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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73화 (73/267)

73화 팬들의 원성

“양, 양 의원님, 왜 그러십니까?”

자신이 양형필 의원에게 뭔 잘못을 했던가?

저번 술자리에서 실수라도 했던 건가?

김병원 의원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없었다.

‘분명 끝날 때 분위기도 좋았었는데……?’

술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어? 밥도 먹고!

분명 좋게 끝났었는데?

김병원 의원이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다.

“자네야말로 왜 그런 건가! 선우진 작가를 왜 건들어, 건들긴!”

양형필 의원이 단단히 성난 얼굴로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김병원 의원이 입을 벙긋거렸다.

선우진? 그 이름이 대체 왜 양 의원의 입에서……?

“나랑 한번 해 보자는 건가, 뭔가. 지금 협약이 코앞인데 이걸 이렇게 망치려 들어?!”

게다가 투자 유치 협약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김병원 의원이 양 의원의 얼굴을 바라봤다.

물론 투자 유치 협약이 뭘 말하는지는 김병원 의원도 알고 있었다.

양 의원의 지역구가 조만간 중국의 광둥성과 투자 유치 협약을 맺기로 했다는 걸 들었던 적이 있었기에.

하지만 그 얘기가 대체 지금 왜?

“양 의원님, 투자 유치 협약이라니. 광둥성과 맺기로 한 그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걸 망치려 들다니! 대체 저의가 뭔가?”

김병원 의원이 눈알을 굴리며 비서관에게 눈치를 줬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는 뜻.

하지만 무슨 말인지 비서관도 모르는 눈치였다.

“…아!”

그러다 뭔가 떠올랐다는 듯 비서관이 입을 열었다.

“그… 최근에 선우진 작가 관련해서 기사 하나가 나왔는데, 광둥성 서기인 후싱루이가 직접 선우진 작가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 갔었다고… 따로 식사도 함께할 정도로 친분 있는 관계랍니다.”

“그래! 선우진 작가와 후싱루이 서기가 친밀한 관계라는 소문이 얼마나 파다한데, 그런 선우진 작가를 건드려고 해? 이게 지금 나와 척 지자는 게 아니면 대체 뭔가! 내가 미리 알고 막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예? 그, 그게…….”

선우진이 광둥성 서기와 그런 관계였다고?

김병원 의원의 눈이 격하게 흔들렸다.

“의원님, 그게 아니라…….”

결국, 김병원 의원은 한동안 성난 양형필 의원을 진정시키며 진땀을 빼야 했다.

* * *

한국에 돌아와서는 쭉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미국의 써밋 엔터테인먼트야 트렌트가 알아서 잘하고 있었고.

SW 프로덕션의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면서 내가 할 일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내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조금 바뀌게 됐다.

‘사실 지금까지 했던 사업들과 비교하면 조금 많이 소박하긴 한데.’

들어간 자본도 기껏해야 100억 원 정도.

초기 투자금만 몇 억 달러 수준이었던 지난 사업들과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는데.

“사명은 스튜디오 선우로 할까요?”

“음. 너무 제 이름을 파는 것 같아서 조금 민망한데요.”

“하하. 하지만 작가님만큼 이쪽 업계에서 유명하신 분이 또 어딨다고요. 입지전적인 인물이시잖아요. 저도 JP미디어 시절 작가님 담당자였다는 이유로 업계에서 얼마나 유명한데요.”

어떻게 보면 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웹 소설 업계에서의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분야의 일이다 보니 더욱 재미가 컸던 것.

[스튜디오 선우에서 함께할 웹 소설 작가분들을 모집합니다. 투고 환영.]

예전 JP미디어에서부터 내 담당자를 맡았던 이를 대표로 해서 웹 소설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렸다.

뭐, 그렇다고 웹 소설들을 통해 큰돈을 벌려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마구잡이로 여러 작품을 계약하는 게 아니라, 선별된 몇 작품들만 계약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약작 선정 기준 또한 여타 매니지먼트와는 조금 달랐는데.

“작가님, 말씀하신 작품들 계약 끝냈습니다.”

“좋네요. SW 프로덕션에 바로 드라마 제작 계획 잡아 달라고 전달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당장의 작품 성적보다는 OSMU화시키기 좋은 작품들 위주로만 계약한 것.

우선 그 첫걸음으로 드라마화하기 좋은 재벌물 중 유명작들과 계약하는 데에 성공했다.

‘재벌가 막내아들이 벌써 나왔을 줄이야.’

