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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71화 (71/267)

71화 개봉 행사

중국을 찾는 건 또 오랜만.

저번에 한번 홍역을 겪은 터라 이번에는 비밀리에 움직였다.

“요즘 검객무쌍이 중국 최고의 화제입니다. 저희가 돈을 제대로 썼거든요.”

공항에서 날 맞이한 렌샤오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돈을 제대로 썼다는 말은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총제작비 6,000만 달러.

듣기로는 중국 역대 순위에 꼽힐 만한 제작비라고 하던데.

배우진 선정에도 엄청 공을 들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견자단이니까.’

주연을 맡은 건 이소룡, 성룡, 이연걸의 계보를 잇는 중화권 액션 영화계 최고의 스타, 견자단.

태권도와 우슈를 비롯한 여러 무술을 배운 덕에 병장기 사용에 능숙한 그를 캐스팅한 것.

심지어 티켓 파워도 중국 내 최고였으니, 그야말로 최적의 캐스팅이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으니까.’

아시아권 전체를 따져도 최고 스타인 건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견자단이었다.

나도 개인적으로 팬일 정도였으니까.

예전 엽문에서 그의 액션 연기를 보고 남몰래 따라해 보기도 했었다.

…물론 어디 가서 보여 주기에는 부끄러운 광경이었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와.’

시사회 장소에서 견자단과 인사를 나눴는데.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미중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

그가 연기할 검객무쌍이 기대가 됐다.

[劍客無双]

‘제목 폰트는 나중에 바꿔 달라고 말해야겠다.’

약간은 촌스러운,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 중국틱한 검객무쌍의 제목이 지나가고.

스크린에 검객무쌍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오. 좋은데?’

확실히 무협은 중국인 건지.

전투 장면에서 드러나는 영상미가 장난이 아니었다.

CG에서는 중국 영화 특유의 중국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CG 팀을 한국 회사로 고용했댔지.’

한국의 CG 인력들을 전 세계 최고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할리우드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보다는 월등히 앞서는 수준.

특히 중국의 CG 인력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검객무쌍에는 한국 회사를 쓴 만큼 퀄리티가 뛰어났던 것.

‘연출도 괜찮네.’

미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는 홍콩 출신 영화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던데.

홍콩과 중국에서는 꽤 유명한 감독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연출에서도 중국 영화보다는 서구권의 향기가 꽤 풍겼다.

“텐센트 측에서는 이번 검객무쌍을 통해 할리우드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예전 렌샤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뭐… 너희가 돈 주는 입장이니까 뭐라 말은 안 하겠지만 그게 가능하려나 싶었는데.

이제 보니 괜히 했던 말이 아닌 것.

영어로 후시 녹음을 따로 해 개봉한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꽤 먹힐 것 같기도 했다.

텐센트와 검객무쌍의 판권 계약을 맺으며 중국 내 매출은 물론 해외 매출에 대한 지분도 함께 얻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수익도 꽤 쏠쏠할 것 같았다.

‘한국 팬들도 실망하지 않겠어.’

사실, 중국에서 칼넘강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공개되고 나서.

한국의 칼넘강 팬들 사이에서 우려 섞인 말들이 많았었다.

중국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에 적었던 터라.

영화가 소설의 재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 많았던 것.

게다가 소설은 읽는 독자들이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있는데.

검객무쌍 영화가 그런 재미를 망쳐 버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나도 비슷한 걱정을 마음 한편에 하고 있기는 했었는데.

하지만 지금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히려 텍스트가 아닌 영상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재미도 검객무쌍 영화에 담겨 있었다.

“어떠셨나요, 작가님?”

“좋네요. 텐센트에서 신경을 많이 쓰신 게 보였습니다.”

“하하! 당연하신 말씀을. 작가님이 저희한테 해 주신 게 얼마인데요. 저희가 작가님이 실망하시지 않도록 애써야죠.”

영화가 끝난 후, 나를 찾아온 쑨퀀과도 인사를 나눴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둘.

내가 영화를 보고 만족했다는 걸 그들도 느낀 것이다.

‘칼넘강 판권 계약을 한 이후부터 왠지 모르게 더 저자세로 나오는 것 같단 말이지.’

실제로 종종 선물을 보내오고 있는 둘인데.

전보다 선물의 질과 양이 모두 늘었었다.

심지어 내가 하도 받기만 한 것 같아, 저번에 답례품을 보낸 적이 있는데.

곧바로 전화가 와서는 기겁을 하더라.

