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공식 오픈
드디어 EPL의 개막전 날.
Woooooooaaaahhh-!
Booooo-!
환호와 야유가 뒤섞인 소리.
개막전에 앞서, 내가 서포터즈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들린 소리였다.
야유보다는 환호가 더 크다는 게 꽤 다행이었다.
‘그만큼 프리시즌 경기가 팬들 마음에 들었다는 거지.’
개막전 직전까지 5연승을 했다던데.
대부분의 프리시즌 상대들이 EPL 수준의 팀은 아니고 2부 리그 정도의 구단들이었지만, 그래도 5연승을 했다는 건 그만큼 팀의 기세가 좋다는 뜻.
그 덕분에 영국 언론에서도 크리스탈 팰리스를 주목하고 있었다.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축구 구단, 그것도 EPL의 구단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더라.
-와ㅋㅋㅋㅋㅋ 내가 한국인 EPL 구단주를 보게 될 줄이야.
-크리스탈 팰리스? 유명한 팀임?
└유명한 건 아님. 이번에 2부에서 올라온 팀.
└와; 근데 1,500억 원이나 줌? 이제 승격한 구단인데, 개비싸네.
└이제 승격했으니 저 정도지. 빅 클럽이면 1조 수준임.
-근데 왜 크팰이지? 선우진 정도 재력이면 더 큰 클럽 살 수 있지 않나?
└그거 인터뷰 나옴. “언더도그에서 시작해 빅 클럽들을 잡고 우승하는 동화를 쓰고 싶었다.”
└ㅋㅋㅋ예전에 선우진이 예능에서 축구 감독 게임을 엄청 좋아한다 했는데… 아마 FM 얘기였던 듯?
└ㅅㅂ; 누구는 집에서 엉덩이 긁으면서 FM 하는데, 쟤는 현실에서 FM을 하누;
└글고 중국 인기도 고려했을 듯. 크팰이 중국에서 인기가 좀 있음 ㅇㅇ
아, 크리스탈 팰리스가 중국 내에서 인기가 상당하다는 건 인수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중국 출신의 유명 축구 선수인 판즈이와 순지하이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뛰었었던 것.
덕분에 내 크팰 인수 소식이 영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뉴스거리가 되고 있더라.
‘생각보다 홍보 효과가 클지도.’
사실 말은 어느 정도 스웜이나 기타 내 사업에서의 홍보 효과를 위해 EPL 구단을 인수한 거라고는 했지만.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내 취미생활을 위해서 인수한 게 맞았다.
FM 유저라면 한 번쯤은 꿈꿔 보게 되는 소망.
바로 현실 FM을 위해서 말이다.
어쨌든.
삐이이익-!
휘슬 소리와 함께 전반전이 시작됐다.
* * *
선-우!
선-우!
전후반전이 모두 끝나고.
구장 아나운서가 다시 한번 나를 소개했는데, 그와 동시에 서포터즈 사이에서 내 필명이 연호되고 있었다.
헐 시티와의 경기가 3-1의 점수로 크리스탈 팰리스의 승리로 끝난 덕분.
그것도 선발로 출장한 제이미 바디가 2골, 리야드 마레즈가 1골 1어시를 달성하면서 따낸 승리였다.
안토니 마샬은 제이미 바디가 마지막에 넣은 쐐기 골을 견인하는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즉, 내가 영입한 자원들이 개막전부터 대단한 활약을 펼친 것.
“오늘 셀허스트 파크를 찾으니 구장이 매우 낡았더군요. 수용 인원도 충분치 않고요. 구장과 정든 서포터즈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단계적으로 10억 파운드를 투입해 새 구장을 건설할 생각입니다.”
와아아아아아-!
경기 종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 투자 계획.
말이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내게로 향했다.
구단주가 돈 쓴다는데,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사실 내 돈 쓰는 건 거의 없지. 대부분 대출금으로 건설하는 거니까.’
며칠 전,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 본사를 찾아 확보한 대출금이다.
내가 제이슨을 통해 운영 중인 IT 회사들의 주식 일부를 담보로 잡은 것.
어차피 몇 년 동안 쭉 묵혀 놓을 주식들인 터라 부담은 전혀 없었다.
“좋아요. 그럼 다음에 또 봬요.”
“네. 구단주님의 방문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개막전 일정이 끝나고 다음 날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귀국 후 다음 날.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 쉬고 있는데.
우우우웅-
국제전화가 와서 보니 엘레나였다.
캘리포니아 시간을 확인하니, 출근해서 몇 시간 정도가 지났을 시간.
“여보세요.”
[작가님, 보내 주신 원고… 다 봤어요…….]
