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33화 (33/267)

33화 첫 번째 투자

<마지막 마법사>의 론칭 후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오전, 쑨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흐하하!

전화를 받자마자 그렇게 외치는 쑨콴이었다.

잔뜩 업된 텐션을 숨기지 않는 모습.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마법사>의 중국 내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다음 화! 다음 화! 내게 다음 화를 달라!

└다음 화? 무슨 소리냐? 다음 권을 달라고 해야지! 다음 권을 내놔라, 어서!

-텐센트는 반성해라! 아직 2권 분량밖에 번역이 안 끝났다고?!

└닥치고 내 돈을 가져가도 좋으니 번역가를 수백 명은 고용하라고!

└그렇다고 번역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용납 못 해. 텐센트에겐 <마지막 마법사>를 최고로 번역해야 할 의무가 있어.

-지금이라도 한국어를 익혀야 하나? 다음 번역 일정이 어떻게 되는 거야?

-앉은 자리에서 2권까지 모조리 읽어 버렸어. 무협이나 선협만 읽어서 몰랐었는데, 판타지가 이렇게 재밌는 장르였다고? 꼭 내가 전쟁에 직접 참여한 것 같은 기분이야.

└동감이야. 읽다 보니 내가 다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더군. 카르멘의 영광을 위해-!

-소설이야 당연히 미친 수준이었고, 프롤로그 웹툰도 퀄리티가 말이 안 되는 수준이더라.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텐센트문학 웹 연재 플랫폼 내 <마지막 마법사>의 총 조회 수는 벌써 300만에 달했다.

중국 내 1위 플랫폼인 샨다문학에 론칭했던 <불로엽사>가 3주 동안 달성한 조회 수가 800만이었던 걸 고려하면, 초기 반응에서는 기존의 내 전작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물론 지난 몇 주 동안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으로도 엄청난 홍보를 때렸던 <마지막 마법사>다.

중간중간 준비한 삽화들도 아낌없이 풀어 가며 홍보에 힘썼으니.

기대감이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독자들이 론칭과 동시에 앞다투어 <마지막 마법사>를 찾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즉, 이 정도의 초반 반응은 이미 예상한 수치.

중요한 건 그렇게 <마지막 마법사>를 읽기 시작한 독자들이 유료까지 얼마나 따라오고 있냐였다.

‘유료 첫 편 구매 비율이… 거의 3분의 1이네.’

1화 대비 전환률로 따지면 약 33%.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1화를 본 3명 중 2명이나 이탈한 거냐 물을 수도 있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수치다.

무료 분량인 25화까지 읽는 데에 걸리는 시간과 1화의 경우는 중복으로 집계되는 조회 수도 꽤 많다는 걸 고려하면, 1화를 읽은 사람 중 거의 대부분이 유료편을 구매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많은 독자가 유료화를 따라와 준 덕분에, <마지막 마법사>는 고작 하루의 유료 성적으로도 텐센트문학 역대 유료 편당 구매수 TOP 1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몇 년간의 지속적인 투자로도 이뤄 내지 못한 걸 고작 하루 만에 해낸 것.

그러니 쑨콴의 텐션이 이렇게 업되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하! 작가님,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들어가세요.”

어쨌거나.

나는 몇 분 정도 더 서로 덕담을 주고받다가 쑨콴과의 통화를 끝냈다.

‘한국에서도 반응이 좋아.’

-와! 드디어 선우 작가가 문토피아에 상륙했군요!

-조아유는 뷰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매번 불편했는데, 이젠 여기서 볼 수 있어서 좋네요!

-근데 중국에서는 2권까지 풀렸던데… 여기는 왜 1권뿐인가요 ㅠㅠ

└작가의 말 보시면 써 있음. 문토피아 유입은 대부분 투베 유입이라 어쩔 수 없이 몇 주 정도 무료 연재 후 유료로 넘어간다네요.

└그 대신 유료화가 되는 순간 비축분 풀어서 연재 속도 맞출 거라고 함.

└아…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알려 주셔서.

-으아아! 너무 재밌어요! 전작들도 엄청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번 건 더 발전하신 듯!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빨리 다음 편 보고 싶네요!

<마지막 마법사>의 한국 내 연재 플랫폼은 문토피아.

