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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35화 (35/267)

35화 뜻밖의 투자

드르륵-

진동음에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내가 지시한 대로 협상을 이어 가고 있다는 제이슨의 연락이었다.

투자금 수혈이 시급한 건지, 데브브라더스 측에서 투자가 빨리 마무리됐으면 싶은가 보다.

그 덕에 꽤 우리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단다.

‘180만 주(22%의 지분율). 대신 현 경영자가 우선 인수권을 가지는 조건으로. 물론 시장 거래가에서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현재 협상이 진행되면서 나온 조건이다.

앞으로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마 저대로 확정될 것 같다는 게 제이슨의 의견이었다.

‘나쁘지 않네.’

현재 데브브라더스의 가치에 저 정도의 지분이 적절한지는 전문가인 제이슨이 알아서 잘 판단했을 거고.

<달려라, 쿠키>가 출시하기만 하면 저 지분의 가치가 최소 4~5배는 가볍게 뛰게 될 거라는 건 거의 확정되다시피 한 미래였으니.

나로서는 이득만 있지 손해 볼 게 아무것도 없는 투자다.

즉,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 아주 좋은 투자였다.

그나저나-

[야 ㅆㅂ 이거 사실임?]

(사진)

(사진)

이 새끼가 선우라고?

-제발 아니어라… 그 썰 진짜면 선우 불매 운동 들어감 ㅡㅡ

└지랄ㄴ 쟤 꺼 안 보면 누구 꺼 보게?

└ㅋㅋ보긴 볼 거임. 대신 돈 안 주고 불법으로 볼 거.

└? ㅆㅂ불따충이었네. 완장 뭐 하냐 밴 안 때리고?

└(삭제된 댓글입니다.)

-ㄹㅇ 말이 되냐? 저딴 와꾸로 웹소를 쓴다고?

-내가 20년 된 무틀딱이라서 잘 아는데, 저건 웹소 쓰는 놈의 상이 아님. 무협지였으면 무림 공적이 됐을 색마 상임;

└엌ㅋㅋㅋㅋㅋㅅㅂ 아무리 그래도 색마가 뭐냐.

└ppt 따서 보내 드렸읍니다 ^^

└피피티? 피디엪 아니냐?

└드립이지, ㅄ아.

-아무튼 인정하기 좆같기는 한데, 저거 사실 맞을 듯… 저 남자애 이름이 선우진이라매 ㅋㅋㅋ 거기서 진만 떼면 선우인데?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겹치지; sbc 측에서 출연 배우 아니라고 오피셜 때렸다며? 이 정도면 작가가 대놓고 이렇게 될 거라고 힌트 주는 수준 아니냐?

-근데 진짜 인생 씨발이네 ㅋㅋㅋㅋ 그러니까 저 와꾸로 소설 대박 쳐서 몇십 억 벌었다 이거지? 나이도 19살이고?

└몇십 억뿐임? 향후 1년 수익 최소 100억이라던데.

└엌ㅋㅋㅋ 셋 중에 하나만 해당돼도 무갤러 상위 1%인데, 세 개가 겹치냐.

└상위 1%가 뭐냐. 연 100억이면 무갤러들 수입 다 합쳐도 이김.

└그건 아니지 ㅋㅋ 갤러가 몇 명인데.

└용돈받는 건 수입으로 안 쳐 줌.

└아 ㅋㅋ

└아 ㅋㅋ ㅇㅈㄹ하고 있넼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넷의 반응이 뜨겁다.

특히 무협 갤러리의 반응은 뜨거운 걸 넘어섰다.

내 정체(?)에 실망한 무갤러들이 한가득이었다.

칼넘강의 성공 이후, 기존 무협 갤러리에 자리하던 4, 50대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2, 30대 진성 웹소 독자들.

그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게 확실히 방구석 코난도 코난은 코난이란 말이지.’

5분짜리 메이킹 필름 영상에 내 모습이 뜨고 겨우 하루가 지났을까.

영상 속에 등장하는 선우진이라는 사람과 작가 선우가 동일 인물이라는 건, 인터넷에서는 거의 반쯤 사실인 썰로 취급받고 있었다.

처음 그 시작은 팬 카페였다.

내가 예전 SBC에서 찍힌 사진으로 만들어진 그 팬 카페.

거기서 내가 작가 선우가 아니냐는 의심이 시작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게 꽤 신빙성이 있어 보였던 거다.

하긴 뭐.

나이나 이름의 유사성 등, 우연치고는 너무 겹치는 게 많긴 했으니.

그리고 SBC ‘연기 천재가 되었다’ 팀에서도 내가 출연 배우가 아니라는 발표를 내기도 했다.

[‘연기 천재가 되었다’ 메이킹 필름 속 의문의 남성, 출연진에 해당하지 않는다?!]

