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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85화 (85/267)

85화 운수 좋은 날

캘리포니아에서의 볼일을 다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쪼옵-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잔.

그런데 의외로 아메리카노의 맛은 한국이 더 낫다.

사실 명칭은 미국에서 유래하기는 했지만, 정작 미국에서 아메리카노는 그리 유행하는 커피가 아닌 것.

미국 출신인 경호원 존의 말을 빌리자면 아메리카노는 스타벅스 같은 fancy 한 곳에서나 파는 커피란다.

아무튼.

“작가님! 오셨군요!”

“오랜만이네요, 엘레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당연히 윅슨 출판사였다.

저번 방문 때와는 달리 오늘은 직원들의 얼굴에서 꽤 생기가 넘쳤다.

전처럼 업무가 과중하지 않다는 뜻.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네요?”

“하하. 대대적으로 규모를 확충했으니까요.”

그래도 나와는 안면이 꽤 있던 터라, 기존 인력들은 나를 보고 눈인사 정도만 나누고 다시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못 보던 직원들은 다들 곁눈질로 나를 흘끔거리고 있었다.

대충 봐도 저번에 왔을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직원들이었다.

“보내 주신 보고서는 살펴봤어요. 새로 계약한 소설들이 많더라고요.”

“네. 저번에 말씀해 주신 대로 웹 소설 쪽으로도 사업을 꽤 확장했어요.”

“잘하셨어요. 플랫폼도 준비 중이라고 하셨죠?”

“예. 한국의 웹 소설 시장을 보다 보니 미국에서도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써밋 엔터도 그렇고… 윅슨 출판사도 알아서 잘하고 있네.’

예전처럼 단순히 출판 사업에만 매진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웹 소설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윅슨 출판사.

문토피아나 코코아페이지처럼 웹, 모바일 기반 소설 플랫폼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확실히 돈 되는 사업이긴 하지.’

미국은 괜히 독서의 나라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오락용 장르 소설 시장만 따져도 음악 시장의 2배에 달할 정도.

이번에 영화화 계약을 한 <그것>의 작가인 스티븐 킹도 그렇고,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 브라운도 그렇고.

저런 인기 작가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미국 팝의 전설적인 존재들인 비욘세나 마돈나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그런데 또 신기한 점이, 영미권은 이렇게 장르 소설 시장이 크면서도 웹 소설 분야는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

기껏해야 아마존을 통한 E북 시장이 전부였다.

즉, 바꿔 말하면 아직 별로 손을 타지 않은 먹음직스러운 부분이 가득하다는 소리였다.

‘분명 스웜에도 도움이 될 테고.’

아직은 한국과 아시아 일부 나라에만 서비스되고 있는 스웜이지만.

결국 노려야 할 시장은 영미권이었다.

그것도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의 OTT와 경쟁해야 할 텐데.

그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자체 제작 콘텐츠들의 질과 양이 모두 필요했다.

질이라면 몰라도, 콘텐츠의 양은 내가 아무리 두 발로 뛰어도 쉽게 채울 수 있는 게 아닌 부분.

하지만 윅슨 출판사에서 준비하는 웹 소설 플랫폼이 잘 정착만 한다면 그 부분을 쉽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웹 소설의 장점은 소재의 소비가 빠른 만큼 트렌드에도 기타 매체보다 더욱 민감하다는 것.

잘 성공한다면 다른 OTT와는 차별화되는 장점을 가질 수 있을 터였다.

‘할리우드식 집단 창작을 적용해도 좋을 것 같은데. 한국처럼 작가 한 명이 다 쓰는 게 아니라 분업화해서 에피소드를 만드는 거지.’

기존 미국의 드라마 작가들한테 익숙한 시스템.

그렇게 되면 TV 드라마를 쓰던 프로 작가진들이 TV에서는 쉽게 시도하기 힘들었던 작품들을 웹 소설로 연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중 쓸 만한 것들을 스웜으로 끌어들이는 거고.

‘어쩌다 보니 알아서 선순환 구조가 생겨 버렸네.’

“엘레나, 이렇게도 해 보는 건 어때요?”

그렇게 윅슨 출판사에서 한두 시간 정도 더 대화를 나눴다.

