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S급 촬영 ㅁㅁ를 발견했다
“아, 선우 작가님 안녕하세요! 드라마 잘 봤어요!”
“작가님, 팬이에요! 작품 잘 보고 있어요!”
“저 저번에 양 PD님하고 같이 인사 드렸었는데, 위즈원엔터 김수완입니다.”
유명세라는 게 이런 걸까.
회의가 있어서 찾은 SBC 방송국.
마주치는 사람마다 나를 알아보고 인사 한마디씩을 건넨다.
첫 방송 이후 일주일.
1화 최고 시청률 10.3%.
2화 최고 시청률 13.1%.
그야말로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연기 천재가 되었다’는 지난 일주일 동안 SBC의 올해 1분기를 책임질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시청률만 좋은 것도 아니다.
2화 방영 이후부터 3화가 방영되는 오늘까지, 인터넷 시청자 반응 수치 최상, 지난 주차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 2위.
뭐, 1위 작품이야 다른 요일에서 최고 시청률 20% 대를 찍고 완결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였으니, 사실상 ‘연기 천재가 되었다’가 1위라고 보면 된다.
“흐하하! 작가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네. 저야 뭐… 저희 그런데 그저께 보지 않았나요?”
그 덕분인지, 예전보다 들뜬 모습의 양진철 PD다.
얼굴에 꼭 ‘나 요즘 행복해요’라고 써 있는 듯한 모습.
하긴.
2화 시청률이 13%면 지금 기준으로도 대박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주말 드라마가 아닌 걸 감안하면 더욱더.
작년에 최고 시청률 42%, 평균 시청률 33%로 초대박난 사극이 하나 있긴 하지만… 그건 너무 넘사벽급이니 논외로 치고.
13%의 최고 시청률을 찍은 주중 드라마는 작년 통틀어서 15개 안팎이라고 한다.
즉, 우리 드라마는 벌써부터 한 해 TOP 15급 시청률을 달성한 것.
“겨우 이틀이지만, 그사이 작가님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실까 봐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흐흐. 아, 작가님 지금쯤 오실 것 같아서 미리 시켜 놨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하나 더 추가해서. 맞으시죠?”
양진철 PD가 내게 이렇게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가 건네준 커피를 받아들이면서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아무튼 안 좋은 일… 굳이 뽑자면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는 거? 특히 예능 나와 달라는 섭외 전화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요.”
“그럴 만도 하죠. 요즘 작가님이 얼마나 핫하십니까? 저한테도 동료 놈들이 엄청 난리입니다. 어떻게 작가님 섭외 한번 안 되냐고. 아, 물론 제 선에서 커트하고 있으니 걱정하진 마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내 눈치를 보는 양진철 PD.
뭐, 자기 선에서 커트하고 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닐 거다.
그래도 내가 예능에 한번 나와 줬음 싶은 거겠지.
피식-
“괜찮은 게 있으면 피디님이 알아서 하나 추천해 주셔도 돼요.”
“헉! 진짜십니까?”
그 말에 양진철 PD의 얼굴이 환해진다.
“네. 저한테 직접 오는 건 귀찮아서 다 거절하고 있지만… 꼭 그런 외부 활동을 아예 안 하려는 건 아니어서요. 드라마 홍보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내 다른 작품 홍보에도 도움이 될 테고.
이미 홍보야 될 만큼 된 게 아니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아니더라.
확실히 지상파는 지상파인 건지, 아니면 드라마의 시청층과 웹 소설의 독자층이 꽤 분리되어 있어서인지.
‘연기 천재가 되었다’의 방영 이후 내 소설의 매출들이 대폭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종이책 판매가 많이 늘었지.’
비트코인으로 몇백 억을 번 지금.
그거 매출 조금 는다고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냐만은, 이게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단 말이지.
그래도 작가라고.
돈 많이 버는 것도 당연 기분 좋지만, 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게 더 기분이 좋다.
“흐흐. 그러면 제가 기똥찬 거로 하나 물어와 보겠습니다. 물론 악마의 편집이나 그런 건 일체 없는 프로로요. 뭐, 굳이 제가 안 나서도 방송국 선에서 알아서 작가님 눈치를 엄청 보겠지만요.”
“아, 대신 다음 주 이후 촬영인 프로로 잡아 주세요.”
“예. 다음 주까지 중국에 계신다고 하셨죠?”
“네. 이틀 후 출발입니다.”
중국에 가는 건 검객무쌍의 드라마 때문이었다.
며칠 후 검객무쌍의 제작 발표회가 잡혀 있었다.
겸사겸사, 중국에서 사인회도 가지는 터라 며칠 더 있을 예정이었고.
