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94화 (94/267)

94화 회귀 재벌물의 꽃

“우선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검객무쌍의 프리퀄 제작을 준비 중입니다.”

중국에서의 흥행 수익만 무려 30억 위안(한화로 약 5,500억 원)에 달했던 검객무쌍.

당연히 후속 편 또한 제작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제작이 계획된 게 검객무쌍 프리퀄.

프리퀄이라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 본편의 내용을 다룬 건 아니고, 주인공과 주인공 스승의 과거사를 다룬 외전격의 작품이었다.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중간중간 언급하기만 했던 내용이 주인공의 과거사였는데.

그렇게 과거사를 언급하는 부분들이 사실 소설 독자들한테서도 꽤 인기가 좋았었다.

팬 포럼 같은 곳에서도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를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갔었을 정도.

소설 검객무쌍의 팬이었던 영화감독도 그게 꽤 인상 깊었던 건지, 내 허락을 받고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과거를 회상 신으로 살짝 다뤘었다.

어떻게 보면 그냥 감독의 팬심으로 넣었던 장면.

그런데 이게 의외로 영화를 본 관객들한테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프리퀄을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 엄청 늘어났다고 한다.

나도 한 번쯤은 검객무쌍의 과거 이야기를 책으로 낼 생각이 있었기에, 텐센트 측의 프리퀄 제작 요청을 수락하게 된 거였고.

“하하. 제작비는 본편보다 더 높게 책정됐고요.”

그 결과 탄생하게 된 총제작비 1억 달러짜리 프로젝트, 검객무쌍 프리퀄.

본편의 경우가 6,000만 달러였으니,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 거였다.

뭐, 이상할 것도 없는 게 검객무쌍 본편이 벌어들인 30억 위안의 흥행 수익은 모두 중국 내 수익이다.

해외에는 진출하지도 않고 내수 시장에서만 저만한 돈을 벌어들인 것.

‘해외 개봉은 이제 막 이뤄지고 있으니까.’

한국은 판권을 가진 나를 통해 스웜에 이미 풀린 터라 개봉 계획은 없었고.

일본이나 기타 아시아권에서의 개봉은 이제 막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영국 등의 서구권에서도 개봉하려고 있기는 한데.

실사 무협 영화라는 특성상 서구권에서 큰 흥행은 힘들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중국 내 수입에 비해 그렇다는 거지, 엄청나게 적은 수입은 아닐 거다.

견자단의 유명세도 있고, 칼넘강이 서구권에서도 꽤 팔리면서 어느 정도 마니아층을 형성시키고 있는 터라.

못 해도 5,000만 달러 내외의 수익 정도는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여하튼.

‘사실 중국 영화 시장이 큰 만큼 내가 온전히 다 먹을 수 있으면 좋긴 한데…….’

미국에서 써밋 엔터를 인수했던 것처럼.

원래는 중국에서도 영화 제작사 하나를 인수해 키워 나가 볼까 생각도 했었다.

배급이야 텐센트나 다른 배급사에 맡기더라도, 제작사가 가져가는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고 싶었던 것.

하지만 막상 중국 영화 시장에 진출하려고 보니 많은 제약이 따랐다.

아무리 내가 ‘어? 느그 광둥성 서기랑 어?!’ 하는 그런 사이라 해도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

아무래도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다 보니 여러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자랑하는 그놈의 꽌시도 사실 아무리 두텁다고는 해도, 중국 본토에서 중국 기업들과 겨룰 정도는 아니기도 했고.

‘중국 영화 시장을 노리는 건 나나 텐센트뿐만이 아니니까.’

중국 영화 시장에 끼어든 중국 대기업이 텐센트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이곳 헝뎬영화성관광구를 조성하는 데에 500억 위안가량을 투입한 완다 그룹.

텐센트의 성공으로 최근 영화 제작사를 차린 알리바바 픽처스 등.

텐센트 이상의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 가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도, 중국 영화 쪽은 젬병인 터라 그런 기업들과 온전히 맞부딪치는 건 힘들었다.

‘그 뭐냐… 주성치가 감독하는 인어 영화랑 요괴 아이 데리고 다니는 영화. 그 두 개 빼고는 아는 중국 영화가 없지.’

게다가 지금은 그런 기조가 덜하지만, 조만간 중국 내에서 한한령이 발동될 예정이기도 했다.