그래도 천직이 웹 소설 작가라고.

신나서 떠들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와 버렸다.

[제이슨 - 작가님, 스탠다드 차타드가 30억 달러의 대출 전부를 본인들이 소화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금리를 더욱 낮춰 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윅슨 출판사를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이슨에게서 온 연락.

30억 달러쯤 되면 은행 하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스탠다드 차타드에서 저렇게 나온 걸 보면, 오히려 그 반대였나 보다.

하긴, 생각해 보면 나만 한 채무자도 없을 거다.

담보 빠방하지, 얼굴도 알려질 만큼 알려져서 신용도 높지, 앞으로도 돈 잘 벌 확률 높지.

사실 내가 은행이었어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대출이었다.

톡, 토도독-

우선 그런 방향으로 진행해 달라는 말과 함께, 관련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보내 달라고 답장했다.

사실 보고서를 받아 봐도 어떤 선택이 내게 이득인지는 제이슨에게 자문을 구해 봐야겠지만.

그래도 직접 읽어 보며 공부해 볼 생각이었다.

‘언제까지 미래 정보에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내가 아는 미래는 2021년까지가 전부.

앞으로 8년 정도가 남았다.

그 이후로는 그 전까지와는 달리 내 힘으로만 헤쳐 나가야 할 터.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지금부터 경제 감각을 키워 나가야 했다.

물론 8년 후 정도가 되면 이미 돈을 더 벌 필요가 없는 엄청난 대부호가 되어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때까지 번 돈에만 안주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물론, 여러 투자 활동도 계속할 생각이었다.

‘돈을 버는 재미를 알아 버렸으니까.’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고, 주식에 빠지고, 코인에 빠지는 이유가 있었다.

돈을 벌었을 때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

마치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이 있었다.

괜히 워렌 버핏 같은 사람이 이미 엄청난 부자임에도 계속 투자 활동을 이어 가는 게 아니었다.

‘결과를 미리 알고도 이런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에 성공하게 되면 얼마나 짜릿하겠어.’

심지어 8년 후의 나에게는 아무리 투자에 실패해도 마르지 않을 정도의 부가 있을 테니.

어떻게 보면 게임에 무한 코인 치트키를 쓰고 들어가는 거다.

물론 아무리 목숨이 무한이라고는 해도 매번 죽기만 하면 재미가 덜할 테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투자 감각을 키워 나가려는 것이었다.

* * *

일주일 후.

그동안 꽤 바쁘게 지냈다.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할 일이 꽤 많았다.

“아, 오셨습니까.”

“잘 지냈죠, 알버트?”

“그럼요, 보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 캐피탈.

시그마 캐피탈이라는 회사로 며칠 전 내가 새롭게 인수한 곳이었다.

톱 티어로 분류되는 세콰이어 캐피탈이나 베세머 벤처 정도의 규모를 지닌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실리콘밸리에서 꽤 이름 날리는 중견 규모의 VC였다.

대표인 알버트의 인사를 받으며 회사를 둘러봤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

‘여기를 인수하느라 예상보다 돈을 더 써 버렸지.’

약 2억 달러 정도.

꽤 큰 지출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런 준비 없이 돈만 들고 가서 내가 기억하는 유망한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려고 했는데.

관련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아예 벤처 캐피탈을 하나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내 정체를 숨기고는 개인 투자가 쉽지 않았던 것.

아무래도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있고,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도 공인된 벤처 캐피탈이나 엔젤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는 걸 더욱 선호한다고 하더라.

어쨌거나.

시그마 캐피탈을 인수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내가 10억 달러나 되는 금액을 실리콘밸리에서 쓰자고 생각했던 건 정말 무지한 생각이었다는 것.

실제로 알버트에게 10억 달러 중 남은 8억 달러를 이런저런 회사들에 투자하고 싶다고, 내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해지는 회사들을 읊어 줬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바로 나오더라.

‘돈을 가져왔는데 왜 받지를 못해……! 어쩐지 운수가 좋더니만…….’

이게 몇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회사들은 이미 기업 가치가 꽤 커져 있어서 내 주겠다는 지분이 쥐꼬리만큼이었고.

