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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4화 (24/267)

24화 너무나도 많은 차이나 머니

쪼옵-

역시 커피가 달다.

그래서인가?

이후에 있었던 기획 회의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면 남주인공 캐릭터는 강주원 씨한테 제안 넣는 거로 하죠.”

사실 조금 놀랐다.

연기 천재가 되었다에 강주원이라는 배우가 먼저 남주인공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컨택이 왔을 줄은.

물론 드라마의 화제성 덕분인지(정확히는 작가인 나의), 여러 배우가 SBC 측에 출연 의사를 타진해 왔다는 걸 듣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 드라마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의 작품이기에 그렇게 급 높은 배우가 먼저 찾아오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강주원 정도면 드라마 판에서 캐스팅할 수 있는 배우 중에서는 최상급 자원이었다.

아까 만났던 사람액터스의 한 팀장이 그토록 자랑하던 황재욱이나 이우림만큼은 아니더라도 바로 그 아래는 되는 A+급 배우.

“그런데 강주원, 이제 슬슬 충무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별로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었나 봐. 영화판 처음 들어가는 건데 첫작부터 죽 쑤면 좀 그러니까. 괜찮은 시나리오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도중에 우리 작품이 눈에 들어온 거지.”

“하긴. 작가님 계시는 앞에서 괜히 금칠하는 것 같지만, 확실히 대본이 좋긴 하니까요.”

“하하. 감사합니다.”

‘타이밍이 좋았네.’

내 기억으로도 원래 강주원이 다음에 하게 되는 작품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였다.

드라마 배우로서는 거의 최고봉을 찍은 만큼 영화판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내후년 초쯤에 개봉하게 되는 영화인데, 강주원은 그 영화에서 손익분기점을 한참 넘기는 700만이라는 대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당당히 성공한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그러고는 다시는 드라마 쪽으로 돌아오지 않게 된다.

영화판에서 잘나가게 되면 드라마를 찍지 않는 게 보통이니 말이다.

영화배우와 드라마 배우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급 차이도 있었고.

물론 이건 지금 2012년의 얘기지 내가 있던 2021년의 얘기는 아니었다.

지금이야 영화와 드라마 사이에 어느 정도 뚜렷한 벽 같은 게 존재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그런 구분이 무색해지게 된다.

영화배우로서 엄청난 성공을 이룬 배우도 심심찮게 드라마를 찍고는 하니까.

특히 넷플릭스가 뜨기 시작한 이후로는 한국 충무로에서 톱을 달리는 배우들이 앞다투어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

물론 그건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다 사전 제작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지만…….

아무튼.

“그러면 여주인공은 누구로 하죠? 여기는 다들 쟁쟁해서 누구 한 명 고르기가 좀 애매한데…….”

“한시연, 이하나, 이채연, 정다정. 이렇게 넷이죠?”

“그중에 이채연은 제외하죠. 다른 배우들보다 나은 건 중국 활동 경험이 있어서 해외 판권에 유리하다는 건데… 저희는 필요가 없으니까요.”

“나도 동의. 그럼 한시연, 이하나, 정다정 중 누구를 고르냐는 건데.”

남주인공을 고를 때와는 달리 여주인공 캐릭터에는 누구를 캐스팅할지 여러 의견이 오갔다.

‘강주원과 그외’로 분류해도 좋았을 정도로 명확하게 최선책이 존재했던 남주 후보들과는 달리, 여주 후보들은 연기력에서나 현재 인지도에서나 서로 엇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무조건 한시연이지.’

나야 셋 중 누구를 택하는 게 가장 나을지 잘 알고 있었지만.

우선 2021년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저 셋 중 가장 성공하는 건 한시연이다.

셋 다 요새 슬슬 대세 소리를 듣기 시작하는 배우들이지만, 결국 그중 톱급까지 올라가는 건 한시연뿐이다.

다른 두 배우들과는 다르게 어떠한 결격 사유도 없었다.

즉, 다른 두 배우들한테는 그런 결격 사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한 명은 조만간 열애설. 다른 한 명은… 성격이 마음에 안 들어.’

열애설이 터지는 건 이하나.

성격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정다정이다.

좋게 말하면 도도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싸가지가 없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좋게 말해도 싸가지가 없다.

분명 예명도 아니고 본명이 다정인데도 어찌 그리 정이란 게 하나도 없던지.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 건 예전에 같은 작품을 촬영한 적이 있어서였다.

내가 양진철 PD한테 배우 때려치우라는 소리를 들었던 미니시리즈.

그 미니시리즈 여주가 정다정이었다.

스태프들은 물론, 자기보다 급 낮은 배우들한테 대하는 태도가 화면에서 보인 모습과는 어찌나 다르던지.

당시 신인이었던 나를 대하는 태도도 엄청 박했었다.

그런 배우가 내 작품을 찍는 건 사절이었다.

자칫 촬영장 분위기를 망칠 수 있으니까.

뭐, 예전에 그날따라 자기 기분 안 좋다고 인사 제대로 했었는데 똑바로 안 하냐면서 갈궈서 그런 것도 있고.

아니, 사실은 그 이유가 가장 크다.

지금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고,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지만…….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 법.

그 말은 곧, 나 같은 군자는 모름지기 그런 사소한 일도 10년 동안 잊지 말고 기억해 뒀다가 이렇게 갚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아님 말고.

“저는 한시연 씨가 제일 좋아 보이는데요. 제가 그분 연기를 평소에 좋아했거든요. 여주 이미지랑도 잘 맞고.”

“아, 한시연 씨요?”

