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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91화 (91/267)

91화 2013년의 끝

[라라랜드, 개봉 1주차 만에 북미 박스오피스 톱 3 진입.]

[이번에도 대박 터졌다! 써밋 엔터, 올 한 해 가장 큰 수익을 거둔 영화 제작사 될지도?]

연말 시즌을 맞이해 개봉한 라라랜드.

예상대로 극장가에서 대흥행을 이어 가고 있는 라라랜드였다.

사실 라라랜드는 원래대로라면 무척이자 적은 스크린 수로 시작해 점점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흥행에 성공했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꽤 많은 홍보비를 투입한 만큼, 개봉 첫 주 만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지난주 금, 토, 일 동안 1,500만 달러를 벌었네.’

데미언 샤젤 감독이 제작비로 원했던 건 3,000만 달러.

거기에 내가 돈 아끼지 말고 팍팍 쓰라고 제작비로 4,000만 달러를 지원해 줬고, 홍보비 등으로 2,000만 달러 정도가 추가 투입됐다.

손익분기점이 5,000만 달러인 셈인데.

이 기세라면 일주일도 되지 않아 투입한 제작비를 모두 회수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첫 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써밋 엔터에서는 최종적으로 3억 달러 정도가 될 거라 예상하고 있지.’

그 덕분에 이번 영화에서도 써밋 엔터의 흥행 신화를 이어 갈 수 있겠다며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는 라라랜드의 원래 수입은 4억 5천만 달러 정도.

장르의 특성상 관객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적고 재관람 비율이 높아, 꽤 오랫동안 스크린에서 내려오지 않게 되기에 수입이 무척이나 높았던 것.

그렇기에 나는 써밋 엔터의 예상을 뛰어넘은 5억 달러의 총수입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냥 대박이 아니라 초대박 중 초대박 영화가 되는 것.

-와; 방금 라라랜드 보고 왔는데, 볼만하네.

-연인끼리 보기 좋음.

└ㅅㅂ

└?

└먼저 연인이 있냐고 묻는 게 예의 아님?

-선우진 픽은 거의 틀리지를 않네 ㅋㅋㅋ 이번에도 돈 엄청 벌겠다.

-확실히 본인이 작가라 그런 건지 스토리 보는 눈은 뛰어난 거 같음.

└애초에 자기가 쓴 스토리로 전 세계 씹어 먹고 있는 거라;

└당장 스웜만 봐도 알 수 있음. 오리지널 콘텐츠 대부분 선우진이 고른 대본이라던데…….

└스웜 구독할 만함?

└?? 아직도 안 함?

-나도 선우진 때문에 마션 ㅈㄴ 기대 중. 봉 감독도 거의 한국 goat급 영화감독인 데다가, 선우진이 고른 소설? 이건 못 참지.

└ㄹㅇ 원작 소설도 재밌게 읽었어서 빨리 개봉하면 좋겠음.

└선우진이 제작비도 엄청 지원했다며.

한국에서도 북미 개봉 날짜에 맞춰 동시 개봉을 했는데.

북미와 마찬가지로 개봉 며칠 만에 극장가를 점령하다시피 했다고 들었다.

사실 한국의 경우는 홍보비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단 언제부터인가 ‘선우진이 고른 영화나 드라마는 최소 평타는 침’이라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생긴 것.

그 덕에 별다른 홍보 없이도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엄청 돌기 시작했던 라라랜드였다.

게다가 스웜을 통해서도 라라랜드의 홍보가 간간이 광고됐으니.

국내 여러 영화사에서도 라라랜드의 개봉일에 대해 많은 문의가 들어왔었다고 한다.

되도록이면 같은 날을 피해서 자신들의 작품을 개봉하려고 했던 것.

뭐, 아무튼.

탁. 타다다닥-

국내 커뮤니티 반응을 대충 다 훑은 후, 나는 한 웹 사이트에 접속했다.

“후우.”

MMA.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mixed martial arts의 약자로 종합 격투기라고 해석될 이 단어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한 가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밀리터리 맨파워 어쩌고의 약자.

저기에 ‘go.kr’을 붙이면 바로 병무청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건 지금 내가 접속해 있는 웹 사이트의 주소이기도 했다.

‘이 거지 같은 순간을 또 겪어야 한다니…….’

회귀하기 이전에는 23살이라는 조금 늦은 나이에 군대에 지원했었다.

그때도 이렇게 병무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직접 모집병 합격 여부를 확인했었는데.

살면서 한 번 더 그런 순간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 했었다.

‘카투사에 붙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영장이 날아오자마자 그걸 연기 신청한 후, 바로 공인 영어 시험 성적을 따 카투사에 지원해 보기는 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어떻게 이거만큼은 연줄을 구해서 힘을 써 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지만.

이왕 가는 거 그런 거 없이 깔끔하게 갔다 오자는 마인드로 그냥 지원했더니,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떨어진 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만약 붙었더라도 나야 정말로 뺑뺑이 돌려서 된 거겠지만, 대중들 눈에는 괜히 백을 썼다고 비춰질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달각-

사실 몇 주 전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왕 이미지를 위해 다녀오는 거.

