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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05화 (105/267)

105화 행복 축구 프로젝트

[선우진, 런던에서 포착?! 나원석과 함께 예능 찍나?]

[<할벤저스>의 할배들과 선우진의 식사 자리?!]

[선우진, 예능 프로 고정 출연?]

-오 ㅋㅋㅋㅋ 머임?

-저거 <할벤저스> 촬영 팀 아님? 김서진 대신 선우진이 들어가나?

└와, 그럼 대박일 듯.

-이거 목격담 떴는데 그냥 우연히 마주쳤다는 듯? 김서진도 같이 있었고. 굳이 선우진까지 더 쓰려나?

-글고 선우진은 저렇게 여행 예능 다닐 시간 없지ㅋㅋㅋㅋ 그 시간에 벌어야 하는 돈이 얼만데.

└ㅇㅈ 그리고 TVM 선우진네 경쟁사 아님?

└경쟁사… 라기에는 조금 애매? 오히려 TVM 측에서 스웜 유통시키고 싶어 할걸?

└지인 피셜) 스웜 성공 보고 TVM서도 자체적으로 OTT 프로젝트 꾸리려 했다고 함. 근데 견적 내 보고는 걍 수그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포기했다고ㅋㅋㅋㅋㅋㅋ

└생각 잘했네 ㅋㅋㅋㅋㅋTVM이 요새 드라마 좀 친다고 해도 스웜 드라마 라인업을 어케 이겨.

└그것도 응답하라 시리즈 원툴임. 그나마도 우주남 하나로 정리 가능하고.

-아무튼 선우진 예능 고정은 아닌 거?

└런던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잠깐 특별출연 했다는 듯?

└ㅇㅇ 이게 맞음 아까 좀 전에 제작진 피셜 뜸.

-선우진 근데 런던은 왜 간 거지.

└크팰 저깄음.

└쟤 런던에 있는 축구 구단 구단주임.

-오 ㅋㅋㅋㅋ 안 그래도 저번에 선우진네 팀 경기 한대서 봤는데 잘하더라. 재밌게 하던데.

└혹시 수정궁 팬 하실래요?

└이글스 하실?

└…이글스요?

└크팰 서포터즈 별명이 이글스임

└아; 이름이 좀 그런데;

└나는 행복합니다…….

처음에 올라왔던 건 [오, 방금 선우진 봄 ㅋㅋ]라는 제목의 게시글.

아마 런던의 한인 중 한 명이 찍어 올린 것 같았는데.

나와 나원석 PD 그리고 <할벤저스>의 다른 출연진분들이 함께 찍힌 사진이 한국 커뮤니티에 퍼졌다.

그 여파인지 관련된 기사가 쏟아졌다.

뭐, <할벤저스> 제작진과 SW 프로덕션 측에서 빠르게 그저 특별 출연에 불과하다고 밝힌 덕에 금방 사그라들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 PD와 잠깐의 만남이 끝나고.

며칠 후, 크리스탈 팰리스의 훈련장을 찾았다.

카메라가 이곳저곳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심에 있는 최 PD.

“촬영은 잘되어 가고 있나요?”

“아, 그럼요. 작가님 덕분에 구단에서 협력을 아끼지 않으니, 좋은 장면들이 꽤 찍혔습니다.”

<웬 이글스 데어>의 촬영 팀이 크리스탈 팰리스를 찍은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처음에는 다들 다큐멘터리 촬영이라고 해서 긴장을 한 것 같았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 구단 스태프들은 물론 선수들도 모두 그리 불편하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그래도 프로 스포츠도 미디어 산업과 같이 관심을 팔아 돈을 버는 곳인 만큼.

선수들이나 스태프들의 적응들도 빨랐던 것.

물론 <웬 이글스 데어> 촬영이 별다른 꾸미는 모습 없이 자연스러운 크리스탈 팰리스의 모습을 담길 원했기 때문도 있었다.

‘굳이 뭘 꾸며 내지 않아도, 우리 구단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니까.’

8부 리그에서 올라와 현재는 EPL 득점 순위 3위에 랭크된 제이미 바디.

이적과 거의 동시에 EPL 베스트 일레븐급 활약을 보여 주는 버질 반 다이크.

만 18세의 나이로 EPL 데뷔, 제2의 티에리 앙리 소리를 듣기 시작한 안토니 마샬.

반시즌 만에 알제리 최고의 축구 스타가 된 리야드 마레즈는 물론.

“무리뉴는 좋은 감독(head coach)일 겁니다. 다만 좋은 감독(manager)이 아닐 뿐이죠. 적어도 제게는요.”

주제 무리뉴라는 세계 최고의 명장 - 적어도 지금 기준으로는 - 과 언더독의 대립각이라는, 시청률 뽑기 가장 좋은 구도를 보여 주는 우리의 김덕배까지.

