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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6화 (26/267)

26화 장밋빛 미래

“30억? 진짜 진짜 리얼로?”

한화 약 30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

‘텐센트……! 드디어 미친 거냐?’

30억이라니.

그만한 돈을 계약금으로 주겠다고?

물론 내가 요즘 스스로를 월20억킥 작가라고 말하니, 일견 30억 원이라는 금액이 적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20억을 버는 건 이미 완결까지 난 소설을 달에 몇 권씩 번역하면서 중국에 내놓는 거니까 그런 거다.

그리고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면서 얻는 인세도 플러스해서 20억이라 치는 거고.

이렇게 30억이라는 돈을 그냥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심지어 선인세 개념으로 먼저 30억 주고 나중의 수익에서 떼 가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계약금으로 지급하는 돈 아닌가?

게다가 사실 중국에서의 흥행 덕에 안늙강의 수익을 뛰어넘은 칼넘강도 순수하게 소설 수익으로만 따지면 아직 30억에 미치지 못했다.

뭐… 진짜 조금 모자란 거고 조만간 30억을 찍기는 하겠지만, 여하튼.

“거기에 거래 수수료 제외하고는 비율을 안 떼겠다고요?”

계약금에서 끝이 아니었다.

웹 연재의 특성상 거래 수수료를 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플랫폼에서 떼 가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고 그대로 내게 주겠단다.

한국의 기준으로 따지면 통상적으로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100 중 최소 30 정도.

중국의 플랫폼 또한 비슷했다.

100 중 30이면 적은 게 아니다.

그런데 그만한 걸 아예 받지 않겠다니.

이건 숫제 내 글로 자기들이 돈 벌 생각이 없다는 소리였다.

대체 왜, 이 정도까지 내게 대우를 해 주려는 거지?

“…이렇게 된 겁니다.”

“아하. 텐센트가 제대로 칼을 뽑은 거네요.”

그래도 편집자의 얘기를 듣다 보니 왜 텐센트가 내게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 해 주려는 건지 이해가 됐다.

현재 중국 웹 소설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플랫폼은 단연 샨다문학.

내 작품들이 연재되는 곳도 저기였고, 몇 년 후 한국에도 번역 돼 선협이라는 장르를 한국에 제대로 알리는 범인수선전부터 해서 중국 웹 소설 작가 수입 1위인 당가삼소의 작품들까지, 지금 중국에서 잘나간다 싶은 소설들은 싸그리 다 샨다문학에서 연재되고 있다.

반면 텐센트의 자회사인 텐센트문학은 샨다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파이의 사분지 일 정도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도 여러 할인 정책을 통해 독자들을 유입시켜서 이용자 수가 그 정도인 거지, 실질적인 매출로 따지면 샨다문학과 더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플랫폼을 대표할 만한 작품도 없다고 한다.

텐센트문학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소설도 샨다문학에서는 10~15위권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내 작품을 통해서 플랫폼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거네. 그렇게 해서 유저 수가 늘면 작가들도 따라오게 돼 있으니까.’

그런데 이 제안을 듣고 있자니, 한국에서도 이것과 비슷한 경우가 발생했던 게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래의 얘기지만 아무튼.

‘코코아페이지가 출범 이후 한참 헤메고 있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소설이 있었지.’

내가 있던 2021년의 미래에서 코코아페이지는 웹 소설 3대 플랫폼 중 가장 큰 매출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시작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에는 하루 매출이 몇 천원 남짓만 돼도 TOP 100에 진입이 가능했을 정도로 폭삭 망했던 플랫폼이었다.

망해도 너무 망했던 나머지 모회사인 코코아가 코코아페이지를 버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을 정도었다.

하지만 그렇게 죽어 가던 코코페를 기사회생시키다 못해 아예 웹 소설계의 신흥 강자로 만들어 버린 소설이 있었다.

바로 별빛조각사.

전국의 모든 대여점이 망해 가며 종이책 시장이 죽어 가던 때에도 홀로 두세 달에 한 번씩 증판을 거듭하던 전설적인 게임 판타지 소설.