원래는 지금보다 몇 년 후에 나오는 소설인데.

나의 영향으로 웹 소설 시장이 원 역사보다 몇 배는 빠르게 성장한 덕분인지.

<재벌가 막내아들>과 <어게인 나의 인생>이 한창 연재 중이더라.

둘 모두 내가 재밌게 봤던 작품들.

당장에 웹 소설 유통 계약은 물론, OSMU 계약까지 진행시켰다.

‘드라마로 만들면 수요가 꽤 있을 거야.’

게다가 저런 장르극을 좋아하는 OTT의 특성상, 스웜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들 같았다.

그 외에도 여성향의 로맨스 웹 소설들.

그쪽에 드라마화하기 딱 좋은 작품들이 여럿 있더라.

‘이번에 건진 것도 그런 대박작이지.’

우연히 네이버 웹 소설을 들어가 살펴봤는데.

내가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유명했던 드라마의 원작이 때마침 연재 중이더라.

바로 구르미 그린 별빛.

“양 PD님, 구르미 그린 별빛, 이 작품 어때 보여요?”

[엄청 좋은데요? 한 PD가 이 작품 자기가 꼭 하고 싶다며 난리입니다.]

한 PD는 이번에 SW 프로덕션으로 영입한 유명 PD.

전작들도 화려했고, 내가 알기로는 앞으로의 차기작 커리어도 엄청난 분이었다.

당장 지금 론칭을 한창 준비 중인 무전기도 저분이 연출을 맡으셨다.

‘거기에 바로 전작이…….’

“그래요? 그분이 성균관 유생들 연출하셨던 분이죠?”

[예. 맞습니다.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확실히 로맨스 사극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요.]

사극과 로맨스가 섞였던 데다, 소설 기반이었던 성균관 유생들.

이번에 계약한 구르미 그린 별빛과 비슷한 점이 많은 만큼, 한 PD에게 연출을 맡기는 것도 좋아 보였다.

* * *

며칠 후.

일정이 있어서 영국 런던을 찾았다.

‘예상대로 날씨가 엄청 우중충하네.’

처음 와 보는 나라인 영국의 수도, 런던.

하지만 런던에 자리한 구단인 아스날을 배경으로 축구물을 써 본 적도 있어서 그런가.

당시 자료 조사를 하느라 런던의 모습을 엄청 찾아봤던 덕에 처음 오는 것 같지가 않았다.

“수정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구단주님.”

“반갑습니다.”

구단주님이라 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크리스탈 팰리스의 인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인수하는 데에 든 총금액은 1억 1천만 파운드(약 1,800억 원).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번 시즌을 대비할 겸 이적 자금과 주급 등을 위해 2,000만 파운드(330억 원) 정도를 추가 투입했다.

승격 후 첫 시즌인 만큼 스쿼드를 보강하고, 기존 핵심 자원들과 재계약을 했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적 시즌 행보… 현재까지는 미지수?]

[지난 시즌 베스트 일레븐 중 4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크리스탈 팰리스. 그 대신 영입한 건 2부 리그 자원들?]

[6골 5도움으로 크리스탈 팰리스의 승격을 이끌었던 칼 데이비슨, “구단과 재계약을 할 의지는 충만했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내 활약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떠난 것.”이라고 밝혀!]

‘승격했다고 주급을 3배나 올려 달라고 하면 누가 그걸 받아들이겠어.’

기존 스쿼드 멤버 중에서는 내 의지로 쳐 낸 멤버들도 있었다.

내 계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도, 너무 높은 주급을 원하는 탓에 함께 가지 못한 것.

-Bugger off! 빌어먹을 동양인 구단주가 또 팀을 마음대로 굴리는군!

-구단주가 누군지 아직도 공개 안 됐지?

└Yup.

└하는 짓거리를 보면 중국인이 틀림없어!

-워워. 다들 왜 이렇게 화가 났어? 그래도 와서 돈을 풀기는 했잖아?

└그 돈을 개똥같이 쓰니까 그렇지! 기껏 EPL로 승격했는데, 2부 리그에서 뛰는 자원들을 영입하는 데에 돈을 쓰고 1부 리그로 올리느라 고생한 자원들은 내팽겨친다고?

-딱 하나 괜찮은 영입이 있긴 해. 400만 파운드를 주고 사 온 네덜란드의 센터백. 셀틱에서도 같이 노린 터라 조금 오버페이인 감이 있긴 하지만… 저 친구 꽤 쓸 만하다고. 에레디비시 경기를 몇 개 챙겨 봐서 잘 알아.

