리를 좇아 귀국하는 사람을 찾아와 놓고 말이다.

아마 당시 나를 찾아왔던 수행원들 중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던 기자가 어디 소속인지 알아서 체크해 놨을 거다.

그리고 SW 프로덕션에 전달해 그 기자가 속한 언론사에 광고를 줄인다거나 하겠지.

보니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기자 같던데.

아마 이걸 알게 되면 윗선한테 엄청나게 까이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뭐, 그래도 마냥 내가 나쁜 놈인 건 아닌 게, 나도 그간 기자들한테 당한 게 많았다.

특히 연예부 기자들.

내가 연예인은 아니어도 방송 쪽 일을 하고, 얽힌 사람들도 많다 보니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고 귀찮게 하는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스웜이나 자체 제작 드라마, 써밋 엔터의 영화 등.

홍보를 위해 여기저기 광고를 엄청 때리기 시작하고 나서는 그런 사람들이 확 줄어들더라.

그때 알았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억센 줄은 돈줄이라고.

다른 데에서는 콧대 높은 언론사도 돈줄 쥔 놈한테는 설설 기는 법이다.

여하튼.

[캡틴 아메리카 실사판! 캡틴 코리아, 선우진.]

[연예인들의 병역 기피, 그 사이에서 빛나는 선우진의 모습.]

-다른 연예인 놈들 얘 좀 본 받아라 ㅋㅋㅋ 니네보다 돈 수십 배는 더 버는 선우진도 일부러 현역 가려고 재수술했다는데 너희는 어떻게든 빠지려고 애쓰고 있냐

└아파서 공익이나 면제는 그래도 ㅇㅈ해 주는데… 평소 취미는 격한 운동이라 해 놓고 허리 아파서 공익 가요~ 하는 놈들은 ㄹㅇ… 할말하않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확히는, 나한테 너무 좋게 돌아가고 있다.

머스크가 지나가듯이 했던 말이, 그게 100% 사실인 양 언론은 물론이고 인터넷에도 퍼지고 있었다.

[기부왕 선우진! 현재까지 기부 금액 무려 1,000억 원?!]

[작년 500억 원 기부 이후 지속적으로 기부 활동을 펼쳐 온 선우진. 세부 내역은?]

심지어 돈줄 쥔 놈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건지.

이제는 나를 띄워 주다 못해 찬양하는 기사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이거 참.

너무 띄워 주면 부끄러운데.

-와 진짜 지린다 ㅋㅋㅋㅋ 1,000억 원을 기부하네

-기부는 아무리 돈 많이 번다고 해도 쉬운 일 아니지… 하도 언론에서 선우진 빨아 줘서 별로 안 좋아했는데, 기부 소식 듣고 그때부턴 호감 됐음

-기부 근데 저거 다 세금 공제 때문에 하는 거 아님? 이렇게 빨아 줄 일인가;

└씹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미국인 줄 아나; 찾아보니 고액 기부금 공제해 주는 거 꼴랑 30%네

└미국에는 몇조 원씩 기부하는 부자들 많지… 걔네는 그게 고스란히 세금 혜택으로 돌아오거든. 그런데 한국은 아님. 우리나라 재벌들 중에 그러는 사람들 본 적 있냐?

뭐, 그래도 덕분에 안 그래도 최상을 달리던 민심이 그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는데.

물론 그렇다고 나는 이런 여론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원래 이런 건 아주 잠깐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

왜, 월드컵 무대에서 예선 마지막 경기 극적인 동점 골을 넣으며 한국을 16강에 진출시킨 선수 A가 있다고 해보자.

일명 ‘까방권’을 획득하게 되는 건데.

과연 그 까방권의 ‘유통 기한’은 언제까지일까?

길어봐야 1년, 분명 2년은 확실히 안 될 거다.

그렇게 까방권을 획득한 A가 정작 4년 후 다음 월드컵에서 부진하다 못해 똥을 푸짐하게 싼다면, 언제 까방권을 줬냐는 듯 A를 까곤 하는 게 대부분이니까.