그냥 막 찍어도 웬만한 축구 다큐에서 하나 나오기도 힘든 이야기들이었다.

‘아마 저 장면은 앞으로 자료 화면으로 엄청 쓰이지 않을까.’

더 브라위너가 더욱 높게 오를수록.

그가 월드 클래스에 그리고 그 이상에 더욱 다가갈수록.

무리뉴를 대차게 까는 덕배의 모습이 쓰일 때가 많을 거다.

“가장 최악은 그때였죠. 저를 면담에 부르더니 1골, 0도움, 10리커버리. 딱 그 6마디를 건넸던 순간이요.”

그 탓에 지금껏 크리스탈 팰리스의 돌풍을 이끌어 준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마 <웬 이글즈 데어> 1부의 주인공은 덕배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었다.

‘무조건 다음 주 경기에서 이겨야지.’

첼시를 꺾는다면 골리앗을 이긴 다윗, 업셋에 성공한 언더독, 무시를 발판 삼아 딛고 일어선 주인공이 되겠지만.

반대로 진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원래 스포츠의 세계란 승자가 모든 걸 가지는 법 아니겠나.

아무튼.

“…하지만 팰리스는 달랐습니다. 특히 구단주이신 태양께서 제게 보내 주신 신뢰는… 첼시를 탈출한 게 제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걸 바로 알게 했죠.”

아직 더 브라위너의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어… 음. 너무 저만 띄워 주시는 거 아닙니까?”

“에이. 저희 정말 멘트 같은 거 시키거나 그런 거 하나도 없습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저러는 건데요. 게다가 이미 이글스 사이에서 별명이 태양이시던데요? 하하.”

“그건 그렇긴 한데…….”

이거 참.

면전에서 칭찬을 듣고 있자니, 어딘가 모르게 부끄러움이 피어 올랐다.

물론 한편으로 기분이 좋기도 했다.

덕배가 저렇게 빨아 주는 구단주, 그게 나라니.

안 그러려고 하는데도 자꾸 입꼬리가 지 혼자 실실거리게 되네.

‘후, 덕배야, 좀만 기다려라. 형이 행복 축구 하게 해 줄게!’

출생 연도로 따지면 내가 3살 어리지만.

회귀 이전으로 따지면 내가 더 나이가 많으니 내가 형이다.

아무튼 그렇다.

* * *

“보스, 바예호의 장점은 탄탄한 기본기와 정확한 상황 판단 능력입니다. 후베닐 레벨에 합류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수비 라인의 리더가 됐을 정도죠.”

구단 내 회의실.

그 앞에 놓인 거대한 스크린.

그리고 거기에 선수의 영상을 틀어 놓고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고하는 구단 스태프들.

“이런 재능은 카테나치오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흔치 않아요. 비록 사라고사에서도 잠재력을 확인받아 최근 재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유스 계약에 불과하죠. 지금이라면 고작 200만 유로의 금액에…….”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구단 스태프, 알베르토가 열성적으로 말을 이었다.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제스처가 곁들여진 덕에 꽤 열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괜히 오늘 알베르토를 집어 프레젠테이션을 맡긴 게 아니었다.

“캬! 그림이네, 그림이야.”

“확실히 비주얼이 되니까 무슨 영화 속 장면 같네요. 메이크업 하나 안 했는데도요.”

<웬 이글스 데어>에 쓸 장면을 위해 연출하고 있는 것.

이번 다큐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그저 열정적으로 구단과 선수들을 지원하는 구단주 역할만 보여 줄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장면을 넣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나 또한 태생이 관종인 터라, 인터넷에 올라오는 내 칭찬 보는 게 내 인생의 낙 중 하나인데.

그저 돈 하나만을 앞세워 크팰을 성공시켰다는 소리보다 지금처럼 선수 보는 눈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는 걸 더 원했다.

물론 그렇다고 오로지 연출을 위해 이러고 있는 건 또 아니었다.

‘헤수스 바예호?’

장면만 조금 연출했을 뿐, 정말로 일을 하고 있기는 했다.

당장 지금 알베르토가 가져온 스카우팅 리포트들도 꽤 주의 깊게 보고 있었고.

‘다른 선수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 헤수스 바예호는 잘 알지.’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레알에서 거의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선수다.

하지만 그래도 그 전 시즌 그라나다에서는 꽤 괜찮았던 모습을 보인 덕에 당해 나온 FM 고정 포텐이 아마 150이었나 그랬을 거다.

총 200짜리 스케일의 FM 능력치에서 150이면 1부 리그 중상위 팀에서는 핵심 멤버, 챔스권 이상의 팀에서는 준수한 로테이션 멤버 정도.