편당 결제 시스템이 시작되면서 웹 소설 시장의 흐름은 슬슬 조아유에서 문토피아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 흐름에 발맞춰 나도 신작 연재를 문토피아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사실, 이제야 내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과거로 오기 전 내가 처음 웹 소설을 연재했던 곳도, 마지막 작품을 연재했던 곳도 바로 이곳 문토피아였으니까.

파란색의 인터페이스라거나, 일견 복잡해 보이는 사이트 메인 화면, 독자들의 닉네임 앞에 달려 있는 레벨 표시 같은 것도 내게는 퍽 익숙했다.

아무튼.

<마지막 마법사>의 론칭 준비를 위해 기다린 지난 몇 주.

그 몇 주간의 시간은 다른 의미에서도 꽤나 중요한 시간이었다.

‘비트코인 말고도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했지.’

이번에 텐센트와 계약을 맺으며 받게 된 계약금, 거기에 다른 작품들로 얻은 인세 수익까지.

내가 지난 한 달간 벌어들인 금액은 이제 거의 50억 원에 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다 보니 생긴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돈이… 많아도 너무 많아!’

내 투자금이 너무 많다는 것.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싫어해야 하는 건지.

내가 버는 금액이 늘어도 너무 늘어 버린 탓에, 그만한 금액을 아직 충분히 여물지 못한 가상 화폐 시장이 완전히 소화할 수가 없었다.

무리하게 전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는 나 외의 거래량이 싸그리 말라 버려 이제 막 탄력을 얻기 시작한 비트코인의 상승 추세가 어그러질 수도 있는 상황.

결국, 나는 한동안 가상 화폐 이외의 투자 대상을 찾아야 했다.

예전에 적었던 회귀자 노트를 뒤적거리고 그러고도 마땅한 걸 찾지 못해 여러 경제, 사회면의 기사들을 훑으면서 최대한 옛 기억을 되살려 보고.

사실 엄청 고생했다.

이맘때의 내가 뭐 경제나 주식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있었어야지.

미래에는 게임 스탑 같은 개잡주에 시원하게 2억 4천을 태우는 상남자가 되지만, 이때의 나는 그냥 집과 기획사만 빌빌대던 고3이었다.

게다가 지금 내게 필요한 투자 대상은 몇 년 기다려야 수익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짧게 치고 빠질 수 있어야 하는 곳이었다.

미래에 성공하는 건 알지만 대체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곳에는 함부로 투자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래도 고민 끝에 떠올려 낸 투자 대상이 하나 있었다.

“반갑습니다, 작가님.”

“예. 반갑습니다.”

오늘의 만남이 바로 그 투자를 위한 만남이었다.

단순히 상장된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아직 상장하지 않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일이라 이렇게 자산 운용사의 사람을 거쳐야 했다.

“편하게 제이슨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러면 저도 우진이라고 불러 주세요.”

제대로 갖춰 입은 수트에 포마드로 전부 넘긴 머리.

제이슨은 꼭 여의도에서 자주 마주칠 법한 깔끔한 멋을 풍기는 금융맨, 딱 그런 모습이었다.

아무튼.

풀 네임은 제이슨 최.

영어 이름인가 싶었는데 본명이 진짜로 제이슨이더라.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군대까지 갔다 온 복수 국적자로 NYU STERN 비즈니스 스쿨을 나와 스탠다드 차타드 홍콩을 거친 후 한국에 따로 자신의 자산 운용사를 차린 인물이었다.

렌샤오와는 홍콩에서 근무하는 동안 연을 맺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가 나온 뉴욕대는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비즈니스 스쿨에 있어서는 웬만한 아이비리그보다 더 높은 랭크를 기록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가 근무했던 스탠다드 차타드 또한 아시아 금융권의 중심지인 홍콩과 싱가포르 모두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주요 은행이었으니.

뭐, 대충 정리하자면 꽤 유능한 인물이라는 소리였다.

렌샤오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만큼 신원도 확실했고.

“작가님의 작품은 저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이번 신작도 아주 좋았고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에이, 안 읽은 것 같은데.

<마지막 마법사>를 재밌게 읽었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빈말 같았다.

론칭한 지 이제 겨우 하루 지난 글인데 제이슨처럼 바쁜 사람이 그걸 벌써 읽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에 대한 조사를 어느 정도 했다는 점에서 플러스다.

