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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4화 (14/267)

14화 선우 선생, 등장

“예, 그럼 작가님. 들어가셔서 계약서 확인해 보시고 꼭! 연락 주세요. 진짜 꼭! 주셔야 합니다.”

“네. 부모님이랑 상의해 보고 연락 드릴게요.”

일단 양 PD하고는, 계약에 대한 확답은 부모님과 상의 후 다음번에 하는 거로 얘기를 끝냈다.

그 때문인지, 떠나는 내내 아쉬워하는 티를 잔뜩 내는 양 PD였다.

이럴 때는 아직 미성년자라는 게 참 다행이다 싶다.

무적의 부모님 방패!

1년 뒤면 못 쓰는 이 스킬을 지금은 마음대로 쓸 수 있었으니까.

물론, 진짜 부모님과 상의할 생각은 없다.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열심히 연기 공부하고 있는 줄 아시니까…….

사실 오늘도 부모님 몰래 동의서에 도장을 찍고 가져왔었다.

‘내년이면 어차피 들키게 되기는 하겠지.’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5월이 되면 숨길 수가 없게 될 거다.

뭐, 그때쯤에는 부모님 몰래 돌려받았던 기획사 교육비쯤이야 얼마든지 돌려줄 수 있을 테니, 그리 상관은 없겠지만.

아무튼.

톡, 토도독-

[나: 편집자님, 잠깐 통화 괜찮을까요? 드라마 관련해서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요.]

양 PD가 카페를 나간 걸 확인한 후 편집자한테 연락을 넣었다.

금방 1 표시가 사라지더니, 편집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하하. 우선 드라마 계약 건 축하드립니다.]

“뭐, 아직 그쪽이랑 계약을 확정 지은 것도 아닌데요.”

[하하. 아닙니다. 진강문학사 쪽에서 얘기를 들어 보니 그냥 찔러 보는 게 아니고 제작 의지가 엄청 확고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아무튼 드라마화 문의 온 곳이 채널 CHIN이라고 했나요? 혹시 어떤 채널인지 잘 아시나요?”

[아, 예! 안 그래도 제가 미리 조사해 놨습니다. 우선 채널 CHIN은 중국 내 드라마 채널 중에서도 엄청 인기 있는 채널로…….]

편집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조사를 꽤 자세히 해 놨는지 참고할 만한 정보들이 많았다.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가 채널 CHIN에서 드라마화되었다거나, 중국에서 대박을 쳐서 나중에는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되는 보보심경도 채널 CHIN의 드라마라거나…….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많아서 무협 관련 CG도 깔끔하게 뽑는 편이고, 연출 면에서도 훌륭하다거나 하는 정보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칼넘강의 드라마화를 채널 CHIN에 맡기는 게 꽤 좋은 선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냥 덥석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아하. 어… 그러면 중국에서 채널 CHIN 정도의 규모를 가진 드라마 채널이 총 몇 군데가 있는 거죠? 칼넘강 같은 무협 장르 드라마가 잘 먹히는 곳으로요.”

뭐든지 경쟁을 붙여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법이었다.

뭐, 채널 CHIN 드라마 PD가 칼넘강을 읽자마자 반해서 이건 꼭 드라마화 시켜야 한다 했다며?

그거… 그 사람만 그러라는 법 있어?

* * *

일주일 뒤.

타닥- 타다닥-

[칼잡이가 너무 강함 - 350화(완)]

칼넘강의 마지막화 업로드를 끝낸 나는 뒤이어 완결 후기를 작성했다.

-후아. 이번 작품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벌써 완결이라니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완결 축하드립니다!

-미쳤다! 혹시 차기작은 언제 시작하시나요?

-ㅋㅋㅋㅋㅋ 이 작가라면 며칠 뒤에 귀신같이 차기작 한 50화 들고 와서 뿌릴 듯.

-저는 반대입니다……. 이참에 완결 기념으로 어디 휴가라도 다녀오세요. 제가 웬만해서는 이런 소리 안 하는데, 작가님 손가락이 너무 걱정됨…….

-아, 그건 인정. 이 정도 글 뽑는 속도면 그거 그냥 필사하는 거로도 손가락에 불날 듯;;

이제는 오히려 내 손가락 걱정을 하는 댓글들도 눈에 띈다.

뭐, 그렇지 않아도 틈틈이 손가락이나 손목 스트레칭을 잊지 않고 있었다.

목이나 허리 디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글 쓰다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자주 하고 있고.