내가 한시연의 이름을 꺼내자, 회의를 하던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음. 시연 씨 괜찮긴 하죠. 소속사 파워도 셋 중 제일이고.”

“한시연이 사람액터스였지?”

“네. 거기 이번에 이우림 영화 대박 나서 회사에 돈도 엄청 많을걸요? 따로 요청 안 해도 홍보 기사 빠방하게 띄워 주겠죠.”

별다른 반대는 없는 분위기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셋 중 누구를 택해도 거기서 거기인 상황.

그런 와중에 드라마를 쓴 내가 직접 의견을 피력했으니, 다들 최대한 내 의견에 맞춰 주려는 거다.

아무튼.

‘아까 봤던 한 팀장을 또 보게 되려나?’

분명 한시연도 자기네 팀 소속이라 했던 것 같은데.

제작 발표회 때나 촬영하다가 마주칠 일이 있으려나?

만약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설마 그때도 나한테 일 년에 몇십 억을 벌게 해 주겠다고 하지는 않겠지?

* * *

같은 시각.

검객무쌍과 불로엽사가 연재되는 샨다문학의 경쟁사인 중국 텐센트문학 CEO실.

“허… 이 작가 작품들이 지금 조회수가 몇이라고?”

“검객무쌍은 4,800만이고, 불로엽사는 800만입니다.”

“으음. 불로엽사가 론칭된 지 3주 지났댔지?”

“예. 그렇습니다.”

“검객무쌍은?”

“두 달입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텐센트문학의 CEO인 쑨콴이 놀란 얼굴을 했다.

물론 조회 수만 놓고 봐도 충분히 놀랍다.

각각 4,800만과 800만으로 합쳐서 5,600만.

그가 재직하고 있는 텐센트문학의 1위 작품 조회수가 4,300만이니,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소설이라면 아예 역대 판매량 1위가 됐을 조회 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그 조회 수를 달성하는 데에 걸린 시간이다.

고작 두 달.

텐센트문학의 1위 작품이 연재 1년 동안 달성한 조회수를 겨우 두 달 만에 추월한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웹 소설에 투자해 온 기간이 적지 않은데… 그 끝에 나온 최고 결과물이 한국 작가의 두 달치도 안 됐던 건가.’

텐센트문학이라는 플랫폼이 현재 중국 웹 소설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플랫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샨다문학에 비해서는 작디작은 규모인 건 맞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샨다문학과 바이두문학의 뒤를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름 대형 플랫폼이건만.

약간은 허탈한 심정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지금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모바일 네티즌 수는 약 5억 명.

그중 웹 소설 이용자 수는 전체 모바일 네티즌의 40%나 되는 2억 명을 초과하고 있었다.

물론 그 2억 명 중 반쯤은 플랫폼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가입만 해 놓은 허수들이라지만, 그래도 1억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웹 소설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만한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으니, 앞으로의 웹 구독 시장을 웹 소설이 주도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그렇기에 모그룹 차원에서도 재작년부터 텐센트문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적극적인 지원과는 달리 성과는 영 시원치 않았다.

텐센트문학보다 몇 년은 더 빨리 시장에 진출한 샨다문학이 웹 소설 시장의 파이 대부분을 독차지하고 있어서였다.

실제로 지금 가장 잘나가고 있는 검객무쌍도 최근 판매량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지, 역대 판매량으로 따지자면 샨다문학 내에서는 검객무쌍보다 높은 순위의 작품들이 여럿 있었다.

물론 지금의 판매량을 달성하는 데에 걸린 기간을 고려하면 단연 검객무쌍이 1위였지만.

어쨌든.

‘흠. 그룹에서 샨다문학에 접촉하려 들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하는데…….’

쑨콴이 선우라는 작가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웹 소설 시장 장악은 모그룹인 텐센트 그룹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사항.

그래서인지 텐센트 그룹은 아예 샨다문학이라는 플랫폼을 사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 논의가 막 시작된 수준이기는 해도, 쑨콴이 그의 꽌시 인맥을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모그룹의 의지는 꽤 확고하다 했다.

‘누구 좋으라고.’

물론 거기서 끝이 난다면 텐센트문학이 더욱 커지는 것이니 CEO인 쑨콴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또다른 정보에 따르면 모그룹에서는 샨다문학을 사들임과 동시에 샨다문학의 기존 CEO를 텐센트문학의 CEO로 임명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샨다문학을 지금의 1위 플랫폼으로 키워 낸 장본인이니 능력이야 쑨콴 보다 더욱 뛰어날 것이고, 당연 그건 회사에 좋은 일인 건 맞았다.

하지만 쑨콴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 버리는 격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쑨콴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쫓겨나기 전에, 한 가지 시도를 해 보기로 결심했다.

텐센트문학이 샨다문학에게 한참이나 밀려서 모그룹이 샨다문학을 인수하려 드는 거라면…….

그런 논의가 더욱 진행되기 이전에 텐센트문학을 샨다문학에 준할 정도로 키우면 해결될 일이었다.

“이 작가 중국 내 출판사가 진강문학사랬나? 거기 연락해서 작가 연락처 좀 알아와 봐.”

물론, 텐센트문학이 온갖 지원에도 샨다문학에게 밀리는 이유가 있었다.

몇 배나 차이 나는 이용자 수 때문에 작가들의 평균 수익이 한참이나 적다는 것.

그 탓에 플랫폼에 독자를 불러 모을 만큼의 거물 작가들은 텐센트문학에서 연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쑨콴은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다음 해 마케팅 예산 중 현재 가용 가능한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많은 돈, 거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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