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59화 (59/267)

59화 회심의 한 방

트렌트에게 부탁해 단편영화로 제작된 위플래쉬를 받아 봤다.

‘J. K. 시몬스는 그대로 나오네.’

아마 이 영화로 시몬스가 온갖 시상식에서 남우 조연상을 싹쓸이하지?

물론 시몬스를 제외하고는 내가 영화관에서 봤던 위플래쉬와 겹치는 출연진은 없었다.

정식으로 투자를 받고 장편영화로 제작하게 될 때, 시몬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배우를 새로 뽑은 것이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둘 모두 흥행에 성공한 영화야.’

써밋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데에 쓴 4억 달러가 전혀 아까워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존 윅과 다이버전트 그리고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로 4억 달러가 아니라 그 배는 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곧바로 트렌트에게 라라랜드를 쓴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어… 보스, 진짜로 제 친구 놈한테 투자하시겠다고요?”

“네. 지금 만들고 있다는 단편영화와 이 시나리오까지. 둘 다요.”

“으음. 보스, 혹시 저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정말 안 그러셔도 됩니다.”

“아뇨. 트렌트 때문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읽어 보고 내린 결정이에요. 재밌던데요? 흥행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고.”

내 말에 트렌트가 반색했다.

아마 대학 친구라는 데미언 샤젤 감독과 꽤 친한 사이인 모양.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며, 자신이 보기에도 시나리오가 참 좋다는 둥의 소리를 덧붙이는 트렌트였다.

“후! 보스, 이 반가운 소식을 제 친구 놈에게 전해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트렌트는 내 허락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갑습니다. 라라랜드를 제작해 주시겠다고요.”

직원이 타 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샤젤 감독이 써밋 엔터테인먼트를 찾아왔다.

통화를 끝낸 트렌트가 자기 친구가 기뻐 미쳐 날뛰고 있다며, 혹시 보스의 마음이 바뀌시기 전에 빨리 도장을 찍고 싶다던데 괜찮겠냐 묻더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며칠 후면 캘리포니아를 떠나게 될지도 몰라 그러라고 했다.

“정확히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두 작품 모두요. 위플래쉬는 선댄스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만드신 영화를 봤고, 라라랜드는 시나리오를 읽어 봤는데. 두 작품 모두 엄청 흥미롭더라고요.”

“와우. <마지막 마법사>의 작가님한테 이런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역시,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제 천재성을 알아보시는 거면 작가님도 천재셨군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모습의 샤젤 감독.

뭐, 실력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말하는 거다 보니, 그리 밉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실 지금껏 제작사들한테 여러 번이나 거절당한 라라랜드를 만들기 위해, 새 시나리오까지 써 단편영화까지 제작하는 열정이라면 저런 자부심이 필수적일 거기도 했고.

게다가 그가 천재라는 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버드를 나왔으니까.’

얘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건데.

샤젤 감독도 그렇고, 당연 그와 대학 친구였다는 트렌트도 그렇고.

둘 모두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다더라.

고졸인 나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학력.

적어도 공부 면에서는 천재인 게 맞는 두 사람이었다.

아무튼.

잠깐의 얘기가 끝나고.

샤젤 감독과의 계약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이루어졌다.

“감사합니다. 라라랜드를 만드는 건 제 오랜 꿈이었는데, 그걸 덕분에 이루게 됐네요.”

“그렇다고 라라랜드에만 집중하시면 안 돼요. 개인적으로는 라라랜드와 위플래쉬 두 작품 모두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요. 라라랜드를 최고의 작품으로 만드려면 먼저 위플래쉬를 성공시켜야겠죠.”

트렌트가 말하길, 샤젤 감독이 위플래쉬를 제작하려던 건 모두 라라랜드를 만들기 위한 거라 해서 위플래쉬를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라라랜드를 제작하기에 앞서 위플래쉬를 먼저 만들고 싶다는 의견에 샤젤 감독 또한 동의했다.

샤젤 감독 스스로도 아직 무명 감독에 불과한 그의 명성으로는 아무리 많은 제작비가 있더라도 라라랜드에 그가 원하는 수준의 배우를 캐스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물론 나야 위플래쉬라는 당첨이 확실한 복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였고.

‘400만 달러.’

