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아메리칸 머니 이즈 퍼킹 굿!
오, 아메리카-!
천조국이여!
미국의 국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미국 국가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다.
명예 미국인이냐고?
시켜만 준다면 적어도 지금만큼은 명예 미국인 하겠다.
‘210만 부면 그게 대체 얼마야.’
<마지막 마법사>의 초판본은 하드커버로 출시됐다.
출판 일정을 촉박하게 잡아야 했던 상황이라 페이퍼백(종이 표지를 한 염가판의 책)으로 먼저 내면 안 되냐 했지만, 엘레나 측에서 결사반대하더라.
초판본을 하드커버로 내지 않는 건 내 작품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말이다.
의지가 너무 굳건했던 탓에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얘기를 들어 보니 최소 1년간은 페이퍼백을 내지 않고 하드커버로만 판매하는 게 보통이란다.
아무튼.
‘하드커버 정가가 20달러랬지.’
거기서 내 인세로 책정된 비율이 15%고, 출판사가 가져가는 비율이 45% 정도였다.
나머지는 서점 같은 유통사들이 떼 가고.
‘인세만… 거의 630만 달러잖아?’
한국 돈으로 거의 70억에 달하는 금액.
심지어 윅슨 출판사가 가져가는 돈은 그 3배인 1,900만 달러다.
마케팅비나 인건비 등의 비용을 넉넉하게 제한다고 해도 1,700만 달러는 남을 터.
‘그러면 2주 만에 2,300만 달러를 번 거라고?’
하하… 이거 참.
왜 진작에 미국 진출을 서두르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게다가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여러 반응 지표들이 더욱 올라오고 있어요. 출판사를 통해서 인터뷰 제안이 들어온 곳도 있고요. 작가님께서 원하신다면 바로 일정을 잡아 볼게요.”
“으음. 인터뷰라. 신문사인가요? 방송사인가요?”
“방송사요. 대신 큰 채널은 아니에요. 그래도 도서 관련 내용을 심도 깊게 다루는 프로그램이라 마니아층이 꽤 있는 편이죠.”
“제가 인터뷰를 하는 게 책 판매에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거예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인쇄가 책 판매를 못 따라가고 있으니까요. 수요야 늘겠지만 그만큼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거예요. 제 의견도 지금 시점에서는 굳이 인터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거기도 하고요.”
“그러면 일단은 거절하는 거로 할게요.”
언론 노출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마지막 마법사>가 출판된 지 겨우 2주 지난 상황.
상승세를 생각해 보면 조만간 수백만 부를 금방 넘길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인쇄소의 일정도 한참 밀려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마케팅을 위해 내가 나설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네. 좋은 생각이세요. 아, 해외에서도 유통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할까요?”
“벌써부터 그런 연락이 오나요?”
“사실 출판 2주 만에 이렇게 연락이 오는 건 이례적인 경우기는 하죠. 아마 피터 잭슨 감독의 인터뷰가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덕분 같아요. 알다시피 반지의 제왕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영화니까요.”
알면 알수록 피터에 대한 고마움이 커졌다.
생각해 보면 반지의 제왕의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은 보통 타이틀이 아니었다.
진짜 제대로 갚아 줘야 할 텐데.
‘피터가 필요한 게 뭐가 있으려나.’
언제 한번 날 잡고 고민해 봐야겠다.
그렇지 않아도 저번 인터뷰 이후로 계속 고민해 봤는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가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한테 그런 것처럼 그냥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피터가 나보다 훨씬 부자니까.’
반지의 제왕의 영화감독이었던 만큼 웬만큼 돈이 많은 게 아닐 거라는 건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부자더라.
어저께인가 포브스지에 실린 영화감독 부자 순위를 봤는데, 피터는 그중 3위에 위치해 있었다.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바로 다음이었던 것.
추정 재산도 거의 7-8억 달러 선이라고 한다.
‘내가 피터보다 부자가 되려면… 최소 1년은 있어야겠지.’
1년 동안 미국 내에서 <마지막 마법사>가 엄청난 열풍이라도 불지 않는 이상, 비트코인이 다시 한번 상승하게 되는 올해 말까지는 따라잡기 힘들 거다.
아무튼.
“해외 유통은 엘레나가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아, 현재 어느, 어느 나라에서 제안이 오고 있나요?”
“우선은 캐나다부터 시작해 영국, 호주와 같은 영미권 국가들 그리고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들에서 제안이 왔어요. 아!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도 제의가 왔더라고요. 한국 출판사에서는 따로 말이 없었나요?”
“일본이요? 으음, 한번 확인해 볼게요. 우선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엘레나가 알아서 협상해 주세요. 계약금은 많이 받지 않아도 좋으니, 인세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요.”