작품성이야 개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니 논외로 치더라도, 적어도 상업성에 있어서만큼은 당시 GOAT급이었던 바로 그 소설.

별빛조각사가 바로 코코아페이지를 살린 구원투수였다.

‘별빛조각사가 연재되고 나서부터 코코아페이지 유저 수가 엄청나게 늘었었지. 일이 년도 지나지 않아서 조아유나 문토피아와 견줄 정도가 됐으니까.’

조아유와 문토피아가 아직 웹 소설이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있어 온 사이트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물론 그런 성공에는 별빛조각사라는 엄청난 유명 소설에 더불어, 코코아페이지가 기세를 타자마자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코코아톡의 자금력 덕도 있었지만.

아무튼.

코코아페이지와 별빛조각사의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게 무엇이냐.

‘소설 하나로 독자들을 플랫폼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작가와 자금력 빠방한 모회사의 조합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거지.’

당연 지금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배움이었다.

일단 소설 하나로 독자들을 플랫폼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작가? 월20억킥 작가 선우.

자금력 빠방한 모회사? 텐센트.

당장 나한테 30억이라는 거금을 쾌척하겠다는 데다가 수수료도 받지 않겠다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아무튼, 월20억킥 작가 선우와 텐센트의 조합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거다.

“아, 그리고 텐센트 측에서 작가님 개인 연락처를 묻더군요. 제안에 긍정적이신 거라면 저희가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예. 전해 주세요.”

그렇기에 텐센트 측과 아직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 마음은 반쯤 기운지 오래였다.

성공 확률이 무척이나 높아 보이는 도전.

거기에 30억 + 노 수수료까지.

이런 건 거절하는 게 바보다.

* * *

“야 이 김대훈 개새끼야!”

쾅-!

독두꺼비 같은 김대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빌어먹을 박창수 자식.

대체 방송국에서 뭔 짓을 했기에 이런 사달이 일어난단 말인가?

꾸벅-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부하 직원 관리 제대로 안 해? 네가 그러고도 팀장이야?! 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대훈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자신에게 욕설을 내뱉은 태 이사를 향한 분노는 아니었다.

철저한 강약약강의 품성을 갖고 있는 김대훈이다.

아무리 속으로 분노하는 거라 해도, 마음만 먹으면 회사 내 그의 입지를 언제든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태 이사를 향해 화낼 깜냥은 없었다.

그 대신 그가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은 그의 부하 직원인 박창수와.

‘선우진 그 개새끼는 대체 어떻게 방송국 PD와 연이 닿은 거야?’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선우진.

김대훈이 선우진의 뺀질거리는 표정을 떠올리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가끔 그 건방진 자식이 저번에 자신에게 내뱉었던 말을 떠올리면 속에서 천불이 일어나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제게 그런 수모를 줬던 것도 모자라,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하게 만들어?

물론 진짜 원인을 따져 보자면 먼저 시비를 걸었던 박창수였겠지만, 김대훈에게는 그런 합리적인 생각을 할 정도의 품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새끼한테… 아니다. 네가 직접 나서서 어떻게 해서든 준환이 일 해결해. 준환이 하차시키겠다는 PD 찾아가서 싹싹 빌기라도 하든가, SBC가 안 되면 다른 곳에 찾아가 PD들 바짓가랑이 붙잡고 다음 작품 꽂아 넣든가!”

“…예. 알겠습니다.”

태 이사가 성난 표정으로 김대훈에게 지시했다.

며칠 전 조만간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될 거라는 담당 PD의 통보를 받은 배우 고준환.

그의 외삼촌인 태 이사였다.

하차 통보에 잔뜩 뿔이 난 고준환이 제 외삼촌인 그에게 찡찡댄 것이다.

“그리고 그 얘기는 뭐야? 우리 연습생 출신이랑 엮였다는 거.”