[최진섭 대표: 방송사들은 물론이고, 언론사들이 작가님 때문에 난리입니다.]

[최진섭 대표: 인터뷰 요청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원래 하던 대로 모두 거절할까요?]

최 대표에게서 온 연락.

우선은 생각해 보고 알려 주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사실, 아직 어떻게 나가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내가 공익 판정이 났지만 재활 및 재수술을 통해 현역 입대를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지만…….

‘굳이 정정할 필요가 있나?’

흠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두 번 군대 가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이 정도 꿀은 당당하게 빨아도 되는 거잖아!

‘그냥… 이렇게 나가야겠다.’

톡, 토도독-

생각을 정리한 후 최 대표에게 연락을 넣었다.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챙기고.

괜히 거짓말할 필요도 없이… 모든 걸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아마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 * *

[선우진 측, “군입대와 관련된 질문은 일체 받지 않겠다.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가 해야 하는 국방의 의무. 괜히 특별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다.”라고 밝혀 화제.]

[“그저 남들 가는 것처럼 조용히 가고 싶었다. 내가 돈이 많다고 해서 입대하는 게 특별한 것처럼 생각되는 건 싫어.” 개념남 선우진의 발언.]

-와… 마인드 미쳤네

-이게 맞지. 남들 다 가는 거 무슨 대단한 것처럼 여기저기 홍보하고 가는 연예인들 보면 가끔 눈살 찌푸려지더라

-그런데 선우진은 ㄹㅇ 대단한 거 맞음. 돈 있고 빽 있으면 남들 다 빼는 것도 군대임 ㅇㅇ 쟤는 근데 안 빼고 오히려 현역 가려고 노력했다잖아

-특별하게 여기지 말라는데 내 기준 선우진 ㅈㄴ대단함… 앞으로 뭘 해도 좋게 보일 듯

-얘는 진짜 모자란 게 뭐냐? 얼굴, 돈, 능력, 심지어 마인드까지 미쳤음;

└제꼬3…….

└ㅋㅋㅋㅋㅋ훈련소 끝나면 꼬3인지 확인할 수 있긴 할 듯

└후기 ㅈㄴ 뜨겠네

└ㄹㅇ 나 연예인 ㅇㅇㅇ이랑 훈련 같이 받았었는데 다른 중대서도 샤워할 때 구경 오더라

└와; 수치플 오지겠네 근데

* * *

“다들 오랜만입니다.”

“아, 작가님!”

“오셨어요.”

SW 프로덕션의 본사.

한국을 떠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사이 회사가 꽤 커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본 얼굴의 사원들도 많았기 때문.

저지 저 멀리서 연신 나를 힐끔거리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요즘 화제 속 인물이다 보니 신기하기는 한 모양.

마음 같아서는 예전처럼 단체 회식이라도 하면서 친해지고는 싶지만, 이제는 SW 프로덕션의 사원 수도 수백 명을 넘다 보니 그건 힘들 것 같았다.

“최 대표님, 계시죠?”

“네. 대표님 보러 오셨구나. 지금 양 PD님하고 대화 중이실 거예요.”

“그래요?”

기다릴까 했는데.

내가 왔다는 걸 비서를 통해 들은 건지 대표실에서 나오는 최 대표와 양 PD가 보였다.

군대로 치면 참모총장이 사단을 둘러보러 온 거였으니, 소식이 참 빨랐다.

“오셨어요.”

“최 PD 통해서 얘기는 들었습니다. 다큐가 잘 뽑히고 있다면서요.”

“네,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뭐, 제가 출연하는 분량은 조금이긴 해요.”

“하하. 편집 들어가기 전에 촬영본 받아서 봐 봐야겠네요.”

일상적인 대화를 조금 나누다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앞으로의 콘텐츠 제작 계획.

정확히는 내가 군대에 가 있는 21개월 동안의 제작 계획을 말하는 거였다.

최 대표와 양 PD는 SW 프로덕션에서 내 입대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던 유이한 인물들이었다.

“오“” 웹소설 IP들이 많네요?”