혹시 자신들이 작가님의 심기를 거스른 게 있냐며, 있다면 고치겠다고 말이다.

심지어 없다고 그냥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해서 보낸 거라고 하니,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하기까지 하니 원…….

‘중국 문화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

대체 이게 뭔가 해서 나중에 중국통이라는 SW 프로덕션의 직원에게 이게 대체 뭔 상황이냐 물어봤는데.

얘기를 다 듣더니 렌샤오와 쑨퀀 측에서 내게 빚진 게 너무 많다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 했다.

동등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 아직 갚아야 할 게 산더미라,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거라고.

이럴 때는 아무 말 않고 주는 대로 받으면 된다고 했다.

아무튼.

내부 시사회 이후 중국에서 일주일을 더 있었다.

그사이, 기자나 영화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외부 시사회가 또 있었는데.

[엄청난 스토리와 훌륭한 영상미, <검객무쌍> 흥행 돌풍 예감!]

[중국 무협 영화 팬들의 가슴을 울릴 명작의 탄생.]

[모두가 주목해야 할 날. 검객무쌍, 이번 주 토요일 전격 개봉!]

텐센트 측에서 언론에 돈을 푼 건지, 아니면 진실된 반응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기자들이 검객무쌍에 대해 꽤나 호의적인 기사들을 냈다.

‘성적이 잘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에 따른 수익 쉐어가 있기도 해서지만, 내 소설이 처음으로 영화가 되는 거다 보니 되도록 크게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내가 쓴 글이 독자들에게 혹평을 받으면 내가 다 슬픈 것처럼.

영화 또한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면 비슷한 생각이 들 것 같았다.

그리고 중국에서 지내며 느낀 게 하나 있는데.

‘EPL 중계하는 채널이 꽤 많네?’

EPL의 중국 내 인기가 상당하다는 것.

특히 맨유나 아스날, 리버풀의 경기 같은 경우는 실시간이 아니라 재방으로도 틀어 주는 채널이 여럿 있었다.

‘모두 로고가 빨간색이라 그런 걸까.’

황당하지만 꽤나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어쩌면 진짜 그 이유 때문에 저 세 팀의 인기가 유독 높은 것일 수도 있었다.

이거 참, 크리스탈 팰리스 로고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인데.

[EPL 승격 팀, 크리스탈 팰리스! 동양 자본에 인수되나?]

[크리스탈 팰리스, 인수 금액 약 1억 2천만 유로에 팔릴지도?]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합의는 이제 최종 단계까지 돌입하고 있었다.

내가 영국에 직접 가기에는 짬이 많이 안 나서, 대부분의 일을 대리인을 통해 진행 중이었다.

그 덕에 내가 인수자인 건 외부에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 동양 쪽 자본이 인수를 노리고 있다는 것만 알려진 상태였다.

-또 중국인가? 퍼킹 차이나, EPL에서 중국 놈들 얼굴을 그만 좀 보고 싶은데.

-Fuck… 난 날 때부터 크리스탈 팰리스를 응원했다고. 만약 중국 놈이 구단을 사들여서 병신같이 운영하기만 해 봐. 내 서랍 속 샷건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mate… 총기 소지 자격증은 있는 거지?

└당연. 출신은 런던이지만 시골에 갈 때마다 아버지께 어릴 때부터 사냥을 배웠다고.

└좋아. 그렇다면 사격 솜씨도 뛰어나겠군? 새 중국 구단주가 트롤링을 할 때 정밀 사격을 부탁하도록 하지.

-영국 부자들은 대체 뭐 하는 거야? 이러다가 EPL 전체가 중국한테 팔려 버리겠어!

└미국 놈들이나 러시아 놈들도 이미 가득인데 뭐… 중국이라고 다를 거 있나.

-그런데 기사에는 동양 자본이라고만 돼 있던데? 중국인인 게 확실한 거야?

└동양에 중국 말고 나라가 또 어딨지? 일본?

└한국이 있지. 왜 맨유의 그 아시안이 한국 출신이야.

└오. 지성 팤? 한국 자본이면 혹시 그를 영입할 수도 있으려나?

└볼튼에도 한국 선수가 있었지, 요새는 안 보이던데.

└리? 그 친구는 부상을 당해서 시즌 아웃됐어… 좋은 선수였는데 아쉽게 됐지.

