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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30화 (30/267)

30화 드디어!

연기 천재가 되었다의 대본 리딩 현장.

선우진의 등장에 시끌해진 것은 자신들이 맡은 배우들을 따라온 매니저들도 마찬가지였다.

“허어… 저 얼굴로 작가를 한다고?”

“당장에 배우로 뛰어도 될 것 같은데?”

잘생기고 예쁜 거로 밥 벌어먹고 사는 연예인들을 매일같이 마주치는 게 매니저란 직업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보기에도 선우진의 외모는 그냥 작가치고 잘생겼다 수준이 아니었다.

작가가 아닌 연예인으로 활동해도 상품성이 있을 비주얼.

만약 길거리에서 마주쳤다면 당장에 캐스팅 명함을 만지작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우진을 자신들의 기획사로 캐스팅한다거나 그러려는 매니저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 기획사에서 한번… 에이, 안 되겠지?”

“아서라. 뉴스 못 봤어? 그냥 소설만 써도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데.”

“하긴. 연기 배울 시간에 글 한 줄 더 쓰는 게 돈을 더 벌겠지?”

“당연하지. 그렇다고 가수 시킬 수도 없고. 뭐, 유명해지면 예능 정도는 간간이 출연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고 우리 같은 소규모 기획사와 계약할는지는 미지수지만.”

그들도 익히 기사를 통해 접한 선우라는 작가의 수입.

그것이 그를 연예계로 끌어들이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당장 지난달 인세 수입이라고 기사에 나온 게 10억 단위였는데, 월에 그 정도를 벌어들이는 건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극소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허… 허허. 선우 작가였다고?’

홀로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매니저 한 명이 있었다.

사람액터스의 한규완 팀장.

언젠가 SBC 제작 센터에서 마주친 선우진에게 캐스팅 제의를 했었던 바로 그 팀장이었다.

“어후. 팀장님, 아까 팀장님 화장실 가신 사이에 진짜 다들 얼마나 벙쪘는지 아세요? 얼굴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배우잖아요. 그래서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디 배우지?’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양진철 PD가 딱 ‘작가님, 오셨군요!’ 이러는데… 와아. 저도 엄청 놀랐었어요.”

“후우. 그래 나도 놀랍다, 인마. 놀라 죽겠어.”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처음 얘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SBC에서 마주친 그를 잊지 못해 대체 언제 연락이 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아 다시 SBC 주위를 배회하며 직접 찾아나서야 하나 생각도 했었는데… 담당 배우인 한시연의 대본 리딩 현장을 찾아왔다가 딱 마주쳐 버린 게 아닌가?

그래서 쟤는 대체 어디 소속이냐 주위에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배우가 아니고 드라마를 쓴 작가란다!

연기 천재가 되었다를 썼을 뿐만 아니라, 퇴마록 이후 장르 소설계에서 가장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그 19살 유명 작가!

‘내가 그럼 선우 작가한테 일 년에 수십 억을 벌게 해 주겠다고 설득했던 거야?’

왠지 그때 그 말을 듣고는 표정이 묘하게 변하더라.

그때만 해도 아직 나이가 어린 터라 수십 억의 금액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기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던 게 아닌가?

선우진과 그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해프닝이지만, 한규완 팀장은 자꾸만 제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그럼 뭐야. 결국 밸런스 패치 망한 거 맞잖아?’

예전, 연기 천재가 되었다의 대본을 보고 그 리얼함에 작가가 아역 배우 출신이기라도 한 건가 의문을 품었던 한규완 팀장이다.

결국 ‘세상에 글 잘 써서 돈을 이렇게 버는 놈이 얼굴까지 잘생겼겠어?’ 하고 지워 버린 생각이긴 했지만.

그런데 오늘 보니 그때의 추측이 완전히 들어맞았던 거였다.

* * *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꾸벅-

대본 리딩 현장이 끝나고 가진 저녁 식사 겸 회식 자리.

나는 남들보다 빠르게 일어나 퇴장 인사를 했다.

회식에 있어서 술이라 함은 빠질 수 없는, 빠져서는 안 되는 것과도 같은데.

미성년자인 내가 있으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술을 마시기가 애매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내가 있는 테이블은 다른 곳과 다르게 술을 시키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냥 같이 자리만 하고 나만 술을 안 마시면 되는 게 아니냐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자그마한 구설수도 조심해야 하는 이들인 만큼 자제한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는 내가 빨리 빠져 주는 게 옳았다.

“크으, 작가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이런 날 원래 작가님이랑 술 한잔해야 하는데.”

“하하. 오늘은 무리지만 드라마 제작 발표회 날에 있을 회식 때는 꼭 함께하시죠.”

나도 마음 같아서는 한잔 기울이고 싶다.

오늘의 회식 메뉴는 소고기다.

그것도 1인분에 몇만 원이나 하는 유명 한우집.

뜨겁게 달군 불판에서 지글지글 구운 소고기를 입에 한 점 넣고, 거기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그게 바로 야스… 는 아니고 천국인데.

그걸 즐기지 못하다니.

이럴 때야말로 내가 아직 미성년자인 게 참으로 안타깝다.

아무튼.

‘꽤 재밌었지.’

거의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됐던 대본 리딩.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됐음에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연기하고, 그걸 두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게 이렇게 기분이 남다를지 몰랐다.

실제로 TV를 통해 드라마를 보게 될 순간이 무척이나 기대됐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대본 리딩 현장을 보다 보니 든 생각이 있었다.

‘<연기 천재가 되었다>도 이 정도인데… 만약 <마지막 마법사>가 실사화 된다면…….’

그때의 감동은 대체 어느 정도려나.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인 <마지막 마법사>는 그간 내가 쓴 글 중 가장 스케일이 큰 글이다.