사실 이 정도의 접대성 멘트야 흔한 일일 거고, 최근에는 하도 내 팬인 사람들만 만나서인지 꽤 기분이 새로웠다.

어쨌든.

내 짐작이 맞았는지 제이슨은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벤처기업의 투자를 생각하고 있으시다고요.”

“네. 맞습니다.”

“투자 금액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400만 달러요.”

“……!”

* * *

우우웅-

“예, 전화 받았습니다.”

발신자를 확인한 제이슨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무려 4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하겠다는 사람을 소개시켜 준 렌샤오였으니.

물론 제이슨이 차린 자산 운용사가 핸들링 하는 자본에 비교하면 400만 달러는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는 액수였지만, 그래도 이런 단발성 거래에서의 400만 달러는 거금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나일세. 작가님하고는 얘기 잘 끝났나?

“예. 한 시간쯤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군. 작가님께서 하신다는 투자 건도 잘 마무리됐고?

“예. 사실 투자 대상도 이미 확고하게 정해 놓고 오신 터라 제가 관여할 거리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저라는 사람을 원하셨다기보다는 그저 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창구를 원하셨던 것 같더군요.”

-그래? 으음. 대체 어디에 투자를 하시기에… 아니,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네. 그냥 자네 의견만 말해 주게.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보이던가?

“…으음.”

잠시 고민에 빠진 제이슨이었다.

지금 말하는 태도나 선우진을 소개해 줬을 때의 모습을 미뤄 생각해 보면, 렌샤오는 분명 선우진이라는 이를 상당히 귀히 여기는 게 틀림없었다.

과연 그런 그에게 솔직한 제 의견을 말해야 할지, 아니면 약간 포장을 해서 말해야 할지.

잠깐 고민하던 제이슨은 결국 솔직함을 택했다.

“저로서는… 꽤 회의적입니다.”

-음? 어째서 그렇나?

“제가 알아본 결과, 이미 1차 투자와 2차 투자로 500만 달러 정도를 투자받았던 기업이더군요. 헌데 지금은 새 아이템을 개발하느라 그 500만 달러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고요. 개발한 새 아이템이 엄청나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 수익성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겁니다.”

-…허! 당연히 작가님께도 말씀드린 정보겠지?

“물론이죠. 하지만 그 얘기를 듣더니 오히려 좋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그 점을 공략해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인수할 수 있겠냐고도 물으셨고요.”

-으음. 그러면 그만큼 작가님이 성공을 확신하셨다는 건데… 자네가 보기에는 그 새로운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이 어떻게 되기에 회의적이라는 건가?

“사실… 제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제가 투자 당사자였다면 택하지 않았을 아이템이기는 합니다.”

정말로 제이슨 본인의 돈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투자다.

그가 보기에는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산더미처럼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우선, 첫째로는 그가 잘 알지 못하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분야라는 것.

모바일 게임은커녕 PC 게임도 즐겨 본 지가 10년은 족히 넘은 제이슨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경쟁자가 많다는 것.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는 그저 기초적인 상식 정도만 알고 있는 제이슨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알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지금 시기는 선우진이 투자하려는 게임과 같은 캐주얼한 모바일 게임이 말 그대로 범람하고 있는 시기였다.

게다가, 게임의 콘셉트 자체가 타겟 시장과 맞지 않아 보인다는 것.

이게 가장 큰 이유였다.

제이슨이 보기에는 게임의 콘셉트가 그저 특이하기만 하지, 도무지 한국에서 인기를 끌 것 같지가 않았다.

치익-

몇 분 후.

‘작가라서 특이한 거에 한번 꽂히면 그것밖에 안 보이는 건가?’

렌샤오와의 전화를 끊은 제이슨이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도 그럴 게 한국 사람들은 쿠키를 좋아하지도 않잖아?’

식사 후 디저트로 쿠키를 곁들이는 건 한국보다는 서양의 문화다.

그것도 그냥 쿠키가 아니라 진저브레드 맨 모양의 쿠키다.

영국이나 미국, 아니면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홍콩이라면 몰라도.

제이슨은 한국에서 이런 진저브레드 맨 모양의 쿠키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뭐, 그런 모양의 쿠키들이 캐릭터가 되어 달리는 게임을 만든다고?

제이슨은 선우진의 이번 투자에 꽤나 회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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