“네. 맡겨만 주세요.”
일본에서도 윅슨 출판사에 연락을 넣었다는 점이 조금 의외였다.
굳이 윅슨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한국으로 연락을 넣어도 됐을 텐데.
“그러면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예. 감사합니다.”
나는 일본에서 건넨 출판 제안을 내 메일로도 보내 달라는 말을 끝으로 엘레나와의 통화를 마쳤다.
* * *
‘비트코인이 많이 떨어졌네.’
오랜만에 마운트콕스를 열어 비트코인의 현재가를 확인했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268$라는 최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은 현재 98$에 거래되고 있었다.
고점 대비 60% 넘게 떨어진 것.
연말이 다가오기 전까지 조금씩 매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말에 1,000$를 넘기는 건 확실한데… 저점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니까.’
회귀자라고 해서 모든 걸 알 수는 없는 법이다.
30$를 찍고 다시 반등하는지, 아니면 지금의 가격인 98$가 최저점인지 정도는 알지 못했다.
어차피 100$ 선에서 사 모은다고 해도 최소 10배의 수익이니, 가격은 상관하지 않고 모으기로 결정했다.
‘마운트콕스에서의 거래는 슬슬 그만둬야지.’
내년 초였나?
분명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인 마운트콕스가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탓에 사이트도 폐쇄되고, 회사가 파산해 버리고 만다.
비트코인이 폭등하는 연말에 모두 정리하고 나오면 나야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커가 미리 거래소의 프라이빗 키를 입수해 놓고 거래소로 비트코인이 모이는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일 수도 있었으니까.
0.1%의 가능성일지라도 괜한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예전보다 가상 화폐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마운트콕스 이외에도 규모가 큰 거래소들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콜드월렛 제작 의뢰도 넣어야겠어.’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USB나 카드 등의 하드웨어 형태로 암호 화폐를 보관할 수 있는 지갑을 뜻했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만큼 핫월렛에 비해 보안성이 훨씬 높았다.
거래소 해킹 공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미래에는 대부분의 암호 화폐 거래소가 자신들의 가상 화폐를 콜드월렛에 보관했다.
‘그래서 지금도 있나 했는데 아직 콜드월렛이란 개념이 등장하지 않았지.’
아마도 아직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아서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제작 의뢰를 넣어야 했다.
혹시 모를 해킹을 대비해 암호 화폐 지갑을 수십 개로 나눠 매집할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이제 다루는 돈의 단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진 만큼, 지갑 하나당 최소 몇만 개의 비트코인을 구매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1,000$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지갑 하나에 최소 몇백 억의 돈이 담기게 되는 것.
수십 개 중 하나라도 해킹에 당한다면 속이 꽤 쓰라릴 것 같았다.
우우웅-
“제안이 들어온 게 없다고요?”
“예. 혹시 몰라서 담당 직원들한테도 여러 번 확인했는데, 아예 금시초문이랍니다. 한번 저희 측에서 일본 쪽으로 문의를 넣어 볼까요?”
“아뇨.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최근에 JP미디어를 떠나 내 국내 법인에 취직한 담당자의 전화였다.
앞으로는 내 작품의 국내 유통은 내 법인에서 담당하게 될 거여서 연봉을 20% 올려 주는 조건으로 그를 스카웃 했다.
‘일이 재밌게 돌아가네.’
담당자와의 전화를 끊고 윅슨 출판사에서 보내 준 메일을 확인했다.
일본의 여러 출판사에서 윅슨 출판사 쪽으로 보낸 <마지막 마법사>의 출판 제안.
눈에 익은 출판사들도 보였다.
안늙강과 칼넘강을 일본에 유통시키려 했을 때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유명 출판사들도 목록에 다수 포함되어 있었던 것.
‘안늙강이랑 칼넘강을 계약하려고 할 때는 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하더만…….’
제안서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저번에 받았던 대우하고는 아주 천지 차이였다.
당장 계약금만 놓고 비교해 봐도 그때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계약금을 제시하고 있었다.
물론 인세 비율도 신인 작가 취급을 했던 예전과는 달리, 15%를 지불하겠다 말한 곳도 있었다.
인세 비율 15%면 내가 윅슨 출판사와 맺은 인세 비율.
내가 내 회사랑 맺은 계약이란 거에서 알 수 있듯이, 15%라는 비율은 통상적으로 출판업계에서 최고 대우를 해 줄 때 제시하는 비율이었다.
“엘레나, 일본과의 계약도 엘레나가 맡아서 진행해 줘요.”
“예. 알겠습니다.”