아예 개빡센 데로 지원해 볼까?

내가 있던 미래에서는 특전사부터 시작해 UDT, 해병수색대, SSU 등 특수부대 예비역들을 데리고 찍은 예능이 인기를 끌게 되는데.

사실 비슷한 예능을 조금 더 빨리 스웜에서 준비 중이었다.

저번에 있었던 회의에서 ‘이런 예능도 있으면 재밌지 않겠어요?’라는 식으로 운을 띄웠었는데, 회의에 참석했던 PD 중 한 명이 그걸 듣고 정식 프로젝트로 진행해도 되겠냐고 연락이 왔던 것.

놀랍게도 그 말을 꺼낸 PD 본인부터가 UDT 전역자였던 터라 바로 촬영을 준비시켰었다.

물론 본인이 전역한 부대인 UDT에 대한 편파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단단히 해 놨었고.

아무튼.

그 예능을 보면서 느꼈던 마초 뽕을 나도 한번 직접 경험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생각해 봐라.

유명 작가 선우진, 수조 원대 갑부임에도 특수부대 자원 입대!

그런 기사들이 엄청나게 뜨면서 사람들한테 대단하다는 소리도 듣고.

특수부대에서의 군 생활을 통해 한 명의 강인한 인간 흉기로 탄생하게 되는 그 순간을!

“미쳤습니까, 보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경호팀장 에드의 팩폭에 금방 사라지고 말았었다.

“특수부대라고요? 설마 어제 블랙 호크 다운을 봤다고 그런 소리를 하시는 건 아니죠?”

“…흠흠!”

“허어. 설마 했는데 영화 몇 개 봤다고 특수부대 뽕에 빠지시다니……. 왠지 요즘 그런 영화들만 엄청 보시더니, 확실히 보스도 틴에이저이긴 하네요.”

대부분 미군 특수부대 출신인 내 경호원들.

그들에게 한번 군 입대와 관련해서 상담을 해 봤는데.

괜한 생각 하지 말고 군대는 편하게 가는 게 최고라는 말만 엄청 들었다.

“보스, 혹시 특수부대 훈련 강도를 웨이트 트레이닝 정도로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특히, 내 체력으로는 특수부대의 훈련을 하루도 아니라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할 거라 하면서 말이다.

당연히 그런 말을 듣고 신체 건강한 20세의 남아인 나도 오기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경호팀장 에드를 비롯한 다른 경호원들의 코웃음이, 잠자는 사자인 나 선우진의 코털을 건드린 것.

그런데…….

“…헤엑, 헥. 마틴… 잠시, 잠시만요.”

“훈련병! 정신 안 차리나! 훈련이 장난이야?!”

“아니, 아니. 진짜로… 헤엑. 기브 업. 기브 업 할게요. 저… 후욱… 이제는 죽어도 못 움직여요.”

경호원들 말이 맞았다.

본인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강도의 훈련을 내게 체험시켜 주겠다기에 호기롭게 도전해 봤는데.

정말로 3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게 된 것.

그래도 평소에 웨이트도 주 3회 꼬박꼬박 하는 터라 어느 정도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경호원들이 시키는 훈련은 어느 정도 체력이 있다는 거로 버틸 수준이 아니더라.

시작 1시간 만에 힘들어 죽겠고.

2시간이 되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고.

3시간째가 되자 정말로 죽을 것 같았던 것.

‘하긴. 난 모니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으니까…….’

어느 정도 탄탄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웨이트는 꾸준히 하고 있지만.

웨이트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근육이 생기는 거지 체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었던 것.

아무튼 경호원들 덕분에 <블랙 호크 다운>과 <론 서바이버>를 보고 차올랐던 특수부대 뽕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결국 내가 지원한 부대가 어디냐고 하면…….

특수부대만큼은 아니지만 상남자 of 상남자의 특기.

[병무청 모집병 지원 결과 안내.]

[선우진 님, 어학병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귀하는 2014년 4월 10일 14:00까지 육군훈련소로 입영하시면 됩니다.]

지원 가능한 특기 중 그나마 가장 땡보라는 어학병이었다.

‘흠흠. 역시 군대는 편한 곳으로 가는 게 최고지.’

암, 그렇고 말고.

* * *

어학병 모집 결과를 확인한 후 집을 나섰다.

오늘은 미국 시간으로는 12월 31일.

미국의 경우 이런 New year’s eve에는 연인이나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보내는 게 보통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연인은 없었으니 같이 보낼 연인은 존재하지 않았고.

결국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 친구의 집에 와 있었다.

다만, 내가 미국에서 친구라고 말할 사람이라고는…….

“흠. 우진, 이것 좀 먹어 보게. 뉴질랜드 칠면조보다는 못하지만 미국 칠면조도 나쁘지 않군.”

오늘도 여지없이 피터뿐.

캘리포니아 해변가에 위치한 피터의 별장.