그저 배우의 성장 과정을 다룬 연기 천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한 글.

물론 재미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스케일에 있어서 그렇다는 거였다.

요 며칠간 벌써 2권 분량까지 글을 썼지만, 아직 전체 이야기의 10분의 1도 오지 못했을 정도다.

영웅보다는 소시민에 가까웠던 주인공이 여러 고난을 겪으며 결국 세상을 구해 내는 과정을 그린 대서사시.

그 과정 속에는 국가 단위의 전쟁은 물론, 대륙의 명운을 놓고 벌어지는 전투도 있었다.

마침 오늘 집필을 끝냈던 부분이 바로 그런 전쟁 장면이었다.

주인공과 함께 초반의 여정을 함께했던 동료들마저 몇이나 죽어 나갈 정도로 처절했던 전쟁.

그 끝에 쟁취해 낸 주인공의 상처 가득한 승리.

내 머릿속 상상에서 태어난 그 모습이 단순히 글로만 남는 게 아니라, 실사화가 되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은 먼 얘기지만…….’

<마지막 마법사>의 장르는 판타지다.

중갑으로 무장한 기사가 전마에 타고 랜스를 내지르는, 그것도 그런 기사가 한둘이 아니라 수십, 수백이 등장하는 소설.

그 뒤를 따르는 수천, 수만의 병사들은 덤이다.

심지어 작품의 주인공이 마법사인 만큼 보통의 CG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든 이펙트의 마법들이 전장을 수놓는다.

그런 소설의 실사화가 가능한 건 전 세계에 오직 한 군데뿐이다.

할리우드.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내 작품을 실사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0%였다.

판타지 작품의 실사화는 아무리 할리우드라고 해도 쉽게 도전하지 않는다.

원작이 엄청나게 흥행한 작품이 아닌 이상, 대부분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동아시아권에서 적잖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는 해도 그건 할리우드의 관점에서는 저 머나먼 동양에서의 성공일 뿐.

그들 입장에서의 나는 그저 이제 막 미국 출판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신인 작가에 불과했다.

‘뭐… 진짜 신인 작가인 것도 맞지만.’

데뷔한 지 고작 몇 달 지났을 뿐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튼.

정 실사화가 힘들다면 내가 직접 하는 방법도 있었다.

몇 년 내로 내 재력은 소니나 파라마운트 정도의 규모가 아닌 이상, 어떤 할리우드의 영화사든 쉽게 사들일 수 있게 될 테니까.

하지만 굳이 그러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다.

가능하다면 돈을 써서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작품의 힘만으로 이뤄 내고 싶었으니까.

게다가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배우진들은 그저 돈만 있다고 섭외가 가능한 게 아니었다.

그들이 절로 내 작품을 찍고 싶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 마법사>의 미국 내 성공이 선행되어야 했다.

‘아마존에 올릴 번역을 누구한테 맡길지도 어서 확정지어야지.’

돌아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했다.

내 소설을 번역해 줄 번역가들과의 컨택 메일들.

전문 번역업체와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고, 대부분 개인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번역가들이었다.

소설을 번역한다는 건 단순히 업무용 글을 번역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야기에서 은연중 드러나는 복선, 높임말 여부 등에 따른 화자의 심리 변화 등.

여러 부분에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 많아서였다.

그런 것들을 섬세하게 신경 쓰기 위해서는 업체를 거치기보다는 번역자와 직접 소통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메일을 모두 읽고 조건과 그간 번역한 작품을 확인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번역가에게 답장을 보냈다.

[…키프로스 정부가 지난 6월 신청한 175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에 대해 유로존에서 상당히 특이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발표했습니다. 키프로스의 모든 예금에 대해 6.75~9.9%의 일회성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그 조건의 핵심이었는데요.]

“…어?”

그러던 그때였다.

“아. 소리를 줄일까요?”

“아뇨. 아뇨. 괜찮아요.”

돌아가는 택시에서 기사 아저씨가 틀어 놓은 뉴스에서 나온 키프로스라는 단어.

그걸 들으니 순간적으로 떠오른 게 있어서였다.

언젠가 보았던 재벌물에서의 한 장면.

지중해의 소국인 키프로스라는 나라가 러시아와 유럽계 자금의 세금 도피처 역할을 하는 곳이라 설명하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라의 예금에 부담금이 부과된다고?

‘설마, 그래서였나……?’

[이렇게 예금자에게 손실을 부담시키는 금융 조건이 발표됨에 따라, 키프로스의 여러 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때마침 들려온 뉴스의 추가 내용이 내 추측에 확신을 더했다.

기존에 키프로스라는 조세 피난처를 통해 세금 이득을 보던 기업가들.

그들이 자신들의 예금에 부담금이 부과되는 걸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까?

단언컨대 백 명의 기업가가 있으면 그중 백 명 모두가 제 예금을 인출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키프로스보다 배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러시아로 돈을 보낼 수는 없을 터.

그렇다면 그 자금은 어디로 흐르게 될까?

‘세금을 부과하지도 않으며,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금융 자산.’

나는 그런 금융 자산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비트코인.

그냥 기억만 해 뒀었지, 떡상의 이유를 몰랐던 내년 비트코인 상승의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곧바로 마운트콕스를 들어갔는데, 예상치 못했던 숫자가 보였다.

[1BTC = 18.47$]

저번 달 내가 비트코인을 구매했을 때의 가격인 13$와 비교하면 1.5배 가까이 오른 가격.

분명 어제도 확인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15$를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

즉, 하루 사이에 20%가 오른 것이다.

물론 내가 기억하는 내년의 가격인 200$ 이상을 달성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드디어……!’

그간 주춤하던 비트코인이 슬슬 상승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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