그래서인지 영국 축구 팬들은 중국 자본이 또 EPL 구단을 노리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 자본이 EPL과 세리에에 들어오는 경우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국 내 중국 자본에 대한 여론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

기존 EPL에 들어왔던 중국 자본들의 구단 운영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던 탓이었다.

‘내가 선수 영입에 관여하고 그러면 반발이 좀 있겠는데?’

축구 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구단주가 감독의 의사와는 반한 채로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영입해 팀에서 써먹는 일.

내 경우에도 크팰을 인수하게 되면 한동안 내가 기억하는 미래의 유망주들을 영입하는 데에 돈을 쓰게 될 텐데.

그걸 크팰 팬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도 한두 시즌만 지나면 달라지게 될 여론이니, 그리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작가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검객무쌍의 개봉 행사.

원작자인 나 또한 주연배우, 감독 등 관계자들과 함께 무대 인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원래는 원작자가 이렇게 행사에 나서는 경우가 없지만, 내가 중국에서 인지도가 좀 있는 터라 텐센트의 부탁이 따로 있었던 것.

“여기 계시다가, 이따가 큐 사인 들어오면 무대 위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감독님, 주연 배우들, 그다음 작가님. 이 순서로 올라오시면 돼요.”

“예. 알겠습니다.”

슬쩍 무대 쪽을 보니 이미 인파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텐센트 측에서 대대적으로 검객무쌍을 홍보한 덕에, 검객무쌍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엄청나다고 한다.

이번 개봉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경쟁률이 엄청났다고 들었다.

‘영화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내부 시사회, 외부 시사회 모두에서 긍정적인 평을 얻었음에도 걱정이 되는 건 또 어쩔 수 없는 노릇.

이게 내 소설은 아니고 그걸 영화화한 거라 내 자식 같지는 않긴 해도.

어디 친척 조카 정도를 물가에 내놓은 것 같은 마음이란 말이지.

웅성웅성-

그러던 그때였다.

갑자기 행사장 바깥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호원들이 행사장 주위에 비치되어 있어 금방 진정될 법도 한데, 소리가 잦아들지도 않고 있었다.

“어? 잠시만요.”

날 안내해 주던 스태프가 상황을 확인하러 나갔고.

나도 궁금증에 소란이 시작되는 곳을 보고 있었는데.

“허업!”

그쪽에서 놀란 얼굴로 잽싸게 걸어오는 렌샤오가 보였다.

“뭐예요? 불이라도 났어요?”

“헙, 작가님, 그, 그게 말입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렌샤오.

그 너머로 무대 쪽 빼곡했던 인파가 홍해 갈라지듯 갈라지는 게 보였다.

“……?”

“광둥성 서기님이 오셨습니다.”

“서기님이요?”

“예. 오셔서 혹시 본인도 검객무쌍을 관람할 수 있겠냐고…….”

아직도 놀람이 가시지 않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렌샤오가 말했다.

광둥성이면 지금 내가 있는 선전시가 속해 있는 성.

텐센트 본사가 선전에 있는 데다, 상하이, 베이징 다음 갈 정도로 대도시인 곳이라 이곳에서 행사가 열린 것이다.

아무튼.

서기면 높은 건가?

한국에선 서기관이면 4급 정도일 텐데.

“높으신 분인가요?”

“…예에?”

그렇게 묻자, 종전보다 더 놀란 얼굴을 하며 날 바라보는 렌샤오.

잠깐 동안 그러다가 ‘아!’ 하는 얼굴로 탄성을 뱉고는 말한다.

“아! 작가님이 중국어가 워낙 유창하셔서 당연히 알고 계실 줄 알았네요. 광둥성 서기면…….”

렌샤오의 설명이 빠르게 이어졌는데.

광둥성 서기면 몇 년 내로 중앙정치국원 입성이 확실시되는 자리란다.

‘중앙정치국은 뭔지 알지.’

예전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배운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 핵심 권력 집단으로 딱 25명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했었다.

“허허! 선우 작가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후싱루이라고 합니다.”

이쪽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50대 남성.

인상만 보면 꼭 동네 아저씨 같은데.

잠깐만, 그러면 어디 보자.

‘여기 이 아저씨가 중국 서열 3~40위쯤 된다는 거지?’

며칠 전에 만난 모 국회의원은 내게 시비 아닌 시비를 걸던데.

“작가님 작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습니다. 제 아들놈이 소개해 줘서 읽게 됐는데, 이젠 제가 더 팬이 됐죠. 하하.”

이 아저씨는 좀 다른 모양.

흠, 사인이라도 해 줘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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