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66화 (66/267)

66화 우애 좋은 남매

당장 <마지막 마법사>의 영화 제작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피터야 내일이라도 시작하면 좋겠다 말하고 있지만.

사실 앞으로 몇 달간 가장 바쁠 사람은 피터 본인이었다.

촬영이 끝났다고 영화 관련 일정이 전부 종료된 것도 아니고.

아마 몇 달 정도는 호빗과 관련된 여러 일정을 소화하면서 고생해야 되지 않을까.

[피터 잭슨 - 좋아, 그럼 조만간 보자고.]

[피터 잭슨 - 최대한 일정들을 마무리 할 테니 말이야.]

[피터 잭슨 - 후. 워너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해 워너 놈들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니.]

‘뭐, 당장 급할 건 없으니까.’

<마지막 마법사>는 현재로서는 4부 정도에서 완결을 계획하고 있는 장편소설.

그에 맞춰 영화 또한 4편 내지 5편 정도의 시리즈가 될 거다.

촬영 기간과 기타 일정 등등을 고려하면 <마지막 마법사>의 영화화는 10년이 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첫 시작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 당장은 제작해야 할 영화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마션도 촬영에 들어가고 있으니까.’

며칠 전, 마션 촬영을 위해 한국을 떠나는 봉 감독을 배웅했었다.

마션은 화성을 배경으로 한 작품.

모래언덕이 가득한 화성의 모습을 전부 CG로 표현할 수는 없던 탓에, 요르단 남부 사막지대 와디 럼(Wadi Rum)이란 곳에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존 윅과 다이버전트는 조만간 개봉이던가? 그 두 작품에다가 마션에서 나올 수입까지 합치면 써밋 엔터를 인수하는 데에 들어간 돈을 전부 메우고도 남겠어.’

참고로 위플래쉬는 며칠 전 상영이 종료됐는데.

전 세계 다 합쳐 약 6,0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제작비로 400만 달러가 쓰였으니, 15배를 넘게 벌어들이게 된 것.

이 정도면 대흥행이라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한국에서 인기가 좋았지.’

[위플래쉬, 총관객 250만 명으로 상영 종료!]

[선우진이 영화 제작에 도전한 이유! 106분의 시간 동안 눈을 못 떼게 만드는 음악 영화로 증명하다!]

[한국에서만 250억 원 수익? 위플래쉬, 역대 독립 영화 외화 부문 흥행 1위 달성! 독립 영화 전체로 따져도 역대 3위에 달하는 성적!]

내가 기억하기로는 원래 저것보다는 관객 수가 적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가 제작사를 인수한 이후로 나온 첫 영화라는 게 한국에서 어느 정도 홍보 효과가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최근 큰돈을 벌게 된 일이 있었다.

[미국 증시, 배당을 포함하면 30%에 육박할 만큼 기록적 상승!]

[S&P 500 지수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올해 29%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 언급에도 연신 호황? 지금은 미국 증시에 투자해야 할 때!]

이런 걸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고 하는 건가.

최근 미국의 대형 IT 주들에 10억 달러를 넘게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올해가 최근 10년 새 미국 증시가 가장 큰 호황을 기록하는 해란다.

심지어 내가 막 미국 기술주들에 투자를 했던 때가 FED의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 발표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었던 때였다던데.

그 덕에 몇 달 사이에 보유한 주식들이 20% 정도나 올라 버린 것이다.

‘비트코인으로는 뭐 몇백 퍼센트씩 벌어 들이니까 퍼센트만 놓고 보면 적어 보이지만…….’

이번에는 투자 금액이 원체 크다 보니 20%만으로도 수억 달러를 벌어 버린 거였다.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내가 투자한 기술주들 모두 몇 년 후까지 쭉 우상향하는 기업들.

이 주식들을 정리할 때쯤은 수익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잘 되지 않았다.

‘꼭 웹 소설 주인공이 된 거 같네.’

슬슬 웹 소설에도 재벌물이나 기업물이라는 장르가 등장하고 있는 요즘.