“음. 어떻던가요?”
어제 런던에서 출국하기 전 아침에 지금까지 쓴 <마지막 마법사>의 원고를 보내 줬었다.
하루 동안 읽어 보고 연락이 온 것.
[정말… 정말 좋았어요. 사실 4부에서 <마지막 마법사>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쉽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저도 모르게 이 이야기의 끝을 어서 보고 싶어졌어요.]
떨림이 느껴지듯이 말하는 엘레나였다.
그때, 통화 너머로 웬 소리가 들려왔다.
[-엘레나! 작가님이랑 통화하시는 거죠? 빨리 다음 원고를 달라고 좀 해 주세요!]
목소리를 들어 보면 편집부의 스티브 같았다.
다른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윅슨 출판사로 이직한 이였는데, 그 이유가 <마지막 마법사> 때문이라고 이직 면접에서 말했단다.
그래서 엘레나의 특별 요청이 있어 사인본을 보내 준 적이 있었다.
아무튼.
[…들으셨으면 아시겠지만 편집부에서도 다음 내용을 보고 싶다고 난리예요. 참고로 저도 마찬가지고요.]
“하하. 다행이네요. <마지막 마법사>의 결말에 걸맞은 4부가 되겠죠?”
[당연한 소리를 하시네요. 저는 오히려 3부까지의 글보다 이번 4부가 더 좋던데요. 특히 빅터 3세라는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저도 동의해요. 쓰면서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더라고요.”
[제가 장담하는데… 4부가 나오면 많은 배우가 4부가 영화화될 날을 기다릴 거예요. 아마 주인공 자리를 놓친 할리우드의 젊은 배우들이 모두 달려들지도 몰라요.]
엘레나의 말에 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 오디션이 한창 진행 중이랬지.’
최소 4편의 영화가 제작될 것인 만큼, 다른 역은 몰라도 주인공 역만큼은 배우들의 인지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직접 보고 뽑고 싶다는 게 피터의 의견이었다.
물론 나 또한 같은 생각이었고.
아무튼 그래서 지금 할리우드에서 주연 역할을 위한 오디션이 개최되고 있었는데.
이게 전 세계에서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꽤 굵직굵직한 명성을 가진 배우들도 여럿이라고 한다…….
보통 유명 배우들이 오디션에서 떨어진다는 걸 수치로 생각해 이런 공개 오디션으로 역을 뽑는 경우에는 잘 지원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 그만큼 <마지막 마법사>의 주인공 역이 할리우드의 큰 화젯거리라는 뜻.
‘빅터 3세 또한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꽤 인기가 많겠지.’
때로는 주인공 역할보다 빌런 역할이 더 깊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을 연기한 크리스탈 베일 이상으로 조커를 연기한 히스레저를 더 기억하는 관객들도 있듯이 말이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빅터 3세 또한 영화에서 그런 매력을 보여 주기에 충분한 캐릭터.
엘레나의 말처럼 주인공 역을 놓친 배우들이 빅터 3세를 노릴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그러면 출판 일정이 잡히는 대로 연락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엘레나와의 통화를 끝내고.
다시 노트북을 폈다.
저택에 컴퓨터를 여러 대 놓기는 했는데, 익숙함 때문인지 노트북으로 쓰는 것만큼 제대로 맛이 안 살더라.
그 탓에 최고급 사양으로 맞춰 놓은 PC를 그냥 놀리고 있는 상황.
‘아, 맞다. 엔비디아나 암드도 나중에 사둬야겠다.’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두 회사.
사실 가상 화폐 관련주나 다름없었다.
가상 화폐가 폭등하게 될 때, 코인을 채굴하는 데에 쓰이는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의 주가도 엄청나게 뛰게 되는 것.
17년도와 21년도쯤 코인 투자를 하게 될 때, 두 회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되면 내 자산이 가상 화폐 시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될 테니까.’
아무리 그때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가상 화폐 시장으로 유입된다 하더라도, 몇십조 정도를 소화하기에는 무리일 터.
물론 지금 내 자산은 몇조 원 정도지만, 1, 2년 내로 몇 배가 뛰게 될 거다.
지금도 잘 불어나고 있었고.
[존 윅, 월드 박스 오피스 1억 달러 달성! 제작비 대비 5배의 수입을 거둬들여.]
[월드 박스 오피스 3억 달러를 거둬들이며 제작비보다 2.2억 달러를 더 벌어들인 써밋 엔터테인먼트.]
써밋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최근 실적.
지난 위플래쉬까지 합쳐서 이번 해 영업이익만 벌써 4억 달러 상당을 벌어들이고 있는 써밋 엔터였다.