과거에는 그래도 어렸을 때 운동 좀 했던 걸 믿고 대충 관리했었는데… 그러다 허리 디스크 초기 증상이 와서 한동안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어떻게 얻은 건강한 신체인데, 최대한 관리해야지.

웨이트도 원래보다 더 빡세게 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잔근육 위주의 패션 근육이 전부였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웨이트를 해 몸을 좀 키워 볼 생각이었다.

고딩 시절의 넘치는 남성 호르몬과 성장 호르몬을 그대로 흘려 버리기엔 아까웠다.

어쨌든.

-완결 축하드려요. 그런데 혹시 칼넘강이 중국에도 진출한 건가요? 며칠 전에 무협 좋아하는 중국인 친구와 얘기하다가 칼넘강 얘기가 나와서요!

-ㅇㅇ 맞음. 검객무쌍인가? 제목 그대로 번역해서 좀 멋없기는 한데, 중국에서 ㅈㄴ 잘나가고 있다고 함. 무협 갤에 관련 념글 있으니, 한번 읽어 보셈.

-나 어릴 때 중국에서 살았어서 가끔 중국 웹소도 읽는데… 걍 잘나가는 정도가 아님. ㄹㅇ 중국 웹소판 씹어 먹고 있음.

-와; 그러면 돈 존나 벌겠네. 거기는 웹소 읽는 사람들도 최소 우리나라 10배일 거 아냐 ㅋㅋㅋㅋ

-ㅇㅇ 걍 쓸어담고 있을걸? 아마 조아유 수익은 반의반도 안 될 거임.

-ㅋㅋㅋㅋㅋ시발 조아유에서도 월 2천인데, 그거 4배를 번다고? 그럼 월 1억임? 씨발, 현타 존나 오네.

-현타 오면 너도 쓰던가 ㅋㅋ

칼넘강의 중국 내 인기에 대한 정보도 슬슬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고 나니 한 가지 재밌는 변화가 생긴 게, 이제 칼넘강이 정통 무협이 아니라고 폄하하던 사람들이 아예 사라졌다는 거였다.

뭐, 무협의 본고장인 중국에서 성공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사실 월 1억보다 훨씬 더 버는데.’

웹 소설이야 중국 플랫폼만 들어가면 1위 자리에 떡하니 내 작품이 걸려 있으니 쉽게 알려졌겠지만, 그보다 더 큰 금액을 종이책으로 벌어들이고 있다는 건 아직 잘 모르는 듯했다.

정확한 판매량은 아직 출판사 내부 인원들만 알지 시장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물론, 조만간 공개될 정보이기는 했다.

그렇지 않아도 JP미디어 측에서 홍보 기사를 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1주 전만 해도 40만 부가 팔렸던 칼넘강은 그사이 30만 부가 추가적으로 더 팔려 총 판매 부수가 거의 70만 부에 달하고 있다.

이 기세면 머지않아 100만 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홍보 기사가 빵! 터지는 순간이었다.

[K-무협지! 中 도서 시장에서 종이책 100만 부 판매 돌파! 인세는 ○억 원 추정!]

[한국을 문화 강대국으로 이끄는 K-콘텐츠의 힘! K-pop에 이어 K-소설까지?!]

뭐,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60만 부 팔렸다, 70만 부 팔렸다 이러는 것보다 처음부터 100만 부 팔렸다고 하는 게 임팩트가 훨씬 클 것 같아서 내가 그때까지 홍보를 미루라고 했다.

‘유명세는 크면 클수록 좋으니까.’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일단 유명해져라.

그다음에 똥을 싸도 어쩌고저쩌고.

실제로 앤디 워홀이 한 말은 아니라지만, 저 말이 널리 퍼진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꽤 속물적인 사람이다.

돈 많이 버는 것도 좋아하고, 그걸 위해서는 조금 이기적으로도 굴고, 유명세도 마다하지 않는.

애초에 내가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도 성공한 셀럽이 되고 싶어서였지 않나?

아무튼.

나는 노트북을 정리하고 집을 나섰다.

일주일 동안, 중국 쪽과의 드라마화 협상은 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진강문학사를 통해 칼넘강, 중국식으로는 검객무쌍의 드라마화 의사를 여러 드라마 채널에 타진해 봤다.

그리고 대부분의 채널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채널 중 하나.

내게 가장 먼저 연락했던 채널 CHIN이 제일 적극적인 의사를 표하더라.

‘여긴가?’