연말을 기념해 뉴질랜드에서 이곳으로 놀러 온 피터와 그의 가족들과 함께였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갑자기 든 생각.

그러고 보면 회귀한 이후로 사귄 친구라고는 다 나이 많은 사람들뿐이지 않나?

피터야 말할 것도 없고, 마션의 작가인 앤디도 그렇고…….

물론 최근에는 그나마 젊은 친구인 로버트를 사귀기는 했지만, 사실 로버트도 나하고는 나이 차가 8살이나 난다.

최근에 부쩍 친해진 강주원도 로버트와 비슷한 나이대였고.

‘고등학교 친구들도 별로 없고.’

회귀하기 전,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학교 생활보다는 기획사에서 보내는 삶이 더 주가 됐던 터라.

학교에도 친구들이 몇 있기는 했어도 절친이라 부를 애들은 딱히 없었다.

그냥 안면 있는 반 친구 정도.

그나마도 회귀 이후로는 왠지 모르게 더 어색해져서 지금은 거의 연락도 안 한다.

내가 로버트나 강주원과는 꽤 케미가 맞는 것처럼, 나는 몰랐지만 10년 가까이를 거슬러 온 지금의 나는 현역 고등학생들의 감성과 전혀 맞지 않더라.

그리고 뭐 내가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하게 되면서 멀어진 것도 있었고.

아무튼.

“우진, 정말로 데이지하고 만나는 관계가 아니에요?”

“응. 아니라니까. 사진이 그렇게 찍힌 거지,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그녀가 만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봐 봐. 내 말이 맞잖아.”

“그런데 그러면 우진 말고 누구? 누구예요? 설마 로버트 패틴슨?”

정작 내 친구라고 부를 사람은 나보다 서른 살 더 많은 피터고.

그런 그의 아들과 딸인 빌리와 케이티가 나와 나이가 비슷한 상황.

각각 나보다 한 살과 두 살씩이 어렸다.

‘그런데 이 친구,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빌리가 자신의 친구라며 데려온 팀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까부터 느낀 건 얼굴이 눈에 꽤 익는다는 것.

어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배우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꽤나 잘생긴 외모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꼭 배우해도 될 얼굴.

당장 케이티도 아까부터 연신 저 친구를 힐끔거리고 있지 않나.

11학년,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인 케이티.

한창 잘생긴 사람을 좋아할 나이다.

뉴질랜드에서 피터의 가족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에는 나한테도 저런 반응이었는데…….

몇 번 더 안면을 익히게 된 이후로는 안 저러더라.

자기 아빠랑 내가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취향이 너무 비슷해서 아저씨 같다나 뭐라나.

개인적으로는 듣고 꽤 충격을 받았던 멘트였다.

‘아니, 실마릴리온의 신화적 위대함에 대해 떠드는 게 어때서!’

내가 판매량으로는 어느 정도 톨킨의 발끝에 비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작품성으로는 톨킨과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노릇.

그렇기에 내가 톨킨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것에는 아무런 이상함도 없었다.

게다가 실마릴리온은 판타지 소설 작가라면 모두가 봐야 할 만한 하나의 거대한 신화.

즉, 저녁 식사가 끝나고 잠들기 전까지 3시간가량을 실마릴리온에 대해 떠드는 건 전혀 노땅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그건 말 못 하지. 그런데 팀이라 했죠?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 없나요?”

빌리의 친구, 팀에게 물었다.

아까 서로 소개를 할 때 풀네임을 듣기는 했는데, 꽤 어려운 이름이어서 제대로 기억을 못 했다.

뭐였더라.

팀이라 불리는 걸 보면 이름이 티모시일 테고.

“어… 실제로 뵙는 건 처음입니다.”

“실제로요?”

“서류로는 저를 보셨을 수도 있어서요. 사실 이번에 스필버그 감독님과 제작하신다는 <라스트 게이머>의 주인공 역에 지원했었거든요. 비록 떨어졌지만요.”

“배우였어요?”

“네. 아! 그렇다고 빌리랑 친구가 된 게 작가님이나 잭슨 감독님한테 청탁을 하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에 작가님이 오시는 것도 몰랐고요.”

“맞아. 팀을 알게 된 건 작년 방학 캠프 때였다고. 아빠에 대한 것도 몇 달 전에나 알려 줬고.”

옆에서 제 친구를 두둔해 주는 빌리.

사실 그럴 거라는 의심조차 안 하고 있기는 했다.

아무튼.

‘배우라고?’

그걸 들으니 갑자기 든 생각 하나가 있었다.

요즘 막 빅터 3세의 청소년기 시절을 쓰고 있는데.

글을 쓰면서 머릿속에서 그렸던 빅터 3세의 모습.

그게 눈앞에 있는 팀이라는 친구와 무척이나 흡사했던 것.

<라스트 게이머>의 캐스팅에는 내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니, 그 서류를 본 건 아니었고.

아까부터 눈에 익었던 이유가, 미래에 내가 알게 되는 사람인 건가?

‘연기력도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설마 얼굴만 괜찮고 연기력은 내 수준인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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