‘사인회 같은 건 처음이라 조금 부담되기는 하지만… 거절하기엔 너무 큰돈이었지.’
그런 생각을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준비 시간 1시간, 행사 시간 3시간.
총 4시간짜리 일정인데, 섭외비가 무려 한화로 5억이었다.
중국의 한 백화점에서 홍보차 초청한 거였는데, 위치도 제작 발표회 장소 근처였다.
잠깐 얼굴 비추고 그 정도인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시급으로 따지면 1억이 넘네.’
내 정체, 정확히는 내 얼굴이 공개되고 나서.
중국에서도 꽤 파장이 컸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천재 작가로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은 상태였는데, 거기에다가… 흠흠… 내 훌륭한 비주얼까지 공개되니 반응이 장난이 아니란다.
게다가 한류의 여파인 건지, 아니면 외국의 작가라는 게 색다르게 느껴지는 건지.
아예 나를 무슨 한류 스타라도 되는 것처럼 팬질하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났다고 한다.
내 소설의 중국 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진강문학사와 텐센트 측으로도 내게 선물이나 팬레터를 보내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단다.
사인회 섭외비가 5억이 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얼굴이 공개되기 전에도 비슷한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그때는 저 금액의 반 정도였지.’
이런 걸 보면 왜 연예인들이 기를 쓰고 유명해지려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튼.
회귀하고 첫 여행이어서 그런가.
중국 여행이 꽤 기대가 됐다.
아마 제작 발표회에서나, 사인회에서나 내가 중국어를 쓰는 모습을 보여 주면… 다들 좋아 죽지 않을까.
* * *
[제이슨: 윅슨 출판사에서 답이 왔습니다. 인수 제안에 대해서 꽤 긍정적이며, 희망 금액도 합리적이더군요. 다만, 그쪽에서 인수 전에 작가님을 직접 뵙고 싶다고 합니다.]
출판사 인수 건은 제이슨을 통해서 진행 중이었다.
‘사람이 없단 말이지.’
출판사를 인수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모든 걸 내가 전부 할 수는 없다.
특히 이런 기업 관련 투자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그런 일에 내가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내 시간을 쓰는 건 효율적이지 않으니까.
예전에 그런 말을 본 적이 있다.
부자와 거지의 1시간은 결코 같지 않다고.
누군가는 1시간 동안 1만 원 만큼의 가치를 창출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의 수백 배, 나아가 수천, 수만 배의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당연 후자다.
‘일을 맡길 사람들이 필요해.’
게다가 앞으로의 내 계획은 출판사 하나 인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출판사 인수는 아주 사소한 시작일 뿐.
몇 년 내로 인수 혹은 투자해야 할 기업들이 이미 내 회귀자 노트에 쌓여 있었다.
중국에서 시작해 몇 년 후에는 아예 전 세계 SNS 트렌드를 뒤바꿀 정도로 성장하는 틱톡부터 시작해서, 코로나 시기 때 확 뜨는 줌 등등.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에 불과하지만 수년 내로 유니콘 소리 듣게 되는 여러 스타트업 회사가 가득했다.
게다가 가끔씩은 수백, 수천 억 단위로 풋 옵션을 사거나 해야 했다.
내 주식 계좌가 온통 파란빛으로 물 들 때마다 깡소주를 깠던 나다.
반대 경우라면 몰라도, 세계 증시가 언제 언제 폭락하는지는 대충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내가 나서서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날 대신해서 투자 관련 업무들을 처리해 줄 대행인이 필요했다.
즉, 내가 차릴 투자 법인의 책임자가.
‘제이슨을 좀 더 지켜봐야겠어. 데브브라더스 건을 보면 능력은 확실하니까.’
38억 8천만 원에 180만 주(22%의 지분율).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경영자가 우선 인수권을 가지는 거로.
제이슨이 며칠 전 확정 지은 데브브라더스 투자 조건이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금액 면에서나, 총지분율 면에서나 여러모로 훨씬 나아졌다.
게다가 방송국 인맥을 통해 최근 금융권 사람들도 알게 될 기회가 생겨 레퍼 체크랍시고 나름대로 알아봤는데…….
그것에 따르면 업계 내에서는 나쁘지 않다 못해, 엄청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금융맨 중 한 명이란다.
물론 그를 당장 내가 고용하려는 건 아니었다.
제이슨은 이미 자산 운용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사람을 개인 투자 법인에 앉히려면, 웬만한 투자금과 연봉으로는 무리일 거다.
당분간은 내 자본금 대부분을 가상 화폐에 돌려야 하는 터라, 어차피 제이슨을 직고용 해야 할 만큼의 투자를 하지 않을 거다.