한화로는 50억 원도 되지 않는 돈.

샤젤 감독이 위플래쉬의 제작에 필요하다고 말한 제작비다.

그런데 저것도 샤젤 감독 입장에서는 혹시 몰라서 넉넉하게 말을 꺼낸 거라더라.

뭐, 나로서는 영화 제작비치고는 꽤 소박한 액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게다가 저 400만 달러가 몇천만 달러로 돌아오게 될 거기도 했고.

‘존 윅과 다이버전트, 마션, 위플래쉬, 라라랜드까지.’

모두 홈런은 아니더라도 최소 2루타는 되는 작품들이다.

5연타석으로 장타를 치게 되는 것.

최소 몇천만 달러 어치의 수익을 그렇게 연속으로 벌어들이는 건, 할리우드의 오랜 역사 속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거기에 <마지막 마법사>까지 성공시킨다면……?’

아마 할리우드의 6대 메이저 영화사 자리에 써밋 엔터테인먼트가 추가되지 않을까.

회귀자만이 예상할 수 있는 장밋빛 미래였다.

* * *

[선우진,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화제!]

[지미 키멜 라이브에서 드러난 선우진과 맷 데이먼의 친분! 선우진, 영화 산업에 뛰어들다?]

[할리우드를 떠돌던 소문, 사실로 밝혀져. 작가 선우에서 이제는 선우진 대표로?]

[트와일라잇의 서밋 엔터테인먼트를 선우진이 인수하다! 인수가는 4억 달러로 추정!]

[전 세계 <마지막 마법사>를 유통 중인 윅슨 출판사, 선우진의 소유로 밝혀져!]

어제 있었던 지미 키멜 라이브 출연.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한국에서 꽤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간 언론에 밝히지 않았던 나에 대한 사실이 이번 토크쇼에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특히 윅슨 출판사가 내 소유라거나 써밋 엔터테인먼트를 내가 인수했다는 소식이 외부에 노출되는 건 이번 토크쇼가 최초였다.

-와… 4억 달러? 4억 달러를 주고 샀다고? 소설로 돈을 대체 얼마나 번 거임?

└1억 부 팔았대잖아… 그 정도 벌만도 하지.

└심지어 출판사가 본인 소유라고 함. 인세로 20% 정도 먹는 것도 아니고 ㅋㅋㅋ 부당 5달러만 선우진 손에 떨어져도 5억 달러임.

└이제는 1억 2천만 부… 거기에 다른 작품 수입까지 합하면… 와, 20살에 무슨 7~8천억 원이 있냐 ㅋㅋㅋㅋ

-인생 ㄹㅇ 현타 온다… 내가 평생 벌어 봐야 선우진 발톱만큼은 벌 수 있을까?

-그런데 영화 제작? 이건 좀 오바 아님?

└ㄹㅇ; 글 쓰던 사람이 영화에 대해서 뭘 안다고.

└영화는 모르지만 뭐가 재미있는 스토리인지는 잘 알겠지. 그거로 거의 1조를 번 놈인데 ㅋㅋ

└ㅇㅈ 게다가 소설로만 성공한 것도 아니고 드라마로도 대박 쳤었음. 연기천재도 그렇고, 요즘 중국 내에서 검객무쌍 드라마가 시청률 1위인 거 암? 저것도 선우진이 쓴 거잖아

└암 아니고 앎.

└ㅇㅋ;

-소설가면 글이나 쓰지; 괜히 이것저것 쑤시고 다니네;

└네, 다음 열폭~

└(배를 벅벅 긁으며) 갠히 이갯재갯~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영화 제작이라는 분야에 뛰어든다는 거에 대한 우려도 꽤 많았다.

게다가 이번 토크쇼를 통해 내가 지금껏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는 게 드러난 상황.

물론 그 전부터 내가 소설로 큰돈을 벌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액수를 추정할 수 있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 호감남 소리를 들었었는데.’

이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댓글 반응을 보다 보면 아닌 척 내가 망하길 바라는 듯한 사람들이 보였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 엄청나게 큰돈을 번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심리다.

사실 나 같아도 그랬을 거다.

아니, 그랬을 거인 게 아니라 그랬었다.

왜 코인 폭등으로 수십, 수백 억을 벌게 된 사람들이 엄청 많았을 때.