[SBC ‘연기 천재가 되었다’ 드라마 PD, “많은 분이 문의를 주시는 해당 분은 저희 드라마 출연진이 아니다. 그 정체는 조만간 있을 제작 발표회에서 공개될 것.”]

[몇 달 전부터 인터넷에서 화제됐던 ‘얼잘남’, 소문 속 메이킹 필름 남성과 동일 인물인 것으로 확인.]

[작가 선우, 알고 보니 웬만한 배우에도 꿇리지 않는 외모의 소유자? 선우 미남 작가설 인터넷에서 확산 중.]

덕분에 나와 관련된 온갖 기사들이 인터넷을 점령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게 또 홍보 효과가 된 건지, 요 하루 내 작품의 매출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도 얻었다.

어쨌든.

이런 뜻밖의 홍보 결과 외에도, 지난 하루간 내가 얻은 진짜 뜻밖의 소득이 있었다.

[마이크 - 친구, 바이킹에 대해 내게 물은 건 굉장히 현명한 선택일세. 내가 말했던가? 나의 먼 조상 중에는 그린란드의 험난한 유빙을 누비던 고대 노르드족이 계시다는 걸?]

바로 이 마이크라는 친구.

나는 어제 말 많아 보이는 친구 한 명을 알게 됐다.

마이크, 풀 네임은 마이클 마틴인 이 사람은 바로 그 아마존의 <마지막 마법사>에 필사를 해도 되냐는 댓글을 달았던 인물.

나는 하루 사이에 이 30대 북유럽계 미국인과 서로가 서로를 친구라 부르는 사이가 됐다.

뭐… 아직 한국 나이로도, 국제 나이로도 10대를 벗어나지 못한 나와 무슨 30대의 남성이 친구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냥 어쩌다 보니 서로 그렇게 부르고 있더라.

마이크의 말을 빌려서 말하자면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친구가 아니면 어떤 사이가 친구겠는가!’로 대충 설명할 수 있겠다.

사실 나야 뭐 회귀 전에 거의 30까지 살았던 몸이니, 그리 거부감은 없었다.

아무튼.

[마이크 - 바로 그분이 살아 계실 적이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그 이유, 중세시대이지.]

그와 친해진 계기는 그가 중세시대의 전문가라는 것 때문이었다.

나도 물론 각종 서적이나 문헌 등을 찾아보면서 <마지막 마법사>를 집필한 사람이었지만, 그런 내 겉핥기식 지식과 마이크의 넓고 깊은 지식은 감히 비교할 수준도 못 됐다.

원래 한 분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관련 학문의 교수나 전문가가 아니라, 그 분야를 씹고 뜯고 맛보는 걸 즐기는 덕후들 아니겠는가?

따져 보면 나도 오랜 웹소 독자 + 작가의 경력 덕분에, 뭐 어디서 웹 소설 가르친다는 교수진들보다 웹 소설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잘 가르칠 자신이 있었다.

웹 소설을 가르치는 교수라…….

꽤 웃긴 말이지만 미래에는 저런 게 진짜로 등장하더라.

어쨌든.

[나 - 네 먼 조상이셨던 붉은 머리의 노르드 전사분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해 주면 안 될까? 그래서 <마지막 마법사>에 바이킹의 모티브를 딴 종족을 등장시키려면, 이런 생활상 묘사를 해도 되는 건지 어서 알려 주라고.]

이렇게 그를 중세시대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확인받는 자문으로 활용하다 보니, 마이크와 친해진 거다.

그를 그렇게 활용한 건… 어쩌겠는가.

누르면 툭 나오는, 심지어 관련 문헌들보다 더 정확한 자판기 같은 존재가 있는데!

어떻게 안 쓰고 배겨.

[마이크 - 으음.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아무튼, 좋아. 우진, 네가 처음에 얘기했던 대로 써도 문제는 없을 거야. 그나저나, 그때 말한 인공지능 사업에 대한 얘기인데…….]

아무튼.

마이크는 그저 30대의 중세시대 덕후라는 게 정체성의 전부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중세시대에 대해 그런 것처럼, 어떤 한 분야에서도 엄청난 전문성을 갖춘 인재였다.

바로 AI, 그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미 칼텍에 관련 박사 학위를 받은 유능한 인재였다.

심지어 구글의 인공지능 관련 자회사인 딥마인드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딥마인드가 거기였지? 알파고를 만드는.’

그 시기도 아마 조만간일 거다.

전 세계 바둑계에서 현재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가 맞붙어, 세기의 장면을 낳는 시점.

그게 내가 한창 20대 막 돼서 이것저것 하고 있을 때였으니,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이겠지.

‘이건 기억해 뒀다가 그때쯤에 써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한번 보자.’