톡, 토독-
제이슨에게 윅슨 출판사와 약속을 잡아 달라고 답장했다.
윅슨 출판사는 7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출판사였다.
엄청나게 큰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유럽에까지 지부가 있어 전미는 물론이고 유럽권까지 유통이 가능한 출판사.
최근에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그 딸이 회사를 물려받았다는데 사업체를 정리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던 참이란다.
‘운이 좋았어.’
출판사를 인수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마침 적당한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던 거다.
‘일정은… 중국에서의 일이랑 예능 촬영까지 끝내고. 다다음 주 정도가 적당하겠지.’
어떤 예능에 출연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양진철 PD가 추려 온 프로그램은 총 2개였다.
하나는 3명의 MC가 있고, 유명인들이 나와서 자기 얘기를 말하거나 MC들이 묻는 질문에 답해 주는 토크쇼.
화제성을 위해 출연진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서슴치 않는 대부분의 예능과는 달리,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게 장점이었다.
게다가 혼자 출연하는 만큼 나한테 더욱 관심이 집중되기도 할 거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예능 토크쇼였다.
혼자 출연하는 게 아니라, 출연진들 4-5명 정도가 나와서 MC들과 떠드는 거다.
앞서 말한 예능과는 달리 이건 보통의 예능과 다르지 않았다.
어그로를 끌기 위해 출연진들이 곤란해 할 만한 질문이나 서로를 까는 말들도 거침없이 오간다.
대신, 이 예능은 나 이외의 출연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연기 천재가 되었다’의 주인공인 강주원과 한시연.
내가 출연한다면 그 둘과 함께 출연하기 때문이었다.
‘화제성에서는 비슷해.’
두 예능 다 꽤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시청자 타깃층은 다르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가장 유명세 있는 프로들.
어느 걸 출연하더라도 홍보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중요한 건 결국 내가 어떤 걸 원하냐는 건데.
하나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았고, 다른 하나는 출연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좋았다.
게다가 뒤의 건 내가 예전에 즐겨 보던 프로였던 터라 약간의 팬심 섞인 마음 때문에라도 출연하고 싶었다.
‘고민되네.’
출연을 확정 짓기까지는 아직 하루 정도의 시간이 더 있었다.
그동안 고민을 좀 더 해 보다가 결정할 생각이었다.
아무튼.
[나 - 이봐, 친구. 깨 있나?]
페이스북을 열어 피터에게 연락했다.
미국 시간으로는 새벽인데 아직 안 자고 있던 건지, 온라인을 뜻하는 초록색 불이 금세 켜졌다.
[피터 - Fuck! 악마가 등장했군!]
[피터 - 대체 뭔 생각인 거야? 저번 화를 그렇게 끝낸다고? 다음 화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생각 좀 하라고!]
저번 연재분은 주인공의 동료들이 빌런으로 인해 고난에 빠져 있다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이 등장하는 부분이었다.
즉, 예정된 사이다가 이제 막 터지려는 순간인데, 거기서 끊어 버린 거다.
이 정도의 절단마공은 K-웹 소설이라면 당연한 건데, 피터는 항상 불만이 많았다.
뭐, 이런 반응이야말로 글을 재밌게 읽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나 - 몇 시간만 참아. 그나저나 드디어 그 순간이 찾아왔어.]
[피터 - 왓? 뭔 소리야 그건 또.]
[나 - 저번에 네가 그랬잖아. 대체 미국에 언제 오는 거냐고.]
[나 - 아마 다다음 주? 아직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때쯤 미국에 가게 될 것 같아.]
[피터 - Finally!]
[피터 - 정확히 언제인 거지?]
[피터 - 아, 아직 정해지지 않았댔지.]
[피터 - 내가 요즘 캘리에서 지내는 건 알고 있지? 아니야, 미국 어디로 오는 거지?]
[피터 - 내가 직접 가겠어.]
워우.
미국에 간단 말을 하자마자 엄청난 메세지 폭탄이 쏟아졌다.
내가 알기로는 피터의 나이가 꽤 될 텐데,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놀리고 있는 건 아니려나.
아무튼-
[피터 - 그런데 이 얘길 내게 한다는 건 내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뜻이겠지?]
톡, 토독-
[나 - 글쎄. 그건 만나서 얘기를 조금 더 해 보자고.]
혹시 알아?
네가 <마지막 마법사>를 사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앞으로의 네 시간을 사게 될지?
장영실을 발견한 세종대왕의 마음이 이러하셨을까.
촬영 노ㅇ… 아니, 어쩌면 <마지막 마법사>는 물론 앞으로의 내 작품들까지 실사화해 줄 감독 한 명을 낚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