└버질 반 다이크 말이지? 이건 나도 동의. 피지컬도 좋고 꽤 지능적인 선수야.

셀틱과의 경쟁 끝에 거의 2배 가까이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반 다이크에 대한 팬 반응은 꽤 괜찮았지만.

그 건을 제외하고 다른 내 행보에 대한 크리스탈 팰리스 팬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는데…….

뭐, 이유가 있는 모습이기는 했다.

한 댓글의 지적처럼 내가 강하게 주장해 영입한 자원들이 2부 리그인 챔피언십에서 뛰던 자원들이었기 때문.

‘팬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겠지. 크팰이 1부로 승격한 데다가 구단주까지 바뀌었으니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유명 리그도 아니고 2부에서 뛰던 자원들을 영입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쓰겠다고 한 거니까.’

팬들의 입장에서는 돈을 써서 스쿼드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다운그레이드한 느낌일 거다.

하지만 나라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선수들이 안 오려고 하는데 어떡하라고.’

지난 시즌 크리스탈 팰리스의 승격을 이끈 건 윌프리드 자하였는데.

원래 맨유에서 임대 왔던 자원으로, 지난 시즌의 활약을 통해 떠오르는 신성 취급을 받으며 원 구단인 맨유로 복귀해 버렸다.

나야 자하가 결국 맨유에서 중용받지 못하고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하는 역사를 알고 있으니, 당연 임대 이적 문의를 맨유에 넣어 봤지만.

구단과 선수 모두 의지가 없어 무산되고 말았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맨유 입장에서는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 준 구단 유스를 한번 써먹어 보자 하는 심정일 거고, 자하 또한 크팰보다는 맨유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을 터.

결국에 자하는 맨유에서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하고 이적하게 되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의 현실은 저러했다.

아무튼.

그 자하조차 맨유로 떠난 탓에, 대부분의 언론과 팬은 올 시즌 크리스탈 팰리스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리 쉽지 않은 시즌을 맞이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심지어 강등 1순위로 뽑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그 탓에 선수들이 크팰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자하 외에도 내가 알고 있는 유망 자원들에게 이적 오퍼를 넣었는데.

대부분이 구단의 위상이 너무 낮다는 걸 이유로 거절했다.

그래도 딱 한 명, 프랑스 리그앙에서 뛰던 유망주 한 명을 낚아 오는 데에는 성공했다.

-6m 유로(약 85억 원)? 리그앙에서 3경기밖에 안 뛴 18살짜리 윙어를 6m 유로를 주고 데려온다고?

-이적 행보 한번 가관이군! 모두 구단주의 의지라지? 이 새끼는 자기가 지금 현실 fm을 하는 줄 아는 거야, 뭐야?

그런데 이 이적에 대한 반응도 그리 좋지 못했다.

6m 유로면 당장 1부 리그에서 뛸 수 있는 베테랑 자원을 영입할 수도 있는 금액.

그만한 돈을 아직 자신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한 18살짜리 유망주를 사는데 써 버렸다고 뭐라 하는 거다.

지금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필요한 건 당장 다가올 EPL에서 잔류에 성공하는 건데, 급하지도 않은 미래에 투자한답시고 돈을 낭비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뭐…….

-로만이 셰브첸코를 영입하며 첼시를 망쳐 놓던 게 떠오르네. 구단주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영입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안 되는 거야?

-저 새끼는 분명 자선 사업가인 게 틀림없어. 저 자식이 지금까지 영입한 놈들이 누구인지 보라고! 8부 리그에서나 뛰던 스트라이커, 프랑스 2부 리그 리저브 팀을 오가던 윙어, 성인 무대 경험이라고는 3경기뿐인 자칭 특급 유망주! 아무리 눈 씻고 봐도 병신들밖에 없잖아?

‘이 ID는 기억해 둬야지. 시즌 후에 뭐라고 하는지 좀 보게.’

나는 오히려 이런 팬들의 반응이 더 기꺼웠다.

원래 반전의 묘미란 건 이렇게 반응이 격할수록 더욱 큰 법이었기에.

참고로 저 댓글이 말한 병신들은 이 선수들이었다.

차례대로 읊어 보자면…….

‘제이미 바디, 리야드 마레즈, 안토니 마샬.’

내가 영입한 올 시즌 크팰의 삼각 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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