해외 도박에서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두고 서로 의견이 분분하다는 기사를 본 적 있었다.

물론 그때가 되면 그런 해외 도박에서 따는 돈 정도야 내게는 푼돈이 될 테니, 기억해 뒀다가 도박에 참여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은 바둑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하나의 혁명과 같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저 바둑이라는 분야에 국한되서만 그런 건 아니다.

인공지능이란 분야에 있어서도 AI가 특정 분야에서는 확실히 인간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 점과 관련해서 그때쯤 이 정보를 활용할 일이 있을 터였다.

아무튼.

다시 마이크 얘기로 돌아와서.

마이크는 30대에 벌써 칼텍에서 인공지능 관련 박사 학위를 땄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다.

칼텍은 MIT에 준하는 수준의 명문 대학이었다.

그런 대학의 박사 학위에, 구글에서 스카웃 제의가 올 정도의 인재.

그런 그가 구글이라는 이름을 거부하면서까지 시작해 보려는 사업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마이크 -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네 제안에 대해 논의해 봤어. 그때 말한 바이오 쪽 친구들.]

인공지능과 바이오라는 조끔은 색다른 분야 둘이 결합되는 사업.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이라는 설명의 혁신적이면서도 꽤나 거창해 보이는 그리고 들어갈 돈 많아 보이는 일이더라.

[마이크 - 예상한 대로 다들 긍정적이었고. 원한다면 더 진전된 얘기를 나누기 위해 내가 대표로 한국에 방문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할래?]

[나 - 아냐. 만나는 건 내가 가는 거로 하자. 너희들의 회사도 직접 보고 싶으니까.]

[마이크 - 편한 대로 해. lol, 회사라기에는 그냥 작은 사무실이 전부지만.]

[나 - 모든 혁신은 원래 차고에서 시작하는 법이라잖아. 네게는 사무실이 있으니 훨씬 더 나은 상황이지.]

그리고 그걸 들은 나는 이렇게 마이크와 약속을 잡게 됐다.

불현듯 떠오른 한 기억 때문이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회사잖아.’

분명 인공지능과 신약 개발.

그런 키워드로 엄청 핫했던 회사가 10년 후에 하나 있었다.

실제로 인공지능에 기반해서 신약을 만드는 바이오 회사.

토독-

마이크와는 왓츠앱 연락처를 주고받아 연락하고 있는 상황.

나는 폰으로 마이크의 왓츠앱 아이디와 연동되어 있는 sns로 들어갔다.

그러자 뜨는 마이크의 사진.

여기서 머리숱의 조금 더 옅어진다고 하면…….

‘맞잖아. 그 회사 창립자.’

내가 어디선가 본 그 회사 창립자 얼굴의 젊은 버전이 보인다.

즉, 마이크가 이제 막 시작하려는 회사가 바로 10년 후 내가 기억할 만큼 핫한 회사가 되는 거다.

그것도 내 기억대로라면 그냥 핫한 회사 수준이 아니라, 당장 IPO만 하면 단숨에 몇십 억 달러의 시장 가치를 획득할 거라 예상되던, 업계에서 엄청나게 각광을 받던 회사였다.

‘갑자기 이런 뜬금없는 기억이 떠오를 줄이야.’

웬 미국 바이오 회사 사장 얼굴 같은 뜻밖의 기억이 떠오른 건 내 정체 때문이다.

내가 누구냐.

천재, 억만장자(예정), 플레이보이(희망), 회귀자.

…동시에 회귀 이전 미국 주식에다가 전 재산을 꼴아박고 2억 4천을 태운 상남자 of 상남자.

게임 스탑과 amc 같은 숏스퀴즈 위험 주식들 말고도, 당시 미장에서 한참 핫했던 주제들에 대해서도 상남자식 투자를 여러 번 시도했던 인물이었다.

뭐, 아무튼 그때쯤 미장에서 핫했던 주식들, 바꿔 말하면 내가 상남자식 투자를 시도했던 주식 중 하나가 바로 그 바이오 회사다.

어쨌거나.

마이크를 만나려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앞으로 내 수익을 모두 가상 화폐에 투자할 수는 없었으니.

이번 달 수입을 데브브라더스에 투자하려는 것처럼 다음 달 혹은 다다음 달의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일환인 것이다.

‘그다음에는 엘오엘 구단이나 키워 볼까? 지금이라면 갓전파를 팀에 데리고 올 수 있지 않을까?’

진짜 큰돈이야 어차피 언젠가의 가상 화폐 열풍 때 벌게 될 거다.

그러니 이왕 과거로 온 거 이렇게 재밌어 보이는 분야가 생기면 조금씩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공한 소설 작가에 이어서 바이오 회사 투자자라는 타이틀.

그것도 스타트업 투자자.

…조금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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