‘미국에서 성공했다니까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네.’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신기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설마 <마지막 마법사>를 미국 소설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미국에서 <마지막 마법사>를 홍보할 때도 그렇고, 책에 적혀 있는 작가 이력에도 내가 아시아에서 왔다거나 하는 설명 없이 내 작품 목록만 적어 넣긴 했는데…….
잠깐 그런 생각을 해 봤지만, 빠르게 접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얘네가 그렇게 바보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옛말에 틀린 거 하나 없더라.
[엌ㅋㅋㅋㅋㅋㅋㅋㅋ 니뽄 놈들 설레발.jpg]
다음 날 커뮤니티를 구경하는데 한 게시글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님들 선우 작가 알지?
얘 요새 미국에서 ㅈㄴ 잘나가는 거는 앎?
내가 미국에서 학교 다녀서 서점에 가끔씩 들르는데 라고 아예 서점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한 소설이 있는 거임.
무슨 주간 베스트셀러 1위, 주간 판매량 1위 뭐 이런 팸플릿 붙어 있고.
처음에는 그냥 제목 보고 ‘어? 마지막 마법사랑 제목 비슷하네’라는 생각만 들었음.
게다가 표지도 ㄹㅇ 미국식 감성이라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도 못 함.
근데 작가 이름을 보니까 ‘Sunwoo’라고 써 있대?
그래서 설마 하고 작가 이력 보니까 선우 맞음;
안늙강이랑 칼넘강이랑 영어로 번역된 제목에 괄호치고 출간 예정이라 써 있고 누가 봐도 선우임.
암튼 ‘와 이 새끼 한국이랑 중국에서 돈을 쓸어담다 못해 미국까지 진출했구나’ 하고 1, 2권 바로 샀음.
하드커버에다가 표지 기깔나게 뽑혀서 소장용으로 하나 갖고 싶더라 ㅋㅋ
뭐, 암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밑에 봐 보셈.
[북미 장르 소설계를 석권한 소설 ! 일본, 전격 상륙 예정!]
오늘 아침 야후 재팬에 올라온 기사임.
선우 소설 해외 반응 긁어서 개념 글 보내려고 찾아낸 건데, 기사 내용이 가관임.
‘는 미국의 판타지 소설로, 출판 2주 만에 판매 부수 200만 부를 달성한 초대박작이다.’
미국의 판타지 소설ㅋㅋㅋㅋㅋ
이 새끼들 아무래도 K-소설인 거 모르고 신나서 부랴부랴 기사 올린 삘인데, 내 생각이 맞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쟤네 저거 미국 소설인 줄 안 거임?
└기사만 놓고 보면 그런 듯?
-ㅋㅋㅋㅋㅋ이젠 알아챘는지 기사 다 지워져 있네
└엌ㅋㅋㅋ 개웃기누
└ㅋㅋㅋㅋ2시간 걸렸네. 대응 빠르네 ㅋㅋㅋ
-2ch 가서 보니까 일본인 선우 팬들이 항의했다네? 얘 일본에서도 잘나가냐?
└엄청은 아니고 나름? 일본 사는데 라노벨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 중 몇 명이 이 사람 한국에서 유명하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어본 적 있음.
└ㅇㅎ 나름인 거면 인기가 중국만큼은 아닌가 보네.
└일본 산다. 방금 서점 가서 찾아봤는데 선우 소설 오지게 구석탱이에 박혀 있더라 ㅋㅋ 주인 새끼 혐한인가 10련.
└일본 어디 사냐? 나 아오모리 사는데 여기 서점도 맨 구석에 있음. 저번에 봄 ㅋㅋㅋ
└나 여기 오사카… 걍 대부분 서점 다 그러나 보네;;
-아니 근데, 선우 시발아. 2주 만에 200만 부? 씨발, 그럼 얼마야.
└칼넘강 케이스로 생각해 보면 한 10억 할 듯?
└그거보다 더 벌었을걸? 미국 책은 하드커버라 정가 20달러더라. 중국에서는 한 6~7천 원 했을걸.
└그럼 3배 더 벌었다고 치면 30억? 이 새끼 이제 하다하다 2주 만에 30억을 쳐 범?
-ㅋㅋㅋㅋ대한민국 20살 중 돈 제일 많이 벌겠네. 연기 천재도 요새 시청률 미쳤더만.
└25%……. 얼마 만에 이런 대박작 나오는 거냐 ㅋㅋ
꽤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 담겨 있는 게시글이었다.
그런데.
‘연기 천재가 그새 25%를 찍었어?’
그래서 내가 쉬는 동안 축하한다고 연락들이 그렇게 와 있었던 거구만.
하도 연락이 많이 와서 전부 확인을 못 했는데, 슬슬 한국에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