신기하게도 예전과 차이점이 있었는데, 단순 재벌물이 아니라 작가물과 결합된 재벌물이 벌써부터 등장하고 있었다.

주인공이 장르 소설 작가로 시작해서 그게 해외에서 대박이 나고, 드라마화나 영화화 등을 거치며 큰돈을 벌게 되는 소설들.

음… 맞다.

내 얘기를 소재로 삼은 글들이다.

아무래도 웹 소설 쪽에서 내가 특히 더 유명한 만큼 나를 반쯤 주인공 삼아 쓰는 글들이 생긴 것이다.

심지어 그런 소설들 속에서는 작가 주인공이 인세 등을 주식시장에 투자해 큰돈을 벌어들이는 내용도 나온다.

물론 내가 주식 등의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건 바깥에 알려진 건 아니었으니.

그저 글의 흥미 요소를 위해 집어넣은 내용이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꽤 신기했다.

* * *

“작가님, 진짜 안 돼요?”

“저도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흐흐. 저번에 반응 좋았잖아요.”

“절대! 네버! 다시는 안 합니다.”

양진철 PD와 박은지 작가와 함께한 대화.

이 사람들이 근데 진짜…….

특히 양 PD, 이 양반은 반응이 좋기는 무슨.

“반응이 뭐가 좋아요. 제가 아직도 커뮤니티 같은 데 돌아다니다가 제 영상 올라오면 깜짝깜짝 놀라는데.”

“흐흐. 그게 반응이 좋은 거죠. 저도 가끔씩 작가님 출연 장면을 봅니다. 우울할 때! 흐흐하하하.”

내가 연기천재가 되었다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그 장면을 말하는 거다.

우주남에도 딱 한 번만 출연해 주면 안 되냐고 둘 다 엄청나게 설득을 하고는 있는데.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흑역사는 한 번이면 족한 법이니까.

‘지금도 가족 단톡에 누나가 가끔씩 올려 댄다고…….’

그럴 때마다 단톡방을 나가고 있는데.

자꾸만 개인 톡으로도 보내고 다시 초대해서 누나를 차단할까 고민 중이었다.

아무튼.

“여주인공 역은 역시 시연 씨가 제일 나은 것 같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최종 결정은 PD님이랑 박 작가님이 하시는 거지만요.”

“저도 한시연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선 작가님 연기천재… 저도 엄청 재밌게 봤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우주에서 온 남자’의 여주인공 역은 한시연으로 잠정 확정된 상태였다.

쟁쟁한 후보들이 몇 명 더 있기는 했는데, 한시연의 적극적인 어필이 양진철 PD와 박은지 작가의 마음을 산 것이다.

물론 그 점을 제외하고도 한시연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도 했다.

일단 연기력은 연기천재가 되었다에서 이미 한번 증명을 했었고.

외모로도 톡톡 튀는, 개성이 있는 우주남의 여주인공과 한시연의 비주얼이 퍽 어울렸다.

작품 외적인 요소로도 한시연만 한 후보가 없기도 했다.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될 드라마인데, 한시연의 중국 내 인지도를 따라올 만한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기천재도 중국에서 엄청나게 흥행했으니까.’

내가 기억하는 우주남의 중국 흥행과 비슷할 정도.

뭐, 내 자랑 같아서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의 아시아권 전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 연기천재가 더 낫기는 했다.

아무튼.

덕분에 강주원과 한시연 모두 요즘 가장 대세인 한류 스타가 됐으니.

‘이번 우주남까지 더해지면… 중국에서 인기가 진짜 어마어마해지겠는데?’

안 그래도 지금 중국에서 CF로 돈을 엄청 쓸어담고 있다던데.

듣기로는 올해 예상 수입이 몇백 억대라고 한다.

우주남이 방영되고 나면 그게 두 배 가까이 뛰지 않을까.

‘음. 기획사도 한번 인수해 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아이돌을 키우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기획사로 진짜 큰돈을 버는 건 아이돌 장사라지만, 그쪽은 내가 관련 지식이 없었다.

물론 이후 성공하게 되는 아이돌들을 알고 있으니, 인기 있던 멤버들을 영입해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만.