이제 막 초기 단계인 회사들은 몇천만 달러나 되는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끽해 봐야 몇백만 달러 정도.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바보가 아닌 터라 그때그때 필요한 금액만큼만 투자를 받았지, 소설처럼 ‘몇천만 달러 줄 테니 지분 30퍼센트를 내놓으시오!’ 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주지 않더라.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느라 고생 좀 했지.’

우선 기업 가치가 커질 대로 커진 회사들은 다 제외했다.

아무래도 내가 얘네가 나중에 유명해진다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거지, 얘네 기업 가치가 나중에 얼마가 되더라를 아는 건 아닌 터라.

자칫하다가는 몇천만 달러에서 몇억 달러를 투자하고 몇 년을 기다려도 200~300%의 수익률에서 그칠 수도 있었다.

물론 그것도 다른 사람들 기준에서는 놀라운 수익률이겠지만, 내가 누구인가.

무지성 코인 투자만 해도 눈 감았다 뜨면 10배를 벌어들이는 미래를 알고 있는 회귀자.

괜히 저런 회사들에 자금이 묶이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열 배는 벌어야 ‘아, 투자다운 투자했다’라는 생각이 들지.’

남들이 들으면 웬 미친 생각이냐 하겠지만 뭐 어쩌겠나.

실제로 그런걸.

아무튼, 그래서 이제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 중 내가 기억할 정도로 유명한 기업들을 추렸는데.

그래도 꽤 큰 성과가 있었다.

“어제 보고드린 대로 에릭 유안과 최종적으로 합의에 성공했습니다. 여기 관련 서류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가장 컸던 성과는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

화상회의할 때 쓰는 그 줌이 맞다.

몇 년 후에 터지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폭증하게 되는 줌.

때마침 시리즈 B 투자를 받고 있더라.

타이밍이 좋았던 덕분에 650만 달러에 지분 8.5%를 얻을 수 있었다.

뭐, 겨우 8.5%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코로나 이후에는 몇십억 달러의 지분 가치가 된다.

물론 코로나 수혜를 통해 찍게 된 최고점이 그런 거였으니 실제 가치로는 조금 덜하겠지만, 그래도 10억 달러는 족히 넘을 터.

최소 200배짜리 투자였다.

게다가 운도 특히 좋았던 게 내가 아니었다면 홍콩 출신의 리카싱이라는 사람의 호라이즌 벤처가 그 투자를 대신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홍콩의 재신(財神)으로 불리는 바로 그 리카싱.

즉, 줌에서 중국 자본을 털어 낼 수 있었던 것.

‘가뜩이나 창업자도 중국계 미국인인데, 중국 쪽의 투자도 받게 되니 예전에 그런 사태가 벌어졌던 거지.’

코로나 이후로 한창 잘나가던 줌이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줌이 중국에 둔 암호 키 서버를 통해 일부 개인 정보가 중국에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생기게 되는 것.

그 여파로 미국 정부 기관과 학교 수업은 물론 NASA, 스페이스X와 Apple 등의 사기업에서도 줌을 퇴출시켰었다.

물론 나중에 CEO의 공식 사과와 사이버 보안 작업을 통해 사용 금지 지침이 철회됐었지만, 그래도 줌이 중국 회사라는 이미지로 씌워지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리카싱 대신 내가 들어가게 된 이상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테고.

중국에 서버를 두는 것도 적극적으로 막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쩌면 200배짜리가 아니라 3~400배짜리 투자가 될 수도 있었다.

‘100배까지는 아니지만 최소 10배는 확정인 투자도 따냈고.’

바로 에어비앤비.

시리즈 A나 B가 아니라 시리즈 C 투자를 받을 정도로 이미 꽤 커진 에어비앤비였지만, 참여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라.

실제로 내가 인수하기 이전부터 시그마 캐피탈에서 자체적으로 에어비앤비 투자를 준비 중이기도 했고.

덕분에 이번에 총투자 유치 규모인 2억 달러 중 6,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데에 성공.

에어비앤비의 지분 2%를 가져올 수 있었다.

2%라고 하니 진짜 별거 없어 보이지만, 에어비앤비는 1,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회사.

이것도 최소 수십 배짜리 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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