심지어 지금 당장도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게 아닌 이상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분야도 존재했다.

이래저래 텐센트 픽처스와 SW 프로덕션의 중국 지사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은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겼다.

텐센트 픽처스와 SW 프로덕션의 합작을 통해 제작되는 영화의 2차 판권은 모두 SW 프로덕션이 가져간다거나.

향후 10년 동안은 SW 프로덕션이 참여하지 않는 영화의 경우에도 OTT 시장 진출은 스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거나 하는 것들.

텐센트가 내게 호의적인 덕분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텐센트 측에서 OTT 시장의 잠재력을 그리 크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조건들이었다.

스웜이 현재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많은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는 있다고 해도, 아직은 수백만 명 수준.

12억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인 위챗을 갖고 있는 텐센트 입장에서는 ‘그 정도야 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내준 것이다.

OTT 시장이 수백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게 되는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게 웬 떡인가 싶었지만.

‘게다가 중국은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은 OTT들이 진출하지도 못하니까…….’

경쟁자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는 무주공산과도 같은 시장.

그런 시장에 나 혼자만 진출할 수만 있다면 텐센트 측과 수입을 나누는 것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국은 머지않은 미래에 흥행 영화의 기준이 1억 관객이 될 정도로 문화 예술 소비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였으니.

어쩌면 중국을 제외한 스웜의 글로벌 가입자 수와 중국 가입자 수가 동일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 * *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예. 저번 대출 처리 건 이후로 처음 뵙습니다, 보스.”

이제는 나를 작가님이 아니라 보스라 부르게 된 제이슨.

그런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처럼 필요할 때만 손을 빌리는 관계가 아니라, 내 사람이 된 그였다.

저번 총 30억 달러짜리 대출 이후 생긴 변화.

그 또한 내 영입 제의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건지, 오랜 고민 없이 바로 승낙하더라.

“중식은 매일 먹으면 물리기는 하는데, 가끔 먹으면 참 맛있단 말이죠.”

“하하. 동감합니다.”

메인 메뉴는 동파육과 규화계.

나를 실망시켰던 서호와는 달리 항주에서 먹는 이 두 음식은 무협지에서 묘사된 것보다 뛰어났다.

식사 내내 음식에 집중하느라 제이슨과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을 정도.

달칵-

물론 언제까지나 밥만 먹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식사가 모두 끝나고 나온 차로 입가심을 한 후, 제이슨에게 넌지시 말했다.

“제이슨 정도 되면 중국 금융기관들과도 커넥션이 있죠?”

“예. 물론 한국이나 홍콩만큼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홍콩의 금융업계와 중국의 금융업계는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좋네요. 그러면 말입니다…….”

‘남은 15억 달러 중 5억 달러 정도는 중국 영화 시장에 투자한다고 치면…….’

남은 돈은 10억 달러.

그걸 어디에 쓸지는 이미 정해 놨다.

내가 이번에 중국을 찾은 진짜 목적.

“앞으로 한동안 중국 주식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한다면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해야 할까요?”

“…….”

순간, 생각에 잠긴 듯한 제이슨.

그가 내 사람이 된 이후 처음 꺼내는 일 얘기다.

자기 생각을 함부로 꺼내기는 주저될 터.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엄청나게 성장이라 하심은… 어느 정도를 말하시는 겁니까?”

“음. 한 두 배 정도? 지금 상해 종합 지수가 2,000P쯤 되나요?”

“예. 오늘자로 2,123P입니다.”

“그게 한 5,000P까지 오른다고 치면요. 그러면 어떻게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음, 꽤나 구체적인 숫자까지 꺼낸 건 실수였나.

내 말에 묘한 얼굴이 되는 제이슨.

어쩌면 내가 말한 대로 상해 종합 지수가 진짜 5,000P를 찍게 되면 오늘의 대화를 떠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실수를 덮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아시다시피 제가 중국 공산당 고위층에 아는 사람이 좀 있잖아요? 거기를 통해서 들은 얘기인데, 앞으로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 성장을 위해 엄청나게 푸시를 하려고 한다더라고요. 중국만큼 정부 파워가 센 나라도 없는데… 그러면 한 두 배쯤은 오르지 않을까 해서요. 아닌가? 너무 크게 잡았나?”

“아, 그러셨군요.”

내 말에 그제야 이해하겠다는 듯한 얼굴이 된 제이슨.