듣기로는 아이돌 그룹의 성공에 있어서 꽤나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 멤버들의 케미라고 한다.

마구잡이로 비주얼이나 실력 모두 뛰어난 멤버들로 그룹을 만든다고 해서, 꼭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것.

‘사실 축구도 그렇지.’

마냥 비싼 선수만 영입해 팀을 꾸린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가 항상 축구판을 휩쓸었던 게 아닌 걸 보면 알 수 있다.

감독의 역량은 물론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전술적 합이 엄청 중요했다.

아이돌 그룹도 아마 그럴 터.

‘돈이야 충분하니, 괜히 모르는 분야에 도전할 이유는 없지.’

하지만 그룹인 아이돌들과는 달리, 배우는 개인 활동인 만큼 얘기가 달랐으니.

그런 만큼 배우들 위주의 기획사를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러고 보면, 내가 회귀하기 전에도 콘텐츠 제작사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기획사를 인수하거나 혹은 연예 기획사들이 반대로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수많은 OTT 플랫폼이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콘텐츠의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데.

그 콘텐츠들을 찍을 배우들은 한정된 탓에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힘들게 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그런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일찍부터 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수익도 다각화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국내에서도 수많은 콘텐츠를 제작할 생각이었다.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도 매 분기마다 최소 서너 개의 작품을 제작할 예정.

OTT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많은 자체 제작 작품이 필요한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만약 기획사를 인수해 소속 배우들을 내가 제작하는 작품들에 투입한다면, 선순환 되는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뭐, 아무튼.

이건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반갑습니다, 이신형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연기천재가 되었다’ 엄청 잘 봤습니다! 보면서 공부도 많이 했고요.”

이신형 작가는 며칠 전 발견한 대본인 프런트를 쓰신 분.

계약을 위해 연락처를 수소문했는데, 놀라운 우연이 있었다.

“박은지 작가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전작을 같이 하셨었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이신형 작가가 알고 보니 박은지 작가의 보조 작가 출신이었던 것.

박 작가의 바로 전작인 넝쿨당을 쓸 때 함께했었다고 한다.

“저도 작가님이 쓰신 대본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4화까지 읽는 동안 몰입감이 상당하더라고요. 뒷 내용이 없어서 아쉬울 정도로요.”

“저, 정말인가요? 그러면 혹시…….”

프런트의 대본을 칭찬하자, 이신형 작가가 가방에서 A4 뭉치를 꺼낸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분량.

“제, 제가 그동안 밤을 새워 가며 쓴 뒷 내용 원고입니다. 혹시 이것도 봐주실 수 있나요?”

왠지.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이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시지?’였는데.

이걸 쓰기 위해 며칠 밤을 지새우신 모양.

‘약속을 미뤄야겠네.’

사실 조금 있다가 누나와 약속이 있었다.

조만간 누나 생일이어서 선물을 사 줄 겸 같이 쇼핑을 하기로 했던 것.

그래서 원래는 빠르게 이신형 작가와 계약을 마치고 출발하려 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지.’

대본을 건네는 이신형 작가의 눈이 떨리고 있는 게 보였다.

내게 이렇게 대본을 봐 달라고 하는 걸 무리한 부탁으로 생각하기라도 하는 모양.

같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저야 좋죠.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뒷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고.”

“감사합니다!”

.

.

.

[나 - ㅈㅅ]

[누나 - ?]

[나 - 오늘 못 갈 듯 ㅎㅎ;]

[누나 - ?? ㅁㅊ]

[누나 - 나 방금 씻고 준비 중인데.]

[누나 - 죽을래?]

[나 - 엄마한테 말해 놓을 테니 카드 받아 가셈.]

[나 - 가격 상관 말고 백화점에서 아무거나 사도 ㄱㅊ]

[나 - 대신 딱 하나만.]

[누나 - 울 사릉하는 동생~ 내가 항상 아끼는 거 알지? <3<3]

[나 - ㅗ]

[누나 - 그래~ 누나도 우리 동생밖에 없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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