“네. 이번에 스튜디오 선우가 SW 프로덕션으로 편입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계약작들을 자체적으로 점검을 해 봤는데, 저번에 언질 주신 <재벌가 막내아들>과 <어게인 나의 인생> 이외에도 좋은 IP들이 참 많더라고요.”

원래의 역사 속에서도 수많은 웹소설들이 드라마로 재탄생했었다.

이미 소설을 통해 그 재미와 흥행성이 확인된 만큼, 드라마에서도 성공 타율이 꽤 높았기 때문.

SW 프로덕션에서는 그런 역사보다 몇 년 빨리 웹소설 원작 드라마들을 제작하려는 거였다.

‘꽤 웹소 보는 눈들이 좋네? 성공할 만한 것들만 골라 왔어.’

제작 예정 목록을 쭉 훑어봤는데.

스튜디오 선우와 계약된 작품들도 있었고, 다른 매니지의 작품들도 있었다.

다른 매니지의 작품은 별도로 OSMU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단순히 스튜디오 선우의 계약작만 드라마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작품의 흥행성을 면밀히 판단한 후 골랐다는 뜻.

그래서인지 내가 보기에도 잘될 것 같은 작품들만 추려져 있었다.

‘여기 세 작품은 원역사에서도 드라마화로 성공했었고. 오, 이것들은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던 작품이었지.’

내 회귀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 게 있겠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업계는 분명 웹소설 업계일 거다.

웹소설 작가로 출발해, 중국 및 미국에서 초대박을 치고, 나아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수조 원을 벌어들인 나라는 존재.

그게 어떤 영향을 끼친 건지 요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웹소설 시장은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기존에는 10년 가까이 걸쳐서 했던 성장을 2년으로 압축해 버린 것.

특히 작가들의 질적 향상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기억하는 이맘때보다 재밌는 작품들이 몇 배는 더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웹소설이 꽤 돈이 된다는 게 서서히 알려졌던 원래와는 달리, 나라는 존재가 웹소설을 널리 알리면서 일으킨 나비효과였다.

여하튼.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작품들을 읽는 건 나한테도 참 좋은 여가 생활이었는데.

그런 작품들 중 어? 이거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

‘그러고 보니 양 PD도 웹소설을 즐겨 읽었었지.’

양 PD 또한 나 못지않은 활자 중독자.

확실히 만류 귀종이라고.

‘연기 천재가 되었다’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본 눈이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이 정도면 걱정 없겠네.’

확실히 회사가 궤도에 올라가니 내가 관여할 필요가 사라지고 있었다.

자체적으로 작품 제작 능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 것.

이제는 굵직한 것 몇 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내가 자체 제작 콘텐츠 선정에 참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들어가 있는 21개월 동안에도 알아서 잘 성장할 수 있을 터.

“아, 그런데 작가님. 조금 전 박정후 부사장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작가님을 한번 뵙고 싶다더군요.”

그러던 그때.

최 대표가 조심스럽게 내게 입을 열었다.

“박정후 부사장이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긴 한데.

그게 누구더라?

“CM E&M 브랜드 전략 담당 부사장입니다.”

“그래요? 오너 일가 사람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CM그룹 회장인 박현재 회장의 장녀입니다.”

그러면 재벌가 사람이라는 건데.

날 왜 보자고 한 거지?

그런 궁금증은 빠르게 해결됐다.

“아마 TVIM 매각 건과 관련된 것 같습니다.”

최 대표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기 때문.

TVIM은 CM E&M이 자체적으로 출범한 OTT 서비스.

아마 역사가 한 3-4년 될 거다.

물론 제대로 된 OTT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 전 단계인 동영상 유료 제공 단계에 불과한 서비스이기는 했다.

듣기로는 저걸 스웜처럼 제대로 된 OTT로 키워 보려다가 경쟁에서 밀려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던데.

그걸 나한테 팔고 싶다는 건…….

‘사실상의 항복 신호라고 보면 되나?’

전세계에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TVIM이 스웜의 최대 경쟁사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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