거기에 올해 연말에는 라라랜드의 개봉이 예정되어 있었으니.
‘라라랜드 제작비로 3,000만 달러 정도가 들었는데… 총수입이 원래는 4억 5천만 달러인가 그랬지?’
개봉 시기가 바뀌었으니, 이번에는 어떻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소 4억 달러 이상의 수입은 올릴 수 있을 것.
써밋 엔터테인먼트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8억 달러 가까이가 되는 거다.
‘물론 가장 큰돈은 언제나 글로 벌어들이는 거지만.’
저번에 밤새 글을 썼던 게 며칠 전인데.
그간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무런 일정이 없는 날.
또다시 집필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탁, 타다닥-
‘저번에는 대륙 전쟁이 막 시작하려는 부분에서 끊었었지.’
“전쟁, 전쟁이다-!”
“우오오오!”
지난 대륙 전쟁에서의 활약으로 문명사회에 편입되었던 야만족들.
대부분이 문명사회의 편안함에 젖어 버렸지만, 그중 몇몇만큼은 아직 야성을 잊지 않았으니.
그들과 새롭게 탄생한 정복 군주에 자발적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폭력과 전투를.
그들이 원하는 전부였다.
“급보, 급보요-!”
그렇게 빅터 3세가 일으킨 거대한 화마는 어느새 대륙 전역을 덮치고 있었다.
몇 개의 나라는 화마와 맞서려다 잿더미가 됐으며.
몇 개의 나라는 그 화마에 맞서는 걸 포기하고 성문을 열었다.
이제 빅터 3세는 더 이상 대륙 변두리 왕국의 왕 따위가 아니었다.
세상이 그에게 붙인 이름은 정복왕.
하지만 빅터 3세의 야망은 고작 그것에서 끝이 아니었으니.
아직 만족하지 못한 왕은 제 앞을 가로막는 모든 걸 불살라 버리고자 했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다가왔다.
‘긴 호흡의 전쟁이 될 거야. 수많은 영웅이 제 몸을 불사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영웅들도 탄생하게 될 거고.’
<마지막 마법사> 4부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많은 이가 죽게 될 전쟁.
그 안에는 독자들이 애정했던 캐릭터들도 있었다.
간혹 <마지막 마법사> 팬 포럼 같은 걸 보면 등장인물들에 대한 인기투표도 진행되고는 하던데.
이번 4부에서 죽게 될 인물 중에서는 그런 인기투표에서 매번 상위권을 기록하는 이들도 있는 것.
독자들이 아쉬워할 선택이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소설이 중반부를 넘어서다 보면.
작가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캐릭터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때가 있다.
분명 내 의도는 이런 방향으로 쓰려는 게 아니었는데, 지금껏 구축해 온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 스토리를 풀어 내기도 하는 것.
바로 지금이 그런 때였다.
게다가 마지막인 4부인 만큼, 기존보다 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깃거리가 저절로 글을 이끌고 있었다.
탁, 타다닥-!
“후아.”
그리고 <마지막 마법사>의 마지막 이야기가 결말부로 돌입할 때쯤.
한 번 더 집필을 멈춰야 할 일이 있었다.
“허어. 괜찮으십니까?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요.”
“으. 어제 글 쓰다 보니 잠을 좀 제대로 못 자서요.”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양진철 PD와 인사했다.
“선물은 잘 받으셨죠?”
“그럼요. 직원들한테도 전부 전달했습니다.”
내가 SW 프로덕션의 대표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소유의 회사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내가 영국에 다녀왔다는 게 언론에 보도가 된 상황에서 선물을 안 사 올 수가 없더라.
그래서 오는 길에 런던의 적당한 가게에 들러 직원들에게 줄 선물을 사 와서 미리 돌렸다.
어쨌든.
“받으세요. 저는 또 하나 내리면 되니까.”
“아… 감사합니다.”
내 얼굴이 엄청 초췌했던 건지.
자신이 마시려고 내린 커피를 건네는 양 PD였다.
쪼옵-
양 PD가 건네는 커피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사실 나 못지않게 피곤해 보이는 양 PD와 다른 직원들.
‘아마 몇 주째 대부분 야근하고 있댔나?’
왠지, 들어올 때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나더라.
그렇다고 SW 프로덕션이 맨날 직원들 야근만 시키는 악덕 기업인 건 아니고.
“후, 떨리는군요. 드디어 오늘입니다.”
전 직원들이 야근을 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양진철 PD의 말대로 드디어 찾아온 오늘.
OTT 플랫폼, 스웜의 공식 오픈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