이렇게 몸이 달아서 한국에 직접 찾아올 정도로.

“여기 선우라는 이름으로 예약된 곳이 어디죠?”

“아,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한옥.

오늘 약속 장소인 고급 한정식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내 필명을 대자, 직원이 예약된 방으로 안내한다.

드르륵-

직원이 열어 준 문으로 들어서자, 미리 와서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명은 몇 번 본 적 있는 JP미디어의 내 담당 편집자, 그 옆에는 통역사인 것 같았다.

반대쪽에 앉은 사람들이 채널 CHIN에서 온 사람들이겠지.

“오셨군요, 작가님. 아, 여기 이분이 바로 선우 작가님이십니다.”

내 편집자가 나를 소개하자 그걸 통역사가 전달한다.

그러자 반대쪽 사람 중 가운데에 앉아 있던 남자가 나를 보며 벌떡 일어난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선우 선생님!”

심지어 발음이 많이 어눌하기는 해도 한국어로 준비한 인사말이 나온다.

악수를 하려고 손을 뻗었더니 그걸 두 손으로 잡기까지 한다.

거기에.

[…사, 사인 좀 부탁드립니다.]

중국어로 뭐라 뭐라 말하며 펜을 내게 건넨다.

이건 통역이 나서지 않아도 뭔 뜻인지 알겠다.

나는 펜을 받아 한 권 한 권씩 사인을 했다.

인쇄소에서 갓 나온 걸 바로 빼 온 건지 그저께 막 번역이 끝났다고 연락을 받은 10권도 있었다.

이거 참.

‘이 양반, 진짜 내 광팬인가 본데?’

* * *

칼넘강에 단단히 반한 이 마룽 PD라는 사람이 아무래도 채널 CHIN에서 끗발 좀 있는 사람이었나 보다.

조건이 변경된 계약서를 보여 주는데, 드라마화를 처음 문의했을 때 말했던 판권 금액보다 훨씬 조건이 좋았다.

물론 경쟁사인 다른 드라마 채널에 연락을 했다는 것 때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별다른 협상 없이 이렇게 이 정도의 조건 상향을 해 주는 건 마룽 PD라는 내 광팬이, 혹은 채널 CHIN이 그만큼 검객무쌍의 드라마화에 적극적이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큰 호의를 보일 때, 괜히 더 재려고 하다가는 아예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그랬나?’

중국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언젠가 그런 내용을 봤던 기억이 난다.

“제시해 주신 계약 조건은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제가 따로 또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내 말을 통역에게 전달받은 마룽 PD의 기색에서 약간의 실망감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아직 한참이나 일렀다.

타악-!

나는 갖고 온 서류 가방에서 종이 뭉치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마룽 PD가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더니, 가장 앞면에 쓰인 검객무쌍의 한자를 보고 놀란 눈을 한다.

“자, 작가님, 이건 혹시……?”

통역을 거쳐서 마룽 PD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나를 보는 마룽 PD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눈치가 꽤 빠른 마룽 PD였다.

내가 꺼낸 원고 뭉치가 뭔지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

“예. 제가 쓴 검객무쌍의 대본입니다.”

채널 CHIN이야 당연 원작의 판권만 사들이는 거고 각색은 자기네들이 하려 했었겠지만…….

어디 내가 그걸 가만히 놔둘 사람인가?

나도 대본 쓰는 재주라면 어디 가서 그리 안 뒤지는데.

그리고 ‘신인’ 작가 타이틀을 떼려면 판권 계약만으로는 안 되는 거고.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야지.

“앞의 5권까지를 드라마 대본으로 옮겨 보니 드라마로 10화 정도가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며 원고 뭉치를 마룽 PD에게 건넸다.

중국 드라마 스타일에 맞게 쭉쭉 늘려쓴 대본이다.

당연 그러면서도 매 화의 재미는 놓치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면 끝났을 칼넘강의 완결이 7일이나 걸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칼넘강을 대본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느라.

뭐, 사실 유명 중국 드라마들을 시청하며 중국의 드라마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에 걸린 게 3일이었고, 대본화 작업은 2일 만에 끝났었다.

남은 2일은 번역가들을 여럿 고용해 내가 쓴 대본을 중국어로 옮기는 데 썼다.

그 탓에 번역의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소설이 아닌 대본이기에 그 정도는 별 상관이 없을 거다.

아무튼.

“한번 읽어 보실래요?”

내가 한 말을 통역이 전해 주기도 전에.

사락-

마룽 PD의 눈과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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