“저번에 한번 얘기 드리긴 했었는데, 그 교육비 돌려받고 계약 해지했다는 배우 연습생 있지 않습니까.”

“아아. 자기 친척이 변호사라고 거짓말했다는 그 당돌한 놈. 걔가 걔야?”

“예. 그렇습니다. 박 실장이 우연히 방송국에서 그 친구를 마주쳤다가 마찰이 좀 있었는데… 그걸 그 친구하고 친분 있는 PD가 우연찮게 보게 됐었나 봅니다.”

“PD랑은 무슨 사이인 건데? 그냥 아는 사이라고 준환이를 하차시켜? 그게 말이 돼?”

“그게… 저도 잘…….”

쯧-

태 이사가 대놓고 혀를 찼다.

팀장이라고 있는 게 뭐 이리 아는 게 없단 말인가?

생긴 것처럼 무능하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이런 놈도 팀장이라고 월급을 챙겨 줘야 한다니.

‘회사에 제대로 된 투자만 들어오면, 싸그리 갈아엎든가 해야지.’

“됐고, 들어가 봐. 선우진인가 뭔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태 이사의 말에 김대훈이 이사실을 나섰다.

김대훈이 나가자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태 이사였다.

“예. 방 CP님. 접니다, 태기훈.”

-아, 태 이사?

“예, 예. 맞습니다.”

태 이사와 연이 있는 SBC 드라마국 소속 CP 중 한 명이었다.

SBC 드라마 PD와 마찰이 있었다는 매니저야 실장급이어서 그렇지.

이사급 정도 되면 아무리 STR엔터라도 드라마 PD 한 명보다는 더 큰 힘을 방송국에 개입시킬 수 있는 법이었다.

“조만간 좋은 데 한번 가시죠? 방 CP님이 한국 연예계를 위해 이리 불철주야로 고생하시는데, 몸 좀 풀게 해 드려야지.”

물론 그냥은 안 되고 이것저것 돈 들어갈 구석이 많았지만.

사실 말은 김대훈보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 태 이사였지만, 다른 소속 연예인도 아니고 제 조카인 고준환의 일인 만큼 자신이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방 CP를 만나서 약도 좀 치고, 하차 통보를 무마하는 김에 신작 약속도 하나 받아 오고.

그리고 겸사겸사 감히 제 조카를 건든 PD라는 놈과 선우진이라는 애송이 놈도 족칠 계획이었다.

어쨌든.

“예, 예.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어. 그러자고.

“예!”

전화를 끊은 태 이사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제 전화기를 바라봤다.

“재수없는 새끼. 어디서 찍찍 반말을 뱉고 지랄이야?”

후우-

태 이사가 그렇게 말하며 길게 날숨을 뱉었다

‘이런 것도 조만간이다.’

지금은 이렇게 방송국 CP한테 굽신굽신해야 하는 처지인 그였지만, 그가 추진하고 있는 일만 잘 마무리되면 이것도 끝이었다.

‘중국에서 투자금만 들어오면…….’

최근 한국 연예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중국 자본.

그곳의 투자를 받을 생각하고 있는 태 이사였다.

실제로 논의가 긍정적으로 오가고 있기도 했다.

투자 대행사에 대학 후배 한 명이 있었던 덕에, 관련 정보를 남들보다 빨리 입수할 수 있었을뿐더러, 대행사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는 회사 정보를 조작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CP 따위한테 아부하는 것도 조만간이다, 조만간.’

관련 일이 잘 마무리되고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온다면, 그걸 통해 A급 이상의 스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할 생각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STR엔터는 단숨에 대형 기획사로 스텝업 하게 되는 거다.

그때는 오히려 자신이 아니라 방송국 CP들이 역으로 제게 아부해야 하는 처지가 되겠지.

그런 기대를 하며 태 이사가 화를 삭였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기대였다.

STR엔터에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중국 자본은 일반적인 회사가 아니었으니까.

중국 3대 IT 기업 중 하나.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그곳.

공룡과도 같은 회사.

…바로 텐센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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