물론 내가 방금 한 말은 거짓말이다.

누구한테 정보를 들었다거나 한 건 하나도 없다.

굳이 정보의 근원지를 찾자면 바로 내 회귀자 노트.

‘무려 별표를 3개나 쳐 둔 정보지.’

지금 끝없는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그런 중국의 주식시장은 내년 중순에 피크를 찍게 된다.

그러다가 꽝! 하고 버블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반토막이 되고 마는데…….

이런 고급 정보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그때가 상남자식 투자의 시초였지.’

때는 바야흐로 2015년.

계속된 배우 지망생 생활의 실패에 집에서 눈칫밥을 먹게 된 나는, 결국 카페 알바라는 아무런 스펙 없어도 얼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꿀알바를 시작하게 됐는데.

거기서 주식에 미친 점장님을 만나게 됐었다.

출근하면 일은 다 나한테 미루고 하루 종일 mts만 쥐고 살던 최 아무개.

그 최 아무개가 ‘야, 오늘은 10만 원 벌었다’, ‘오늘은 30만 원 벌었다’ 이렇게 얼마나 떠들어 대던지.

만 원, 2만 원이 귀했던 당시의 내게 그게 얼마나 혹했겠나.

그렇게 시작된 나의 주식 투자 라이프.

하지만 주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처음에는 계속된 손해를 거듭 반복하기만 했고.

그러다가 그 최 아무개 점장이 추천해 준 중국 관련주에 지난달 받은 월급을 몰빵하기까지 이르렀다.

‘야, 형만 믿어. 이거 아무나 알려 주는 거 아니다?’

‘지, 진짭니까?’

아아, 당시의 선우진은 얼마나 순진했단 말인가.

그게 정말로 고급 정보인 줄 알고 홀라당 넘어가 버리다니.

물론 처음에는 최 아무개가 옳았었다.

중국의 증시 붐을 타고 함께 상승하던 OO회사의 주가!

하루 만에 10%, 일주일 만에 30%, 한 달 만에 무려 50%가 올랐으니.

그때의 나는 꽁으로 백수십 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뻐했었다.

세상에는 이런 꿀통이 있었다니!

나는 그걸 지난 20년간 모르고 살아왔다니!

이런 생각들을 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도 점장을 따라 허구한 날 핸드폰만 붙잡고 mts만 확인하는 인생에 돌입했었는데.

‘…어? 점장님, 이거 왜 파랗죠?’

‘인마, 단기 조정! 조정 몰라? 이거 주식 헛배웠네.’

‘하하. 그쵸? 그러면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네요?’

‘그래. 조정 후에 반등 온다고. 지금이 오히려 매수 타이밍이다? 크으, 이거 진짜 잘 안 알려 주는 건데, 선심 썼다.’

‘점장님만 믿겠습니다, 충성!’

아직도 기억나는 내년 6월 중순의 대화.

물론 한번 바닥을 쳤으니 다시 올라갈 거란, 나와 점장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바닥 아래 지하가 있고, 그 지하의 밑에도 지하가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됐을 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하나 알게 된 게 당시 발생한 중국의 증시 폭락이었다.

‘후우. 옛날 생각나네.’

결국 그렇게 처음으로 손절이란 걸 해 보게 되고.

눈물 섞인 깡소주를 마시며 ‘내가 다시 주식에 손을 대면 개다!’ 이렇게 외쳤었다.

점장과도 사이가 어색해셔 카페 알바도 금방 그만두게 됐었고.

뭐, 그래 놓고 또 몇 년 지나니까 그걸 까먹어서 다시 미국 증시에 눈독을 들이게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개가 됐다가 또 소주잔을 꺾게 되고 그러다 이렇게 과거로 오기까지 했지만…….

아무튼.

“으음. 아무리 그래도 2배는 힘들겠죠. 종합지수가 2배나 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앞으로 중국 증시가 성장을 거듭한다고 생각하면… 가장 좋은 투자 방법으로는 우선 지수가 상승할 것에 베팅하는 옵션을 사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제이슨의 대답.

거기에 바로 내가 원하는 단어가 있었다.

‘옵션!’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지금껏 내가 섭렵한 수많은 회귀 재벌물.

그것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저것이었으니.

그야말로 회귀 재벌물의 꽃!

옵션 투자를 할 때가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