그런 사람들이 인터넷에 인증이랍시고 자기 계좌 잔고 찍어서 올리면 나랑 상관없는 사람인데도 짜증이 엄청 나더라.

코인 떨어져서 반토막 나라고 마음속으로 살짝쿵 저주를 했던 적도 있었다.

뭐 그때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엄청난 돈을 벌었단 뉴스를 본 사람들 중에서도 속으로 내가 망하길 비는 사람이 꽤 있을 거다.

-ㅋㅋ그런데 돈은 저렇게 벌어 놓고도 기부 한번을 안 하네.

-ㄹㅇㅋㅋ 쟤보다 100분의 1 버는 연예인들은 1억씩 기부 턱턱 하던데. 좀 본 받아라, 선우야.

└출판사도 자기가 차려서 소설 판 거 보면 모름? 돈독 오른 거임, 저 어린 나이에 ㅋㅋ

└예전에 워너나 파라마운트에서 <마지막 마법사> 영화화 노린다는 기사 떴다가 흐지부지 됐었잖아. 그거 선우진이 직접 만들려고 다 거절했다던데… 그거 보면 확실히 돈 좋아하긴 하는 듯 ㅋㅋ 그거 떼주기 아까워서 자기가 직접 만드는 걸 보면.

└와;; 이 새끼들 열등감 소름이네. 진짜; 뭐, 기부금 맡겨 놨냐?

└너희는 평소에 기부 얼마나 하는데? 인증이라도 하고 글 써라.

심지어 이렇게 대놓고 나를 비방하는 식의 댓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기부 안 하냐는 댓글에는 추천 수가 꽤 찍히기도 했는데.

‘이럴 줄 알았지.’

다른 건 몰라도 기부와 관련된 말은 언젠가 꼭 나올 줄 알았다.

과거로 오기 전에도 큰돈 벌었다는 연예인들 있으면, 왜 얘는 기부 한 번을 안 하냐는 댓글들을 여러 번 봤었기 때문이다.

뭐 내가 연예인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중에게는 꽤 알려지기는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톡, 토도독.

[나 - 양 PD님, 저번에 부탁드렸던 건, 지금 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곧바로 양진철 PD에게 연락을 했다.

우우웅-

[양 PD님 - 옙! 걱정 마십쇼!]

곧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남몰래 한국미혼모협회를 지원했던 선우진. 현재까지 기부 액수 40억 원 상당.]

[독거노인 어르신을 위한 기부 액수 지금까지 30억 원이 넘어!]

[선우진, 청각장애인 사랑의 재단에 지금껏 20억 원 기부!]

[참전용사재단에 50억 원 넘게 기부한 선우진!]

내 기부와 관련된 기사들이 온갖 포털을 점령했다.

‘회귀자는 언제나 세 수 앞을 내다봐야 하는 법이지.’

댓글들 보고 부랴부랴 기부한 건 아니다.

이미 6개월보다 더 전부터 진행해 왔던 기부들.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줄 알고 역관광을 위해 준비를 해 왔었다.

[기부왕, 선우진?! 지금껏 남몰래 행한 선행들! 총 500억 원이 넘어!]

그것도 500억 원이라는 충격적인 액수로 제대로 된 한 방을 노려 왔다.

뭐 어딘가에서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지만.

나는 왼손이 한 일이 잘한 일이면 널리 알리라는 주의였다.

어쨌든.

저 기사들이 나가고 아까의 반응들을 살펴봤는데.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엌ㅋㅋㅋㅋ 빤쓰런 추하누.

└성지순례 왔습니다~ 500억 기부왕을 까신 분이 있대서요~

└쟤는 500억 기부했는데, 너희는 500원이라도 해 봤냐?

반응들이 볼만했다.

그것들을 보면서 피식거리고 있는데.

우우웅-

‘봉 감독?’

봉 감독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려나.

신작이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텐데.

‘아, 그러고 보니 조만간 미국에 오신댔지?’

저번에 신작 초반 반응이 너무나도 좋아, 축하 전화를 보냈었는데.

그때 이번 신작 영화의 미국 배급 때문에 조만간 미국을 찾을 예정이라 했던 봉 감독이었다.

“예. 여보세요.”

“아, 작가님, 그간 잘 지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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