게다가 바예호는 센터백과 좌우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자원이었다.

[★★★★☆: 제2의 세르히오 라모스가 될 수 있음.]

즉, 리포트에 써진 것처럼 제2의 라모스는 아닐지라도 제2의 나초 페르난데스는 될 수 있다는 뜻.

포지션을 두루두루 소화할 수 있는 쏠쏠한 로테이션 멤버는 그 어떤 빅 클럽에서도 환영받는 법이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영입하면 홈그로운은 물론 팀그로운 규정까지 충족시킬 수 있었으니.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이 친구는 확실히 영입하는 거로 하죠.”

알베르토의 말대로 고작 200만 유로면 거저다, 거저.

그리고 알베르토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잘 찍고 있나.’

촬영 팀을 슬쩍 확인한 나는 회의실 앞으로 향했다.

‘이건… 일단 시즌 1에서는 어떤 선수들인지 비밀로 해 달라고 해야지.’

여기까지는 스카우트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받는 구단주의 입장이었고.

이제는 크팰의 돌풍을 일으킨 태양이라는, 타칭 미다스의 손 역할을 수행할 차례였다.

“흠흠. 스카우트 팀의 의견들은 잘 봤습니다. 리포트에서 아까 제가 강조한 선수들은 꼭 영입을 추진해 주시고… 이번에는 제가 스카우트 팀의 의견을 물으려고 합니다.”

띡-

리모컨을 몇 번 조작하자 뜨는 새 프레젠테이션 파일.

“아직 98년생과 00년생의 어린 선수들입니다만… 어떤 돈을 들여서라도 우리가 영입해야 할 팰리스의 미래입니다.”

거기에는 두 유망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킬리안 음바페와 엘링 홀란드.

제수스와 스털링은 가라!

덕배 행복 축구 프로젝트 ON!

* * *

탁, 타다닥-

저택에 돌아와서는 집필에 미친 듯이 집중했다.

<찬탈자>의 마무리.

몇 화 남지 않은 만큼, 빠르게 끝을 내고 싶었다.

‘1부 초중반까지 보여 줬던 빅터 3세의 모습은 <마지막 마법사>에서와는 다르지. 이때만 해도 그는 그저 살아남기만을 원하는, 천한 태생의 왕자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찬탈자>를 읽게 될 대부분의 독자가 기억하는 빅터 3세는 야망 넘치는 정복 군주.

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기대감이 되도록, 다음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되도록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물론, 그런 독자들의 궁금증이 해결되는 건 1부에서가 아니겠지만.

‘아드모스.’

‘예, 주군.’

‘난 왕이 되겠어.’

‘……!’

‘그게 나와 너 그리고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오히려 1부의 역할은 그 궁금증을 계속해서 증폭시키는 것.

분명 <찬탈자>의 1부를 모두 보게 된 독자들은, 내게 그래서 다음 2부는 어딨냐고 소리치게 될 거다.

그러고 나서는 뒤늦게 내 입대 소식을 듣게 될 거고.

‘총 21개월짜리 절단마공이라…….’

벌써부터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여기서 끊냐고, 그러고도 네가 사람이냐며 내 이름을 울부짖는 원성들.

하지만 뭐 어쩌겠나.

국방의 의무를 지러 떠나 버렸다는데.

원망하려면 나 말고 국방부를 원망하라고!

나도 피해자야, 피해자!

“후우.”

여하튼.

탁-!

마지막으로 엔터키를 강하게 치면서 마무리.

탁! 하고 울려 퍼지는 소리가 퍽 듣기 좋았다.

어떻게 보면 내게 있어 루틴과도 같은 과정이었다.

작품 끝맺음을 지을 때 이렇게 하면 그때마다 성적이 좋았단 말이지.

‘이거로 한동안은… 할 일은 다 끝이네.’

그간 미뤄 왔던 <찬탈자> 1부 집필의 끝.

런던에 온 지 며칠되지 않아 마무리되고 말았다.

확실히 4,000만 파운드(약 700억 원)짜리 저택이라서 그런가.

터가 좋았다, 터가.

서울에 있는 내 개인 작업실보다 효율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이참에 서울에 단독주택이나 하나 살까.’

아니면 새로 건설해도 좋을 것 같았고.

전국에서 제일 비싼 집이 오성그룹 회장이 사는 단독주택이라던데.

몇 년째 바뀌지 않는 그 기록이 이제 바뀔 때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2년 정도 뒤에는 바뀌겠지만.

‘좋아. 말년 휴가 때 맞춰서 딱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으음, 입대하는 나를 위한 선물 같은 거지.’

이런 거라도 있어야 거꾸로 돌아가는 국방부 시계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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